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휴가 중에 먹어댄 것들(하) : 철갑상어회(+캐비어)/자작 매운탕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1. 8. 17. 05:23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휴가 중에 먹어댄 것들(下) : 철갑상어회(+캐비어) 그리고 몇 가지...

 

휴가 3일차. 감악산과 임진강폭포어장에 들렀다.

 

폭포어장에서 철갑상어와 송어회로 점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 후 천렵에 나섰다.

지난 번 초행길에 진이 공주님께오서 참례하시지 못한지라... 

 

감악산과 임진강폭포어장은 울 집 공주에겐 아주 각별한 곳이다.

최초의 원정 외출을 2002년 폭포어장으로 했고,

(그땐 서울에 살 때인데, 집에서부터 아마 두어 시간 넘게 걸렸던 듯하다) 

두 번째로 같은 해 늦가을에 감악산엘 갔다.

그 뒤로도 폭포어장 길은 서너 번 이어졌지만, 나의 참가율은 반반.

 

감악산 자락을 싸고 도는 설마천은 심한 파열상을 입고 있었다.

티브이 수해 피해 보도에서, 자연농원 피서 가족들의 사망 사고를 전하면서

물가 평상 위의 먹다남은 음식 사진들을 보여줬던 바로 그곳.

(영국군 전적비 바로 옆 냇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덮쳐온 물과 토사로

설마천은 법륜사 근방에서부터 수 킬로에 이르도록 온통 찢기고 할퀴어진 상태.

파열상 중상 환자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계곡 수변은 상처투성이었다.

 

수해 복구를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죄스러울 정도여서,

우리는 법륜사 입구 계곡까지만 도둑놈 훑듯이 힐끔거리고는

얼른 내려왔다. 그리고는 폭포어장행.

얼마 전에 부모님들을 모시고 그곳을 다녀오신 마나님께오서

그곳에 가니 철갑상어회가 있는데 괜찮더라고 귀띔해준 것을 떠올리면서...      

 

 

 

 

철갑상어와 송어의 모둠회. 2인분으로 가격은 49000원.

돔처럼 붉은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교차된 것이 철갑상어회.

 

(나는 참치회를 빼고는, 회 앞에서는 겨우 몇 점만 먹어도 끄윽하는지라,

저처럼 2인분만 시켜도 거의 대부분이 남는데, 그날은 회 킬러 수준인

공주님이 계신지라, 회가 남을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따~~ . ㅎㅎㅎ)

 

 

 

이것은 우리가 추가로 주문한 캐비어(2그램x2)이다.

2그램당 3000원이었던가. 

 

이건 회에 서비스로 얹혀 나온 철갑상어 연골(흰색)과 척수.

캐비어에 최음제 효과가 있다고 서양인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데

그건 바로 이 척수에 들어있는 베루가 성분 때문.

 

그나저나... 그날 나온 척수 네 쪽 중에서 최진 공주가

널름 두 쪽을 선점해 버리는 바람에,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따...

최음제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었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물어대니깐. ㅎㅎㅎ.

집에 와서 마나님과 단 둘이 있을 때, 그 얘기를 했더니만, 왈

"그럼 나두 그걸 많이 먹어볼 걸 그랬나?"

(내 혼잣말 : 많이 먹어볼 게 있기라두 했었어야쥐... ㅎ히)

   

 

 

캐비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를 보태기로 한다.

저 위의 사진은 두바이 공항의 Seafood 점에서

귀국행 비행기 환승 시간을 기다리면서 먹었던 것인데,

가운데에 신선로 모양의 받침대 위에 놓인 구두약통 모양의 것이 캐비어.

가장 많이 팔리는 50그램짜리다.

 

(저 날은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이란 테헤란 공항 대합실 의자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비행기로 날아온 참... 새로 지어진 테헤란 공항 건물은 운동장만 한데

 출국심사를 탑승시간 임박해서야 시키는 고질적인 후진국 방식 때문에

 밤새 대합실 의자에서 새우잠으로 때워야 했다.

 현지인들의 잘못으로 비행기 하나를  놓친 탓에)

 

참, 저 해물점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도 똑같은 게 있고

캐비어를 시키면 나오는 음식들도 똑같다.

아마도 체인점이 아닌가 싶다. 

 

 

캐비어만을 따로 더 보이기로 한다.

위에 나온 것인데, 가장 많이 팔리는 중저가 품으로

국내에서도 한 통에 4만 원 안팎으로 팔린다. 쇼핑몰에서. 

 

 

하지만, 고가품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국내에서도 15만 원대에서부터 50만 원대까지.

사진은 최고가 수준 (56만 원)의 것.

 

캐비어 맛? 별것 아니다.

흔히 먹는 날치알보다는 크고 연어알보다는 작은데

씹히는 맛도 그와 비슷하다. 씹히는 맛에서는 날치알이 훨씬 낫다.

꼬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여무니까.

하지만, 캐비어는 씹히는 맛은 거의 없다.

그리고 염간을 해서 가공/저장을 하기 때문에 찝찌름하다.

 

막말로 귀족들의 전용품이네 뭐네 하는 식으로

상품명을 과장 광고하다시피 한 식품에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먹는 방식은 저 위의 공항 해물점 사진에서처럼

카나페로 해서 먹는 게 제일 흔하고, 빵을 찢어서 그 위에 조금씩 얹어먹기도 한다.

 

참, 저 폭포어장의 캐비어 맛은 B 제로 ~B 플러스 수준.

크기나 숙성도 등은 합격이었는데, 아직 가공 기술이 좀 모자란 편.

염간 기술이 대외비일 정도로 독특한데, 알 사이의 점액질 순화도와 숙성도가

떨어져서 민물고기의 비린내 맛과 점액질 유막이 조금 많이 남아있었다.

 

여하간... 캐비어 소리만 듣고 허겁지겁 달려들 일은 절대로 아니다.

90년대에 외국인 합작회사에서 근무할 때

연말 부서장 파티 때마다 저 캐비어가 딱 두 통만 나왔는데

첫 해에는 한국인 부서장들이 너도나도 시식하려 들더니만

세 해째부터는 인기 몰락. 덕분에 나와 몇몇이서 실컷 먹었따. ㅎㅎㅎ.  

그 정도다. 마치 명품 가방이네 뭐네 하면, 무조건 호들갑스럽게

달려가고 보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세계 진미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이 캐비어와 거위간(포아그라), 송로버섯 등이 꼽히는데

거기에 이따금 끼기도 하는 게, 제비집 요리다.

 

내가 먹고 다니면서 찍어뒀던 사진들 중에서

아래에 거위간과 달팽이(에스카르고), 제비집 요리 사진을 먼저 올리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기로 하자.

 

이것들 역시 떠도는 이야기들은 과장법이 심하다고 할 정도로, 별것들 아니다.

가격에서도 마찬가지.

 

캐비어에 비해서는 훨씬 싸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서, 포아그라와 에스카르고 요리는

30달러 안팎에서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2~3인분 정도라고나 할까.

제비집 요리 역시 그 정도면 족하다. 상어지느러미(샥스핀)처럼 국(스우프)이니까.

 

한 마디로, 포아그라와 에스카르고, 그리고 제비집을 한꺼번에 시켜 먹어도,

이른바 그 불륜까풀족들이 이 나라 바닷가나 어딜 가면 흔히 시켜 먹는

모둠회 한 접시 값보다도 싸다. 죄다 합해도 10만 원이 안 되니까.

(그 돈의 절반만으로도 가족들은 맛있게 행복해진다!!) 

 

내가 앞서 올린 먹을거리 글편에서,

절대로 값이 비싼 것들을 찾아먹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고,

큰소리 빵빵 친 것도 그 때문이다.

(철갑상어회+캐비어+막걸리1병+맥주1병+공기밥 = 62,000원

참, 그 집 매운탕은 서비스로 무료인데, 민물고기 매운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맛있고 멋졌다.

바닷고기 매운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깔끔+담박)

 

 

 

 

 

거위간(포아그라). 음식 크기 짐작을 위해 포도주 병 등도 넣어서 찍었다(右)

 

 

달팽이(에스카르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따로...

 

 

 

제비집. 아주 부드러운 당면 내지는 천사채를 생각하면 된다.

맛은 무색 무취에 가까운 저염도 음식.

 

그러나저러나...  휴가 3일차의 울 집 음식으로 돌아가자.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그날 날씨가 참으로 우리 편이었다.

오전에 감악산 가는 길에 화창해서 길가 구경하기가 아주 좋았고,

법륜사 길에서도 우리 나름대로 (수해복구 일꾼들에게 표 안 나게) 조용히 힐끔거릴 수 있었다.

 

폭포어장으로 가는 길.

차창닦이가 몸부림을 칠 정도로 폭우와 바람이 거셌다.

몇 분도 안 되어 도로에 물이 차고 타이어의 1/4 정도가 물에 잠기도록.

 

그런데, 폭포어장에 들어서자 다시 말끔.

덕분에 우리가 좋아하는 허브식물원의 그 대형 로즈마리들을 대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당진으로 안고간 녀석을 노지에서 세 해를 키워서 제법 수형을 만들었다 싶었는데,

 갑자기 고사하는 바람에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모른다. 그 까닭을 지금도 모른다.)

 

말이 나온 김에 그 중 하나만 보이면

 

우리들 뒤로 보이는 녀석들이 그 중 하나인데 수령 10여 년 정도.

저것보다도 훨씬 더 큰 특대형은 2미터도 넘는다.

수령이 20여 년에 육박하지 싶다.

 

사진 좌 : 아빠 웃음이 넘 크다고 삐친 흉내를 내는 공주.

사진 우 : 공주의 지엄한 영(令)에 따라 즉시 얌전한 웃음으로 바꾼 착한(?) 아비.   

 

어허... 이것 또 삼천포로 빠졌구나. 날씨 야그를 하다가 그만...

저저 위에 보인 사진은 그날의 천렵 인증 사진.

 

우리가 폭우를 뚫고 집으로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4시쯤 되자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맑게 개는 것 아닌가.

하여, 지난번 천렵에서 빠지신 공주님께 우리들의 작업 현장(?)을 돌아보시도록

다시 또 즉흥 천렵행. (집에서 2킬로 정도)  

그리하여 날렵하게 천렵을...

 

그런데 물이 너무 불어서 지난 번에 들어갔던 곳은 물살이 무서울 정도라서

장소를 바꿔서 웅덩이 같은 곳에서 잠깐 했는데 (40여 분 정도)

참게는 2마리밖에 못 잡았지만, 붕어 씨알은 훨씬 더 컸다.

 

장인 어른이 지난 번 그 참게맛이 그처럼 좋은 줄 몰랐다고 하셨다기에
(나중에 전화를 따로 걸어와서 음식 후평을 아주 상세하게 하셨다 함...)

참게 좀 잡으면 헌상할까 했는데, 겨우 두 마리라서 그냥 우리가. ㅎㅎㅎ

 

암튼, 지난번 생애 처음으로 집에서 끓여본 민물고기 매운탕의 대성공으로

(민물 해감내가 전혀 나지 않았음. 그 흙내 때문에 나는 민물고기 매운탕 자체를 기피하고 있었는데...)

이제 고산천 씨알 붕어들, 큰일났뿐졌당. 기회만 있으면 달려갈 것이므로...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우리가 천렵을 미리 거두고 - 한 끼 먹을 양이 충분해서-

차로 돌아와 트렁크를 여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차문을 닫으며 승차완료를 외치는 순간, 장대비로 변했다는 것... 흐미...

그날 하늘은 따로 보좌관을 두어 우리를 봉행하는 듯했다.

캄솨함다, 한울님! 보좌관님!!)

 

삼천포로도 빠졌던 이 음식 탐방기의 結尾.

 

그처럼 이곳저곳에서 남들이 해주는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다니긴 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것.

그건 단연 우리 집 자작 매운탕.

얼마나 맛있었는지, 저 국물이 조금 남았었는데

그걸 그 다음날 아침에 공주님께오서 국말이용으로 덥혀서 말끔히 비우셨다는 것.... 

                                                                                   [Aug. 2011]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