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도 하면서 삽시다!(놉시다??)
내 살이의 겨눔 중 하나는 <잘 놀다 가자>이다.
물론 그 앞에 <열심히 일하고...>가 붙어 있긴 하다. ㅎㅎ.
지난 휴가 첫날. 그날은 네 가족 공동 휴가일이었다.
하루만 같이 보내고, 그 뒤로는 가족별 개별 계획표대로.
당초 계획은 강화도의 함허동천이 물망에 올랐으나
폭우와 그 피해, 그리고 위험 가능성을 고려하여
당일 바꿨다.
법원리 소재의 두루뫼박물관과 인근의 자운서원으로.
두루뫼민속박물관. 개인소장품을 모아서 박물관으로 꾸민 곳.
내가 그 동안 확실한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서 늘 아쉬워했던
먹통(목수용), 대패, 그리고 쟁기 사진을 선명하고도 확실하게 찍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흐뭇해 하면서, 전시실을 옮기고 있는데...
울 공주님의 저 포즈.
똬리를 보시고는 선뜻 채반을 인 처녀로 등극하시는 게 아닌가.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똬리인데... ㅎㅎㅎ
그 옆을 보니, 눈에 익은 게 있다.
아! 딱지...
오매 반가븐 거!!!
저 딱지를 보자, 초딩들은 말할것도 없고, 중고생에서부터,
가을 학기에 고교 교감으로 나가실 현직 장학사님까지
죄다 팔을 걷고서 (아, 이미 반팔이었따아! ㅎㅎ) 달려 들어서
피 튀기는 전투들이 벌어졌다. 겨우 그 딱지 한 장들을 따먹으려고. ㅎㅎㅎ
요게 무엇이냐 하면, 내가 집에서 제작한 딱지들이다.
그날의 여흥 프로그램 중 하나로, 내가 일주일 전부터 준비했던 것.
미리 딱지제작용으로 확보해 두었던
무가지 타블로이드 판 지역신문 전지를 사용해서
아주 크고 확실한 녀석들로 만들었따.
그 중 6장 정도는 겹으로 해서, 무적 용사로 만들기도 했고.
저걸, 비장의 무기로 그날 준비해서 갖고 갔는데
오호 통재라.
두루뫼박물관에서 미리 친절하게도 준비해놓으신 거 아닌가.
암튼, 그날 저 딱지치기들을 하느라고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즉흥 연주 무대 덕분에)
점심 전부터 배가 고프다는 소리들이 연방 나왔다.
참, 저 딱지가 놓인 탁자 위의 것이 뭐냐고?
아래에 따로 보이면...
측백나무 열매다.
동네 한 바퀴를 하면서 울타리에 잔뜩 매달린 녀석들 중에서 조금 따왔다.
저건 가을이 되어야 제대로 갈색으로 익는데
저처럼 연록색 빛깔일 때 향이 아주 진하다.
피톤 치트의 보고로서, 인공향과는 비교도 안되는 천연향.
밀폐된 곳에서 뿌리면 눈도 따갑고 머리도 아파지는 인공향 따위와는
그 효과면에서도 단연 우뚝이다.
저걸 따다가 집안에 두면, 향내도 좋지만 진정 효과도 있다.
들뜨고 설쳤던 하루를 조용히 마감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물론 씩씩거리며 울화통 터뜨린 때에도 저 녀석을 옆에 두면
슬며시, 자기도 모르게 어느 새, 그 뜨거운 안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계속되는 비로, 눅눅해진 방안 공기 맛을 바꾸는 데도
한몫한다. 확실하게. ㅎㅎㅎ
그곳의 마지막 전시실은 소리내기 방이다.
저런 다듬잇돌도 제법 놓여 있고, 그 바로 옆에는 풍물용 악기들이 같이 있다.
저걸 보신 놀자판 전문 식구들. 즉시, 그 기본기들이 나왔다.
그 선두는 기력이 약하신 울 장모님.
죄다 하나씩 끼고서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저런 장모님의 모습을 더 이상 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저 휴가일이 8월1일이었는데, 그로부터 나흘 뒤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서다.
국립암센터의 담당의사로부터, "이제는 병원에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소리와 더불어 호스피스 안내까지 받으셨다.
(그래도, 겉으로는 지금도 의연하시다. 정말 정말, 대단하시다.)
이어서, 풍물 잡기(雜技) 놀이로 전환.
사물놀이 악기 외에 소리나는 것들은 몽땅 동원되었다.
모두들 한 가락씩 해대는 기본기들이 완전 잡탕으로 어우러져 신나 하고 있다.
가족행사 고정 비디오 담당인 장인 어른도 바쁘시고...
찍사인 나도 바쁘다.
사물놀이라면 나두 한 가락 하는 쌀람이다.
찍사를 때려치우고, 장구를 끼고 앉았는데...
문제는 궁편... 얼마나들 학대를 해대고, 교체에 신경을 덜 썼는지
멀쩡한 궁편 하나 없어서, 할 수 없이 북채를 거꾸로 해서 때웠는데
휘모리를 몇 번 하고 났더니만, 왼손 약지가 벌러덩 까지고 말았다.
(지금도 굳은 딱지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 ㅎㅎㅎ)
울집 식구들도 사물놀이라면 나 못지않다.
공주님도 장구 전문이고 (전국대회에 출연하신),
마마님과 나는 장구와 꽹가리를 번갈아 맡는다.
(20여년 전 마마님을 꼬드기게 된 계기도 사물놀이 연습장에서였따. ㅎㅎㅎ흐)
북과 꽹과리를 걸어놓고 신나하는 인서 아빠.
(실제로는 타악기 주자로서, 모 아마추어 합주단에서 드럼과 팀퍼니를 담당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꽤 알려진 심포니 합주단.)
전가족 다듬이질에서, 찍사 노릇을 하느라고 빠졌던 나.
내 다듬이질 실력(?)도 점검해봐야쥐....
장모님 왈, 최서방도 곧잘 하는구만그래. 허허허허.
(장모님 웃음은 사내들의 그것과 똑같다. 앞으로는 녹음해둬야쥐...)
그러고 보니, 또 딱지치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구낭.
냅둬라.
인생이라는 게 어디 처음 뜻한 대로 반듯하게만 직선 주행을 하더냐.
가다가 재밌는 곳 있음, 들렀다가 갈 수도 있는 게고
더 재밌으면 거기에 풍덩 빠져서 행로 변경도 하는 거이디 뭐.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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