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들이 죽순 '맛'을 알아?
지난 5월 말, 벼르던 죽순 따기를 했다.
장소는 아미산 뒷골의 어느 아는 집 대밭.
작년에도 갔던 곳이다.
이곳 당진 기준으로는 5월 중순이 적기.
4월 달엔 넘 이르게 찾아갔지만, 이번에 한 주일 정도 늦었다.
하지만, 죽순이라고 해서 기상나팔에 맞춰
일거에 연병장에 집합하는 군인 아자씨들두 아닌 터라, 그런 대로 괜찮았다.
아미산은 당진읍 뒤 면천 쪽의 나지막한 산인데, 아주 이쁘다.
산세가 심심하지 않고, 산자락은 꼭 오지랖 넓은 아지매처럼
골고루 끼어들어, 덮어주지 않는 곳이 없다.
골골이 산약초들 지천이고, 심지어 산삼도 나올 정도.
봄나물 따위의 풍성함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어딜 가든 현재 위치 파악은 필수...
아, 그래야 갈 곳과 돌아갈 곳을 몰라 헤멜 일 적어지는 겨.
다 큰 어른들이 그 두 가지를 잘 모르는지
가끔 헤매는 사람들, 꽤 되지 않는가.
대낮에두 그렇구, 특히 저녁 때만 되면 길거리에서 헤매는 이들 꽤 되더만.
그 사람덜은 집으로 제때 잘 돌아가는 길을
평소에 늘 잘 알아두지 않아서 그렇지 싶다... ㅋㅋ
1. 채취하기
죽순 따기. 아주 쉽다.
사진 순서대로...
1) 멀쩡하게(?) 서 있는 넘.
2) 손을 대어 슬쩍 옆으로 자빠뜨린 넘.
3) 완전히 분질러 눕힌 넘.
아이들도 쉽게 할 정도로 힘 하나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손쉬운 작업이다.
이 세상에 죽순 따기처럼 손쉬운 일은 없을 걸걸걸... (총 소요시간 : 1초!!)
그렇게 딴 죽순들을 모아 놓은 것...
이제 할 일은 죽순 껍질을 까서, 알몸으로 만드는 것...
2. 껍질 까기
죽순 껍질 까기.
(이걸 나 같은 예술주의자(?) 식으로 표현하자면, 죽순 누드 감상하기... ㅋㅋㅋ)
죽순 껍질 벗기기도 아주 쉽다. 잘 안 드는 과도 같은 것으로
위에서 훑어내리기만 해도, 항거를 포기하고 얌전해진다.
껍질을 깐 것과 까지 않은 것을 비교하면 저렇다.
껍질을 벗겨 알몸뚱이를 드러낸 죽순들...
(아이, 부끄럽사옵니당. 옷 벗긴 것도 모자라 속살까지 보여주십니까요...)
속살을 보인 죽순들이 몸을 꼬며 항의해오지만
나는 못 들은 척한다.
그래야, 저 뽀얀 죽순 속살을 현물로 보여줄 수 있응게로. ㅎㅎㅎ
이제부터 죽순의 외피와 속사정을 각론으로 훑어볼작시면...
까기 전의 껍질 모습.
얼마나 야무지게 감싸고 있는지,
저 껍질 안으로 비 한 방울 안 들어갈 정도.
과학자들의 생활방수 특허 연구에 참고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죽순 끝동의 껍질들.
저 끝에 생장점들이 모여 있어서, 대나무 키가 쑥쑥.
참, 대나무는 길이성장만 한다.
즉, 죽순이 나올 때의 죽순 직경이 대나무 직경이 된다.
껍질을 벗긴 부분과 그 안쪽
껍질이 벗겨진 부분과 벗겨지지 않은 부분의 색깔 대비가
어쩌면 그리 환상적인지 모르겠다...
넘넘 멋지다... 오우. 죽순공주님 멋쟁이... (아니, 왕자님인강... 암튼 멋쟁이!!)
* 대나무도 꽃이 피는 것으로 보아 공주님이 맞지 싶다.
대나무는 60년에서 백 년 정도에 딱 한 번 꽃을 피우고, 그리곤 고사한다.
자진(自盡)한다. 제 손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컴처럼... 정말 멋지다!
절정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깔끔하고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퇴장하는 그것.
그걸 배워야 하는 인간덜,,, 울 나라에도 쌔고 쌨당. ㅎㅎㅎ
* 참고 사진 : 대나무 꽃
조릿대꽃은 그래도 가끔 볼 수 있으나, 사진 속의 왕죽 꽃은 대하기 어렵다.
사진 중 아래 오른쪽 것이 꽃 피운 뒤 고사하기 시작하는 모습.
[출처 : 심현정님, 수련목님]
죽순 껍질의 겉(위)과 안(아래).
섬유질이 물샐 틈 없이 촘촘하면서도 그토록 매끄러울 수가 없다.
죽순 껍질은 위와 바깥으로 야멸차게 강건/단단하고,
안으로는 보드랍고 매끄럽다.
겉껍질은 옆으로 문지르면 결마다 저항하는 反骨族 선비 같지만
안껍질은 상하좌우 어디로든 매끄럽고, 물기가 있다.
손에 닿는 촉감에
물기 어리는 느낌을 주는 것들치고
그 순간 오금 저리는 마음의 파동을 남기지 않는 것은 없다.
그야말로 실속+알속+내밀의 극치이자
겉과 안이 제대로 한 통속으로 내응하는
교응합체(交應合體, corresponding one-ness)의 표본.
3. 갈무리
껍질을 깐 다음에는 소용에 알맞게, 조리하기에 편한 크기로 자르면 된다.
아주 연하고 부드러워서, 잘 안 드는 칼로도 말끔하게 잘라질 정도.
비닐봉지에 따로 넣은 것은 죽순을 좋아하시는 장모님용.
싱싱한 것을 맛보시라고, 그 담날 택배로 보내드렸다.
그 다음 주말에 마마님의 파주행이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우리는 시간 절약을 위해 칼로 쪼갰지만,
무침이나 기타 조리용으로 하기 위해서는, 삶은 뒤 손으로 쭉쭉 찢는 게
먹는 맛도 조금 더 낫고, 보기에도 좋다...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어서, 대부분은 저렇게 말렸다.
소금을 약간 넣고 삶은 뒤, 꺼내어 말려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한 해 내내.
(우리는 작년 것을 올 초까지 먹었다.)
마지막 순서...
이젠 먹어주는 일만 남았당. ㅎㅎㅎㅎ
4. 조리하기
우선 그날 당장 베트남 쌀국수에 넣어 먹었지롱...
쌈박한 맛이 쌀국수와 잘 어울렸음.
가장 흔하게 해먹는 죽순무침.
식초의 양은 입맛대로 알아서 쳐먹으면 됨.
특히, 죽순 냄새를 싫어하는 이는 조금 더 치면 좋음.
단, 처음부터 많이 치지는 말 일...
죽순 볶음.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건 아니고, 역시 입맛대로 양념 가감하면 됨....
마지막으로...
뭐든, 제 손으로 해봐야, 맛이구 뭐구 따따블로 좋은 법...
입이나 머리로만 살다 보믄, 죄다 그림의 떡.
하여간, 인생살이란 뭐든 지 손으로 사건을 쳐야 재미가 더 하는 법이당.
물론 나 같은 문제아들에게나 딱 들어맞는 말이지만도. ㅋㅋㅋ
그리고... 대나무의 살이(生) 마무리.
그걸 죽순을 먹을 때마다 떠올렸음 좋겠다.
깨끗하고 깔끔하고 '앗살하게' 잘 죽기.
그것처럼 멋진 인생의 최종 방점 찍기도 없다.
죽을 때 생각 밖으로 지저분하게 죽는 그런 사람덜, 무지 많은 세상에서는, 더더욱...
끄~읕! [Jun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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