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저녁놀 병풍 치기
내 사는 곳 가까이에 가온호수공원이란 데가 있다.
전체가 완공되면 물길이 운정역까지도 연결된단다.
무조건 크기를 비교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방식으로 따지자면,
동양최대의 인공호수라는 수식어부터 붙여놓고 보던
일산의 호수공원 면적보다도 크다.
그 가온호수공원 중에서도 알맹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이 Ubi Park라는 이름이 붙은 곳인데...
한 마디로, 아기자기 오밀조밀하게 잘 꾸며놨다.
닫힌 호숫가 주변이 특히.
(가온~은 수로가 아주 길게, 이곳저곳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특징인데
이 유비파크 부분으로 유입되는 물은 일단 갇힌 뒤,
물막이를 넘치는 물들만 다음 구역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다)
이 유비파크 부분의 호숫가를 따라 도는 일도, 정말 아기자기한 자전거 타기가 되는데...
한 바퀴가 1.5킬로 정도 되는 듯하다.
경사도를 달리하는 여러가지 오르막과 내리막을 적절히 배치해놨고,
우회로를 선택하면 더 재밌다.
울 집 두 뇨자덜도 신났지만, 난 더 신나했다. (속으로...)
셋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나게 탔다.
하도 신나게 타서 몇 바퀴를 돌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
(대여섯 바퀴 넘게 돌았지 싶긴 한데...)
7살이던 2006년인가, 개봉중학교 운동장에서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비로소 혼자서 굴리게 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야호! 소리를 지르던 때가 엊그제만 같은데...
(보기보다 겁이 엄청 많다. 아직도 회전 놀이기구는 못 탈 정도로. ㅎㅎㅎ)
울 공주, 한때 자전거꾼이었던 지 아비를 쪼매 닮았는지
씽씽 쌩쌩 아주 잘 탄다.
(참, 어제 식당앞에 자전거를 주차(?)하면서 비로소 안 사실.
울 공주님 자전거만 MB가 아닌 주부용인데
우리 세 사람 자전거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흐미.)
중학생 시절, 전국체전 사이클 선수 명단에 내 이름이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최상위권에 들었던 경희중/제천중 선수들은 나중에 이 나라 사이클계에서
명성을 떨쳤고, 그 중 하나는(경희대 출신) 전설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그런 그들과, 겨우 1년 정도 연습하고서 출전한 내 실력이야 명함도 못 내밀 정도... ㅎㅎㅎ)
*
최근, 가온호수공원의 옆구리쯤에 전문식당가들이 들어섰는데
어느 집엘 가도 모두 깔끔하다.
음식맛, 서빙, 실내장식, 그리고 주차까지도.
입점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고, 운영지침까지 정해진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 중 한 군데 들어가 끄윽 소리 나게 잘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니, 배가 알아서 빨리 고프기 시작했는지
공주님의 재촉이 심했다.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집에 갈 힘도 없다면서. ㅎㅎㅎ)
저녁을 먹고 나오니...
저녁놀이, 저녁 하늘이, 우리를 반기는 게 아닌가.
오랜만에 맑게 짙푸른 하늘에다가, 태양이
살며서 깔아놓았던 노을을 죄다 걷어들이기 직전.
맑은 하늘의 짙푸른 빛과 노을 속의 붉은 빛깔들이 서로 간지럼을 태우는지
허리를 꼬며 살며시 엉켜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허리 대신 팔과 목을 꼬았다.
우리도 살짝만...
울 집 식구들의 부전공은 장난치기.
장난꾸러기학 부분에도 학위가 개설된다면,
우리는 일착으로 신청->무시험 통과 ->수여식 참석으로 이어지지 싶다. ㅎㅎㅎㅎ
돌아오는 길. 유비파크 연회장 쪽 옆구리 잔디밭.
그 산책로 한 쪽에 설치된 이런저런 꼬마 운동기구들에도 안부를 전했다.
공주가 오래매달리기 시합을 제의해왔다.
그려. 해보지 뭐...
결과는?
왕년에(?) 30초 이상의 실력을 뽑내시던 공주님의 3전 전패.
하기야, 요즘 <팔목들어올려 살살흔들기>(성장판 당기기 체조)를 해보면
공주님의 똥궤(?) 무게가 적지 않게 무겁긴 하다.
가훈 <잘 먹고 잘 살자!>를 바꿔야 할까나. ㅎㅎㅎ
마지막 문답 하나.
-공주야. 오늘 저녁 하늘 정말 멋있었지? 뭐 같았어?
- 응. 우리가 사진을 찍는 데서 병풍을 쳐주듯 했어요.
다음에 우리 자전거 타고서, 저녁 때 거기 또 가요!
이번에는 저녁놀이 빨갛게 남아 있을 때... 병풍 색깔은 화려해야 하잖아요.
[나의 촌평] 그저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고사성어'를 '고자성어'로 뻔뻔하게 발음해서
우리를 되게 웃겼던 공주 발언치고는, 들어줄 만 했따아!
[26 Aug.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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