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띨띨이의 카톡 문자 학습기(-記) : "짐은"
멜을 보내고, 문자를 넣었다.
약속했던 시간을 넘긴 멜이라서.
답이 왔다. 바깥에서 일하고 있어서 삼실에 가면 보겠다는.
그런데 시작 어구가 '짐은'이었다.
나는 그걸 지체없이+너무나 당연히
'짐(朕. 왕이 자신을 이르는 말)'으로 알아듣고는 싱긋 웃으며
호칭을 격게 맞춰서, '마마'로 바꿨고
그 시각 바깥의 미세먼지가 만만찮은 터라
'옥체보전'하시라 맺었다.
속으로는 참 재미있는 분이구나...로만 여기면서.
(얼굴을 대한 적이 없는 분이었다.)
다음날, '짐은'의 정체가 드러났다.
'지금은'의 준말이었다.
혼자서 소리 내어 웃었다.
띨띨이가 돼도 좋았다.
그렇게라도 웃고 살 수 있음은 좋은 일이 아니랴.
하기야, 그런 덕에 '맛점'이 '맛있는 점심'이란 걸
최근에 독학(?)으로 익히기도 했다. ㅎㅎㅎㅎ
2. '새 나라의 어린이'가 받는 오해
난 밤 열 시 무렵이면 잠자리에 든다.
보고 있던 외화가 한참 재미나는 국면에 접어들어도 티브이를 끈다.
일어나는 시각은 대체로 4시 무렵.
술 한잔한 날이면 한 시간쯤 늦추고
술자리가 몇 시간쯤 된 날이면 7시쯤 되어 일어난다.
내겐 잠 이상으로 좋은 보약은 없응게로.
가끔 잠자리에 들었을 때 카톡이 올 때도 있다.
내 잠버릇을 모르는 사람이거나 술 한잔한 이들로부터다.
베개에 머리를 대면 5초도 안 돼 숨소리가 고르게 되는 나.
꿈나라에서 답을 보낼 수는 없다.
담날 그 답을 보낸다.
문제는 카톡을 보냈는데, 답을 못 받은 이들이
순간적으로 짓게 되는 입술 표정이다.
어라, 이게 내 문자를 씹어??로
가끔 오해도 받는다.
내 잠버릇을 아는 이들은 뒤늦게 답을 보내면
이미 버스는 떠났단다.
그도 그럴 것이 술 한잔한 김에 확인 삼아
보낸 것들이었고, 그건 술안주의 하나였을 뿐이므로...
이참에 ‘새 나라의 어린이’를 졸업해 버려?
아니지, 카톡 하나 따위에 내 오래 껴입고 지내던
내복을 벗을 수야...
새 건 새 그릇에 담아야 한다지만
정든 속옷은 헌 옷이 되어도 벗어 버리기가 쉽지 않다.
내가 '새 나라의 헌 어린이'가 되믄 되지 뭐. ㅎㅎㅎ
[Mar. 2015]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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