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실소(失笑) 한 방/최종희
새벽 내내 끙끙거렸다.
원고 속에 들어 있는 '인간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감동하는,
감동할 줄 아는 동물이다'라는 구절 앞에서
기왕이면 '감동하는(감동할 줄 아는) 인간'을 라틴어로 요약(?)하면
더 멋있을 듯해서 라틴어 검색을 해보는데...
homo permótĭo, homo permotionem , homo commótus 등이
떠오르지만 어느 것도 맘에 차지 않는다.
자칫하면 움직이는 남자, 열정적인 남자, 선동 등에 의하여 격정적인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
라틴어 전문가에게 숙제를 넘기기로 하고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이른바 일반 포털 검색을 해봤다.
'감동하는 가슴'이 자동 검색어로 떠오른다.
오 예~. 내가 찾던 것이 바로 그것.
감동은 생각하기의 출발이고, 자신의 언어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하는
믿음직한 도구이자 촉매제인 까닭에...
화면의 그림들에만 익숙하다 보니
어느새 생각하기와 말하기조차 베껴내는 일에
자신도 모르게 왕창 물들어 있는 이 무뇌충의 시대에
우리가 제일 먼저 되찾아야 할 것은 '감동하는 가슴' 그것이기에...
그걸 클릭하자 좌악 떠오르는 것들...
'감동하는 가슴 되찾게 해드립니다' 00성형외과
'감동하는 가슴... 싸게 해드립니다' 000 성형외과
'감동하는 가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0 성형외과
.
.
.
아고야... 내 미쵸.
그래도 잠시 실소할 수 있어서
그마나 본전은 건졌다고 자위해야 하려나.
[M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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