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회(2015.6.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단판제 회복 후 전영준 님의 첫 우승을 축하합니다!
1. 출연자 등등
- 무대를 빛낸 분들
김현경(35. 주부. 예심 신청 후 둘째 임신. 태교 삼아 우리말 공부 계속. ‘15년 2월 정기 예심 합격자) =>2인 대결 진출
전영준(41. 초교 교사. 10년 전 조손 가정 제자를 돕기 위해 출연. 이번에도 다문화 가정 아이 돕기 위해 출연. ‘15년 4월 정기 예심 합격자) =>우승!
권자경(42. 주부. 11년 전 출연. 친정엄마를 함께 모시는 ‘남편님 사랑합니다!’. ‘15년 4월 정기 예심 합격자)
이민섭(27. 대학원 준비생. ‘토론가’. 내수면연구소 연구원이었던 부친 덕에 전국(?)으로 이사 경험. ‘15년 4월 정기 예심 합격자)
단판 승부로 돌아온 뒤의 첫 판. 새로운 얼굴들이 화면을 채웠는데, 그중 두 분은 10여 년 전에 출연하셨던 40대 초의 중년 남녀. 그러므로 두 분은 똑같이 31살의 풋풋하던 시절에 우리말 공부에 처음 뜻을 두었던 이들이라는 말도 된다. 어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젊은 분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이 되지 않았을까.
진행 방식의 변화 중 으뜸은 단판제라는 것 외에도 예전에 달인 도전 단계에서 채택되었던 <맞춤법․띄어쓰기> 문제의 부활일 듯하다. 감점제의 부활이나 이심전심 문제가 사라진 것 등도 변화의 일부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말 공부는 <맞춤법․띄어쓰기>에서 완성된다. 용도에 따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어법에 맞게 제대로 띄어 적는 것, 그것이 으뜸 목적이다. 어휘 확장 역시 그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고... 사실 요즘 문자생활을 보면 기가 찰 정도인 건 누구나 절감한다. 고치려 들지 않는 그 대담한 만용과, 그걸 묵과하려는 방관적인 관용이 합세하여 우리말 쓰기를 엄청 혼탁하게 하고 있다.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우심하고. 핑계들은 참 좋다.
‘우리말 어법이 어려워서’에서부터 ‘그까짓 띄어쓰기쯤 무시하면 어때’, ‘틀린 말 좀 쓰기로서니 어디가 덧나나’... 등등, 죄다 언급하기에도 낯 뜨거울 정도다. 길게 얘기해서 무엇하랴. 언어가 그 사람이다. 언어가 사람을 만든다. 사람이 언어를 사용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사람은 언어에 의해서만 사람일 수 있다.’는 슈타인탈의 말이나 ‘언어는 사고(思考)의 집’이라고 일찍이 설파한 하이데거의 말대로, 사람은 그가 사용하는 말의 수준과 내용만큼만 인간일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도 있듯이, 인간의 내면(지적 수준)을 알아채는 데에는 언어만큼 빠른 것도 없다.
그래서 이병철 회장은 만사 젖히고 신입사원 면접에는 꼬박꼬박 참여했다. 사람이 기업이라는 이 나라 최초의 구호를 내건 이다운 태도. 신입사원들의 말본새와 자세/태도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보았고, 그는 그걸 읽어냈다. 지금 삼성은 그 덕택에(사람을 제대로 뽑은 덕에) 이 나라 법인세의 10% 이상을 감당하고, 월급쟁이 100사람 중 한 사람은 삼성 밥을 먹게 만들었다(현재 49만 명). 그 한 사람의 월급이 세 사람분이라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아무튼... 6년 전에 전국 규모로 조사한 우리나라 초․중․고 교사들의 평균 국어 점수는 65점이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괜히 열기만 더하는 일이니 여기서 그만하기로 하자. 각자의 삶의 내용물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각자의 몫이니까.
이 맞춤법/띄어씌기 문제 출제에 대해서는 지난 회 방송 후 이 난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 있는데, 어제 출제된 달인 도전 문제는 글자 수 38자, 띄어쓰기 후 빈칸 포함 원고지 기준으로 48자 분량이었다. 생각보다는 지문이 짧은 편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오늘 녹화를 치르고 있는 팀들에게 귀띔한 내용에 의하면 글자 수는 조금 더 많아질 듯하다. 60~70자 근방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그래야만 문제적(?) 항목을 조금 무난하게 섞어 배치할 수 있게 되므로. 어제의 문장은 ‘이 대회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얼마큼 정성을 다해 배운 대로 갖추쓰느냐이다.’였는데 문제적 항목 배치를 위해 무리하게 급조/압축한 듯해서 덜 자연스러웠다.
어제 출제된 문제를 보면 맞춤법이 네 군데 배치되었다. 난도 기준으로 보자면 그중 두 개가 B~C급, 두 개가 A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중 ‘갖추쓰다/갖춰쓰다’의 구분이 가장 까다로운 편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우리말 중에 어형에 ‘-추쓰다’가 들어간 것은 오로지 이 말 하나뿐이다.
띄어쓰기 문제는 평이한 편이었다. 까다로운 문제는 없었다. 초등생도 아는 ‘다하다’가 한 낱말이라는 것만 조심하면 될 정도로 평이했다. (몇 해 전 우연히 들춰본 초등 4학년 교과서에도 이 낱말이 있었기에, 안다.)
- 예심 합격자 명단 및 출연 현황(2013년 9월 이후 ~ 현재) : 이번 출연자 섭외는 지지난 번 홀수 회의 판박이였다. 1년 가까이 또는 그 이상 기다리신 분들이 짜증낼 만도 하다. 출연자란에 적었듯이, 이번 회에는 올해 2월 정기 예심 합격자 1명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가장 최근이랄 수 있는 4월 합격자들이었다. 출연자들의 상세 내역은 다음 사이트 참고. => http://blog.naver.com/jonychoi/20207621752
방송 시간대가 19:30분으로 원상회복된 뒤 두 번째. 시청률이 조금 더 올랐다. 지난 회 6.6%에서 6.9%로. 그래도 조금 더 한참 치고 올라가야 한다. 예전의 평균치를 목표로만 삼아도. 하루빨리 완전히 회복되기를 빈다.
-방송 진행자 및 진행 속도 : 조수빈 아나운서가 외모와는 달리 무척 뜨거운(?) 사람인 듯하다. 시간이 흐르고 진행 무대가 안방 같이 느껴지게 되면, 엄지인 아나운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선다. 애드리브에 지금까지의 진행자보다는 주관적(?) 친화력을 더 많이 담으려다 보니 저절로 인간적인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그걸 유심히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지만.
예컨대, 어제 점수가 저조한 민섭 군을 격려하기 위해 기합을 언급했고, 그 뒤로 성적이 조금 좋아지자 진행자가 ‘기합을 넣(으)라고 하니까’ 결과가 좋아졌다고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때의 발음이 ‘넣으라고’가 아닌 ‘넣라고’로 들릴 정도로 불명확했다. 이 ‘넣라고’의 어투는 흔히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잘못 쓰고 있는 말 중의 하나다. 진행자가 좀 더 신경을 써서 표준 발음 연습을 해서라도,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방송 진행과 관련, 어제의 달인 도전 문제 풀이 시간이 방송 시간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짧았다. 편집상의 실수인지는 몰라도, 그처럼 중대한 부분에서 진행자나 출연자 모두 쫓기듯 했다. 다음부터는 다른 부분을 편집해서라도 달인 도전 문제 풀이에서는 어제보다 30초 정도는 더 할애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제 시청자들은 함께 풀어보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방송분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빨랐다.
2. 출제된 낱말 돌아보기
- 주목할 만한 낱말들 : 성대모사, 이파리, 동반자, 가는허리, 뒷손질, 자유자재, 이른바, 거리, 다리, 무말랭이, 절찬리, 곱절, 성화, 받걷이, 제소리, 보따리, 만리장성, 시나브로
밑줄 그은 말들이 이번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것들. 십자말풀이로 바뀌면서 출제되는 낱말들 전체가 대체로 평이한 편이면서도 언어생활에서 쓰임이 많은 말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그러한 경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말 공부의 올바른 길과도 부합될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지닌 온 국민에 대한 선도적 계도 기능에 비추어서 특히나.
그중에서도 출제자들의 노력에 박수하고 싶은 것으로는 언어 활용 능력을 보려는 착점이다. 어제의 경우에도 ‘굴러가다/끌어들이다/껄끄럽다’ 등과 같이 평이한 말들에 대해 각각 ‘진행/자기편/무난’ 등과 같은 뜻풀이용 핵심 낱말을 답하도록 하는 것은 올바른 공부법과도 상통한다. 평이한 말들에 대한 관심 제고의 압권으로는 달인 도전 문제에 등장시킨 ‘갖추쓰다’를 꼽아야 할 듯하고.
전반적으로 우리말 밭 추수 경기에서 활약하는 홀수 회 출제진들의 선구안(選球眼)(?)도 확실하게 좋아졌다. 공부하는 이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가꾸어 제대로 거둔 결실을 맛보게 하려는 길잡이의 아름다운 노력으로 읽혀, 덩달아 기쁘다.
- 낱말 풀이 및 관련어 정리
1) 맞춤법 관련 낱말 : 갑절(x)/곱절(o); 바위덩어리(x)/바윗덩어리(o)
# 갑절(x)/곱절(o)
내 책자의 설명을 전재한다.
◈몇 갑절, 열 갑절이나 되는 : 몇 곱절, 열 곱절의 잘못.
[설명] ①‘갑절’은 2배라는 뜻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처음부터 배(倍)라는 뜻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관형사의 꾸밈을 받지 못함. ②‘갑절’과 ‘곱절’의 차이 : ‘갑절’은 어떤 수량을 두 번 합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곱절’은 같은 수량을 몇 번이고 합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음. 즉, ‘곱절’은 ‘세 곱절, 네 곱절’ 등과 같이 배수(倍數)를 세는 단위로 사용되는 말. 그러므로 ‘두 갑절’이라는 표현은 2배의 뜻을 이미 가지고 있는 ‘갑절’이라는 말에 다시 수량을 나타내는 ‘두’라는 불필요한 수사를 덧대기 한 꼴.
# 바위덩어리(x)/바윗덩어리(o)
기본적인 사이시옷 문제. ‘바윗덩어리’는 ‘바윗덩이’로도 쓸 수 있다.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은 표기로는 ‘바위 덩어리’로 띄어 쓴다. 북한어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풀어 쓰거나 사이시옷 없이 쓴다. ‘바위덩어리’라는 말은 북한어에도 없는 말.
2) 달인 도전 문제에 출제된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문제 : 이대회승패를가늠짓는[가름하는]것은소매를걷어부치고[붙이고]얼마큼[얼만큼]정성을다해배운대로갖추쓰느냐[갖춰쓰느냐]이다. <- [ ] 표기는 알아보기 쉽도록 필자가 임의로 덧붙인 것.
문제 풀이는 내 책자의 설명 전재로 대신한다.
# 가늠짓는/가름하는
◈승패를 가름짓는/갈음짓는 중요한 한 판 : 가름하는의 잘못. <-가름하다[원]
승패를 가늠짓는 중요한 한 판 : 가름하는의 잘못.
[설명] ①‘가름짓다’는 없는 말. ‘가름하다’의 잘못. ‘가름’은 ‘가르다’에서 온 말로 ‘가름이 나다’, ‘가름이 되다’ 등으로 사용. ②‘갈음’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한다는 뜻. ¶그는 웃음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③‘가늠’은 헤아려본다는 뜻이므로 가늠을 지을 수는 없고 가늠을 잡거나 가늠을 보는 것임. 따라서 ‘가늠짓다’는 없는 말이며, ‘가늠하다, 가늠(을) 보다/잡다’ 등으로 씀. 승패는 승과 패로 가르는 것이므로 ‘가늠하다’는 부적절.
가름? ①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는 일. ②승부/등수 따위를 정함. ¶뭇가름하다/속가름하다/판가름하다?
가늠하다? ①목표/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보다. ②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
◈이것으로 인사에 가름하겠습니다 : ~를 갈음하겠습니다의 잘못. <-갈음하다[원]
이것으로 축사에 가름합니다 : 축사를 갈음합니다의 잘못.
[설명] ①‘가름하다‘는 ‘갈음하다‘의 잘못. 그리고, ‘갈음하다’는 사동사. ②‘가름’은 ‘가르다’의 어간에 ‘-ㅁ’이 붙은 것이며, ‘갈음’은 ‘갈다(代替)’의 어간에 ‘-음’이 붙은 형태. ‘가름’은 나누는 것을, ‘갈음’은 대신하는 것, 대체하는 것을 뜻함.
갈음하다?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다.
갈음? ①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함. ②≒갈음옷(일한 뒤나 외출할 때 갈아입는 옷).
# 걷어부치고/걷어붙이고
이 ‘부치다’와 ‘붙이다’의 구분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도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용례가 무척 많아서 좀 복잡한 편이지만, 가장 손쉬운 구분법으로는 실제로 어디에 부착되거나 접촉하는 경우는 ‘붙이다’를 쓴다고 기억하면 요긴하다. 소매를 걷으면 당연히 소매 윗쪽과 접촉하게 되므로, ‘걷어붙이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지면 절약을 위해 해당 낱말 부분만 전재한다.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이참에 ‘부치다’와 ‘붙이다’ 항목을 한 번 더 살펴보시기 바란다. 그만큼 출제 빈도가 높고 까다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 소매를 걷어붙이고의 잘못. <-걷어붙이다[원]
소매 좀 걷어올리고 달려들어라 : 걷어 올리고의 잘못. <=‘걷어올리다’는 없는 말.
[설명] ①‘팔’은 걷어붙일 수 없으며 소매는 가능함. ②걷어부치다(x)/걷어붙이다(o). ☞‘부치다’와 ‘붙이다’ 항목 참조. ③‘올리다’는 보조용언으로는 안 쓰임.
# 얼마큼/얼만큼
이미 한번 출제되었던 낱말이다. 책자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만큼’은 의존명사와 조사로도 쓰이고, ‘-리만큼/-이니만큼’은 어미이기도 하므로, 잘들 익혀 두시기 바란다. 의존명사 형태와 어미 형태로 출제될 가능성이 항상 있는 말이다.
이번에 출제된 것은 준말에 관한 문제다. ‘얼마+만큼의 준말 꼴은 어떤 것이 올바른가 하는 것. 기출 문제이기도 하다. 두 번째 설명을 보시기 바란다.
◈[고급]이/그 만큼 잘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 이만큼, 그만큼의 잘못.
이런-/그런만큼의 욕심쯤이야 죄 갖고 있잖아 : 이런/그런 만큼의 잘못.
웬 만큼 욕했으면 이제 그만 하지 그래 : 웬만큼의 잘못.
‘얼마만큼’의 준말은 얼만큼인가 얼마큼인가 : 얼마큼의 잘못.
너 만큼 이토록 못하는 사람이 또 있겠니 : 너만큼의 잘못. <=‘만큼’은 조사.
한 걸음도 더 걷지 못하리 만큼 지쳤다 : 못하리만큼의 잘못 <=‘-리만큼’은 어미.
어린애이니 만큼 사정을 봐줘 : 어린애이니만큼의 잘못. <=‘-이니만큼’은 어미.
[설명] ①‘이런 만큼’에서의 ‘만큼’은 의존명사지만, ‘이-/그-/고-/저-/요-/웬-/조그-만큼’은 모두 한 낱말. ‘얼마만큼’은 《표준》의 표제어에 없으나 한 낱말. ②‘-리만큼/-이니만큼’은 어미이므로 붙여 씀. ③의존명사와 조사로서는 ‘만큼≒만치임. 즉, 동의어.
만큼≒만치? ¶먹을 만큼 먹어라; 일한 만큼만 받겠다;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준다; 갈피를 못 잡을 만큼 당황했다; 한강물이 얼 만큼 추운 날씨였다.
만큼≒만치? ¶너만큼은 한다; 칸나가 창높이만큼 자라서; 당신만큼 사랑에 목마른 여자입니다.
-이(니)만큼≒-이(니)만치/-리만큼≒-리만치? ‘-ㄹ 정도로’의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너는 학생이니만큼 학업에 힘써야 한다; 지나치리만큼 친절하다.
◈‘얼마만큼’이 줄면 얼만큼인가, 얼마큼인가? : 얼마큼.
[설명] 준말의 경우, 의미소는 살리고 덧붙는 조사/접사/어미가 변함. <예>얼마+만큼(조사) →얼마+큼; 오래+간(접사)+만(의존명사) →오랜만(o)/오랫만(x).
# 갖추쓰느냐/갖춰쓰느냐
일견 ‘갖춰쓰다’가 입과 귀에 익은 말이어서 이걸 정답으로 하려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갖추다+쓰다’의 복합어가 아니라, 독특한 뜻을 갖고 있는 말이다. ‘갖추(고루 있는 대로)’라는 부사도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갖추쓰다’는 ‘글자, 특히 한자를 약자체로 쓰지 않고 원글자대로 획을 갖추어 쓰다’를 뜻하는 말이다. 약자로 쓰는 것과 상대되는 말. 이와 관련되는 말들이 제법 있는데, 내 사전에는 ‘-쓰다’가 들어간 말 항목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이 ‘갖추쓰다’와 관련해서는 글자를 ‘날려쓴다’라고들 잘못 말하기도 하는데, ‘갈겨쓰다’가 올바른 말이다. 출제 가능성이 높으니 함께 익혀두시기 바란다.
◈한자를 약자로 날려쓰지 말고 제대로 갖춰쓰도록 : 갈겨쓰지, 갖추쓰도록의 잘못.
[설명] ‘갖춰쓰다’는 ‘갖추쓰다’의 잘못. ‘날려쓰다’는 ‘갈겨쓰다’의 잘못.
[참고] ①우리말에서 ‘-추쓰다’의 어형을 가진 낱말은 ‘갖추쓰다’뿐임. 나머지는 모두 ‘맞춰 쓰다/낮춰 쓰다/꿰맞춰 쓰다’처럼 ‘-춰 쓰다’로 띄어 씀. 그 이유는 ‘쓰다’가 보조용언이 아니므로 보조용언 붙여쓰기 허용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임. ②‘갖추쓰다’의 어형을 유지한 것은 ‘갖추-’가 ‘갖추다’의 어근일 뿐만 아니라, ‘갖추(고루 있는 대로)’와 ‘갖추갖추(여럿이 모두 있는 대로)’라는 부사로까지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반영하고자 한 것임.
갖추쓰다? 글자, 특히 한자를 약자체로 쓰지 않고 원글자대로 획을 갖추어 쓰다.
날려쓰다? ‘갈겨쓰다’의 잘못.
모아쓰다? 한글 자모를 가로세로로 묶어서 쓰다.
풀어쓰다? 한글의 현행 자형을 풀어서 초성, 중성, 종성의 차례대로 늘어놓아 쓰다.
갈겨쓰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마구 쓰다.
내 사전에는 ‘-쓰다’가 들어간 말 항목에 들어 있다.
모아쓰다? 한글 자모를 가로세로로 묶어서 쓰다.
풀어쓰다? 한글의 현행 자형을 풀어서 초성, 중성, 종성의 차례대로 늘어놓아 쓰다.
갖추쓰다*? 글자, 특히 한자를 약자체로 쓰지 않고 원글자대로 획을 갖추어 쓰다.
가로쓰다? 글자들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서 쓰다.
세로쓰다? 글자를 위에서 아래로 이어서 쓰다.
갈겨쓰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마구 쓰다.
날려쓰다? ‘갈겨쓰다’의 잘못.
내려쓰다? 자리를 아래로 낮게 잡아서 글을 쓰다.
내리쓰다? 위에서 아래쪽으로 글을 쓰다.
받아쓰다? ①남이 하는 말/읽는 글을 들으면서 그대로 옮겨 쓰다. ②남의 글씨/서체를 그대로 따라 쓰다. ③목소리/악기 소리/음악 따위를 듣고 그대로 악보에 옮겨 쓰다.
갖추? 고루 있는 대로. [유]골고루
갖추갖추? 여럿이 모두 있는 대로.
# 띄어쓰기 관련
문제 지문을 올바로 띄어 쓰면 다음과 같다 : 이 대회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얼마큼 정성을 다해 배운 대로 갖추쓰느냐이다.
조금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는, 1) ‘걷어붙이다’와 ‘다하다’는 한 낱말, 2) ‘배운 대로’에서의 ‘대로’는 의존명사라는 것. 그러나 이 ‘대로’는 ‘법대로 해라; 그대로 멈춰라’ 등에서처럼 조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의존명사와 조사, 접사 등을 겸하는 것들로는 내 책자에 ‘의존명사 종합 정리’ 항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번 띄어쓰기 문제는 아주 평이했다. 늘 이런 수준일 리는 만무하다. 몹시 까다로운 것들도 제법 된다. 출제되는 문제들을 대하면서, 계속 함께 공부해보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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