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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무지와 잘못된 토막말 외래어(2)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5. 5. 2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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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나라에는 토막말 외래어 내지는 잘못된 외국어가 흘러 넘치고 있다.

모르면 용감해진다는 말대로일까. 내가 '용감한 무지'라고 부르는

그런 잘못된 사례들이 도를 넘고 있다.

이런 외국어 남용과 외래어 오용과 관련된 것들을 앞으로 6~7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溫草]

VI. 우리말 실력이 꼬인 삶도 풀어준다 : 외국어 남용과 외래어 오용

(용감한 무지와 잘못된 토막말 외래어)

 

모 대기업의 면접장에서 있었던 실화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독서 관련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소개한 예화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면접을 앞두고 있던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는 당시 취업과 관련하여 이른바 스펙이라는 괴상한 용어가 인간의 품질까지도 규정하고 있는 세태를 몹시 못마땅해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 못마땅함은 본래 스펙이란 게 시방서(示方書)’사양(仕樣)’이라고 부르는 기계/건설 용어였을 뿐이므로, 결단코 인간에게 쓰여서는 안 되는 그런 용어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싹튼 심정적 거부감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참고] 시방서(示方書)/사양(仕樣) : 반 도막 유행어인 스펙은 영어의 specification에서 나온 말인데, ‘시방서(示方書)또는 사양(仕樣)이라 번역된다. 시방서(示方書)공사 따위에서 일정한 순서를 적은 문서로서, 거기에는 제품 또는 공사에 필요한 재료의 종류와 품질/사용처/시공 방법/제품의 납기/준공 기일 등과 같이 설계 도면에 나타내기 어려운 사항 따위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사양(仕樣)’은 주로 제품에 쓰이는 말로, 순화어는 (제품) 설명서이다.

 

이처럼 스펙이란 용어는 물건/공사와 같은 사물에나 쓰는 말이지, 사람에게 쓰일 수 있는 말은 결단코 아니다. 참고로, 사람의 자질/자격/능력 등을 포괄해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적절한 영어 표기는 Qualification(s)이다. ‘자격[]/자질/능력등을 포괄하는 오지랖 넓은 말이다.

 

그렇지만, 그 자신을 돌아보면 그는 그런 스펙에 차고 넘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하나만 놓고 봐도 그는 세칭 ‘SKY대학출신도 아니고 지방대도 아닌 또 다른 서울대출신이었거든요. 다른 항목에서도 그만그만한 수준으로 어중간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독서량에서만은 좀 자신이 있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꽤 읽은 편이었지요. 하지만, 입사 시험에 독서량 부분은 없잖습니까. 그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때마다 세태에는 불만이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불안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면접 차례를 기다리며 복도 쪽의 다른 방들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마침 그 방들의 문 하나에 매달린 조그만 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TFT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의 차례가 되었고, 이런저런 질문과 답이 오간 뒤, 면접자 중 제일 높아 보이는 사람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건, 그 회사와 관련하여 개선하거나 고쳤으면 좋겠다고 느낀 게 있으면 말해 보라고. 그런 게 없으면 밖에서 본 회사 이미지에 대한 개인적 소감도 좋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는 그가 보았던 방문 간판에 쓰여 있던 ‘TFT얘기를 꺼냈습니다. 자신 있게 그 표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대내적으로도 그 사무실의 존재가 알려지는 게 마뜩잖으면 TF로 고쳐 적은 뒤 간판 크기를 현재보다 더 줄여서 걸고, 대내 문서상으로는 태스크 포스보다는 프로젝트 팀으로 표기하는 것이 조금 나을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태스크 포스는 그 말의 유래대로 군()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라고, 토를 달았습니다. [참고] ‘TFT’의 표기가 잘못된 이유는 다음의 글, 외국어 토막말을 잘못 밝히다간 무식을 광고하는 꼴도 난다 항목 참조.

 

높은 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 말이 일종의 격려처럼 느껴지는 순간, 젊은이에게는 또 다른 사례가 생각났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면 읽어보라고 나눠준 그 회사의 사보에서 봤던 체험 기사의 일부 문장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그 무거운 플랑카드를 둘이서 받쳐 들고 오래 걷다 보니 손이 까졌지만, 그래도 견디면서라는 문구였습니다.

 

그 구절 앞에서 잠시 머물렀던 시선에 낚인 두 개의 낱말을 떠올리면서,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흔히 쓰는 플랑카드플래카드의 잘못으로 받침은 원어인 placard의 어딜 봐도 없는 잘못된 표기인데, 전혀 의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쓰고 있더라는 것, 그리고 손이 까지다에 쓰인 까지다껍질 따위가 벗겨지다라는 뜻이므로 전혀 못 쓸 바는 아니지만, 손바닥의 표피 같은 걸 다쳐서 아주 조금 벗어지는 경우에는 제키다(살갗이 조금 다쳐서 벗어지다)’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말이 있으므로 그런 말을 찾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글을 쓴 이를 보니 사보를 담당하고 있는 홍보실 소속이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몹시 좀스러워서 큰일을 하는 데에 장애물(障礙物. 가로막아서 거치적거리게 하는 사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어떤 일이건 그 기본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올바로 챙기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커다란 장해물(障害物. 하고자 하는 일을 막아서 방해하는 일/물건)로 자라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일 듯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댔습니다. 높은 사람이 묻기도 전에요. 그러면서 그는 훌륭한 기자는 멋진 말을 많이 쓰지만, 최고의 기자는 제대로 된 말로 쓴다.’는 말을 결론 삼아 보탰습니다. 그 말은 그가 순간적으로 작명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합격했습니다. ‘스펙으로만 보자면 간신히 급이었음에도요. 그는 몇 해 뒤 계열사 중의 하나인 대형 홍보회사의 잘 나가는 초급 간부 대열에 빠르게 합류했습니다. 신입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서 직장 선배들이 맡는 시니어 특강이라는 것도 했는데, 그의 강의 말미는 항상 이렇게 맺어졌습니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도 좋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언어에 관한 한은... 언어는 그 사람이기에.” [참고] 이 사람에 관한 예화는 그 밖에도 몇 가지 더 있는데, 모두 독서가 가져다 준 의외의 선물들(성공담)로 소개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위에서 간략하게 언급된 ‘TFT’와 같이 널리 잘못 쓰이고 있는 외래어들을 비롯하여 몇몇 문제적 외래어와 콩글리시, 그리고 엉터리 외국말 부스러기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그 뒤에 외래어 표기와 관련된 사항들을 요약 정리하였습니다. 실생활에서의 쓰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 이제는 스펙시대가 끝났다 : 직무능력(NCS) 시대의 도래

 

약자 NCS로 표기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란 기계 따위의 성능 표기에나 쓰이던 스펙이란 말을 인간에게까지 덮씌웠던, 지금까지의 그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일거에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것의 이름입니다.

 

머리말에 적었듯이 학벌/자격증 등으로 채워지던 이른바 스펙칸을 아예 통째로 없애고, 근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직무능력을 최우선하여 사람을 선발하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생각의 집체물이기도 하지요. NCS 공공기관의 신입 직원 선발에 이미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일부 대기업에서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두어 해 이내로 우리나라의 모든 업무현장 직원 선발에 이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입 직원 선발 기준에 이 NCS를 아직 채택하지 않은 대기업들도 스펙난을 없앤 건 벌써 작년부터의 일입니다.

 

이 직무능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의 기준표에 의하면 좀 복잡한 편입니다. 4단계의 분야별 세분화 단계를 거쳐 능력단위로 불리는 항목에 들어가서야 드러나는데요. 예를 들어 경영회계사무 분야의 신입 사원으로서 경영기획 분야를 지원할 경우에는, [대분류] 경영회계사무 분야 [중분류] 기획사무 [소분류] 경영기획 [세분류] 경영기획을 선택해야 비로소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단위의 내용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세분화되어 현장에 투입될 경우 즉시 현업에 종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겁니다.

 

이 능력단위는 지원 분야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르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지식.기술.태도로 요약됩니다. , 이 세 가지의 합이 직무능력의 내용물인 것이죠. 머리말에도 적었듯이, 그중 지식.기술은 그동안 배운 것들로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는데, 문제는 태도입니다.

 

태도란을 보면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자세, 창의적으로 사고하려는 자세등과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핵심역량/내부역량을 알아보려는 자세등과 더불어서 말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바로 올바른 언어, 자신이 새롭게 가치를 부여한 언어, 타인들이 덜 관심한 언어를 이용한 자신만의 사고를 의미합니다. 그런 사고를 하려는 태도가 갖춰져 있는가를 보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앞으로는 그러한 태도와 사고능력을 기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스펙따위를 좇아 허겁지겁 또는 힘겹게 달려가야 하는 짐을 벗은 대신에 말입니다. [참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내역은 http://www.ncs.go.kr로 가면 알 수 있다. 로그인이 필요하다.

 

참고로, 위에서 예를 든 경영기획 실무자로서의 직무능력 평가 내역을 살펴보면 크게 두 분야로 나뉘는데요. 그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업 기초 능력

-의사소통 능력/수리~/문제 해결~/자원 관리~/대인관계~/정보~/조직이해~/직업윤리~

2. 직무수행 능력

-사업 환경 분석 능력/신규 사업 기획~/사업별 투자관리~/예산관리~/경영 실적 분석~/경영 리스크 관리~/이해관계자 관리~

 

이런 항목들을 대했을 때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떠오르거나 떠올려야 할 게 있을 텐데요. 무엇일까요? 그것은 간단명료합니다. 질문 혹은 문제에 대한 답이 면접이 되었건 필기가 되었건 (대부분은 면접으로 진행합니다만), 그 답은 언어로 자유롭게 그리고 주관적으로(필기라 하더라도 객관식 고르기는 이제 없습니다) 표현되거나 기술된다는 점입니다.

 

어떤 분야에서고 언어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지요. 올바른 우리말에 기초한 번듯한 언어 능력은 이제 더욱더 확실하게 사회 진입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기본 무기가 되었습니다.

* 이 글은 오는 7월 발간 예정인 졸저 <국어 실력이 능력이다 - 업무 능력(NCS) 시대에서의 우리말의 힘>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다.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이 글의 부분/전부의 복사/전재 및 일체의 상업적 활용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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