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 강좌로는 마지막 회다.
[사례 7] 특례 입학생 격인 단음절의 몇몇 한자어
1) 선행어가 한자어인지 외래어인지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는 단음절 낱말
[예제] 얘는 중국어를,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 어의 잘못.
한족과 몽골족은 전혀 계통이 다른 민족이다 : 몽골 족의 잘못.
한국인과 몽골인은 외양이 아주 비슷하다 : 몽골 인의 잘못.
[설명] 아래의 ‘인(人)/어(語)/족(族)’과 같은 단음절 한자어는 선행어가 한자어일 때는 붙여 쓰고, 외래어일 때는 띄어 쓴다(원칙). 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원칙인데, 붙여 쓰기도 허용한다.
인(人) : 중국인/한국인/독일인/미국인; 몽골 인/포르투갈 인/쿠바 인/러시아 인
어(語) : 중국어/한국어/독일어/영어; 몽골 어/포르투갈 어/러시아 어.
족(族) : 한족/조선족/남방족/북방족; 티벳 족/키르키스탄 족/바이킹 족.
2) 선행어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한자어
[예제] 만화는 어린이란에 넣기로 하지 : 어린이난의 잘못.
이번에 독자난 투고 성적이 저조하더군 : 독자란의 잘못.
요즘엔 사원 모집 때 ‘스펙’란이 거의 없지 : ‘스펙’난의 잘못.
[설명] ‘란(欄)’은 ‘구분된 지면’의 뜻으로, ‘칸’으로 순화. ‘란(欄)’은 선행어가 한자어일 때 쓰이며, 고유어와 외래어 뒤에서는 ‘난’으로 적음.
[참고] 이와 같이 선행어가 한자어일 때와 고유어/외래어일 때 달라지는 것으로는 ‘량(量)’도 있는데, ‘강우량(降雨量)’ 등과 같이 선행어가 한자어일 때는 ‘량’으로 적지만, 고유어와 외래어 뒤에 붙을 때는 다음과 같이 ‘양’으로 적음 : 구름양(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정도), 먹이양(동물이나 사육하는 가축에게 주는 먹이의 분량), 흐름양[≒유동량(流動量). 유체(流體)가 단위 시간 동안에 흐르는 양], 견딤양(<의학> 그 이하를 사용하면 중독은 되지만 죽음은 할 수 있는 약물 사용의 최대 한계량).
3) 선행어가 외래어일 때,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예외적인 한자어
다음과 같은 낱말들은 두음법칙에 따르면 한자어 앞에 오는 외래어들이므로 모두 ‘ㄹ’ 대신 ‘ㄴ’으로 적어야 하지만, 관행을 존중하여 ‘ㄹ’로 표기하는, 예외적인 경우들임 : 율리우스력(-曆); 펀치력(-力)/슈팅력(-力); 가스로(-爐); 모델료(-料)/컨설팅료(-料); 파이론(-論); 햄릿류(-類); 테헤란로(-路)/조깅로(-路).
[사례 8] 어근/의미소에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 한자어 (예 : ‘쌍동-’/‘쌍둥이’)
◈쌍둥아들/쌍둥딸 : 쌍동아들/쌍동딸의 잘못.
[설명] ‘쌍동(雙童)’의 어근을 꼭 살려야 할 경우에만 ‘쌍동’으로 표기. 그러나, ‘쌍둥이’에서와 같이 ‘아이’를 뜻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모두 ‘둥’으로 적음.
약둥이? 약고 똑똑한 아이.
귀둥이[貴-]? 특별히 귀염을 받는 아이.
선둥이[先-]? 쌍둥이 중에서 먼저 태어난 아이.
쌍동딸[雙童-]? 한 태(胎)에서 나온 두 딸. [유]쌍녀(雙女)/쌍생녀.
쌍동밤[雙童-]? 한 껍데기 속에 두 쪽이 들어 있는 밤.
쌍동중매[雙童仲媒]? 짝을 지어 다니며 직업적으로 중매를 하는 일/사람.
◈돗데기시장[-市場]? ‘도떼기시장’의 잘못.
[기억도우미] 이것저것(都) 뒤섞여 있는 시장임을 떠올릴 것. ‘도떼기-’로 적는 것이 의미소 격인 ‘도(都)’의 뜻도 살리고, 본뜻과 멀어졌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원칙(‘데기→떼기’)과도 부합.
◈그런 쌍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 쓸 수 있음. ‘상소리(常-)’의 센말.
그런 쌍놈/상놈이 아직도 있나 : 둘 다 쓸 수 있음. 문맥에 따라 다소 뜻은 다름.
검사라는 자가 그런 쌍욕을 하다니 : 쓸 수 있음. ‘상욕(常辱)’의 센말.
하도 상스러워 상내가 풀풀 난다 : 쌍내의 잘못. 없는 말.
[설명] 본데없고 버릇없다는 뜻의 센말 속어로는 ‘쌍놈’을 쓸 수 있다. 이와 같이 센말로 ‘쌍-’을 쓸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쌍것>상것; 쌍년>상년; 쌍놈>상놈; 쌍욕>상욕; 쌍말>상말; 쌍소리>상소리. 그러나, ‘쌍내’의 여린말은 없다.
상놈[常-]? ①예전에, 신분이 낮은 남자를 낮잡는 말. ②<쌍놈. (속) 본데없고 버릇없는 남자.
상욕[常辱]? 상스러운 욕설.
쌍내? 쌍스러운 느낌.
[덤] ♣ ‘현해탄’은 우리 것이 아니다
◈여인은 현해탄[玄海灘]을 사이에 두고 그를 그리워했다 : 대한해협의 잘못.
‘현해탄[玄海灘]’은 ‘대한해협 남쪽, 일본 후쿠오카 현(福岡縣) 서북쪽에 있는 일본의 바다 지명’으로서, 일본어 발음은 ‘겐카이나다’입니다. 즉 우리말로 적을 때는 굳이 일본의 바다 이름을 빌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이를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한해협을 뜻할 경우에도 이 바다는 대한해협의 남쪽일 뿐이므로 ‘현해탄’을 쓰면 잘못입니다.
그럼에도, ‘현해탄[玄海灘]’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며 뜻풀이는 위에 보인 대로 일본의 바다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 바다는 분명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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