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회(2015.6.8.)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1)
-강효실 사감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1. 출연자 등등
- 무대를 빛낸 분들
강정임(47. 부산 국립수산과학원 보조 연구원. 365회 출연자. 남편의 임지를 따라 해안 도시로 수회 이동 ->‘전국구’. ‘13년 하반기 부산 지역 예심 합격자)
김은기(57. 자영업. 서울. 우리말 공부로 불면증 치료 <-사전만 보면 잠이 와서. 재출연자. 염습 봉사 활동 20년째. 행복한 ‘삼식이’. ‘14년 상반기 서울 지역 예심 합격자) =>2인 대결 진출!
신승빈(28. 숭실대 경영학부 4년생. 지능지수가 높은 퀴즈파 미남. 354회 출연자. ‘14년 상반기 춘천 지역 예심 합격자)
강효실(58. 고교 사감. 전남 광양. 달인 상금은 자신의 공부용을 쓰겠음. 재출연자. 일본인 며느리는 한국어 공부 중. ‘14년 상반기 전주 지역 예심 합격자)=>우승!
단판 승부로 돌아온 뒤의 두 번째 판. 새로운 얼굴들로 화면을 채웠는데, 출연자 모두가 3~4년 전에 출연을 했던 재출연자들이란 점과 초회 출연 시 모두 3위를 기록했다는 희한한 사연들을 공유하고 계셨다. 거기에다 한 가지 더 공통점이라면 예심 합격 후 이번 출연 때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을 기다렸다는 점들도 공통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그 삶의 알맹이를 들여다 볼 때 참으로 아름다운 분들. 방송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정임 님은 ‘큰손’으로도 유명하다. 뭐든 먹을 것이 있으면 사정없이(?) 나눈다. 먼 길 나들이를 할 때도 빈손일 때가 드물 정도로. 음식 솜씨도 일가견이 있으신 분.
은기 님도 염습(殮襲. 시신을 씻긴 뒤 수의를 갈아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 봉사를 해내는 특이한 분. 천주교 교우들의 상사에 열 일 제치고([주의]‘젖혀두고’가 아니다) 발 벗고 나서기로 유명하다. 고기 맛이 아주 빼어난 정갈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데, 맛있게 고기 삶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맹물로만 삶는데, 그 대신 고기는 도축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믿을 만한 것을 쓴다는 점. 한 번 가본 사람들은 그 고기 맛을 못 잊어 또 찾곤 한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음식점 이름을 밝히자면 <토속골>. 영락교회와 서울 중부경찰서 바로 맞은편에 있다.
진행자도 여러 번 언급한 승빈 학생의 말끔한 이목구비. 거기에다 높은 지능지수를 자랑하는 노력파 학생의 모습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번엔 아무래도 공부량이 좀 모자랐던 듯한데, 다음 기회에 아주 멋지게 설욕하게 되길 기대한다.
효실 님의 달인 도전. 아쉬웠다. 60초 시간 제한도 그렇지만, 출연에 임박해서야 달인 도전 방식이 맞춤법/띄어쓰기란 걸 통보받았으니, 준비 시간이 모자랐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식으로 달인 도전 문제에 관하여 느닷없이 출연 직전에야 통보 받은 팀들은 다음 주 방송분까지 이어진다. 즉, 지난주에 녹화를 마친 팀들까지는 맞춤법/띄어쓰기 공부를 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전에도 적었지만, 실제로 우리말 공부는 <맞춤법․띄어쓰기>에서 완성된다. 용도에 따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어법에 맞게 제대로 띄어 적는 것, 그것이 으뜸 목적이다. 어휘 확장 역시 그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고... 그리고, <맞춤법․띄어쓰기> 공부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낙망하거나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책자를 처음엔 통독 수준으로 대하면서 자신이 약한 부분, 전혀 몰랐던 부분, 까다로운 부분 등을 대충 파악한 다음, 두 번째는 원칙 익히기를 중심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문제 부분을 구분해 두면, 세 번째 읽을 때는 쾌도난마다. 그 다음은 주요 부분 암기와 실습.
가장 좋은 방법은 짧든 길든, 어떤 글이고 간에 한글 프로그램에 작성하는 것. 블로그 운영이든 페이스북이든 게시판에서 직접 타이핑하지 말고 반드시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해서 그걸 복사하여 붙이는 방법을 써 보면 효과적이다. 즉, <맞춤법․띄어쓰기>는 원칙과 사례를 익힌 뒤 실전을 통해서 내 것으로 하는 것이 실생활에서는 물론이고 달인 도전과 같은 문제 풀이에서도 덜 고생하는 길이다. 설사 달인 도전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익힌 <맞춤법․띄어쓰기> 실력은 평생 자기 것이 되기 마련이고...
어제 출제된 달인 도전 문제는 글자 수가 43자, 띄어쓰기 후 빈칸 포함 원고지 기준으로 64자 분량이었다. 지난번 각각 38자/48자였던 것에 비해서는 조금 늘어난 편. 다음 회에 방송될 분량도 글자 수 기준으로는 이와 비슷하다. 요컨대 글자 수 기준 40자 내외, 빈 칸 포함 60자 안팎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어제 출제된 문제를 보면 맞춤법이 지난 회보다 하나가 줄어 세 군데 배치되었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는 맞힐 수 없는 ‘늴리리’를 포함하여 난도 기준 A ~ C급이 하나씩 골고루 나왔다. 띄어쓰기에서는 가장 까다롭다고 해야 할 ‘~있다’ 꼴 구분 문제가 출제되었다. 얼핏 보아 공부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쉬워 보이는 문제였고, 공부한 이들에게는 까다로운 문제였다고나 할까.
내 기억으로는 효실 님이 실족하신 두 개 역시 바로 이 가장 까다로운 난도 A급의 낱말들 앞에서였던 듯하다. (문제 내용 필기 시간에 쫓겨서 사실 고치기 답안조차 제대로 보질 못했다. 하하하.)
- 예심 합격자 명단 및 출연 현황(2013년 9월 이후 ~ 현재) : 출연자 프로필에 적었듯, 이번 출연자들은 합격 후 최소한 1년 이상 기다리신 분들. 최근 홀수 회에서 올해 2월이나 4월 정기 예심 합격자들을 출연자로 삼은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한쪽은 원칙대로 장기 대기자 중에서 출연자를 선발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손이 가는 대로 곶감 빼먹듯 무원칙에다 제멋대로다. 장기 대기자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현재 128명이 대기 중인데, 상당수의 출연 포기자들을 감안하더라도 100여 명 가까이 적체 상태. 올 상반기 지역 예심 폐지는 잘한 일이다. ‘KBS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실시하지 않는다고 공지하고는 있지만, 내부 사정은 차치하고라도 외부 요인(대기자 장기 적체)부터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출연자들의 상세 내역은 다음 사이트 참고. => http://blog.naver.com/jonychoi/20207621752
방송 시간대가 19:30분으로 원상회복된 뒤 세 번째. 시청률이 조금 더 올랐다. 6.6% ->6.9% ->8.6%로. 참으로 무척 고무적이다. 단판 승부제로의 환원과 방송 시간대 원상회복의 효과가 발휘되는 듯하다. 시청자들은 정직하다!
2. 출제된 풀이 및 관련어 정리
1) 맞춤법 관련 낱말 : 낚싯터(x)/낚시터(o); 출세길(x)/출셋길(o); 어깨넘어(x)/어깨너머(o); 백짓장(x)/백지장(o); 얼룩이(x)/얼루기(o); 깔끔이/다잡이
# 사이시옷 관련 문제 : 낚싯터(x)/낚시터(o); 출세길(x)/출셋길(o); 백짓장(x)/백지장(o);
어제 사이시옷과 관련되는 낱말들이 제법 나왔다. 이 사이시옷 관련해서는 이곳에서 여러 번 다룬 바 있으므로, 분량 관계로 이번에는 상세 설명을 생략한다.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 ․맞춤법>에 ♣사이시옷에서 주의해야 할 말들 항목에 종합 정리해두었으니, 출연 직전에 꼭 한 번씩은 마지막으로 읽어 보고들 출전(?)하시기 바란다.
이번 출제된 낱말들에 적용된 원칙은 기본적인 것들 세 가지. 1) 한자어에는 6개의 예외적인 것들을 빼고는 받치지 못한다 : 백짓장(x)/백지장(o). 2) 뒤에 격음이나 경음이 올 때는 받치지 않는다 : 낚싯터(x)/낚시터(o). 3) 앞말에 받침이 없고 뒷말의 발음이 경음화될 때는 사이시옷을 받친다 : 출세길(x)/출셋길(o).
특히 ‘-길’이 들어간 말 중 이와 같이 앞말에 받침이 없는 것들에는 대부분 사이시옷을 받치므로 유의하시기 바란다. 예컨대, ‘등굣길/하굣길’도 사이시옷을 받쳐야 올바르다. 내 책자의 설명을 전재한다.
◈나그네길에 한 잔 술이야말로 최고의 벗이지 : 나그넷길의 잘못.
[설명] ‘~길’의 복합어 중에는 특히 사이시옷이 들어간 어휘들이 많으므로 주의!
○가욋(加外)길/고깃길/고빗길/공깃(空氣)길/굽잇길/귀갓(歸家)길/기찻길/나그넷길/나룻길/나뭇길/농삿(農事)길/눈사탯길/답삿(踏査)길/도붓(到付)길/두멧길/등굣(登校)길/등굽잇길/마찻길/먼짓길/명삿(鳴沙)길/모랫길/무덤사잇길/바윗길/밭머릿길/벌잇길/사랫길/사릿길/사잇길/소맷길/수렛길/쌍갈랫길/썰맷길/안돌잇길/열찻길/우잣(字)길/장삿길/적톳(赤土)길/전찻길/잿길/지돌잇길/찻(車)길/출셋길/콧길/하굣(下校)길/하룻길/혼삿길/황톳길/후밋길.
# 어깨넘어(x)/어깨너머(o)
‘어깨너머’는 기출 낱말. ‘남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거나 듣거나 함’을 뜻하는 명사이고, ‘어깨넘어’는 없는 말로 ‘어깨 넘어’의 잘못이다. 이 두 말의 의미 구분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내 책자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어깨 넘어로 배운 바둑 실력치고는 대단하군 : 어깨너머로의 잘못.
[비교] 길게 풀린 연(鳶)실을 어깨 넘어로 넘긴 뒤 되감았다 : 맞음.
[설명] ‘어깨너머’는 ‘옆에서 보거나 듣거나’ 하는 것을 이르는 복합어.
너머? 높이/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
어깨너머? 남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거나 듣거나 함.
어깨너머문장[-文章]? 남이 배우는 옆에서 보거나 듣거나 하여 공부한 사람.
어깨너멋글≒뒷글? 남이 배우는 옆에서 보거나 듣거나 하여 배운 글.
# 얼룩이(x)/얼루기(o)
표준어 표기법과 관련된 문제. 일견 ‘얼룩 송아지’ 등에 익어서 ‘얼룩이’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건 오답이다.
이참에 명사형 표기 원칙의 하나인 ‘‘-이/-음(-ㅁ)’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로 끝나는 명사형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와 관련되는 낱말들도 챙겨두시기 바란다. 내 책자에는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ㆍ명사 뒤에 ‘-이/-음’ 이외의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 : ㉮딱딱이(x)/딱따기(o); 짬짬이(x)/짬짜미(o); 굽돌이(x)/굽도리(o); 싹싹이(x)/싹싸기*(o); 잎파리(x)/이파리(o); 떠벌이(x)/떠버리(o); 맥아리(x)/매가리(o); 두루말이(x)/두루마리(o). ㉯마개/얼개/짜개; 깍두기/누더기/부스러기/싸라기/지푸라기; 개구리/기러기; 꼬락서니/사타구니/끄트머리/날라리/쪼가리/오가리; 모가지/바가지/모가치; 지붕/바깥/주검/주먹; 강아지/송아지/망아지.
◈얼굴엔 온통 얼룩이가 깔리고, 옷마저 그러니 : 얼루기(얼룩)의 잘못.
어미는 얼룩이가 아니었는데 새끼는 : 얼루기의 잘못.
[설명] ①‘얼룩’의 의미소를 살려 ‘얼룩이(얼룩얼룩한 점/줄/무늬 따위가 있는 물건/사람)’로 표기해도 될 만한 낱말이지만, 병명으로 쓰이는 ‘얼루-’의 어근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음(-ㅁ)’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로 끝나는 명사형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표기 원칙에 따라 ‘얼루기’. ②‘알루기’는 없는 말. 북한어.
얼루기1>알로기? ①얼룩얼룩한>알록알록한 점/무늬. 그런 점/무늬가 있는 짐승/물건. ②살갗이 두드러지지 않고 색깔만 달라지는 병.
얼루기2? 강원도 지방에서, 곡식 단을 말리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시렁 장치.
얼룩? ①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점/줄 따위가 뚜렷하게 섞인 자국. ②액체 따위가 묻거나 스며들어서 더러워진 자국. ≒때, 자국.
# 깔끔이/다잡이
이것은 위와 반대의 경우들이다. 원형을 밝혀 적는 경우에 해당되는 말들. 즉, 어근(의미소)의 의미를 살려야 하는 경우들이다. 내 책자에는 위에 언급한 항목에 같이 들어 있다.
2) 달인 도전 문제에 출제된 맞춤법/띄어쓰기 문제
문제 : 그는옴짝달싹[옴싹달싹]않고두달가량연습한피리를자신있게늴리리[닐리리]분후얼어붙어서있던그녀에게함박[함빡]웃었다.
<- [ ] 표기는 알아보기 쉽도록 필자가 임의로 덧붙인 것.
문제 풀이는 내 책자의 설명 전재로 대신한다.
# 옴짝달싹/옴싹달싹
◈옴싹달싹/꼼싹달싹도 못 하겠어 : 옴짝달싹/꼼짝달싹의 잘못.
도무지 옴쭉달싹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 옴짝달싹(꼼짝달싹)의 잘못.
[설명] ‘옴짝-/꼼짝-’과 같이 모두 ‘-짝’이 맞는 말이며 ‘-싹/-쭉’ 등은 잘못. ☜[암기도우미] ‘옴짝하다/꼼짝하다’라는 말은 있지만 ‘옴싹하다/꼼싹하다’라는 말은 없으므로 ‘옴싹-/꼼싹-’이 잘못된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음.
옴쭉달싹? ①‘꼼짝달싹’의 잘못. ②‘옴짝달싹’의 잘못.
옴짝달싹? 몸을 몹시 조금 움직이는 모양. ¶옴짝달싹하다?
꼼짝달싹? 몸이 아주 조금 움직이거나 들리는 모양. ¶~하다?
# 늴리리/닐리리
◈‘닐니리야’와 ‘닐니리타령’은 같은 말이야 : ‘늴리리야’, ‘늴리리타령’의 잘못.
늴니리? ‘늴리리’의 잘못.
늴리리? 퉁소, 나발, 피리 따위 관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소리.
늴리리타령? <음>≒늴리리야(‘늴리리야’를 후렴구로 가진 경기 민요의 하나).
늴리리쿵더쿵? 퉁소, 나발, 피리 따위의 관악기와 장구, 꽹과리 따위의 타악기가 뒤섞여내는 소리.
◈닐리리/늴니리 맘보로군그래 : 늴리리의 잘못.
[참고2] ‘늴-’이 들어간 말에는 다음과 같이 ‘늴리리-’ 계통뿐임.
늴리리? 퉁소/나발/피리 따위 관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소리.
늴리리야≒늴리리타령? ‘늴리리야’를 후렴구로 가진 경기 민요의 하나.
늴리리쿵더쿵? 퉁소/나발/피리 따위의 관악기와 장구/꽹과리 따위의 타악기가 뒤섞여 내는 소리.
[참고3] ‘닁-’이 들어간 말은 아래의 두 말뿐임.
닁큼? 머뭇거리지 않고 단번에 빨리. <=냉큼? 머뭇거리지 않고 가볍게 빨리.
닁큼닁큼? 머뭇거리지 않고 잇따라 빨리.
# 함박/함빡
◈영감이 돈을 건네자 여인은 함박 웃었다 : 함빡의 잘못.
[설명] ‘함박’은 부사가 아닌 명사일 뿐이며, 부사는 ‘함빡’임. 단, 함빡 웃는 웃음은 ‘함박웃음’.
함박? ①≒함지박(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그릇). ②(주로 ‘함박만 하다’ 구성으로 쓰여) 벌어진 입이 매우 크다. ¶여인은 돈 액수를 듣자 입이 함박만 해졌다.
함박웃음? 크고 환하게 웃는 웃음.
함빡? ①분량이 차고도 남도록 넉넉하게. ②물이 쪽 내배도록 젖은 모양.
# 띄어쓰기 관련
문제 지문을 올바로 띄어 쓰면 다음과 같다 : 그는 옴짝달싹 않고 두 달가량 연습한 피리를 자신 있게 늴리리 분 후 얼어붙어 서 있던 그녀에게 함빡 웃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는, 1) ‘옴짝달싹 않고’ <-‘옴짝달싹하지 않고’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2)‘가량’은 접사이므로 앞에 붙여 적고, 3) ‘자신 있게’ <-별도 설명 필요. 4) ‘늴리리불다’는 없는 말이므로 ‘늴리리 분’, 5) ‘후’는 독립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6)‘얼어붙다’는 한 낱말이므로 ‘얼어 붙어(x)/얼어붙어(o)’, 7) ‘서있다’도 없는 말이므로 ‘서 있던’.
여기서도 띄어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복합용언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도 복합용언인 ‘얼어붙다’는 잘 해내신 도전자가...
여러 번 얘기하지만, 복합용언의 판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미 특정 여부다. 두 말을 붙여 써서 그 두 말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게 될 때는 복합용언이 되지만, 별달리 특별한 뜻이 생기지 않을 때는 복합용언으로 대우할 이유가 없으므로 두 말을 띄어 적는다.
예컨대, ‘얼어붙다’의 경우에는 얼다와 붙다가 결합하여 ‘1.액체나 물기가 있는 물체가 찬 기운 때문에 얼어서 꽉 들러붙다.’라는 일반적 의미를 갖고, 거기서 나아가 ‘2.긴장이나 무서움 때문에 몸이 굳어지다’라는 특별한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에 복합용언으로 삼은 것.
‘자신 있게’의 경우는 ‘자신있다’나 ‘자신 있다’ 사이에 아무런 의미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자신있다’라는 복합용언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어제 출제된 문제 중 가장 고급한 내용이었고, 달인 도전자가 실족했다.
이와 관련하여 좀 더 전문적인 설명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내 맞춤법 책자에 들어 있는 내용에서 발췌.전재한다.
[참고] ‘재미있다/재미없다’는 복합어인데, ‘자신 있다/자신 없다’는 왜 복합어가 되지 않는가? : ‘재미’는 ‘①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느낌. ②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생활의 형편. ③좋은 성과/보람’라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인데, 그중에서 ‘재미있다’는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느낌이 있다는 한 가지 뜻뿐임. 즉,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생활의 형편의 뜻으로 쓸 때는 ‘재미(가) 좋다/나쁘다’ 등으로 쓰고, ‘좋은 성과/보람’을 뜻할 때는 ‘재미(를) 보다’ 등으로 쓰는데, 이것을 ‘재미 있다’로 일반화시키면 의미 특정이 잘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 즉, ‘재미있다’라는 복합어는 이러한 재미의 뜻풀이 중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느낌’을 특정한 것.
한편, ‘자신(自信)’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뜻하는 말인데, 이를 ‘자신 있다’로 일반화시키더라도 그 의미에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복합어로 복잡하게 이끌지 않고 (의미를 특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 ‘-없다/-있다’가 붙은 대부분의 복합어들은 (사용 빈도가 높은 말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공통점이 있음.
참고로, 우리말 사랑방 게시판에서 일찍이 다룬 바와 같이 우리말에는 이 ‘-있다’가 붙어서 복합어를 이룬 말들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 반면에 부정적인 의미인 ‘-없다’가 붙어서 이뤄진 말들은 엄청 많다. 내 사전에 ◇‘-없다’가 접사로 기능하는 낱말들 (모두 형용사임) 이라는 항목을 두어 정리해 둔 것도 실은 그 때문이었다. 내 맞춤법 책자에 ◈[고급]♣‘없이’의 띄어쓰기 정리(2) 항목에서 다뤘다.
정리 삼아 문제 풀이로 가자.
◈자신없는 일을 왜 그리 큰소리 쳤나? : 자신 없는의 잘못. <=복합어가 아님.
자신없으면 미리 도움을 구할 일이지 : 자신 없으면의 잘못. <=복합어가 아님.
자신있다고 큰소리 칠 때는 언제인데 : 자신 있다고의 잘못. <=복합어가 아님.
[설명] ‘자신없다’는 없는 말. ‘자신(이) 없다’ 꼴로 써야 함. ‘자신있다’도 마찬가지로, 없는 말. ‘자신 있다’로 써야 함. ‘자신만만(自信滿滿)하다’?와 부사 ‘자신만만히’만, ‘자신(自信)’의 복합어.
[참고] ‘재미있다/재미없다’는 복합어인데, ‘자신 있다/자신 없다’는 왜 복합어가 되지 않는가? : (1) ‘재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느낌.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생활의 형편. ㉰좋은 성과/보람’을 뜻하는 말인데, ‘재미있다’는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느낌이 있다는 한 가지 뜻뿐임. 즉,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생활의 형편의 뜻으로 쓸 때는 ‘재미(가) 좋다/나쁘다’ 등으로 쓰고, ‘좋은 성과/보람’을 뜻할 때는 ‘재미(를) 보다’ 등으로 쓰는데, 이것을 ‘재미 있다’로 일반화시키면 의미 특정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 즉, ‘재미있다’라는 복합어는 이러한 재미의 뜻풀이 중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느낌’만을 특정한 것. (2)한편, ‘자신(自信)’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뜻하는 말인데, 이를 ‘자신 있다’로 일반화시키더라도 그 의미에 혼란이 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복합어로 복잡하게 이끌지 않고 (의미를 특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 ‘-없다/-있다’가 붙은 대부분의 복합어들은 (사용 빈도가 높은 말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공통점이 있음. ☞명사(형)에 ‘없다’와 ‘있다’가 붙은 복합어 항목 참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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