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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1)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5. 8. 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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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으로 예전에 간단히 올린 적이 있는데,

​분량 문제로 요약한 것.

그 원본(?)이랄 수 있는 전체 분량을 정리하여 올린다.

그 사이, 국립국어원에서 문헌 정보 수정을 통하여 보완/삭제한 것들도 적지 않기에

그 내용들도 담을 예정이다.

슬그머니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삭제해 버린 말들도 적지 않은데

뒤에 총정리하여 한꺼번에 보이고자 한다. [溫草] ​

 

 

○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

 

(1) 생산성이 있는 접사가 쓰인 말이지만, 표제어 수집(收集)에서 누락된 것()

 

[]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거나 대하는 몇 가지 말들을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봤는데요. 뜻밖에 표제어에 없는 것들이 제법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중 하나로 신문기사나 방송에서 자주 쓰이는 검찰의 줄소환이란 말 중에 보이는 줄소환도 보이지 않더군요. 그리고 실속도 모르고 남이 하는 대로 좇아서 하는 사람을 뜻하는 덩달이도 표제어에는 없고요. ‘침착하지 못하고 몹시 덤벙거리는 사람의 의미인 덜렁이는 있는데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어휘를 담고 있는 사전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처럼 표제어에 없는 말들은 표준어가 아니어서 제외된 것인가요, 아니면 편찬상의 실수로 봐야 하나요?

 

[] 예리하십니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아주 높으신 분이 아니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인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말씀하신 낱말들은 아닌 게 아니라 현재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그처럼 표제어에 빠져 있는 말들은 그 사유도 불명확한데, 그저 대충 미루어 짐작만 할 뿐입니다.

 

현재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들은 언급하신 것들 외에도 꽤 많습니다. 손쉬운 예로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쓰인 원지음이라는 말조차도 표제어에서 누락되어 있고, 꽤 많은 언어학자들이 사투리/방언의 대용어로 쓰고 있는 고장말이라는 말도 빠져 있지요. 그 밖에 언중들이 흔히 사용하고 있는 내공(內攻)’이란 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애써서 쌓은 정성과 힘이라는 뜻으로는 그동안 사전에 올려져 있지 않았는데, 최근(2015.4.)에야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쌓은 능력이란 뜻으로 표제어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몇 가지 유형별로 나누어서 설명을 드리는 것이 이해하시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논의하기로 하고요. 우선 문의하신 줄소환덩달이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질문에서 언급한 검찰의 줄소환에서 쓰인 줄소환’. 이 말은 사실 매스컴 쪽에서 흔히 쓰고 있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말이 현재의 표준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줄도산/줄사고/줄사표/줄파업등도 사정은 마찬가지고요. 그 반면 줄행랑/줄담배/줄초상[-初喪]/줄걸음줄행랑/줄번개/줄벼락/줄폭탄[-爆彈]/줄포탄[-砲彈]/줄봉사/줄기침/줄방귀/줄따귀/줄도망[-逃亡]/줄도망질/줄초풍[-]등은 사전의 표제어로 표준에 올려져 있지요.

 

그럼에도, 표준에 보이지 않는 줄도산/줄사고/‘줄사표/줄소환/줄파업에 쓰인 접두사 -은 생산성이 있는 접두사이므로, 표제어에 아직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일 뿐, 쓸 수 없거나 잘못된 말은 아니랍니다. 실제로 매스컴에서는 거의 자유롭게 쓰고 있지요.

 

질문하신 덩달이도 이와 사정이 비슷합니다. 이와 똑같은 것으로는 투덜이도 있는데요. 둘 다 현재로는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표준에는 절름발이/애꾸눈이/멍청이/똑똑이/뚱뚱이/딸랑이/덜렁이/짝짝이등과 같이 몇몇 명사/어근/의성의태어 뒤에 붙어 사람/사물의 뜻을 더하고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를 써서 만들어진 말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덩달이/투덜이등은 이 접미사를 붙여 만들어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쓸 수 없거나 잘못된 말은 아닙니다. 표제어에 아직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일 뿐이죠.

 

이것은 사전이라고 해서 모든 파생어들을 완벽하게 챙겨서 게재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생기는 일이랄 수 있겠습니다. 마치 종이로 물막이를 하는 것과 비슷하죠. 이처럼, ‘-’이 들어간 것들이나 ‘-를 붙여 쓸 수 있는 말과 같은 것들은 모든 파생어들을 표제어에 담을 수 없는 사전 실무 작업상의 한계 탓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써도 됩니다. 조어법상으로 어긋나는 꼴(어형)들이 아닌 한은 말이죠.

 

(2) 표준의 표제어에 빠져 있는 준표준어잠정적 표준어’()

 

[]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자를 뜻하는 호스피스있잖습니까. 그 말의 순화어 겸 법률용어가 임종봉사자라고 알고 있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더군요. ‘임종간호라는 말까지는 보이는데요. ‘임종간호임종봉사자는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르잖습니까.

 

노동부에서 흔히 쓰고 있는 임금 피크제[賃金peak]라는 말도 표제어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몸이 불편해서 꼭 타고 다니는 저상(低床)버스라는 말도 없고요. 흔히 쓰는 장바구니물가/잔뇨감(殘尿感)/장고파(長考派)/저염식(低鹽食)과 같은 말들도 사전에 보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째서 공공기관에서 행정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말들까지도 사전에 올려져 있지 않은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 놀라셨다는 말, 충분히 이해됩니다. 사실 표제어에서 빠진 말들을 대하다 보면 저 역시도 가끔 겪는 일이거든요.

 

질문하신 말들은 순화어, 시사용어, 전문용어들과도 관련이 되는데요. 그에 해당되는 말들이 제법 되는데다, 그 연유도 단순치 않답니다. 아래에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임종봉사자(호스피스의 순화어)’자백감형 제도(플리바기닝의 순화어)’ 등은 가사도우미(파출부의 순화어)/경로도우미(실버시터의 순화어)/길도우미(내비게이터의 순화어)/민원도우미(옴부즈맨의 순화어)’받는이(‘수취인의 순화어)’ 따위와 함께 국립국어원이 순화어로 가다듬은 것들입니다. 이런 순화어들은 국어기본법에 의해서 각급 기관의 공문서 작성이나 시험 문제 출제, 교과서 편찬 등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바꾸어 써야 하는 말들이기도 하지요. [: 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13-9(2013.3.8.)] , 표준어의 대우를 받는 말들입니다. 제가 이런 말들을 준표준어로 구분지칭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신어 목록에는 올라와 있지만 아직 표준의 표제어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말들을 사용해야 하는 이들은 용례 확인이나 참고를 위해 표준을 검색해 볼 터인데 말입니다. 일반인들이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들을 신어 목록에까지 들어가서 찾아볼 사람은 전문가 수준이 아니고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더구나 이런 신어들에 대한 처리가 말끔하지 못한 흠도 보입니다. ‘호스피스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요. 표준임종간호라는 말은 표준어로 올려져 있지만, ‘임종간호사는 없고, ‘임종봉사자는 신어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헷갈림을 더하고 있습니다. 본래 호스피스에는 임종간호임종간호사의 두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표준어 선정 시에도 이 두 말을 함께 다뤘어야 옳고, 신어 선정의 경우에도 임종봉사임종봉사자의 두 가지를 택했어야 적절했을 것입니다.

 

, ‘호스피스의 순화어로는 임종간호/임종간호사/임종봉사/임종봉사자의 네 가지 말 모두를 세분화하여 포괄했어야만 했습니다. ‘임종간호임종봉사는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말이기 때문이죠. 손쉬운 예로 병원에서의 임종 자원봉사자는 무료지만, 임종간호에 임하는 재택 간호사는 유료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수혜자가 비용을 내든, 국가에서 지급하든 간에 말입니다.

 

이러한 준표준어에는 공공기관이나 법률에 의하여 정의된 용어들도 포함됩니다. 최근 크게 사회적 관심사가 된 임금 피크제(賃金peak. 일정한 나이까지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올려 주고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일정 급여를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제도)’와 같은 용어가 그것인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어법상의 오류) 당연히 사전에 오를 말들입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수많은 시사용어들도 이와 같은 준표준어에 해당될 때가 많지요.

 

이밖에 오랜 관행에 의하여 전문용어로 대우받고 있음에도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들도 준표준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동산업계나 지적(地籍) 관련 업무에서 오랫동안 널리 통용되어온 중요한 말 중에 맹지(盲地. 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한 필지 혹은 획지(여러 필지)의 토지. 타 지번의 토지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으므로 자루형 대지라고도 한다.)’가 있는데요. 부동산중개사 시험 출제에도 쓰이는 말이죠.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맹지를 그저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땅이라는 단출한 뜻풀이만으로 겨우 신어 목록에나 올려놓고 있지만, 실생활에서의 중요성에 비춰 보면 지나치게 단순하고 본뜻과도 거리가 좀 있습니다. 사전의 표제어로 오를 때는 뜻풀이에 전문성이 조금 더 담기리라 기대합니다.

 

이와 같은 시사용어를 비롯하여 각 산업별 전문용어들 중에서도 표준에 누락된 것들은 아주 많습니다. 이를테면 소고기 부위 명칭 중, 관행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법정 전문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인정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용어들도 표준의 표제어에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 윗등심/안심머리/치마양지/앞치마살/치마살/업진살/업진안살/부채살/도가니살’... 등등.

 

이러한 전문용어들에 대해서 표준의 표제어 처리와 관련하여 살펴보면요. 다른 분야에 비해서 농림축산업과 수산업, 일부 특수 공업 분야 등의 용어가 덜 정비되어 있거나 통일이 덜 되어 있는 편이고, 민속 부분이 그 다음으로 크게 눈에 띕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IT 분야인데, 발전 속도도 빠를 뿐만 아니라 세분화된 용어에 대한 통일된 번역도 미비하고 무엇보다도 제도적으로 전문 용어 검증 절차를 수행할 중점 기구가 없는 탓도 클 듯합니다.

 

준표준어외에 잠정적 표준어라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질문에서 언급된 저상(低床)버스/장바구니물가/잔뇨감(殘尿感)/장고파(長考派)/저염식(低鹽食)과 같은 말들이 그것인데요. 매스컴 등을 통해서 유포되거나 생활을 통해 널리 전파되어 언중들이 표준어임을 의심치 않으며 흔히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공문서에도 쓰이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는 공용어(公用語. 한 나라 안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언어)인 셈인데요. 그런데도 아직 사전의 표제어로는 오르지 못하고 잠정적으로 신어 목록에만 등재되어 있지요. 사전 작업이 현실을 뒤좇아 가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쓰여 온 말들조차 아직도 표준어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좀 문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말들 외에도 인물난*/입점일(入店日)/잔존량/저습지(低濕地)/간편식품/작목반(作木班)/자유석/노리개젖꼭지...’ 따위의 숱한 낱말들도 처지는 똑같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만간 표준어로 등재될 것들이지만 현재 잠정적으로 신어 목록에만 올려져 있기 때문에 제가 잠정적 표준어로 지칭하여 구분해 본 것들입니다. 하루빨리 이러한 준표준어잠정적 표준어들이 표준에 등재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인물난(人物難)인물가난(외모나 학식, 능력 따위가 뛰어난 사람이 드문 일)’의 동의어로는 표준어지만, ‘어떤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겪는 어려움의 뜻으로는 신어 목록에만 올라와 있다. 이 경우는 이미 표제어로 올려져 있는 인물난의 뜻풀이(문헌 정보) 보완만으로도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몇 해째 그대로이다.

 

[참고] ‘준표준어(準標準語)잠정적 표준어’ : 이 용어들은 필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의 편의상 명명한 것으로 정식으로 개념 정립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유지관리하고 있는 신어 목록의 존재 이유와 실제의 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실용성을 함께 고려할 때, 표준어와 비표준어만의 단순 2분법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언어 분화 수요와 탄생 과정에 비추어 불충분하기 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어군들이 지니고 있는 실체적 위상을 이렇게라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 두 그룹에 속하는 말들은 국어기본법 14조에 의거 공시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에 들어 있거나, 법률 또는 공문서에 쓰이고 있거나, 혹은 신문 방송 기사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일종의 공용어(公用語. 한 나라 안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언어)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표준어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말들이다. 실무 처리상의 지체 때문에 사전의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것일 뿐인데, 그런 미등재만으로 비표준어 대우를 받는 것은 몹시 불합리한 일일 뿐만 아니라 언중들의 언어생활과 사전상의 언어 간에 괴리를 넓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신어 목록에 올라와 있는 잠정적 표준어이긴 한데, 뜻풀이를 크게 보완해야 할 말도 있습니다. 하루 빨리 표제어로 삼아도 될 말이기도 하고요. ‘청보리밭같은 경우가 그것입니다. 현재의 신어 뜻풀이를 보면 봄에 파랗게 싹이 튼 보리밭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청보리축제가 벌어지는 4월 말~5월 초순이면 보리는 다 큰 상태로서, 봄에 싹이 튼 상태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지요. 사전대로라면 도저히 <청보리밭 축제>라 할 수 없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청보리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현재로서는 사전에 빠져 있기 때문이죠. ‘청보리봄에 파랗게 싹이 튼 보리. 보리가 누렇게 익기 전, 파랗게 자란 보리.의 두 가지로만 해 놔도 <청보리밭 축제>청보리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실제로 청보리를 그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중들에게 돌아가야 할 권리이기도 하고요. 사전에 올려져 있는 낱말의 뜻풀이가 모든 언중들에게 이의 없이 무시되면, 그것은 사전의 잘못이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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