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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신문 기사 : "국방색"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5. 9. 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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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2015.9.18.자 모 지방 신문에 실린 것인데

우리말 관련 연재 기획 기사의 일부다.

의도나 내용은 참 좋은데, 일부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오해하기 쉬운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우리말을 다루는 기획 기사임에도,

띄어쓰기를 용감하게(?) 무시하고 있는 게 무척 아쉽다.

빨간색으로 표기한 것들이 필자의 가필 부분이다. -溫草

 

'국방색'은 원래 진초록색의 군용복장('군용 복장'의 잘못)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잘못임. '국방색'이란 국방경비대가 착용하던 군복 색을 이르는 이름이며, 당시 진초록색이 아니라 카키색이었다. 즉, 처음부터 '국방색'은 카키색을 의미했다. 그 때문에 현재도 '국방색'의 사전적 정의는 '육군의 군복 빛깔과 같은 카키색이나 어두운 녹갈색'. '카키색'은 '탁한 황갈색. 주로 군복에 많이 쓴다.'로 되어 있다.

국방경비대는 미 군정 당시 급조된 부대에 부여한 이름인데, 그 뒤 국방경비대 ->국방군 ->국군의 과정을 거쳐 현재 '국군'으로 정착된 말. )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육군복장('육군 복장'의 잘못)은 얼룩무늬 군복이다. 또, 자이툰부대 군복색은 카키색(연노랑갈색)이다. 그러니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국방색 옷'이라면 뭔지 알 수가 없다.

 

국방색의 대표적인 것은 군용모포*이다. 이 색상은 1899년 영국군이 보어전쟁에서 ‘카키’ 보호색 장구를 사용한데서 유래됐다. ‘카키란’ 힌두어로 흙먼지를 가리킨다.

[군용모포 : '군용 모포'의 잘못이며, 현재는 '군용 담요'가 정식 명칭. 국방부 물자 표준이나 조달청 등에도 '군용 담요'로 쓰임. 카키색이면서 '오버' 옷감으로 쓰일 정도로 좀 얇던 군용 담요가 좀 두껍고 부드러운 암록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 월남에서 군 철수가 완결되면서 점차 확산되어 70년대 중반까지는 전군의 담요 교체가 완성되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의 일. 카키색의 군용 담요를 기억하는 이들은 최소한 60대 이상이다.]

 

군용모포는 장병들의 필수 ‘포터블’ 침구이다. 병영생활과 야영시 ('병영 생활과 야영 시'의 잘못.) 똘똘 말아서 배낭에 단단히 묶어매고, 평소엔 내무반 관물대 상단에다 둔다. 차곡차곡 접은 뒤 두꺼운 마분지 넣어 각 까지('각까지'의 잘못) 잡은 채 정돈해둔다('정돈해 둔다'의 잘못. '정돈하다'와 '두다'는 동격의 본동사. '두다'가 보조용언일 때만 이와 같은 붙여 쓰기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원칙적으로는 띄어 쓰고.) 부대마다 몇 몇('몇몇'의 잘못. 한 단어) 사고뭉치 ‘고문관’ 은 있게 마련. 모포 각을 잘못 잡는 날은 늘 혹한이었고 하필 그런 날에 내무사열을 했다. 내무반원이 팬티차림('팬티 차림'의 잘못)으로 연병장에 집합 당했다.

 

군용모포는 ‘청춘을 말 없음표 몇 개로 개어둔 몇 장 슬픔’(시인 기형도의 유작)이다. 군용모포는 미군부대에서 양키시장 등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옷감이 귀하던 시절에 군용모포는 오바('오버'의 잘못. '외투'와 동의어.) 옷감으로 인기였다.

 

군용모포는 올이 가늘고 골라 ‘다림질판’('다리미판'의 잘못. '다리미'는 '다림'으로 줄일 수 있고 '다림질'도 가능하나, 굳이 '다림질판'으로 적으려면 '다림질 판'으로 띄어 써야 한다. '다리미판'이라는 낱말이 있기 때문에 굳이 복수표준어를 인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최고로 친다. 군용모포는 화선지의 먹물을 고루 빨리 흡수해서 서도가들의 필수품이다. 군용모포에서는 화투장이 잘 튀지 않아 고스톱 바닥판으로 이만한 게 없다.

 

“오, 그리운 추억의 국방색이여!”

 

색깔만큼 다양한 말과 의미가 있을 것이 있을까? 다양한 색상과 의미만큼 쓰기에도 혼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 이른바 ‘색 쓰기’이다. 기본색 이름에는 빨강, 주황, 노랑, 연두, 초록, 청록, 파랑, 남색, 보라, 자주, 분홍, 갈색(이상 유채색)과 하양, 회색, 검정(이상 무채색) 이 있다. 여기에 다른 색깔을 두 가지를 혼합하면 이원색이요, 세 가지를 혼합하면 삼원색이요, 여러 가지를 혼합하면 다원색이다.

 

색상중에서 빛깔이나 물감을 뜻하는 명사의 '하양, 노랑, 파랑, 빨강, 점정(까망)'이 있다. 그런데 '하양, 노랑, 파랑, 빨강'은 표준말이지만 '까망'은 표준어가 아니다. 사전에 '까망'은 '깜장의 잘못'이라고 되어 있다. '가망, 거멍, 꺼멍'도 '감장, 검정, 껌정'의 잘못이라고 하고 있다. 색을 수식어로 쓰려면, 빨강띤 주황→ 빨간 주황, 노랑띤 갈색→ 황갈색, 녹색띤 연두→ 초록빛 연두로 바꿔써야('바꿔 써야'의 잘못. 이유는 위에 적은 '정돈해 두다'와 같다.) 한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 의하면 명도· 채도와 관련된 '해맑은','짙은' '칙칙한' 등 수식 형용사는 각각 '선명한','진한','탁한'으로 바꿨으며 사용빈도가('사용 빈도'의 잘못. 굳이 복합어로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기 때문. 단, '사용가치'는 한 낱말의 복합어. '사람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재화나 용역의 유용성'이라는 뜻으로 의미 특정이 필요한 낱말이기 때문.) 높은 '흐린'이란 표현을 수식 형용사에 추가했다.

 

살색은 살구색으로 쓰기로 했다. 또 국방색은 폐지됐다. (낱말 자체가 폐기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산자부의 기술표준원에서 사용하는 표준 색상 명칭에서 빠졌다는 말이다. 기술표준원 명칭 표기에서 '살색'이 '살구색'으로 바뀐 것은 초등학생들의 연명 청원 덕분. 흑인과 백인의 살색이 다르잖느냐는 깜찍한 이유 제시 덕분이었다.) 군복 군용모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변경되는 영문 관용색은 핑크→분홍, 브라운→갈색, 로즈→장미색, 피치→복숭아색, 블론드→금발색, 스칼릿→진홍색, 스트로베리→딸기색, 브론즈색→청동색 등으로 바꿔어 졌다. 사회구조 변화에 색상의 변화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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