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회(2015.9.21.)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의지의 한국인, 권명만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2) 맞춤법/띄어쓰기 관련 문제
1) 일반 맞춤법 관련 낱말 : 어스름달(x)/으스름달(o); 김치국(x)/김칫국(o)
-어스름달(x)/으스름달(o);
위의 낱말 풀이에서도 보였듯이, ‘어스름’은 ‘조금 어둑한 상태. 그런 때’를 뜻한다. 즉, 빛이 없는 상태다. ‘땅거미’에 보이는 ‘거미’와 같은 말이다. 한편 ‘으스름달’은 ‘침침하고 흐릿한 빛을 내는 달’을 뜻한다. 즉, 조금이긴 하지만 빛이 있기 때문에 ‘어스름’과는 거리가 있다.
이 말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서 내 사전과 맞춤법 책자 모두에서 신경을 써서 다음과 같이 가필을 해 두었던 말이기도 하다 : ☞‘어스름달밤’은 잘못. 없는 말. ☜[암기도우미]달이 뜨면 이미 어스름 상태가 아니므로.
- 김치국(x)/김칫국(o)
이것은 흔한 사이시옷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이 들어간 말들이 지니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말이다. 앞말에 받침이 없는 말에 이 ‘국’이 붙으면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받친다고 아예 외워두는 편이 편하다.
내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책자의 여러 곳에서 다루고 있지만, 한 군데 것만 전재하면 다음과 같다. 해당 낱말 중 ‘시래깃국’은 출제되었고, 앞으로 출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는 흔히 쓰는 ‘냉잇국/뭇국/북엇국/동탯국’ 등을 들 수 있겠다.
◈이제 고기국 깨나 먹게 되었다고 거드름을 피우나 : 고깃국깨나의 잘못.
[설명]①‘-국’ 앞에 받침이 없는 말이 올 때는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받침 : 냉이국(x)/냉잇국(o); 시래기국(x)/시래깃국(o); 근대국(x)/근댓국(o); 무국(x)/뭇국(o); 동태국(x)/o)동탯국(o); 북어국(x)/북엇국(o); 우거지국(x)/우거짓국(o); 김치국(x)/김칫국(o). ②‘깨나’는 조사.
2) 달인 도전용 표준어법 문제
출제된 말들 : 늙스레한(x).늙수구레한(x)/늙수레한(o); 떠벌이(x)/떠버리(o); 얼룩박이(x).얼룩배기(x)/얼룩빼기(o); 흐리멍텅한(x)/흐리멍덩한(o)
이번부터 크게 달라진 것으로는 지금까지 두 가지 답안만을 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 양자택일식에서 삼지선다형도 섞이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양자택일의 경우, 찍기의 행운도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오로지 참 실력을 기르는 것 외에는 달리 해볼 수도 없다.
또 한 가지 크게 달라진 것으로는 지난 회부터 난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전에 고급 문제라고 언급한 것들이 이제는 거침없이 출제되고 있다. 예전에 출제되던 중급 수준의 문제들이 이젠 기본적인 것들이 되었다 할 정도다.
나온 말들의 난도를 굳이 매기라면, ‘늙스레한(x).늙수구레한(x)/늙수레한(o)’ ←‘얼룩박이(x).얼룩배기(x)/얼룩빼기(o)’ ←‘흐리멍텅한(x)/흐리멍덩한(o)’ ←‘떠벌이(x)/떠버리(o)’쯤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마지막 두 말은 객관적인 난도로는 비슷하지만, 실수의 빈도로 볼 때 그쯤 되지 않을까 한다.
‘늙스레한(x).늙수구레한(x)/늙수레한(o)’ 문제는 고급 문제였고, ‘얼룩박이(x).얼룩배기(x)/얼룩빼기(o)’ 문제는 상급 문제였다. 뒤의 두 문제 역시 중급 이상의 문제로서 예전과 같이 평이한 기본적인 수준의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고 해야 한다.
-늙스레한(x).늙수구레한(x)/늙수레한(o);
이번에 나온 문제 중 가장 고난도에 속했던 말. 이 문제는 두 가지를 제대로 알아야 정답을 고를 수 있다.
하나는 ‘늙수구레한’은 ‘늙수그레한’의 잘못이다. ‘쑥수그레하다/숙수그레하다’에서처럼 –수그레-로 표기하여야 옳은 표기다. 둘째로는 ‘늙수그레하다’와 ‘늙수레하다’는 같은 말이라는 것. 그 때문에 ‘늙수그레한’이 없으므로, ‘늙수레한’을 정답으로 골라야 했다.
끝으로 조심해야 할 것은, 여러 번 다뤘지만, ‘늙수구레한’과 ‘늙수그레한’에 쓰인 ‘ㅡ’ 모음 낱말과 ‘ㅜ/ㅗ’ 모음 낱말의 구분은 무척 중요하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출연 전 이 부분을 꼭 한 번씩 되읽고 가시기 바란다. 출제 가능 낱말들이 무수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 전재되는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늙수구레한 중년 남자 : 늙수그레한의 잘못. ←늙수그레하다[원]
늙스레한 남자 : 늙수레한의 잘못. ←늙수레하다≒늙수그레하다[원]
[참고] 굵은 감자들이 숙수구레하게 고르더군 : 숙수그레하게의 잘못.
[설명] ①‘늙+수그레(접사)+하다(접사)’ →‘늙수그레하다’. 이 ‘늙’의 표기는 ‘명사나 용언의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나 어간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는 원칙(한글 맞춤법 제21항)에 따라, 어간의 원형 ‘늙’을 밝혀 적은 것. <예>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것: 낚시/늙정이/덮개/뜯게질/갉작갉작하다/갉작거리다/뜯적거리다/뜯적뜯적하다/굵다랗다/굵직하다/깊숙하다/넓적하다/높다랗다/늙수그레하다/얽죽얽죽하다.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 참조. ②‘-수그레’는 접사인데, ‘-수구레’는 잘못으로 없는 말. ☜♣‘ㅡ’ 모음 낱말과 ‘ㅜ/ㅗ’ 모음 낱말의 구분. ③ ‘-수레하다’는 ‘-수그레하다’의 제한적 쓰임과 마찬가지로, ‘늙수레하다(≒늙수그레하다)’와 ‘둥글뭉수레하다(끝이 둥글고 뭉툭하다)’에서만 보이는 특수한 형태의 접사 결합임.
숙수그레하다<쑥수그레하다? 조금 굵은 여러 개의 물건이 크기가 거의 고르다.
둥글뭉수레하다? 끝이 둥글고 뭉툭하다.
-떠벌이(x)/떠버리(o);
어렵지 않은 사항이고 이미 여러 번 다룬 부분이므로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참고로 이 말과 관련하여,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즉, ‘떠벌리다’와 ‘떠벌이다’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 또한 언제든지 출제 가능성이 있는 말들이다.
◈가게를 그리 크게 떠벌려 놓으면 어떡하나 : 떠벌여의 잘못. <-떠벌이다[원]
사람이 그리 말 많은 떠벌이이어서야 원 : 떠버리의 잘못.
[설명] ①‘떠벌이’로 접사 ‘-이’를 붙여 명사형으로 만들 수도 있겠으나 그럴 경우는 ‘떠벌이’가 되어, 일을 크게 벌이는 사람이 되므로(아래의 동사 뜻풀이 참조), ‘떠버리’로 적음. ②접사 ‘-리’를 붙여 명사형을 만들 때는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떠버-’를 택한 것. [유사] 두루마리(o)/매가리(o)/쪼가리(o)/오가리(o). ☞♣원형을 밝혀 적는 것과 밝혀 적지 않는 것 항목 참조.
떠벌리다?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다.
떠벌이다? 굉장한 규모로 차리다.
떠벌이? ‘떠버리(자주 수다스럽게 떠드는 사람을 낮잡는 말)’의 북한어.
-얼룩박이(x).얼룩배기(x)/얼룩빼기(o);
내 맞춤법 책자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래 설명에서 보듯, ‘-빼기’와 ‘-배기’의 구별은 은근히 까다로운 구분이다. (전에 이곳에서 한 번 다룬 적도 있다). 여러 번 읽어서 이론적으로 충분히 이해/납득한 뒤 구분 기준을 기억하는 편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 무조건 해당 낱말들을 암기만 하려고 해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해당 낱말들이 하도 많아서 죄다 암기할 수도 없고.
게다가, 이와 관련되는 말들 역시 앞으로 출제 가능성은 아주 높은 편이다. 최근 추세와 같이 고급 문제들로 출제 방향이 격상되면 틀림없이 머지않아 다시 모습을 보이게 된다. 낱말만 바꿔서.
◈[중요]♣ ‘-빼기’와 ‘-배기’의 구별
[예제] 이 뚝빼기 요리에도 곱배기가 있나요? : 뚝배기, 곱빼기의 잘못.
[설명] ‘-빼기’와 ‘-배기’의 구별
①소리가 {배기}로 나는 경우 ‘-배기’로 적음 : 한 살배기/공짜배기/진짜배기
②소리가 {빼기}로 나는 경우 :
-{빼기}로 소리 나는 것의 앞 말이 형태를 밝힐 수 있는 것인 경우 ‘-빼기’: 곱빼기/코빼기/이마빼기/얼룩빼기/그루빼기/머리빼기/고들빼기/대갈빼기.
-형태를 밝힐 수 없거나, ㄱ/ㅂ 받침 뒤에서는 ‘배기’ : 뚝배기/학배기
*‘언덕배기’: 형태를 밝힐 수 있고, 발음도 ‘얼룩빼기’와 같이 {-빼기}임에도 ‘-배기’로 표기. 이유는 앞의 받침이 ‘ㄱ‘이기 때문. 아래 보충 설명 참조.
[보충] ①‘뚝배기/학배기’와 같이 한 형태소 내부에 있어서 ‘ㄱ/ㅂ’ 받침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경우는 맞춤법 규정에 따라 ‘-배기’로 적음[한글 맞춤법 제5항 : “한 낱말 안에서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 유의해야 할 것은, ‘곱빼기’는 ‘ㅂ’ 받침 뒤에서 된소리가 나는 경우이지만, 앞의 밑줄 친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은 경우(ㅂ+ㅃ)’에 속하므로 된소리로 적음. ②반면, 다른 형태소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것은 모두 ‘-빼기’로 통일하여 적음. (한글 맞춤법 제54항). 여기에 해당되는 예로는 ‘고들빼기/그루빼기/대갈빼기/머리빼기/얼룩빼기/이마빼기/재빼기/코빼기’ 등이 있음.
[정리] {빼기}로 소리 나는 말을 ‘-배기’로 적을 것인가 ‘-빼기’로 적을 것인가는 ‘-배기/-빼기’가 붙는 앞 말이 자립적인 말인가 아닌가와, 받침이 ‘ㄱ/ㅂ’인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음. 자립적인 말이면 ‘-빼기’, 비자립적이면 ‘-배기’. 또한 받침보다도 이 자립성 유무가 더 우선함. 받침이 ‘ㄱ/ㅂ’인 아래 용례 참고. ①비자립적 : 뚝배기/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 ②자립적 : 밥빼기/악착빼기
-빼기? ①‘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곱빼기/밥빼기/악착빼기. ②‘비하’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앍둑빼기/외줄빼기/이마빼기/코빼기.
-배기? ①‘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두/다섯 살배기. ‘-짜리’는 낮춤말. ‘-배기’는 가치중립적. ②‘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나이배기. ③‘그런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공짜배기/대짜배기/진짜배기.
과녁빼기? 외곬으로 똑바로 건너다보이는 곳. ¶과녁빼기집
구석빼기? 썩 치우쳐 박힌 구석 자리. ¶험하고 우중충한 구석빼기 외딴 곳.
그루빼기? 짚단/나뭇단 따위의 그루가 맞대어서 이룬 바닥 부분.
[띄어쓰기] ‘한 살배기’와 ‘댓살배기’ : ‘두 살배기/세 살배기’에서처럼 ‘-살배기’(명사+접사)는 앞의 수사와 띄어 씀. 그러나, ‘댓살배기’ 하나만은 합성어로서 한 낱말. 사이시옷 표기 때문.
-흐리멍텅한(x)/흐리멍덩한(o)
일상생활에서 흔히 ‘흐리멍텅-’으로 잘못 쓰기 쉽다. ‘-멍텅’을 쉽게 ‘멍텅구리’나 ‘멍청-’ 등과 결부시켜 생기는 오해/착각에서 비롯한다. 전혀 다른 어원에서 온 말이다. 상세한 설명은 아래의 전재 내용 참고.
◈그렇게 흐리멍텅해서야 어디에 쓰겠나 : 흐리멍덩의 잘못. <-흐리멍덩하다[원].
[설명] ①‘흐리멍텅-’은 북한어. 부사는 ‘흐리멍덩히’. ②‘흐리멍텅하다’는 ‘-멍텅’을 ‘멍텅구리’나 ‘멍청-’ 등과 결부시켜 생기는 오해/착각. ‘흐리멍덩하다’는 옛말 ‘흐리믕등하다’에서 온 말로 ‘하리망당하다’가 그 작은말로, 형용사 ‘하리다<흐리다’도 같은 계열에 듦.
하리망당하다<흐리멍덩하다? ①정신이 맑지 못하고 조금 흐리다. ②옳고 그름의 구별이나 하는 일 따위가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하다. ③기억이 분명하지 아니하고 흐릿하다.
하리다<흐리다? ①기억력/판단력 따위가 조금 분명하지 아니하다. ②하는 일이 똑똑하지 못하다.
4) 달인 도전용 띄어쓰기 문제
해답부터 적어 보면 이렇다 : 늙수레한 떠버리 약장수가 준 얼룩빼기 강아지는 쥐 죽은 듯 있더니 해 질 녘에야 흐리멍덩한 울음소리를 냈다.
표준어법 고르기 문제가 어려운 것을 감안해서인지 이번 회의 띄어쓰기 문제는 함정 수가 아주 적었다. 밑줄 그은 부분은 세 군데 정도. 하지만, 해당 낱말들로 보자면 다른 회에 못지않을 정도로 신경 써야 할 것들(낱말들)이 많았다. 해당 낱말들 숫자도 많았고, 앞의 두 문제는 수준도 몹시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중 난도를 구분하자면 ‘해 질 녘에야’ ←‘쥐 죽은 듯 있더니’ ←‘울음소리’일 듯하다. 앞의 두 어구는 고급 문제에 속한다.
-해질 녘(x)/해질녁(x)/해 질 녘(o)에야
이곳에서 의존명사와 관련하여 이미 두 번 다룬 바 있다. 고급 문제. ‘해지다’라는 동사가 없으므로 ‘해 지다’로 띄어 적어야 하고, ‘해질녘’이란 말이 없고 ‘녘’은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적어야 한다. ‘해 뜰 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설명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던 39대 달인(560회) 강영숙 님은 무대에서 이 설명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였다.
녘? ¶아침 녘; 황혼 녘; 해 뜰 녘; 해 질 녘, 단, ‘동틀 녘‘ (‘동트다’는 한 낱말). [주의] ‘새벽녘/샐녘/어슬녘/저녁녘/저물녘/동녘/서녘/남녘/북녘’?은 모두 한 낱말
달인 도전자는 이 문제에서 ‘에야’를 붙여 써야 하는지 띄어 써야 하는지를 두고 끝까지 고심했는데, 이것은 격조사 ‘에’에 보조사 ‘야’가 결합한 말. 즉 결합 후에도 조사일 뿐이므로 당연히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띄어쓰기 공부량이 기본적으로 모자라신 게 여기서도 드러나 보였다. 시간 부족 탓이었을 듯.
-쥐죽은듯(x)/쥐죽은 듯(x)/쥐 죽은 듯(o) 있더니
이 문제 또한 은근히 까다로운 고급 문제에 속한다. 우선 두 가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첫째로는 우리말에 ‘쥐죽은듯이’나 ‘쥐죽은듯하다’, 또는 ‘쥐죽은 듯하다’라는 낱말이 없다. 일견 ‘쥐죽은 듯하다’가 가능할 듯싶지만, 이 말이 성립하려면 먼저 ‘쥐죽다’란 낱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처럼 띄어쓰기에서 헷갈릴 때 붙여 적은 말들의 원형[기본형]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둘째, 우리말 표현 중에는 관용구가 있다. 관용구는 수의적(隨意的. 자기 임의대로의) 변개를 허용하지 않는다. 굳어진 어법/틀이기 때문이다. 이 ‘쥐 죽은 듯’은 관용구다. ‘떡 먹 듯’ 역시 마찬가지다. 관용구인 까닭에 거기에 ‘-이’를 임의로 덧붙일 수가 없다. ‘-듯이’가 붙은 낱말은 우리말에 ‘여봐란듯이’ 하나밖에 없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지난번 설명에서 다룬 ‘듯하다’와 관련해서다. 의존명사 ‘듯’에 접사 ‘하다’가 붙어 보조용언이 된 말들은 본동사에 붙여 쓸 수 있는데(허용), 이에 따라 ‘쥐 죽은 듯하다’의 경우는 ‘쥐 죽은듯하다’로 붙여 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사적 관용구인 ‘쥐 죽은 듯’과는 그 쓰임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아래에 전재하는 설명을 차분하게 살펴보시기 바란다.
◈♣‘듯이’의 관용적 용법 중 띄어쓰기 주의 :
[예제] 거짓말을 떡먹듯이 하는 녀석이야 : 떡 먹 듯의 잘못.
너 그 자리에서 쥐죽은듯이 가만히 있어 : 쥐 죽은 듯의 잘못.
[참고] 바깥세상은 쥐죽은듯하였다 : 쥐 죽은 듯하였다(쥐 죽은듯하였다)의 잘못.
[설명] ①흔히 쓰는 말들이지만 ‘떡먹듯이, 쥐죽은듯이’는 파생어가 아닌 관용구로서, 정확한 표기는 ‘떡 먹 듯/쥐 죽은 듯’이며, ‘-듯이’가 들어간 파생어는 ‘여봐란듯이’뿐임. ②예문만으로는 연결어미 ‘-듯이’를 사용하여 ‘떡 먹듯이’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그런 경우에도 ‘쥐 죽은듯이’는 성립되지 않으며 (어간 ‘죽’에 어미 ‘듯이’가 연결되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관용구로서 굳어진 표현이기 때문에 임의로 바꿀 수가 없음. ③[주의] ‘듯이’와 달리 보조용언 ‘듯하다’의 꼴은 앞말과 붙여 쓸 수 있음(허용). ¶쥐 죽은 듯하다 =>죽은듯하다; 눈이 내릴 듯하다 =>내릴듯하다
여봐란듯이? 우쭐대고 자랑하듯이.
- 울음 소리(x)/울음소리(o)
출제된 문제 중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 ‘울음소리’는 ‘우는 소리’라는 뜻의 한 낱말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소리’가 들어간 말 중에는 이러한 굳어진 복합어가 아닌 것들은 모두 띄어 써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흔히 쓰는 말의 하나인 ‘소리 나다’의 경우, ‘소리나다’라는 복합용언이 없으므로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은 말에 속한다.
“이념이 아니라 사람에게 봉사하라!” 그저께인가.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요즘 종교가 더 많이는 종교인들을 위한 용도로 잘못 쓰이고 있는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은, 가슴속이 후련해지는, 말이다. 잘못된 이정표를 세워 두었거나 높이 든 이들에게는 도끼질만 같은 말도 된다. 특히 정치판에서 얼쩡거리는 이들은 물론, 걸핏하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깃발들이나 들어대는 이들에게.
이 말을 쪼개면, 우리말 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금이나 이름을 겨눌 게 아니라, 우리말 실력을 기르는 좋은 계기로 삼으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삶의 전반에 알게 모르게 깔리거나 쌓인 우리말 주름살들을 다림질해 낸다면 그 보람은 평생 가지 않을까. 그럴 것만 같다.
오늘도 이 나라 곳곳에서 성실하게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말로 격려를 대신한다. 추석 밑이다. 맛있는 추석들을 맞이하시길... 추석 연휴 중에 방송되는 우리말 겨루기는 추석 특집이다.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미로 온 가족들과 함께하라는 뜻인 듯. 2주 후에 뵙기로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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