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9회(2016.1.4.) 우리말 겨루기(2) : 최자영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2) 달인 도전 문제
문제 : 뒷뜰이함박눈에휩쌓이자네살배기딸내미가눈을휘동그랗게뜨고뛰쳐나가눈밭에서깡총대며좋아한다.
정답 : 뒤뜰이 함박눈에 휩싸이자 네 살배기 딸내미가 눈을 회동그랗게(휘둥그렇게) 뜨고 뛰쳐나가 눈밭에서 깡충대며 좋아한다.
앞서 1편에서도 간단히 적었지만, 이번 회의 달인 도전 문제는 주로 맞춤법(비표준어) 중심이었달 수 있다. 그만큼 띄어쓰기는 평이하고 무난한 편이었다. ‘네 살배기’ 하나만 조금 더 신경 쓰면 되었을 정도.
- 뒷뜰(x)/뒤뜰(o)
이곳 문제 풀이에서 그동안 여러 번 다뤘던 사이시옷 문제. 뒷말 초성이 격음(ㅋ/ㅌ/ㅍ/ㅊ 따위)이거나 경음(ㄲ/ㄸ/ㅃ/ㅆ/ㅉ 따위)일 때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한다.
상세한 설명은 여러 번 전재했으므로, 이와 직접 관련된 ‘뒷-’ 부분만 전재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말 중 ‘뒷풀이(x)/뒤풀이(o)’라는 것도 이참에 기억들 해두시길. 상세 내용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중 ♣사이시옷에서 주의해야 할 말들 참조.
◈뒷편에 쌓여 있는 걸 보지 못하다니 : 뒤편의 잘못. <=‘편’은 이미 격음. 사이시옷 불필요.
[유사] 뒷뜰에 매어 놓은 송아지 : 뒤뜰의 잘못. <=‘뜰’의 초성은 경음.
◈모임에 뒷풀이가 빠진다는 건 만두속 없는 만두 꼴이지 : 뒤풀이, 만두소의 잘못.
[설명] ①‘뒷풀이’에서 ‘-풀’은 격음. 따라서 사이시옷 불필요. ☞♣사이시옷에서 주의해야 할 말들 참조. ②‘만두속’은 ‘만두소’의 잘못. 없는 말. ☜‘김치소’ 항목 참조.
만두소(饅頭-)? 만두 속에 넣는 재료. 주로 고기/두부/김치/나물 따위를 다진 뒤 양념을 쳐서 한데 버무려 만듦.
-휩쌓이다(x)/휩싸이다(o)
‘쌓다(積. accumulate)’와 ‘싸다(包. wrap)’의 뜻을 구분해 보면 이내 ‘휩쌓이다’는 없는 말로서 잘못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쌓이다’와 ‘싸이다’는 각각 ‘쌓다’와 ‘싸다’의 피동형. 기본적인 뜻/용례 구분 문제였다.
-네살배기.네살 배기.네살박이.네 살박이(x)/네 살배기(o)
이 문제는 세 가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아래에 다룰 ‘딸래미(x)/딸내미(o)’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거나 흔히 잘못 쓰는 대표적인 어법 중의 하나다.
우선 ‘-박이’와 ‘-배기’를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상세 설명은 아래 전재되는 내용을 참조하시기를. 이 내용들 역시 3회 이상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바 있다.
두 번째로는 ‘-박이’와 ‘-배기’ 모두 접사라는 점. 따라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오이소박이, 두 살배기’처럼.
세 번째로는 기본적인 것이긴 하지만, ‘네 살’의 ‘네’는 수사/관형사이다. 따라서 뒤에 오는 단위와 띄어 적어야 한다. 이와 관련, ‘쉰 살’ 같은 건 잘 띄어 적는데, ‘서른두 살, 스물한 살’ 등과 같은 경우에 붙여 적거나 헷갈리곤 한다. 단위 앞에 쓰인 관형사이므로 반드시 띄어 적어야 한다.
끝으로, ‘-빼기’와 ‘-배기’를 구분하는 일도 중요하다. 까다로운 고급 문제에 속하는데, 이곳에서 다룬 적도 있고 분량 관계로 전재하기 곤란하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이참에 한 번 더 살펴두시기 바란다. ♣ ‘-빼기’와 ‘-배기’의 구별 항목에 있다.
◈♣‘-박이’와 ‘-배기’
[예제] 한 살박이 : 한 살배기의 잘못.
[설명] ①‘-박이’ : 박는다는 뜻의 의미소 ‘박’이 살아 있으면 ‘-박이’(접미사). ¶‘오이소박이/차돌박이/덧니박이/고석박이/점박이/금니박이/네눈박이/장승박이/붙박이’ 등등.
[분석 적용 예] ‘오이소박이/오이소배기’의 경우, 오이소박이←‘오이+소+박이’의 구조. ‘오이에 소(만두, 송편, 통김치 등에 넣는 고명)를 박았다’는 뜻이므로, ‘박’. 그러므로, ‘오이소박이(o)/오이소배기(x)’.
고석박이[蠱石-]? 얼굴이 부석처럼 얽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②‘-배기’ : 그 나이를 먹은 아이, 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 혹은 그런 물건을 뜻할 때 쓰는 접미사. ¶두 살배기/다섯 살배기; 달배기/나이배기; 알배기/공짜배기/대짜배기/진짜배기.
달배기? 낳은 지 일 년도 채 안 된 자식.
가짜배기[假-]? ‘가짜’의 속칭.
고정배기[孤貞-]? 마음이 외곬으로 곧은 사람을 낮잡는 말.
[참고] ‘-박이’와 ‘-배기’는 둘 다 접미사이므로 반드시 윗말에 붙여 씀.
-딸래미(x)/딸내미(o)
이곳의 다른 게시판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서 실전 문제로 다룬 바 있다. 작가/번역가들까지도 흔히 ‘딸래미’로 잘못 쓰곤 한다. ‘딸내미’가 바른 표기. 이와 관련, ‘정나미/오무래미’도 바르게 익혀 두시길.
◈막 걷기 시작한 우리 집 딸래미 : 딸내미의 잘못. [유]‘아들래미(x)/아들내미(o)’
[비교] 온 정내미가 뚝 떨어졌다 : 정나미의 잘못. <=‘ㅣ’모음 역행동화 불인정.
[주의] 이가 다 빠진 오무라미라서 : 오무래미의 잘못. <=‘ㅣ’모음 역행동화 인정.
[설명] ‘딸내미’에서의 ‘-내미’는 어원이 불분명하고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해도 뜻이 손상되거나 혼란이 오지 않음. (‘오무래미’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편, 정나미의 경우에는 애착이 생기는(나는) 의미가 살아 있으므로,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 ☞‘피라미’ 항목 참조.
오무래미? 이가 다 빠진 입으로 늘 오물거리는 늙은이를 낮잡는 말.
- 휘동그랗다.회동그렇다(x)/회동그랗다. 휘둥그렇다(o)
위에서 보듯, 이번 문제도 정답이 두 가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그랗다’의 표기를 한 것으로 보아 출제자의 의도는 ‘회동그랗다’를 정답으로 삼으려 한 듯하다. 하기야, ‘휘둥그렇다’로 하려면 ‘휘-’를 빼고는 두 군데를 고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긴 하다. 이 문제는 우리말의 표기 원칙 중 기본에 속하는 모음조화 적용 문제.
이에 관련되는 어휘들이 적지 않고, 관련 내용도 많아서, 해당 부분 전체 전재가 어렵다. 내 책자의 모음조화 항목을 참조하시기 바라고, 그 일부분만 전재한다. 주의할 것은 다음 항목에서 다루는 예와 같이, 모음조화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
◈♣모음조화의 활용 예
[예제] 나날이 고달퍼지는 우리들의 삶 : 고달파지는의 잘못. <= 모음조화.
몸뚱아리를 그렇게 내돌렸으니 그런 소릴 듣지 : 몸뚱어리(혹은 몸뚱이)의 잘못. <=모음조화.
작은 꽃들은 꽃송아리로 보아야 더 예뻐 : 꽃숭어리의 잘못.
너부대대한 얼굴이 떡판일세그려 : 너부데데한의 잘못. <=모음조화.
누군가 했더니만, 당신이구랴 : ‘당신이구려’의 잘못. <=모음조화.
무료로 배포하고저/배포하고져 하오니 : -고자의 잘못. <=모음조화.
꽃몽오리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 몽우리의 잘못. 맺기가 더 나음. <=모음조화의 예외.
문제라구요. 문제이구요. 먹기도 하구요 : 각각 라고요, 이고요, 하고요의 잘못. <=모음조화 위배. 이러한 것을 습관음이라 함.
-깡총대며(x)/깡충대며(o)
위의 경우와는 달리 모음조화에 어긋나더라도 굳어진 낱말의 경우는 그대로 표준어로 인용하는 예외 규정에 따른 경우이다. 좀 더 상세하게 들어가면 좀 까다롭다. 아래 전재분 참조.
◈[고급]♣‘깡쭝깡쭝/깡충깡충/깡총깡총/껑충’과 ‘깡총하다’
[예제] 산토끼는 깡총깡총 뛰어야 모음조화에 맞는 표현이다 : 깡충깡충의 잘못.
봉급이 깡충 뛰어올랐다 : 껑충의 잘못.
큰 키에 비해 바지가 짧아 깡충해 보인다 : 깡총해의 잘못.
깡쭝깡쭝≒깡충깡충>강중강중? 짧은 다리를 모으고 자꾸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 ‘깡충깡충’의 큰 말은 ‘껑충껑충’.
깡총깡총? ‘깡충깡충’의 잘못.
깡총하다? ①키가 작은 데 비하여 다리가 좀 길다. ②치마/바지 따위의 옷이 좀 짧다.
껑충? ①긴 다리를 모으고 힘 있게 높이 솟구쳐 뛰는 모양. ②어떠한 단계/순서를 단번에 높이 건너뛰는 모양.
깡충? 짧은 다리를 모으고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
깡충하다? ‘깡총하다’의 잘못.
[설명] ‘깡총깡총’이 ‘깡충깡충’의 잘못인 것은 표준어 규정 때문. [표준어 규정 제8항 :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낱말은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이에 따라 ‘깡충깡충’으로 굳어진 것을 표준어로 삼은 것.
[정리] ①‘깡쭝깡쭝≒깡충깡충’. 둘 다 가능함. ②‘깡총깡총’은 ‘깡충깡충’의 잘못으로 사용해서는 안 됨. ③‘봉급이 껑충 뛰어 오르다’에는 ‘깡충’을 못 씀. ④‘깡총하다’의 자리에 ‘깡충하다’는 쓰지 못함.
-뛰쳐 나가다(x)/뛰쳐나가다(o)
이곳 띄어쓰기에서 약방의 감초 격인 복합어 문제. ‘뛰쳐나가다’에는 ‘힘 있게 밖으로 뛰어나가다’는 뜻 외에 ‘어느 곳에서 벗어나거나 갑자기 떠나 버리다’의 의미도 있다. 즉 두 번째 뜻이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의미 특정(특화)의 경우이므로 복합어에 편입되었다. 한 낱말의 복합어이므로 당연히 붙여 적어야 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복합어 여부 판정에서는 글자 그대로의 뜻 외에 다른 뜻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면 크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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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는 600회 기념 특집으로 제작된 특별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달인을 포함하여,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했던 30여 명을 방청객으로 선정하여, 10문제를 골든벨 형식으로 함께 풀기도 한다. 끝말잇기로 몸 풀기를 한 뒤, 네 사람의 왕중왕이 겨루는 이른바 ‘4대천왕’전에서, 누구나 수긍하실 만한 분이 ‘대왕’으로 올랐다. 폭넓게 공부하시는 분인데다 지속적으로 우리말 부분에도 관심하시는 분이어서, 그 저력이 빛났던 한 판이기도 하다.
새해가 밝았다. 산뜻한 새 출발에 어울리는 힘찬 발걸음으로, 뜻하시는 바들을 모두 이루시는 한 해가 되길 빈다. 늘 건강하시면서... 우리말 공부 또한 건강이 따라줘야 해낼 수 있는 장거리 달리기나 마찬가지이니까.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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