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회(2015.12.28.) 우리말 겨루기(2) : 우승자 다시 겨루기
-역대 최다 우승 기록 제조기, 임연주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2) 달인 도전 문제
문제 : 큰일을치른다기에모곗돈을꾸어줬건만삭다결딴낸그는빚진게없다고질색팔색하며딴죽거는무뢰였다.
정답 : 큰일을 치른다기에 모갯돈을 뀌어줬건만 삭(싹) 다 결딴낸 그는 빚진 게 없다고 칠색 팔색 하며 딴죽 거는 무뢰였다.
앞서 1편에서도 간단히 적었지만, 이번 회의 달인 도전 문제는 그동안 무난했던 수준에 비하면 거의 수직 상승이라 할 정도로 난도가 갑자기 뛰어오르다시피 했다. 지금까지 출제된 것으로는 587회의 것이 가장 고난도였다 할 수 있는데, 비교 차원에서 아래에 그 회차의 정답 문장을 보인다. 밑줄이 그어진 곳들이 주의할 것들인데, 간단히 훑어만 봐도 이번 회차의 문제와 대차를 보이지 않는다. 비표준어 부문과 띄어쓰기 부분 모두에서.
참고로, 이번 문제에서 ‘삭 다’를 ‘싹 다’로, ‘딴죽 거는’을 ‘딴지 거는’으로 고쳐도 문법상, 문맥상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싹’은 ‘삭’의 거센말이고, ‘딴죽’과 ‘딴지’는 미세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14년에 비슷한 말로 인정된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다만, 출제자의 의도(띄어쓰기)에 거스를 필요는 없으므로, 굳이 다른 말들로 고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해당 부분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587회) 그에게 돈천이나 빌려줬는데 어사무사하다며 돈 백만 원으로 에움하려기에 잡죄며 쌍심지선 눈으로 뼛성을 냈다.
1) 맞춤법(비표준어) 관련 문제
-절딴내다(x)/결딴내다(o)
아주 무척 흔히 틀리는 낱말이다. 이 말은 ‘절딴’을 ‘절단(切斷/截斷)’으로 착각하여 벌어지는 현상인데, ‘절단(切斷/截斷. 자르거나 베어서 끊음)’의 경우는 ‘절단나다’가 없고, ‘절단되다’만 있다. ‘절단나다’는 ‘끊음 나다’의 뜻이 되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의 해당 부분 설명을 전재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사용한 엉터리 말들을 예리하게 꼬집은 명저(?) 중 하나의 제목이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권오운)이다.
◈대형 태풍 한 번에 올해 농사 절딴났어 : 결딴났어의 잘못. ←결딴나다[원]
결국 그걸 절딴내고 말았어 : 결딴내고의 잘못. ←결딴내다[원]
[설명] ①‘절딴나다/~내다’ : ‘결딴나다/~내다’의 잘못. 즉, ‘절딴-’이란 말이 없음. ☞비슷한 의미의 ‘거덜 나다’는 띄어 씀. 한 낱말이 아님. ②‘결딴내다’는 ‘결딴나다’의 사동사.
[참고] ‘자르거나 베어서 끊음’을 뜻하는 ‘절단(切斷/截斷)’의 경우는 ‘절단나다’가 없고, ‘절단되다’가 있음.
결딴나다? ①어떤 일/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다. ②살림이 망하여 거덜 나다.
뽕빠지다? 소득은 없이 손실이나 소모되는 것이 많아 거덜 나다.
날나다? 일이 거덜 나다.
-꾸어줬건만(x)/뀌어줬건만(o)
내 책자에 [고급]이라 표기한 것처럼 고급 문제다. 까다롭다. 예전에도 한번 설명한 적이 있다. 아래에 상세 설명을 전재하니, 찬찬히 여러 번 읽어서 확실하게 이해들을 해두시기 바란다. 확실하게 이해만 해 두면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된다.
◈[고급] 그 돈 꾸어준 게 언젠데 아직도 안 갚냐? : 뀌어준의 잘못. <=꾸어주다(x)/뀌어주다(o)
[설명] ①‘꾸다’는 ‘뒤에 도로 갚기로 하고 남의 것을 얼마 동안 빌려 쓰다’이므로 ‘꾸어주다’는 남의 것을 빌려서 주다의 뜻이 됨. ‘뀌이다’는 ‘꾸다’의 사동사이므로 ‘뀌어주다’는 ‘꾸어(꿔)주다’의 사역형인데, 익숙하지 않은 활용이어서 다소 까다로운 편임. 사동사의 두 가지 역할, 곧 남에게 시키는 경우와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경우 중 후자에 속함. 이와 같이 남을 위해 해주는 경우에는 사동사로 표기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혹은 사역형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문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음.
-나는 아이에게 밥을 먹어 주었다(x) ←> ~ 밥을 먹여 주었다(o).
나는 딸아이에게 옷을 입어 주었다(x) ←> ~옷을 입혀 주었다(o).
나는 그녀의 옷을 벗어 주었다. ←> ~옷을 벗겨 주었다(o).
②이처럼 흔히 쓰이는 ‘빗다/입다/먹다/벗다’의 사동사들은 각각 ‘빗기다/입히다/먹이다/벗기다’이며, 이의 ‘사동사+‘주다’ 꼴의 활용형은 ‘빗겨 주다/입혀 주다/먹여 주다/벗겨 주다’임. ③그중에서도 이 ‘꾸다’의 사동사 활용 예는 아주 까다로운 편임 : 자신이 빌리는 경우는 ‘꾸다’이고, 그 사동사(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는 경우)는 ‘꾸이다’이므로 남에게 돈/물건을 빌려준 경우에는 ‘꾸이다’를 사용해야 함. ☞‘♣흔히 실수하기 쉬운 사역형 동사 활용’ 항목 참조.
<예>꿔준 돈이나 얼른 갚아 : 뀌어준 돈의 잘못. <=‘빌려준’ 사람이 하는 말.
나 돈 좀 꿔줘* : 뀌어줘의 잘못. <=‘빌리는’ 사람은 할 수 없는 말.
나 너한테 돈 좀 꿀게 : 맞음. <= ‘빌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꿔 간 돈이나 얼른 갚아 : 맞음. <=빌려간 사람이 상대방이므로.
[*참고] 얼른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 다음의 두 가지 예문을 천천히 비교해서 살펴보면 도움이 됨 : 1) ‘나에게 돈 좀 (네가) 뀌어 줘’. 2) ‘내가 너에게 돈 좀 꾸게 해 줘.
꾸다? 뒤에 도로 갚기로 하고 남의 것을 얼마 동안 빌려 쓰다.
꾸이다? 남에게 다음에 받기로 하고 돈/물건 따위를 빌려 주다.
[참고] ‘꾸다(borrow. 빌리다)’와 ‘꾸이다(lend. 빌려주다)’의 용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해당되는 영어 낱말을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임. 위의 예문 중 ‘꿔준 돈이나 얼른 갚아’에서 ‘꿔준’이 ‘뀌어준’의 잘못인 이유를 영어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음 : ‘꿔준 돈’을 직역하면, ‘꾸다’는 borrow이므로 the money that I borrowed가 되는데, 이는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이 뒤바뀌게 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내가 빌려온 돈을 (네가) 얼른 갚아'가 되어 말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음. 그러므로 the money that I lent you가 되려면 lend의 우리말인 ‘꾸이다’를 써야 함을 알 수 있음. 마찬가지로, ‘나 너한테 돈 좀 꿀게’의 경우에서도 ‘꾸다’는 borrow이므로 영어로 바꾸면 Let me borrow money from you가 되는데, 이것은 말이 되므로 ‘꿀게’가 바르게 쓰인 것을 알 수 있음.
-모곗돈(x)/모갯돈(o)
‘모개’의 정확한 의미를 알면, 바른 말을 찾기에 쉬웠다. 그리고, 이 말은 이미 한번 출제되었던 기출 낱말이기도 하다. 물론, 맞춤법이 아닌 뜻풀이 관련이었지만.
‘모개’에는 아래에서 보듯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이참에 다시 한 번 더 살펴두시기 바란다. 아울러 ‘모갯돈’과 관련하여 ‘돈’의 관련어도 전재한다. 훑어보면 짐작하듯, 앞으로 출제 가능성이 있는 말들이 여럿 있다. ‘돈’의 관련어 또한 이곳에 전재한 적이 있는 말들.
모개1•≒모개미/목? 곡식의 이삭이 달린 부분.
홰기? 벼/갈대/수수 따위의 이삭이 달린 줄기.
모개2•? 죄다 한데 묶은 수효.
모개모개? 여러 몫으로 나눈 모개마다. 여러 모개로.
모개흥정? 모개로 하는 흥정.
모갯돈•? 액수가 많은 돈.
도흥정[都-]? ≒도거리흥정•(어떤 물건을 한 사람이 몽땅 도맡아서 사려고 하는 흥정).
도흥정하다[都-]? 어떤 물건을 한 사람이 몽땅 도맡아서 사려고 흥정하다.
모개3≒앞모개? 윷판의 모에서 방으로 가는 두 번째 자리. [첫모+개]
◇‘돈’의 종류
검은돈?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
종이돈? ≒지폐(종이에 인쇄를 하여 만든 화폐).
세뱃돈[歲拜-]? 세뱃값으로 주는 돈.
노잣돈•[路資-]? ①먼 길을 오가는 데 드는 돈. ②죽은 사람이 저승길에 편히 가라고 상여 등에 꽂아 주는 돈. [유]여비
가욋돈[加外-]? 정해진 기준/정도를 넘어서는 돈.
뭉칫돈? ①뭉치로 된 돈. ②≒목돈(한몫이 될 만한, 비교적 많은 돈).
매끼돈? 매끼로 묶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라는 뜻으로, 많은 액수의 돈.
모갯돈•? 액수가 많은 돈.
사슬돈≒산전[散錢]? 꿰거나 싸지 않은 흩어진 쇠붙이 돈이란 뜻으로, ‘잔돈’.
전셋돈[傳貰-]? 전세를 얻을 때 그 부동산의 소유주에게 맡기는 돈.
나랏돈? <經>≒국고금(국고에 속하는 현금).
노랑돈? ①예전에 쓰던 노란 빛깔의 엽전. ②몹시 아끼는 많지 않은 돈을 낮잡는 말.
도짓돈[賭地-]? ①한 해 동안에 이자를 얼마씩 주기로 하고 꾸어 쓰는 돈. ②남의 논밭을 빌려 부친 대가로 해마다 내는 돈.
부좃돈[扶助-]? ≒부조금(부조로 내는 돈).
보싯돈[布▽施-]? <佛> 보시로 받은 돈.
시줏돈[施主-]? 불교에서, 승려나 절에 바치는 돈.
연봇돈[捐補-]? <기독>≒헌금[獻金](주일/축일에 하나님에게 돈을 바침).
벼락돈? 뜻하지 않게 갑작스레 많이 생긴 돈.
붙은돈? 일정한 액수가 한 닢이나 한 장으로 되어 있어 그중 일부를 뗄 수 없게 된 돈.
시겟돈? 시장에서 파는 곡식의 값으로 받는 돈.
까팡돈? 까팡이로 돈처럼 동글납작하게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
쌈짓돈? 쌈지에 있는 돈이라는 뜻으로, 적은 돈.
주머닛돈?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돈.
앞햇돈? <經>씨/먹이/거름 따위와 같이 밑천이 드는 비용. 경제표에서 케네가 한 말.
여윳돈[餘裕-]? 넉넉하여 남는 돈.
종잣돈[種子-]•? ①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금융 기관에서 새로이 융자하여 주는 자금. ②어떤 돈의 일부를 떼어 일정 기간 동안 모아 묵혀 둔 것으로, 더 나은 투자/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
체곗돈[遞計-]? 돈놀이로 쓰는 돈.
해웃돈? ≒해웃값(기생, 창기 따위와 관계를 가지고 그 대가로 주는 돈).
허튼돈? 쓸데없이 헤프게 쓰는 돈.
시잿돈[時在-]? 지출을 하고 난 뒤 남아 있는 돈.
월숫돈[月收-]? 원금과 이자를 다달이 나누어서 갚아 나가기로 하고 빚을 얻어 쓰는 돈.
일숫돈[日收-]? 본전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며칠에 나누어 일정한 액수를 날마다 갚아 나가는 빚돈.
변릿돈[邊利-]? 변리를 주기로 하고 빌리는 돈. 또는 변리를 받기로 하고 빌려 주는 돈.
걸기돈? <經>내기를 할 때 걸어 놓는 돈.
거스름돈? 거슬러 주거나 받는 돈. [유]거스름/잔돈/우수리
젓가락돈? 예전에, 양반이 기생에게 젓가락으로 집어 주던 화대.
-무레.무례(x)/무뢰[無賴](o)
진행자가 말했듯, ‘무뢰배/무뢰한’ 등으로 많이 쓰이는 말. ‘무뢰’ 자체도 그와 비슷한 사람을 뜻하는데, 떼거리가 아니고 한 사람을 이른다. 도전자는 시간에 쫓긴 탓인지 이것을 ‘무레’로 고쳤는데, ‘무레’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무뢰[無賴]?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
무뢰한•[無賴漢]? 성품이 막되어 예의/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무뢰배[無賴輩]≒무뢰지배? 무뢰한의 무리.
만무방? ①염치가 없이 막된 사람. ②아무렇게나 생긴 사람.
걸신[乞神]? 염치 없이 지나치게 탐하는 마음의 비유.
낮도둑? 염치도 체면도 없이 욕심을 부리는 사람의 비유.
파렴치•[破廉恥]? 염치를 모르고 뻔뻔스러움.
철면피•[鐵面皮]?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
철면피한[鐵面皮漢]?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남자.
걸태질? 염치/체면을 차리지 않고 재물 따위를 마구 긁어모으는 짓. ¶~하다?
2) 띄어쓰기 관련
-큰 일(x)/큰일(o)
이 말 또한 이 문제 풀이에서 다뤘던 말. 중대한 일과 큰 잔치를 뜻하기 때문에 복합어로 인정된 말이다. 이 말과 관련하여 농담 삼아, ‘큰일’이 있으니 ‘작은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미안하지만 없는 말. 글자 그대로의 뜻 외에 다른 뜻으로 쓰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일’로 띄어 적어야 한다. 다만, 한자어로는 ‘사사(些事)(조그마하거나 하찮은 일)’와 같은 말인 ‘소사(小事)’가 있다.
큰일•≒대사[大事]? ①다루는 데 힘이 많이 들고 범위가 넓은 일. 중대한 일. [유]장거/거사/대사. ②결혼/회갑/초상 따위의 큰 잔치/예식을 치르는 일.
큰일(을) 치다 ? ①큰일을 저지르다. ②큰일을 해내다.
큰일이면 작은 일로 두 번 치러라 ? 어렵고 힘든 일은 한 번에 하는 것보다 조금씩 나누어서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의 비유.
큰일 치른 집에 저녁거리 있고 큰굿 한 집에 저녁거리 없다 ? 굿을 하는 데는 재물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무당이 모조리 가져간다는 것의 비유.
-삭다.싹다(x)/삭 다.싹 다(o)
무척 까다로운 문제였다. 답부터 말하자면, ‘싹>삭’은 ‘조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를 뜻하는 부사. 한편, ‘다’는 ‘남거나 빠진 것이 없이 모두’를 뜻하는 부사이자, ‘남거나 빠짐없는 모든 것’을 뜻하는 명사이기도 하다.
요컨대, ‘다’의 문맥상의 의미가 어떠한 것이든 띄어쓰기와 관련해서는 두 개의 독립된 낱말이므로 ‘삭 다’로 띄어 적어야 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때의 ‘다’는 ‘뀌어준 모갯돈 전부’를 이르는 명사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빚진게(x)/빚진 게(o)
어제 달인 도전자가 뜻밖에 실수한 부분. 너무나 당연하게 붙여서 표기한 뒤 두 번 다시 검토하는 일조차 없었는데, 알다시피 ‘게’는 의존명사 ‘것’의 구어체 ‘거’에 조사 ‘에’가 결합한 꼴. 의존명사이므로 반드시 띄어 적어야 한다. 이 말은 이곳에서도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예컨대, ‘그는 짐작대로 그리할 게야’는 ‘그는 짐작대로 그리할 것이야’의 구어체인 식이다. ‘그는 오고야 말 게야’는 그러므로 ‘그는 오고야 말 것이야’의 구어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다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내가 할게(요)’에서와 같이 종결어미 ‘-ㄹ게’와의 구별이 그것이다. 여기서 길게 설명할 수 없지만, 구분법은 ‘게’를 ‘것이’로 바꾸어 말이 되면 의존명사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미다. 이 문장에서도 바꿔 보면 ‘내가 할것이’가 되어 말이 되지 않으므로, 종결어미다.
-질색팔색 하다(x). 칠색팔색하다(x)/칠색 팔색 하다(o)
‘질색팔색’이나 ‘칠색팔색’이란 말은 없는 말. 위의 표현은 ‘칠색 팔색(을) 하다’라는 관용구에서 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칠색팔색하다’로 붙여 적으면 잘못이다. 그런 낱말은 없는 말이므로.
이 ‘칠색 팔색’은 ‘질색’에서 온 말인데, 이와 같이 본래의 의미와 무관하게 유사 어형을 빌어 표현하는 것을 군소리 어법이라고 한다. ‘세월아 네월아’에서 ‘네 월(四月)’과 어울리려면 ‘세 월(三月)’이어야 하는데, 실제로 따온 것은 ‘세 월(三月)’과는 전혀 무관한 ‘세월(歲月)’이기 때문이다.
아래 자료 참조. 참고로, ‘질색’의 본래 의미 중에는 숨이 막혀 기운이 막힌다는 뜻이 있다는 걸 기억들 해두시도록.
질색•[窒塞]? ①≒질기[窒氣](숨이 통하지 못하여 기운이 막힘). ②몹시 싫어하거나 꺼림.
칠색 팔색(을) 하다 ? 매우 질색을 하다.
-딴죽걸다(x)/딴죽 걸다(o)
이 문제 역시 꽤 까다로운 문제였다. 우선 띄어쓰기로 볼 때도 ‘딴죽걸다, 딴지걸다’와 같은 낱말이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딴죽’이든 ‘딴지’든 ‘걸다, 놓다, 치다’ 등과 쓰일 때는 두 낱말로서, 띄어 써야 한다. (사실 씨름 용어로는 ‘딴죽걸이’라는 전문용어가 한 낱말로 되어 있어서, 헷갈리기 쉽다.)
맞춤법 문제로도 헷갈리기 딱 좋은 문제였다. 2013년까지만 해도 ‘딴지’는 ‘딴죽’의 잘못이라고(비표준어라고) 모든 맞춤법 책자에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래 설명에서 보듯 두 낱말은 이웃사촌 간이다. 2014년에 국립국어원에서 두 낱말의 미세한 차이를 인정하여 모두 표준어로 삼았다.
거듭 유의들 하시기 바란다. 현재는 ‘딴지’나 ‘딴죽’ 모두 표준어다.
◈딴지를 걸다 : 쓸 수 있음. [주의] 예전에는 딴죽의 잘못이었으나, ‘딴죽’과 일부 뜻을 구분하여 두 말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 [국립국어원 2014 개정]
괜히 딴죽을 치지 마라 : 맞음. [참고] 흔히 ‘딴죽을 치다/걸다’로 쓰임.
딴죽? ①씨름/태껸에서, 발로 상대편의 다리를 옆으로 치거나 끌어당겨 넘어뜨리는 기술. ②(비유)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하여 딴전을 부림.
딴지?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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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적었지만, 이번 회의 달인 문제의 수준이 또다시 급상승했다. 문제다. 회차별로 난도 차이가 이처럼 크게 나서는 출연자들이 행운에 의존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출제자들의 고충을 짐작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혹여 출제 작가들의 교체나 합류가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순조로운 이행이 가능하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지휘탑의 할 일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의 정통성을 유지해 오는 데에 이바지해 온 짝수 회 팀에서 이러한 돌연한 변화를 보이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징조로 읽힌다. 늘 말해 왔듯, 장수 프로그램의 기본 요건은 일관성이다. 그것이 유지될 때 비로소 오래 사랑을 받게 되는 것 아니던가.
이번 우승자 다시 겨루기가 생각보다는 박수를 덜 받은 듯하다. ‘싱거웠다. 심심했다. 시시했다...’ 등으로 실망감을 표시한 분들이 제법 된다. 하지만, 돌아보면 ‘다시 겨루기’에 참가한 분들이라고 해서 다른 회차와 달리 고난도 낱말들로 출제해서는 그분들에겐 손해다. 똑같은 달인에 도전하는 일이므로. 우승자들 중에서도 엄선된 분들이기에 그분들에게 걸었던 기대치가 다른 회보다 더 높았던 탓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될 듯하다.
어제 600회 기념 특집 녹화가 이뤄졌다. 30여 명의 방청객들이 함께했다. 기념할 만한 녹화. 방청객으로 달인에서부터 우승자도 참여했고, 그에 못지않은 실력자들도 함께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말 겨루기 출연자 동창회’ 격이란 말도 나올 정도.
네 사람의 왕중왕이 겨루는 이른바 ‘4대천왕’전에서, 되실 만한 분이 ‘대왕’으로 올랐다. 전편에 폭넓은 출제라면 뽑히실 분이라고 했던 분으로, 이 나라의 퀴즈계에서 영원히 깨지기 힘든 기록을 갖고 계신 분이기도 하다.
행운도 함께했다. 바로 짝수 회차 제작팀의 출제.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부터 축적된 경험들이 녹아든 출제였기 때문에, 광범위하면서도 핵심적인 우리말 관련 출제가 가능했고, 그분은 특히 그러한 문제들에 강한 분이다.
이 600회 기념 특집은 순서대로 599회(2016. 1. 4. 방송)에 이어 2016.1.11.에 방송된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에 여러분을 뵙게 된다. 댁내 평안과 더불어, 알찬 마무리와 산뜻한 새 출발을 멋지게 해내시길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우리말 겨루기 599회(2) : 최자영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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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 599회(1) : 최자영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1.05 |
우리말 겨루기 598회(1) : 역대 최다 우승 기록 제조기, 임연주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5.12.29 |
우리말 겨루기 597회 : 연예인 특집. ‘마당놀이계의 대부’, 윤문식 우승! (0) | 2015.12.22 |
우리말 겨루기 596회(2) : 여성 아파트관시소장 이순재 님의 우승을 심축합니다! (0) | 2015.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