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된 놈인가, 못 된 놈인가, 못된 놈인가?
지난주 꽤 바쁘게 일했다. 어제의 일요일까지 내내.
700쪽이 넘는 책자의 1차 스티커 교정을 두 부문으로 나누어
400쪽은 목요일 오후까지 해서 보냈고
나머지를 주말에 마저 끝냈다.
그중에는 6쪽 가량을 새로 꾸려야 하는 것도 있었다.
또 8쪽이 넘는 머리말을 썼으며, 저자 소개도 통째로 바꾸었다.
<교정 시 참고사항(주의사항)>도 별지로 두 번이나 써서 보냈다.
그뿐 아니라, 40여 쪽이 넘는
또 다른 원고의 서장(제1장) 부분을 짬짬이 손댔다.
오늘 새벽, 이들을 전부 점검한 뒤 메일로 보냈다.
*
지난주, 울 집에서는 부부간에 대여섯 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주초, 아내의 성급한 대꾸 한 마디가 발단.
(머리 좋은 아내에게 꼭 필요한 건, 대꾸하기 전 딱 3초만 지체하는 일이다)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그 대꾸에 대한 나의 섣부른 대꾸.
부부싸움이란 건 항상 그런 식으로 이뤄지게 마련이지만...
그 후로는 밥과 국 대신 우유 한 잔이 나의 아침밥이 되었고
엊저녁엔 배고픔을 참지 못한 내가
아주 맛있는 비빔밥을 내 손으로 만들어 혼자 먹었다.
부부싸움 비슷하게, 실제로 손해 보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그저 감정적인 대립이나 상처로 끝날 일에는
나는 아예 신경을 안 쓴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내 일만 한다.
그것이 심정적인 낭비도 없게 하고, 삶의 효율(?)도 높여준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디에서고...
직장에서고, 밖에서고, 심지어는 집에서도.
*
부부싸움 뒤 문을 닫고 들어간 남편이
업무 서류를 꺼내서 일을 하는 걸 보고
더 화를 낸 어느 주부의 글을 오래 전에 대하고서
잡문 하나를 긁적인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죽어라 일에 몰두하는 내 뒷모습을 향해
아내가 독설의 비수를 꽂았을지.
안 보이게 혼자서 게거품을 물며 내 그림자에 종주먹을 먹였는지...
그나저나... 감정이 밥 먹여주느냐면서
감정 따위와 무관하게 즉시 일에 잘도 매달리는 나는
된 놈일까, 못된 놈일까.
아니면, 못된 놈이려나? [Jan. 2016]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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