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회(2016.1.27.) 우리말 겨루기(2)
-‘공주’ 신강숙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 달인 도전 문제
출제 형식 일부가 바뀐 뒤 두 번째. 맞춤법[표준어 고르기] 문제와 띄어쓰기 문제인 것은 전과 같으나, 두 개 또는 4개 중에서 골라 문맥이 통하도록 집어넣어 문장을 완성하는 형식. 이번에 띄어쓰기와 관련해서는 ‘나몰라라/나 몰라라’ 하나만 나왔다. 첫 90초 경과 후 미진한 경우에, 10초를 더 주고 고칠 기회를 주는데 그럴 경우는 상금 액수가 절반으로 주는 것도 지난번부터 채택된 새로운 방식.
이전 방식에 비하여, 공부한 이들에게는 조금 더 쉬워진 편이지만, 공부량이 모자라는 분들에게는 더욱 헷갈리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부한 분들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시간 90초 내에 여덟~아홉 칸을 채우는 식으로, 10초당 하나의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듯하다.
이번 도전자 강숙 님의 경우도 시간제한의 압박이 심하셨던 듯. 세 군데에서 실수를 하셨는데,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너끈히 정답을 찾아낼 만한 문제들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출제된 문제 : 상대방의 ______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서 나는 이 문제를 _____ 얘기했는데 _____ 하던 상대방은 __ 얼굴이 _____ 대뜸 _____ 기세로 내게 덤볐고 화난 나는 그와 ____를 벌여 내 옷의 단추가 ___ 세 개나 뜯어졌다.
- 주어진 말들 : 치고받을/치고박을; 하마트면/하마터면; 시뻘게지며/시뻘개지며; 자그마치/자그만치; 끼어들기/끼여들기; 이내/금새; 나몰라라/나 몰라라; 점잔이/점잔히/점잖히/점잖이; 승강이/실랑/실갱이; 억수로/억시로
- 정답 : 상대방의 끼어들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서 나는 이 문제를 점잖이 얘기했는데 나 몰라라 하던 상대방은 이내 얼굴이 시뻘게지며 대뜸 치고받을 기세로 내게 덤볐고 화난 나는 그와 승강이를 벌여 내 옷의 단추가 자그마치 세 개나 뜯어졌다.
-난도 : 평균 난도는 별 5개 기준 2개 반 ~ 3개 정도. 몹시 까다로운 건 없었다. 띄어쓰기 ‘나몰라라/나 몰라라’ 외에 ‘승강이/실랑/실갱이’와 ‘끼여들기/끼어들기’, 그리고 ‘점잔이/점잔히/점잖히/점잖이’의 뜻 구분 및 표준어 고르기가 그중에서는 난도가 높은 편이었다.
문제 풀이는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로 대신한다.
- 끼여들기(x)/끼어들기(o)
◈아직도 끼여들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이거야 원 : 끼어들기의 잘못.
[설명] ‘끼어들기‘는 ‘끼여들기‘와 흔히 혼동하여 쓰는데, 발음이 {끼어들기}/{끼여들기}로 나는 데 그 원인이 있음. ‘끼어들기‘는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이란 뜻으로, 능동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말. 즉, ‘끼다+들다’에서 온 말. 그러므로 ‘끼다’의 피동사인 ‘끼이다’를 쓴 ‘끼여들기(끼이어들기)’는 ‘끼이다+들다’가 되어 어법에 맞지 않음.
- 점잔이.점잔히.점잖히(x)/점잖이(o)
도전자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이 말의 원형은 ‘점잖다’이고, ‘점잔하다’가 아니다. (이처럼 ‘-하다’를 붙이면 잘못인 낱말들로는 ‘삼가다/매조지다’ 등도 있다.) 따라서 ‘점잔-’ 꼴은 잘못. 원형이 ‘-하다’ 꼴이 아니므로, ‘-히’가 붙은 ‘점잖히’는 잘못이다. 전에도 여러 번 적었지만, 올바른 꼴을 찾을 때는 원형(기본형)이나 어근(의미소)을 떠올려 보면 크게 도움이 된다.
◈아주 점잔한 사람이야 : 점잖은의 잘못. 없는 말. ←점잖다[원]
까불지 말고 좀 진득하고 점잔해져라 : 점잖아져라의 잘못. ←점잖아지다[원]
점잖은 사람을 점잔이라고 하지 : 맞음. ⇐점잖이(x)는 잘못.
까불지 말고 점잖히/점잔이 좀 걸어라 : 점잖이의 잘못.
[설명] ①‘점잔(점잖은 태도)’은 명사이므로 ‘점잖다←점잔하다’로 축약된 듯하지만, ‘점잔하다’는 사전에 없는 말로 ‘점잖다’의 잘못. ②‘점잔하다’라는 말이 없는 말이므로 ‘점잔하다’에 동사를 만드는 ‘-아/어 지다’ 꼴을 붙인 말도 틀린 말. ‘점잖다’+‘-아/어 지다’ →‘점잖아지다’가 올바름. ③‘점잖다’는 ‘-하다’ 꼴이 아닌 데다 발음도 ‘-이’로 나므로, 부사(형)은 ‘-히’가 아닌 ‘-이’.
◈보기와 달리 점잔치(점잖치) 않은 사람 : 점잖지의 잘못. ←점잖다[원]
[활용] 점잔찮은 사람같으니라고 : 점잖잖은의 잘못
[설명] ①‘점잔치’는 아예 없는 말. 틀린 말이라도 ‘점잖치’의 꼴로 쓰여야 함. ②그러나, ‘점잖지 않다 : -지 않다 →잖다’. 고로, ‘점잖치’는 ‘점잖지’의 잘못. 즉, ‘점잔하다’(x)가 없는 말이므로 ‘점잔하지 않다’(x)도 잘못이어서 ‘점잖다’의 변화를 따르는 것. 따라서 ‘점잖지 않은’은 ‘점잖-+-지 않은’인데, ‘-지 않-’은 ‘잖’의 형태로 줄므로, ‘점잖잖은’으로 적음. ☜♣‘-잖/-찮’의 문제(2) 항목 참조.
- 나몰라라(x)/나 몰라라(o)
부사 중에 ‘나몰라라’라는 낱말은 없다. 그러므로 ‘나 몰라라’로 띄어 써야 한다. 관용구 ‘나 몰라라 하다’에서 온 말.
- 금새(x)/이내(o)
‘금새’는 ‘금세’의 잘못으로 이곳에서 여러 번 다뤘던 말.
◈금새 갈게 : 금세의 잘못. [←금시(今時) + 에]
금세? 지금 바로. ‘금시(今時)에’가 줄어든 말. [주의] ‘어느새’에 이끌려 ‘금새’라고 적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 ‘어느새’는 ‘어느 사이’의 준말.
금새? 물건의 값(금). 물건값의 비싸고 싼 정도.
- 시뻘게지며(o)/시뻘개지며(x)
기본적인 모음조화 문제. 모음조화는 가장 최근 599회의 문제 풀이를 비롯, 이곳에서 여러 번 다룬 바 있지만, 한 번 더 전재한다. 원리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모음조화의 활용 예
[예제] 나날이 고달퍼지는 우리들의 삶 : 고달파지는의 잘못. ⇐ 모음조화.
몸뚱아리를 그렇게 내돌렸으니 그런 소릴 듣지 : 몸뚱어리(혹은 몸뚱이)의 잘못. ⇐모음조화.
작은 꽃들은 꽃송아리로 보아야 더 예뻐 : 꽃숭어리의 잘못.
너부대대한 얼굴이 떡판일세그려 : 너부데데한의 잘못. ⇐모음조화.
누군가 했더니만, 당신이구랴 : ‘당신이구려’의 잘못. ⇐모음조화.
무료로 배포하고저/배포하고져 하오니 : -고자의 잘못. ⇐모음조화.
꽃몽오리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 몽우리의 잘못. 맺기가 더 나음. ⇐모음조화의 예외.
문제라구요. 문제이구요. 먹기도 하구요 : 각각 라고요, 이고요, 하고요의 잘못. ⇐모음조화 위배. 이러한 것을 습관음이라 함.
[설명] ①‘고달프다’는 모음조화에 따라 ‘고달파, 고달프니’ 등으로 활용함. ‘-프-’에 쓰인 ‘ㅡ’ 모음은 모음조화에서는 기능하지 않으며(중립), 그 앞 음절의 ‘-달-’이 양성모음이므로 ‘퍼(x)/파(o)’임. 상세 사항은 아래 [참고] 설명 참조. ②[예외] ‘꽃몽오리’(x)/‘몽우리’(o)의 경우는 ‘몽우리’ 자체가 꽃망울의 뜻이며, 모음조화를 벗어나는 말. 이와 유사한 경우로는 ‘모촘하다(x)/모춤하다(o); 단촐하다(x)/단출하다(o)’ 등도 있음.
[참고] 모음조화란 같은 느낌을 가지는 모음들끼리 어울리는 현상으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함.
우리말에는 단모음이 10개 있는데, 그중 ‘ㅏ/ㅗ/ㅐ’는 밝고 가벼운 느낌을 가지는 양성모음이고, ‘ㅓ/ㅜ/ㅔ’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가지는 음성모음. ‘ㅏ’는 ‘ㅓ’와 서로 상대되는 짝이고, ‘ㅗ’는 ‘ㅜ’와, ‘ㅐ’는 ‘ㅔ’와 상대되는 짝임.
이들 단모음을 표로 나타내면 이러한 상대성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서로 상대되는 짝이 위아래에 위치하고 있음.
| 앞 혀(前舌母音) | 뒤 혀 (後舌母音) | ||
입술 그대로 (平脣) | 입술 둥글게 (圓脣) | 입술 그대로 (平脣) | 입술 둥글게 (圓脣) | |
혀가 맨 위로 | ㅣ | ㅟ | ㅡ | ㅜ |
혀가 중간으로 | ㅔ | ㅚ | ㅓ | ㅗ |
혀가 아래로 | ㅐ |
| ㅏ |
|
10개의 단모음 중에서 양성과 음성의 짝을 이루지 못한 모음은 ‘ㅣ/ㅡ/ㅟ/ㅚ’의 네 개인데, 그중 ‘ㅣ’는 중성모음이어서 음성이나 양성모음 모두와 잘 어울릴 수 있음. ‘ㅣ’모음은 옛날부터 중성모음.
‘ㅟ’와 ‘ㅚ’는 서로 상대되는 짝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생긴 단모음이기 때문에 모음조화에서 대립되어 나타나지 않음. ‘ㅡ’는 옛날에 ‘·’(아래아)와 상대되는 짝이었으나 ‘·’가 없어지면서 짝도 없어져 모음조화에는 쓰이지 않게 되었음.
- 치고받을(o)/치고박을(x)
흔히 ‘치고박다’로 잘못 쓰는 말. ‘치고박다’는 ‘치고받다’의 잘못이다.
◈치고박고 싸우는 통에 잃어버렸어 : 치고받고의 잘못. 없는 말. ←치고받다[원]
치고받다? 서로 말로 다투거나 실제로 때리면서 싸우다.
- 승강이(o)/실랑.실갱이(x)
약간 까다로운 낱말들. ‘승강이’와 ‘실랑이’는 표준어지만, ‘실랑’은 없는 말. 옥신각신하는 의미로는 ‘실랑이’와 ‘승강이’는 동의어.
◈아무한테나 그렇게 실갱이를 붙으면 못써 : 실랑이(승강이)의 잘못. 없는 말.
[설명] ‘실랑이/승강이’는 옳은 말이지만, ‘실갱이’는 없는 말.
실랑이? ①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 ②≒승강이(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
승강이•[昇降-]≒승강[昇降]/실랑이•?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
실랑이•≒실랑이질? ①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 ②≒승강이.
말승강이•[-昇降-]? 말로써 옥신각신하는 일.
싸개질•?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다투며 승강이를 하는 짓. ¶~하다?
싸개통•?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다투며 승강이를 하는 상황.
싸개판?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다투며 승강이가 벌어진 판.
미닥질? 밀고 당기고 하면서 복닥거리거나 승강이를 하는 짓. ¶~하다?
받고채기? 말을 주고받거나 곁에서 채거나 하면서 농담이나 승강이질을 하는 일.
-자그마치(o)/자그만치(x)
일상생활에서 흔히 헷갈리는 표기다. 아울러 ‘만치’ 역시 ‘만큼’과 동의어로서 쓰이기 때문에 잘 구분해둬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놀라지 마시게. 기부금 모인 게 자그만치 : 자그마치의 잘못.
[주의] 나도 너마치 많이 먹었다 : 너만치의 잘못. ←‘만치’는 격조사.
[설명] ①표준어 선정에서 ‘자그만치’는 제외되었음. 표준어 규정 제17항. ②‘만치’는 ‘만큼’과 같은 말로서, 의존명사 및 격조사로 쓰임. 여기서는 앞말과 비슷한 정도/한도임을 나타내는 격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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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도전 문제의 형식이 바뀌어서 준비하시는 데에 좀 헷갈린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위의 문제 풀이에서 보듯, 띄어쓰기 문제가 줄어든 것일 뿐이고, 기본적인 맞춤법 공부를 해내시면 너끈히 풀 수 있는 것들이다. 내 맞춤법 책자를 통해 기본 원리를 익히고 예제들을 통해 실력 점검을 한다면, 마음 놓고 도전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걱정부터 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해가 바뀐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끝물을 향하고 있다. 정말 시간은 살같이 빨리 흘러간다. 영어 속담에서 ‘세월 참 빠르다’라는 뜻으로 ‘시간(세월)이 날아간다(Time flies)’고 하는데, 정말 시간에 날개라도 달린 것만 같다.
족쇄를 채운 듯이 꼼짝 안 하던 혹한의 날씨가 이제 좀 풀렸다. 한 번 큰 기지개를 켠 뒤, 하시던 공부에 더 힘들을 내시길... 그런 모든 분들에게 멋지고 알찬 열매들이 돌아가길 고대하고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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