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과 환상 속의 그녀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내린다.
참으로 포슬포슬, 착하고도 따뜻하게.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결만 같다.
그 유혹에 넘어가 잠시 밖으로 나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내 주머니에 넣고, 꼭 잡은 채 걸으려는데... 춥다.
기온을 읽어보니 아직도 영하권. 영하 6도.
날도 춥지만 얼굴에 닿은 눈송이 하나가 온몸에 한기를 뿌려댄다.
두 개의 후드를 모두 꺼내어 뒤집어쓴다.
그러고 바라보니, 세상은, 눈발은, 다시 포근해진다.
세상이란 게 그렇다.
따뜻한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는 그처럼 안온해 보이던 것들도
막상 그 세상 안으로 뛰어들어 헤쳐 나가려 들면, 엄청 춥다.
문득, 방안의 따뜻한 난롯가에서 즐겁게 지내는 어느 가족들의 모습을
창밖에서 들여다보면서
가진 성냥을 모두 그어대며 그 온기를 나눠 가지려다
밖에서 조용히 얼어 죽은 ‘성냥팔이 소녀’의 그림 하나가 지나간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함박눈 얘기만 해야쥐~~. [Feb. 2016]
-일하다 말고 딴전만 피우는 농땡이꾼의 환상 하나.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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