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은 착하다
회사에서 준 설날 선물 중 하나를 갖고 오는데
내용물인 화장품을 더 생각했음인지
멋을 잔뜩 부리느라 부실해진 포장 탓에
그만 종이상자 밑이 빠져버렸단다.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비닐봉지 큰 놈으로 네댓 장 사서
그걸 안으로 겹쳐 봉지를 만들어 상자째 담아 들라 했다.
잠시 후 문자가 왔다.
편의점 아저씨가 포장용 테이프로
밑 빠진 포장 상자를 완벽하게 손봐줬다고.
그것도 공짜로.
답을 보냈다. 단순히 사실적으로.
-아. 그 아저씨 참 멋진 사람이네.
착한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다니. ㅎㅎㅎ.
대꾸가 왔다.
뜻밖의 고마운 일을 겪은 뒤의 가벼운 흥분이 담긴.
-제가 미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ㅋㅋ.
내가 응수했다.
한 번 더 그 아저씨를 떠올린 뒤.
-마음이 착하면 미인이지만
마음도 착한 미인을 한눈에 알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
그 사람, 정말 멋쟁이로고.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한 말은 아니다.
사실 그녀는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사람,
이른바 세상 기준으로도 아주 미인이다.
그런데도, 놀라울 만치 엄청 착하다.
늘 맑고 밝은데다 챙겨주는 일들에도 바지런해서 더 이쁘다.
진짜 미인들은 착하다.
편의점 아저씨처럼 초면인 사람들도 대뜸 그걸 알아볼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은 멋진 안이 만든다.
진짜 미인의 진짜 모습은
평소의 얼굴 표정, 말 한마디에도 담겨 있다. [Feb. 2016]
-溫草
[사족] 그래서일까. 이 촌놈이 하나같이 좋아하는 여인상은
화장기가 표 나지 않는 달덩이 같은 얼굴에
몸수고가 배어 있어 수더분하게 푸짐해진 엉덩이의 주인공이자
베풂에서는 손이 크고, 욕심에서는 조막손이어도 좋은 그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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