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회(2016.2.29.) 우리말 겨루기(2)
-입양아의 어머니 김홍애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 달인 도전 문제
이번 문제는 지난번 문제에 비해서는 덜 까다로웠다. 크게 보자면 기본적인 것들. 하지만, 시간제한이 엄중한 상황인지라 확실하게 익혀두지 않은 것들에서는 헷갈리기 쉬웠다.
1편에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번에 출제된 것 중에도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적이 있는 것들이 제법 있었다. ‘-없이’와 ‘-빼기’, ‘늘러붙다/틀어박히다’, ‘앰한/엄한’ 등과 보조사 문제 ‘-마저’가 그것이었다. 9문제 중 6문제가 이미 다뤄진 것들이었다. 전에 다뤘던, 조사와 구분해야 하는 ‘-만’까지 치면 7문제가 되고. 거듭 말하지만, 이곳 문제 풀이에서 출제된 낱말 외에 그와 같은 계통의 낱말들도 함께 다루는 이유가 어째서인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기억해 두시길 바란다.
이번 출제에는 맞춤법(표준어 표기)과 뜻풀이를 합친 발전된 문제도 하나 선 보였다. ‘사그러지다/수그러지다’가 그것. ‘사그러지다’는 ‘사그라지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이곳 문제 풀이에서 전에 다룬 말), ‘수그러지다’와 뜻이 비슷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서 헷갈리기 쉬웠다.
또한 이번 출제에는 표준어라 할지라도 문맥상 의미가 통하는 올바른 말을 골라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주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를테면 ‘늘어붙었다/늘러붙었다/틀어 박혔다/틀어박혔다’와 같은 것이 그것. 올바른 말과 문맥상 적절한 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해서 도전자의 부담이 더욱 무거웠다.
- 출제된 문제 : 언짢은 일이 있을 때마다 _____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동생에게 그러다가는 천금보다 더 귀한 ____ 잃고 말 거라고 ____ 좀체 ____들 ____ 나를 ____ 그렇게 한참을 씩씩대던 동생은 이내 방 ____에 _____ .
- 주어진 말들 : 친구들마저/친구들 마저; 했건만은/했건마는; 기미없이/기미 없이; 쏘아 봤다/쏘아봤다; 구석배기/구석빼기; 늘어붙었다/늘러붙었다/틀어 박혔다/틀어박혔다; 사그러/수그러; 앰한/엄한
- 정답 : 언짢은 일이 있을 때마다 앰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동생에게 그러다가는 천금보다 더 귀한 친구들마저 잃고 말 거라고 했건마는 좀체 수그러들 기미 없이 나를 쏘아봤다. 그렇게 한참을 씩씩대던 동생은 이내 방 구석빼기에 틀어박혔다.
문제 풀이는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로 대신한다.
-친구들마저/친구들 마저;
‘마저’는 보조사. 그러므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이 보조사와 관련된 사항도 이곳에서 여러 번 다뤘다.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에서 전재하는 아래의 해당 부분 설명들을 차분하게 살펴보시기 바란다.
◈막내 마저 출가하니 몹시 허전하군 : 막내마저의 잘못. ⇐‘마저’는 보조사.
[주의] 마저 다 해치우지 왜 그걸 남기나? : 이때의 ‘마저’는 부사임.
◈♣보조사 종합 정리
[예제] 그것참 잘됐구먼 그래 : 잘됐구먼그래의 잘못. ⇐‘그래’는 보조사.
세상이 이젠 망조일세 그려 : 망조일세그려의 잘못. ⇐‘그려’는 보조사.
눈물은 커녕 웃음만 나오더군 : 눈물은커녕의 잘못. ⇐‘커녕’은 보조사.
그만하면 첫행보 치고는 괜찮아 : 첫행보치고는의 잘못. ⇐‘치고는’은 보조사.
월급은 새로에 욕만 먹었다 : 월급은새로에의 잘못. ⇐‘새로에’는 보조사.
[설명] ①‘보조사(補助詞)’란 체언/부사/활용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조사. ‘은/는/도/만/까지/마저/조차/커녕/부터’와 같이 단순한 꼴에서부터 ‘ㄹ랑은/을랑은/일랑은; 이라야(만); 야말로/이야말로’ 등과 같이 복잡한 형태의 것들도 있음. ②보조사는 조사에 속하는 격조사, 접속조사, 보조사 중의 하나로서, 조사보다는 하위의 개념임. 그러나 쓰임은 조사 중 가장 광범위함. 즉,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만 붙을 수 있는 것이 격조사이고, 접속조사는 낱말 간에서만 쓰이는 데 비하여, 체언/부사/활용어미 따위에 붙어서 두루 쓰일 수 있는 것이 보조사임. ③따라서 단순히 ‘조사’라고 포괄적으로 표기할 경우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뜻할 때가 많으므로, 상세 사항을 따져야 할 때는 그것이 격조사/접속조사/보조사 중 어느 것을 뜻하는지도 알아봐야 할 때가 많음. 예컨대, 보조사 중에서도 부사에 붙을 수 있는 것은 ‘은/는/도/만’ 정도이고, ‘에/에서/(으)로/와[과]/보다’와 같은 부사격조사는 체언에만 붙을 수 있음. ☜추가 설명은 조사와 보조사 항목 참조.
[주의] 보조사와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일부 어미가 있음. 이들 어미는 어간에 붙는다는 점에서 보조사와 구별되며, 보조사는 이들 어미 뒤에도 붙을 수 있음 (예: ‘할라치면요’; ‘할밖에요’.⇐‘요’는 종결보조사). 괄호 안 표기가 어미임 : 크나큰 은혜(‘-나 -ㄴ’); 크디큰 나무(‘-디 -ㄴ’); 죽을망정(‘-ㄹ망정’); 할라치면(‘-ㄹ라치면’); 내놓을밖에(‘-ㄹ밖에’); 없을뿐더러(‘-ㄹ뿐더러’); 먹지 못하리만치(≒못하리만큼); 지나치리만큼; 학생이니만큼; ~만 할진대(‘-ㄹ진대’); ~에 가거들랑; 내가 주인일세말이지(‘-ㄹ세말이지’); ~까지 잡아먹을쏘냐(‘-ㄹ쏘냐’); 뭘 해야 할지 몰라(‘-ㄹ지’); 입사하자마자(‘-자마자’); 좋고말고(‘-고말고’); ~ 한이 있더라도(‘-더라도’); 확인한바(‘-ㄴ바’); 곧 해드릴게요(‘-ㄹ게’). ☞주의해야 할 어미 항목 참조.
[보조사의 종류] 대체적으로 구분하면 아래와 같음.
-단독보조사 : ‘오직 그것만’이나 ‘오직 그러함만’을 뜻하는 보조사. <예> ‘-만’ 따위. ¶너만 좋다면 그렇게 해라; 네가 좋기만 하면 그렇게 해라.
-선택보조사 : 여럿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나타내는 보조사. <예> ‘-(이)나/-(이)거나’ 따위. 흰색이나 검정색이나 상관없어; 왼쪽이거나 오른쪽이거나
-종결보조사 : 문장의 종결어미 뒤에만 쓰이는 보조사. <예>‘-요/-그래/-그려’ 따위. ¶일이 참 잘됐어요; 한번 먹어봐요; 잘됐구먼그래; 망조일세그려
-첨가보조사 : 무엇을 더하거나 포함하는 뜻이 있는 보조사의 하나. <예> ‘-조차/-까지(도)(는)’ 따위. ¶너조차 그럴 줄은 몰랐다; 비까지 내리고; 그렇게까지 하다니; 장관까지도 나왔다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봅시다.
-통용보조사 : 명사/부사 및 용언의 종결어미에 두루 붙는 보조사. 가장 쓰임이 많고 널리 쓰임. <예> ‘-커녕/-새로에/-ㄹ(일)(을)랑(은)/-이라야(만)/-(이)야말로/-마다/-엔들/-치고는’ 따위. ¶눈물은커녕 웃음만 나오더라; 밥은새로에 죽도 못 먹었다; 그놈이야말로 원수; 첫행보치고는 괜찮았다.
-혼동보조사 : 무엇이 여럿 가운데 섞여 있음을 나타내는 보조사. <예> ‘-서껀’ 따위. ¶김 선생서껀 함께 왔다.
-개산보조사 : 마음으로 어림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예> ‘-(이)나’ 따위. ¶돈이 얼마나 될까?; 사람이 몇이나 오려는지 모르겠다.
-도급보조사 : 동작/상태가 미치는 한도를 나타내는 보조사. <예> ‘까지’ 따위. ¶한국에서 미국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
새로에? (조사 ‘는’, ‘은’의 뒤에 붙어) ‘고사하고/그만두고/커녕’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아래 설명은 부록에 정리해 둔 문법 관련 용어들 중의 일부. 이것은 문법 용어에 낯설거나 (혹은 익숙한 분이라도) 확실하게 요약/정리해 둘 때 도움이 되라고 배치해 둔 내용이다.
-보조사(補助詞) : ①체언/부사/활용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조사. ‘은/는/도/만/요/까지/마저/마다/(이)나/조차/커녕/부터’와 같이 단순한 꼴에서부터 ‘ㄹ랑은/을랑은/일랑은; 이라야(만); 야말로/이야말로’ 등과 같이 복잡한 형태의 것들도 있음. ②보조사는 조사에 속하는 격조사, 접속조사, 보조사 중의 하나로서 조사보다는 하위의 개념이지만, 쓰임은 조사 중 가장 광범위함. 즉,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만 붙을 수 있는 것이 격조사이고, 접속조사는 낱말 간에서만 쓰이는 데 비하여, 보조사는 체언/부사/활용어미 따위에 붙어서 두루 쓰일 수 있음. ☜[참고] 보조사가 붙을 수 없는 품사는 관형사와 감탄사(독립언)뿐임.
[보조사의 종류] 대체적으로 구분하면 아래와 같음.
ㆍ단독보조사 : ‘-만’ 따위. ¶너만 좋다면 그렇게 해라.
ㆍ선택보조사 : ‘-(이)나/-(이)거나’ 따위. ¶흰색이나 검정색이거나 상관없어.
ㆍ종결보조사 : ‘-요/-그래/-그려’ 따위. ¶나는요; 지금 해야 해요; 일이 참 잘됐어요; 잘됐구먼그래.
ㆍ첨가보조사 : ‘-조차/-까지(도)(는)’ 따위. ¶너조차 그럴 줄은; 비까지 내리고.
ㆍ통용보조사 : 명사/부사 및 용언의 활용어미에 두루 붙는 보조사. 가장 쓰임이 많고 널리 쓰임. <예> ‘-커녕/-새로에/-ㄹ(일)(을)랑(은)/-이라야(만)/-(이)야말로/-마다/-엔들/-치고는’ 따위. ¶눈물은커녕 웃음만 나오더라; 밥은새로에 죽도 못 먹었다; 그놈이야말로 원수; 첫행보치고는 괜찮았다; 인터넷 중독 현상은 청소년들에게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만큼이라도 쉬게 해주지그래.
ㆍ혼동보조사 : ‘-서껀’ 따위. ¶김 선생서껀 함께 왔다.
ㆍ개산보조사 : ‘-(이)나’ 따위. ¶돈이 얼마나 될까?; 사람이 몇이나 올까.
ㆍ도급보조사 : ‘까지’ 따위. ¶한국에서 미국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
[주의] ‘까지’는 부사격조사가 아니며, ‘-에/-에서/-(으)로’ 등만 부사격조사.
*보조사의 특징 : ①어미 뒤에도 붙을 수 있음. <예> ‘잘됐구먼그래’는 ‘잘되(어간)+었(어미)+구먼(어미)+그래(보조사)’. ②연속되는 조사/보조사는 아무리 길어도 붙여 씀. <예> ‘일터에서뿐만 아니라’는 ‘일터(체언)+에서(격조사)+뿐(보조사)+만(보조사)+아니라(형용사)’로, ‘집에서만큼이라도’는 ‘집(체언)+에서(격조사)+만큼(격조사)+이라도(보조사)’로 분석됨.
- 했건만은/했건마는;
‘-마는’은 종결어미. ‘만’은 조사와 의존명사, 관형사로 쓰인다. 위와 같이 어미로서의 ‘-만은’은 잘못. 이것과 관련된 설명 역시 전에 여러 각도에서 다룬 바 있다. 많은 사례들이 있으니 아래에 전재되는 해당 부분들의 설명을 차분하게 익히시기 바란다. 이곳 문제 풀이에 세 번째 전재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다)마는’과 ‘-(다)만’
[예제] 먹고 싶다마는(싶다만)/먹고 싶지마는(싶지만) 돈이 없다 : 맞음.
죄송합니다마는(죄송합니다만)/죄송하지마는(죄송하지만) 좀 기다리십시오 : 맞음.
먹고 싶지만은 돈이 없다 : 싶지만의 잘못.
[설명] ①‘-마는’은 종결어미 ‘-다/-냐/-자/-지’ 따위의 뒤에 붙어 앞의 사실을 인정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의문이나 그와 어긋나는 상황 따위를 나타내는 보조사. ‘만’은 ‘마는’의 준말. 따라서 모두 맞는 표현임. ②그러나 ‘-만은’은 한정/제한을 뜻하는 보조사 ‘만’에 강세 조사가 붙은 꼴로서 ‘마는(-만)’의 잘못. ☞♣‘-만’이 조사로 쓰이는 경우들 항목 참조.
◈♣‘-만’이 조사로 쓰이는 경우들
[예제] 얼마 만한 크기인지 : 얼마만 한의 잘못. ⇐‘만’이 조사이므로 붙여 씀.
형만한 아우 없다 : 형만 한의 잘못. ⇐‘형만 하다’의 활용.
집채만한 파도 : 집채만 한의 잘못. ⇐‘집채만 하다’의 활용.
①다른 것으로부터 제한하여 어느 것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그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하루 종일 잠만 잤더니 머리가 띵했다. ②무엇을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그녀를 만나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어머니 허락을 받아야만 함. ③화자가 기대하는 마지막 선을 나타내는 보조사. ¶열 장의 복권 중에서 하나만 당첨되어도 바랄 것이 없겠다. ④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보조사.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온다; 청군이 백군만 못하다; 안 가느니만 못하다. ⑤어떤 것이 이루어지거나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한 조건을 나타내는 보조사. ¶너무 피곤해서 눈만 감아도 잠이 올 것 같다; 아버지는 나만 보면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리셨다.
[띄어쓰기 유의 사례] ¶공부만 한다; 밥을 먹을 만하다; 짐승만도 못하다; 형만 한 아우 없다; 집채/주먹/감자/콩알만 하다.
◈♣의존명사로서의 ‘만’
[예제] 온 지 한 시간만에 가다니 : 한 시간 만의 잘못. ⇐‘만’은 의존명사.
우리 이게 얼마만인가 : 얼마 만인가의 잘못. ⇐‘만’은 의존명사.
①앞말이 뜻하는 동작/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 ¶아내가 화를 낼 만도 했다; 듣고 보니 좋아할 만은 한 이야기로군. ②앞말이 뜻하는 동작/행동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 ¶그냥 모르는 척 할 만도 한데 말이야; 그가 그러는 것도 이해할 만은 하다. ③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말. ¶이십 년 만의 귀국; 친구는 도착한 지 한 시간 만에 서둘러 떠났다; 단 두 걸음 만에 따라 잡았다; 이게 얼마 만인가; 그때 이후 삼 년 만이다.
◈♣관형사로서의 ‘만’
[예제] 만나이로는 15세 : 만 나이로는의 잘못. ⇐‘만’은 관형사.
만10년만에 완성한 책 : 만 10년 만에의 잘못. ⇐ 앞의 ‘만’은 관형사. 뒤의 ‘만’은 의존명사.
[설명] ‘정해진 기간이 꽉 참’의 뜻으로 쓰임. ¶만 38세; 만 나이로는 십오 세; 그 일을 만 49시간에 다 끝냈다; 보고서를 만 3주 만에 완성했다.
[주의] 주로 ‘만으로’ 꼴로, 명사로도 쓰임. ¶올해 만으로 20세; 만으로 딱 3년 만에 귀국했다; 만으로 치면 올해 나이가 몇 살이지?; 고향을 떠난 지가 만으로 3년, 햇수로는 4년째다.
[참고] ‘만 나이’의 상대어는 ‘세는나이(태어난 해를 1년으로 쳐서 함께 세는 나이)’이며, 흔히 쓰는 ‘우리 나이, 한국 나이’ 등은 임시 방편식 조어.
[정리] ‘만’은 의존명사/조사/관형사/명사 등의 여러 기능이 있음.
만? ¶단 두 걸음 만에 따라 잡았다; 일 년 만에 돌아오다; 닷새 만에 돌아오다.
만? ¶닷새만 기다려라; 일 년만 기다려라; 단 두 걸음만 걸으면 되는 걸; 너만 와라; 짐승만도 못한; 오래간만에 가 보다.
만? ¶만 38세; 만 9개월 만에 구조.
만? ¶고향을 떠난 지가 만으로 3년, 햇수로는 4년째다.
-기미없이/기미 없이;
‘없다/없이’와 관련된 복합어 여부의 문제로, 이 또한 이곳에서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답부터 말하면, ‘기미 없다’는 글자 그대로의 뜻만 갖고 있으므로 복합어로 인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다시 한 번 더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중요]♣명사(형)에 ‘없다’와 ‘있다’가 붙은 복합어의 띄어쓰기
[예제] 무슨 일이든 자신있게 하렴 : 자신 있게의 잘못. ⇐복합어가 아님.
무슨 일이든 재미 있게 하면 돼 : 재미있게의 잘못. ←재미있다[원]
보잘 것 없는 주제에 큰소리는 : 보잘것없는의 잘못 ←보잘것없다[원]
그건 나하고 상관 없는 일이야 : 상관없는의 잘못 ←상관없다[원]
온 데 간 데 없는 사람 : 온데간데없는의 잘못 ←온데간데없다[원]
필요없는 일을 하고 있네 : 필요 없는의 잘못. ⇐ 복합어가 아님.
⑴‘-있다’가 붙은 다음 말들은 복합어. 붙여 쓴다 : 값있다/뜻-/맛-/멋-/힘-/재미-/가만있다/가만있자?
[주의] 다음 말들은 흔히 쓰이기는 하지만 복합어가 아니므로 (두 낱말이므로) 반드시 띄어 써야 함 : ‘눈치 있다, 실속 있다, 쓸모 있다, 염치 있다, 의미 있다, 자신 있다, 문제 있다’.
[참고] ‘재미있다/재미없다’는 복합어인데, ‘자신 있다/자신 없다’는 왜 복합어가 되지 않는가? : ‘재미’는 ‘①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느낌. ②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생활의 형편. ③좋은 성과/보람’이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말인데, ‘재미있다’는 그중에서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느낌이 있다는 한 가지 뜻뿐임. 즉,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서, 어떤 일/생활의 형편의 뜻으로 쓸 때는 ‘재미(가) 좋다/나쁘다’ 등으로 쓰고, ‘좋은 성과/보람’을 뜻할 때는 ‘재미(를) 보다’ 등으로 쓰는데, 이것을 ‘재미 있다’로 일반화시키면 의미 특정이 잘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 즉, ‘재미있다’라는 복합어는 이러한 재미의 뜻풀이 중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느낌’을 특정한 것.
한편, ‘자신(自信)’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떤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는 데 대하여 스스로 굳게 믿음. 또는 그런 믿음’을 뜻하는 말인데, 이를 ‘자신 있다’로 일반화시키더라도 그 의미에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복합어로 복잡하게 이끌지 않고 (의미를 특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 ‘-없다/-있다’가 붙은 대부분의 복합어들은 (사용 빈도가 높은 말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공통점이 있음.
⑵‘-없다’가 붙은 말들 중
①띄어쓰기에 주의해야 할 낱말들(한 낱말로서, 반드시 붙여 써야 함) : 어처구니없다≒어이-/터무니-/버릇-/문제-/의지가지-/정신-/보잘것-≒볼품-/빈틈-/물샐틈-/하잘것-/간데-/갈데-/간곳-/난데-/온데간데-≒간데온데-/쓸데-/거침-/인정사정-/진배-≒다름-/허물-≒스스럼-/아랑곳-.
②일반적인 복합어들 : 가뭇-/가량-/가없다≒한-/간단(間斷)-/경황-/그지-/기탄-/꼼짝-/꾸밈-/꿈쩍-/끄떡-≒까딱-/끊임-/끝-/낯-/느닷-/다름-/다시-/대중-/더-/덧-/두말-/뜬금-/막힘-/만유루(萬遺漏)-/맛-/맥-/멋-≒구성-/무람-/밥맛-/변함-/부질-/분별-/빠짐-/사정-/상관-≒관계-/서슴-/세월-/소용-≒쓸데-/속-/속절-≒덧-/손색-/수-/숨김-/실-/싹-≒싹수-/아낌-/아랑곳-/얌치-/어김-/어림-/여지-(단, 가차 -)/열-/염치-/영락-≒틀림-/유감-/유례-/일-/자발머리-≒자발-/재미-/ 주책-/지각(知覺)-/채신머리-≒처신-/치신-/채신-/철-/터무니-/턱-/틀림-/하릴-/하염-≒끝-/한량-≒그지-/형편-/힘-.
[주의1] 그러나, 앞에 꾸미는 말이 올 때에는 띄어 씀. 즉, 위의 말들은 ‘명사+있다/없다’의 꼴이기 때문에 앞에 꾸밈이 붙는다는 것은 명사의 기능을 살리는 일이 되므로 붙여 쓸 수 없게 되는 것. <예>아무 쓸데 없는; 별 꾸밈 없이; 아무 끝 없이; 아무런 탈 없이 잘 지내느냐. 즉, 명사에 붙어 동사화하는 ‘삼다/나다/짓다/들이다’의 경우와 같음.
[주의2] 다음 말들은 흔히 쓰이지만 복합어가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함 : ‘남김 없다; 거리낌 없다; 부담 없다; 필요 없다; 가차 없다; 자신 없다’. ☜[고급]그러나, ‘-없이’의 꼴로 결합할 때는 파생어(부사)로 보아 앞말과 붙여 적을 수 있음. ¶남김없이/내남없이/말없이/맥없이/밤낮없이. 즉, ‘없이’가 단독 부사로 쓰일 때에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사고 없이 공사를 끝내게 되어 다행이다/가차 없이 일벌백계하다/특정한 징후도 없이 우리 사회가 병들고 있다.’와 같이, ‘없이’를 앞말과 띄어 적지만, 합성부사일 때는 위의 예에서처럼 앞말에 붙여 적음.
-쏘아 봤다/쏘아봤다;
복합어 관련 문제. 늘 하는 말이지만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닌, 별도의 특정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은 복합어가 된다. 문맥상 ‘쏘아보다’는 ‘쏘다+보다’의 의미가 아니라 ‘날카롭게 노려보다’라는 특별한 의미. 그러므로 복합어다. 복합어이므로 붙여 적어야 한다.
다만, 총/활 성능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 한 번 쏘아 봤다는 뜻, 즉 글자 그대로의 의미일 때는 원칙적으로 ‘쏘아 봤다’로 띄어 적어야 하는데, 보조용언 붙여 쓰기 허용에 따라 ‘쏘아봤다’로 붙여 적을 수도 있다.
-구석배기/구석빼기 : 이곳에서 여러 번 다룬 바 있는 말. 분량 관계로 전재를 생략한다. 내 책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중요]♣ ‘-빼기’와 ‘-배기’의 구별 항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늘어붙었다/늘러붙었다/틀어 박혔다/틀어박혔다;
표준어 고르기와 올바른 뜻풀이를 동시에 묻는 문제. ‘늘어붙다’는 사투리로 ‘들러붙다’의 잘못인데, 문맥상으로도 부적합. ‘틀어박히다’는 ‘1.밖에 나가지 않고 일정한 공간에만 머물러 있다. 2.특정한 지역이나 외지(外地)에서 나오지 아니하고 그곳에서만 지내다.’를 뜻하는 복합어. 어째서 복합어인지는 뜻풀이만 봐도 너끈히 알 수 있으리라.
◈사람이 어찌나 끈진지 한번 늘어붙으면 떨어지질 않아 : 들러붙으면의 잘못.
[설명] ‘늘어붙다’는 방언임.
달라붙다<들러붙다? ①끈기 있게 찰싹 붙다. ②한곳에 머물러 자리를 뜨지 않다. ③어떤 일에 매우 열중하다.
-사그러/수그러;
뜻풀이와 표준어 고르기가 겹쳐진 문제. ‘사그러들다’는 ‘사그라들다’의 잘못인데,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말. 문맥상 ‘수그러들다’가 적절한 말이었다. ‘사그라들다’ 역시 이곳에서 다룬 바 있다.
◈불길이 다 사그라들었다 : 쓸 수 있음. 단, ‘사그러들었다’는 잘못.
사그라들다? 예전에는 ‘사그라지다(삭아서 없어지다)’의 잘못이었으나 국립국어원의 문헌정보 수정에 따라[2014] ‘삭아서 없어져 가다’의 뜻으로 쓸 수 있게 되었음.
[주의] ①참고로, ‘쪼그라들다<쭈그러~≒쪼그라지다<쭈그러~’와 ‘움>옴츠러들다≒움츠러지다’, ‘수그러들다≒수그러지다’, ‘누그러들다≒누그러지다’ 등은 모두 표준어. ‘자지러들다’와 ‘자지러지다’는 아래와 같이 뜻 차이가 조금 있음. ②‘-들다’가 붙는 말들은 그 앞에 붙는 접두어가 모두 적극적 동사성임. <예>오므라들다/감돌아-/고부라-/구부러-/꼬부라-/우므러-/꾸부러-/되말려-/되돌아-.
자지러들다? 몸/목소리 따위가 움츠러들거나 작아지다.
자지러지다? ①몹시 놀라 몸이 주춤하면서 움츠러들다. ②병/탈이 나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오그라지다. ③장단/웃음소리/울음소리가 온몸에 짜릿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고 잦게 들리다. ④사람이 기운이 다하여 기절하듯이 쓰러지다.
-앰한/엄한 : 이 또한 이 문제 풀이에서 다뤘던 말.
◈괜시리 엄한 사람 잡지 말고 잠이나 자 : 괜스레(괜히), 애먼(혹은 앰한)의 잘못.
그 사람 앰하게 죄인으로 몰렸어 : 맞음. ←앰하다[원]
[설명] ‘엄한’ 사람과 ‘애먼’ 사람은 아래와 같이 그 뜻이 다름.
.엄한 사람 : 매우 엄격하고 바른 사람.
.애먼 사람 : 억울하게 (혹은, 엉뚱하게) 느껴지는 사람.
애먼?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엉뚱하게 느껴지는.
앰하다? ‘애매하다’(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억울하다)’의 준말.
[참고] 앰한나이←>온살? 연말에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 경우의 나이.
~~~~~~~~~~~
지난 회와 마찬가지로 달인 도전 문제가 은근히 까다로운 것은 여전하다. 시간제한의 압박감이 우심한 것도 여전하고. 게다가 이번에는 표준어 중에서도 문맥상 뜻풀이가 어울리는 그런 말을 고르는 것들도 출현했다.
방법은 하나. 지난 회에도 적었듯 시간제한 속에서 망설임 없이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저 우직하지만 확실하게 공부해 두는 것 외에는 달리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제 추위도 막판에 이른 듯하다. 다행이다.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해 오신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6 개정판
-70여 쪽이 증면된 개정판이 나왔다.
500여 문례를 추가 보충했고,
그동안 바뀌어진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반영된 것은 현재로서 유일하다.
우리말 겨루기 608회(2) : 사전을 끼고 다녔던 주용녀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3.09 |
---|---|
우리말 겨루기 608회(1) : 사전을 끼고 다녔던 주용녀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3.08 |
우리말 겨루기 607회(1) : 입양아의 어머니 김홍애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3.01 |
우리말 겨루기 606회(2) : 노익장 김영용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2.25 |
우리말 겨루기 606회(1) : 노익장 김영용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