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를 탄원한 뉴욕의 억만장자들
2016.3.22. 뉴욕의 억만장자 50여 명이 뉴욕 주의회에 탄원서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부자 증세법 시한을 연장하고, 세율도 더 높이라고. 자신들은 지금보다도 더 세금을 낼 수 있다면서. 박수갈채가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의 천민 자본주의에 물든 졸부들의 모습이 겹치면서.
돈 앞에서 한껏 더러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과 멋지게 그 돈을 지배하는,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차이. 그건 돈의 효용에 관한 근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철학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배양되기 마련이고. 그걸 건너뛰는 우리의 졸부들은 그래서 무뇌충이 되고, 더러운 돈벌레 냄새만 풍긴다. 그걸 좋아라 하면서 또 다른 졸부들이 연달아 보고 배운다.
*
검찰에서 아주 끗발을 날리던 이 하나가 변호사 개업을 했다. 시원찮은 법무법인의 '파트너'(동업자)로 들어가 전관예우의 실력을 맘껏 발휘했다. 왕창 벌었다. 세액 신고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세무조정’이란 게 있다. 기업회계 기준과 세법 규정 사이에 차이가 있어 세무조정을 거쳐야만 법인세의 과표가 정확히 결정되게 된다. 기업회계에서 비용으로 포함된 것일지라도 세법에서는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손금불산입 항목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가리는 일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
그 변호사와 친한 내 친구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수수료 금액 얘기가 나오자 그 변호사가 그걸 깎아달라고 하더란다. 세법에 수수료율이 정해져 있어서 곤란하다고 하자, 그러더란다.
-이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어. 다른 방법 좀 없나?
법의 이름으로 사람을 ‘불러 조지고’* 옭아매는 일에 내내 매달려온 검사 출신의 그가, 돈 앞에서 법을 들먹이더란다. 어찌 달리 좀 해 보라면서.
*
몇 달째 원고 조기 마감 독촉을 받고 있는 내 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 우리나라는 2015년 말 기준 상위 소득 10%층이 소득의 절반 가까이(45%)를 차지하는 나라다. 쉽게 말하자면 한 사람이 케이크 절반을 먹고, 나머지 반쪽을 아홉 사람이 쪼개서 먹는다. 그러면서 거기서 또 국가에 십일조를 바치듯 세금을 낸다. 그러니 증세 빨대로 빨리는 고통은 혼자서 케이크 절반을 여유 있게 즐기는 한 사람보다 열 배쯤 더 크고 절절하다. ‘절통(切痛. 뼈에 사무치도록 원통함)이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게다가 상위 10% 중 세금을 빼돌리다가 걸려서 추징당하는 액수가 보통 한 해에 2천~3천 억 규모인데, ‘재수 없게’ 걸렸다고 투덜대는 이들은 빙산의 일각이란 것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또, 해외 골프 여행까지 즐기고 집안에는 온갖 귀금속이 가득한데도 세금을 안 내고 버티는 이들의 체납 세액이 전국적으로 3조 원이 넘는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세금 탈루/포탈이나 불량 체납은 사형에도 처한다. 그런 걸 떠올리는 ‘민생’ 민초들은 말한다. ‘국회의원들은 뭘 하나 몰라. 맨날 심심하면 '민생' 어쩌고 소릴 해대면서... 세금 제대로 거두는 법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챙기면 좀 좋아...’
미국의 멋쟁이 억만장자들 같은 이들이 우리나라엔 언제쯤이나 생기려나. [Mar. 2016]
-溫草
* 교도소 수형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유통되어 온 은어로 ‘7통 5조지 3체’가 있다. 그중 검사들은 수사 대상자나 수형(대상)자들을 수도 없이 귀찮게 불러내어 으르고 괴롭히는 존재. 그래서 검사는 ‘불러 조진다’고 한다. ‘7통 5조지 3체’ 중 소설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5조지’다.
‘7통’은 ▲식구통 ▲밥통 ▲물통 ▲뺑기통 ▲환기통 ▲패통 ▲골통을 말하고,
‘5조지’는 ▲순사 잡아 조지고 ▲검사 불러 조지고 ▲판사 깎아 조지고 ▲도둑놈 먹어 조지고 ▲집구석 팔아 조진다는 걸 뜻한다.
‘3체’는 ▲없는 놈이 있는 체 하고 ▲못난 놈이 잘난 체하고 ▲무식한 놈이 유식한 체 한다는 뜻.
추가 설명이 필요한 말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띨띨이 대취하다 (0) | 2016.04.07 |
---|---|
단테의 <신곡(神曲)>과 아내 (0) | 2016.03.31 |
술친구 (0) | 2016.03.18 |
분노의 격랑도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밤잔물이 된다 (0) | 2016.02.28 |
설 연휴에 내가 한 짓들(3) : 아 불쌍한 내 왼손이어! 이런 사람들도 있다 (0) | 2016.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