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1회(2016.9.5.) 우리말 겨루기(2)
○ 맞춤법 문제 : 1편에서 언급했듯, 일반 문제에서 나온 것들 중 ‘대가(代價)/개펄/설거지’ 등이 맞춤법 문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가(o)/댓가(x) : 사이시옷 관련. 여러 번 다뤘듯이, 둘 다 한자어이므로 사이시옷을 받치지 못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수랏상? ‘수라상(水剌▽床)’의 잘못. ⇐발음은 {수라쌍}이지만, 한자 합성어로 봄. 이와 같이 한자어임에도 흔히 잘못 사이시옷을 받치기 쉬운 것으로는 ‘촛병/촛점/갯수/차롓상’ 등도 있음. 각각 ‘초병(醋甁)/초점(焦點)/개수(個數)/차례상(茶禮床)’의 잘못.
-개뻘(x)/갯펄(x)/개펄(o)/갯벌(o) : 앞서 1편에서 설명한 낱말풀이를 참고하여 아래 사례들을 주의 깊게 살펴들 보시기 바란다. 여기서 ‘펄’은 다음의 세 가지 의미가 있는 말이다 : ①≒갯벌. ②갯가의 개흙. ③‘벌(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의 거센말.
◈진벌이라는 말 그대로 얼마나 땅이 진 벌이던지 : 진펄의 잘못. 없는 말.
[참고] 물이 빠진 개뻘에 나가 조개와 게를 잡았다 : 갯벌의 잘못.
진펄? 땅이 질어 질퍽한 벌.
개펄? 갯가의 개흙이 깔린 벌판.
개흙? 갯바닥이나 늪 바닥에 있는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
갯벌? 바닷물이 드나드는 모래톱. 또는 그 주변의 넓은 땅.
-설걷이(x)/설겆이(x)/설거지(o)
이것은 표준어 사정과 관련되는 말이다. ‘설걷다’와 ‘설겆다’ 모두 표준어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설거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이것은 제외된 두 말 모두가 그 어원의 명확한 전거가 없기 때문에(어떻게 해도 명료하게 분석되지 않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의 표기를 표준어로 삼게 되어서이다.
어제 이 ‘설거지’가 공통 쓰기 문제로 출제되었는데,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해서인지 김권순 님 혼자서만 정답을 적었고, 나머지 세 사람은 공란. ‘설거지’의 본래 뜻이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정리의 개념으로부터 ‘비설거지/잔치설거지/뒷설거지’ 등도 나왔다.
□ 달인 도전 문제
-달인 도전 문제
이번 출제에도 이곳 문제 풀이에서 한 번 이상 다룬 것들이 다수 출제되었다. ‘그은/그을은; 가열하게/가열차게; 예순남은/예수남은/예순남짓; 하나마나한/하나마나 한/하나 마나 한; 우리편/우리 편’이 그것들이다.
도전자가 처음 도전 때나 두 번째 도전 때나 똑같이 실수한 ‘우리편/우리 편’의 경우는 앞서도 적었듯, 628회의 문제 풀이에서 지문 중에 보이는 고난도 문제들을 언급하면서 다뤘던 내용이다. 아울러 이곳 문제 풀이에서도 다룬 바 있고.
아래의 문제 풀이 예문과 설명을 보면 알게 되듯, 위의 것들은 모두 내 책자에서도 더욱 신경을 써서 다뤘던 것들이다.
이번에는 지문에도 까다로운 띄어쓰기가 거의 없었다. 굳이 언급하자면 ‘끌어들이다(o)/끌어 들이다(x)’ 정도. 이것이 복합어인 이유는 그 의미가 글자 그대로가 아니라, ‘포섭하다’와 유사한 뜻이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안으로, 자신과 가까운 쪽으로, 끌어 들이다’의 뜻일 때는 띄어 적는다. ‘끌어-’가 들어간 복합어들의 사례를 아래에 보인다. 어째서 한 낱말의 복합어로 처리했는지, 뜻풀이를 대하면 저절로 이해들 되시리라 믿는다.
끌어당기다 : 1.끌어서 가까이 오게 하다. 2.어떤 쪽으로 남의 마음을 기울게 하다.
끌어들이다 : 남을 권하거나 꾀어서 자기편이 되게 하다. [유]포섭하다
끌어올리다 : 높은 지위로 올려 주다.
끌어내리다 : 직위 따위를 박탈하다. 또는 높은 지위에서 격하시키다.
끌어모으다 : 어떤 대상을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곳에 모으다.
이번 출제의 특징은 함정이 많았다는 점이다. 띄어쓰기로는 ‘하나 마나 한’과 ‘우리 편’이, 맞춤법(표준어 표기)으로는 ‘가열하게’와 ‘예수남은’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평균 난도를 별 5개 기준 4개라 해도 될 정도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답투성이*가 되기 십상이었다. 도전자가 ‘우리 편’에서 계속 실족한 원인을 여러분들도 능히 짐작하시리라. (*주 : ‘투성이’는 접사다. 그래서 앞말에 반드시 붙여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붙여 적으면 한글 프로그램에서 예외 없이 빨간 줄이 그어진다. 띄어쓰기가 잘못되었다고. 아니다. 프로그램이 잘못된 것이니, 확신을 가지고 붙여 적으시기 바란다. 붙여 적고 보면 ‘흙탕물투성이이라서’(o) →‘흙탕물투성이라서’(o)라든가, ‘하찮은 것들투성이라서’와 같이, 보기엔 이상하다. 하지만 올바른 표기이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란다.)
- 출제된 문제 : 나는 ___ 일은 하지 않는 ____이다. 검게 ___ 얼굴의 ____ 되어 보이는 키가 ____ 저 남자를 ____으로 끌어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져 ___ 뒤를 쫓고 있다.
- 주어진 말들 : 하나마나한/하나마나 한/하나 마나 한; 그은/그을은; 가열하게/가열차게; 여순남은/예수남은/예순남짓; 우리편/우리 편; 비밀 요원/비밀요원; 작달막한/짝딸막한/짝달만한/작달마한
- 정답 : 나는 하나 마나 한 일은 하지 않는 비밀 요원이다. 검게 그은 얼굴의 예수남은 되어 보이는 키가 작달막한 저 남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져 가열하게 뒤를 쫓고 있다.
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주기[朱記] 표제어는 신규 추가분). 늘 하는 말이지만, 단순히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을 다룬 것이 아니며, 설명에 포함된 것 중에는 무척 까다로운 고급 문제감들도 적지 않다. 그런 것들이 출제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번에 출제된 것들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것들도 반드시 한꺼번에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그중에는 고난도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고,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 중 특히 아직 출제되지 않은 것들에도 주목하여 익혀두시기 바란다.
주어진 말들의 순서로 살펴본다.
- 하나마나한/하나마나 한/하나 마나 한 : 이곳에서(526회/535회) 다뤘던 문제. 이 문제의 핵심은 ‘~나마나’가 어미인가 하는 것인데, 어미가 아니다. 일부 사전에서는 어미로 잘못 다룬 곳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만, 이와 비슷한 꼴의 ‘~자마자’는 어미이니, 유념해야 한다. 고급 문제이니 아래에 전재되는 내 책자의 설명을 잘 살펴두시기 바란다.
◈♣‘~나마나하다’(x)와 ‘~나 마나 하다’의 띄어쓰기
[예제] 국수는 먹으나마나 하다 : 먹으나 마나 하다의 잘못.
하나마나한 인사를 차리려 들었다 : 하나 마나 한의 잘못.
[비교] 그가 떠나자 마자 비가 왔다 : 떠나자마자의 잘못. ⇐‘~자마자’는 어미
[설명] ①‘하나마나하다’(x)에서의 ‘하나 마나’는 동사 ‘하다’와 ‘말다’의 어간에 어미 ‘-나’가 결합한 뒤에 이어진 구성임. 따라서 한 낱말이 아니라 세 개의 동사로 이루어진 말이므로 ‘하나 마나 하다’로 띄어 적어야 함. 따라서, ‘보나마나하다/하나마나하다/먹으나마나하다/가나마나하다/들으나마나하다/주나마나하다’처럼 붙여 적는 것은 모두 잘못이며 ‘보나 마나 하다; 하나 마나 하다; 먹으나 마나 하다; 가나 마나 하다; 들으나 마나 하다; 주나 마나 하다’로 띄어 적어야 함. ②일부 책자에서는 이 말들을 한 낱말로 처리하기도 하나, 그것은 ‘-나마나’를 어미로 보고 ‘하다’를 보조용언 처리할 경우에나 가능한데, 《표준》에 따르면 ‘-나마나’는 어미가 아님.
[주의] ‘~자마자’는 어미임 : 떠나자마자, 먹자마자, 오자마자.
◈넌 어째서 하나마나한 일에 매달려 있냐? : 하나 마나 한의 잘못.
[설명] ①‘하나마나하다’라는 낱말 없음. ②‘하다’와 ‘말다’의 두 동사 활용형.
[참고] <표준국어대사전>의 최대 실수 중 하나
이와 관련하여, 꼭 일러두고 싶은 게 있다. 현행 <표준국어대사전>의 최대 실수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예문 거르기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점이다. 이를테면 ‘있으나 마나 하다’와 같은 경우, 각각의 다른 낱말 설명에 쓰인 예문에서 ‘있으나마나’ 식의 잘못된 표기가 도처에 그대로 등장한다.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나는 이 사회에서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표제어:존재)
-고장으로 집진기가 못 쓰게 되었거나 노후화되어 성능이 부실하다 보니 있으나마나 한 매연 대책이었다. 출처 :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표제어:부실하다)
-버스가 있긴 하지만 꼭두새벽과 저녁 때 한 대가 있을 뿐 아이들의 등교 시간과는 맞지 않아 있으나마나이다. (표제어:시간4)
-몇 년 전 중풍으로 얼굴이 비뚤어져 입이 반쯤 옆으로 가 붙고, 한쪽 눈의 눈꺼풀이 눈을 덮게 처져 한쪽 눈은 있으나마나다. 출처 : 박완서, 도시의 흉년 (표제어:처지다1)(표제어:처지다1)
더욱 실소를 머금게 하는 것은 같은 예문을 두고도 아래와 같이 서로 다른 띄어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보나마나 김 훈장 그 양반도 꼬장꼬장 말라죽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게야. 출처 : 박경리, 토지 (표제어:양반3)
-보나 마나 김 훈장 그 양반도 꼬장꼬장 말라 죽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출처 : 박경리, 토지 (표제어:꼬장꼬장)
‘보나마나(x)/보나 마나(o)’의 경우 또한 아래에서 보듯, 마찬가지로 아주 엉망이다.
-이 배에 실린 화물도 보나마나 뻔할 것이오. 금․은․쇠․쌀․콩․목화 따위 천연 산물이 아니겠오? 출처 :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표제어:산물2)
-이언방 처를 불러 감언이설로 달래 보겠소만, 보나 마나 헛수고일 게 틀림없소. 출처 :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표제어:달래다1)
-그 하는 말투를 예전대로 미루어보자면 아버지는 보나마나 큰돈을 한몫 잡겠다고 꼽추집 노름판에 끼게 될 것이 분명했다. 출처 : 김원일, 노을 (표제어:잡다1)
-보나마나 안방 마님인 줄 뻔했으므로, 방안을 메운 꾼들은 이제 누가 또 불릴 차롄가 하는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출처 : 김원일, 불의 제전 (표제어:차례1)
-보나 마나 이 일에도 그녀가 참견하고 들 게 번했다. (표제어:번하다)
-아내가 술병을 들었다. 네 홉들이 병이었다. 보나 마나 그것은 집에서 그에게 따라 주던 귀밝이술일 것이었다. 출처 : 한승원, 해신의 늪 (표제어:귀밝이술)
그러므로,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잘못된 예문에 혹하지 말고, 바른 표기를 익히는 일에 더욱 관심하시기 바란다.
이 잘못된 예문과 관련하여 녹화장에서 일어났던 일화 한 가지를 공개한다. 여러 해 전의 일이므로 이제는 일부를 공개해도 될 듯해서다.
동점자 처리 과정에서 생겼던 일이다. 출제된 낱말의 뜻풀이에서, 제작진이 예문에 사용된 것과 같은 뜻으로 해석하여 정답 처리를 하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제작진은 문제가 생기면, 100%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대로만 따른다. 그리고 그런 점을 녹화 전 출연자들에게 구두로 공지한다. 그런데 그날은 정반대로 예문의 용례를 들어 정답 처리를 했다). 그걸 대하자, 내 사전에 그 낱말의 문제점을 언급해 둔 바 있었는데, 내 사전으로 공부했던 이가 제작진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하여 녹화가 중지되고, 국립국어원과의 기나긴 접촉이 이어졌다. 본래 그 낱말은 언중들 사이에서 예문의 용례대로 널리 쓰이고 있었지만, 당시 사전의 뜻풀이에는 그것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의 뜻대로 되었다. 국립국어원이 그 낱말의 뜻풀이(문헌 정보)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그날 녹화는 밤 9시경이나 되어 끝났고, 예문 용례가 채택된 이가 달인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 문제적 낱말은 뒷날 슬그머니 2번 뜻으로 보강되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녹화는 늦어도 6시경이면 끝나는데, 9시 종료는 초유의 일이었을 듯하다.)
이런 문제의 발단은 국립국어원의 사전 관리 부실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잘못된 예문 방치의 후유증. 이 경우는 정반대로 언중들의 언어 관행이 표제어 뜻풀이에는 반영이 안 된 채로 예문에만 사용돼서 생겼던 문제였다. 여하간, 이런 과정을 거쳐 달인에 오른 탓인지, 그 달인은 뒤에 관련 모임이 있을 때도 전혀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 해당 낱말을 공개하는 일은 여러 사람에게 폐가 되는 일인데다 지나간 일이고, 그 덕분에 낱말 뜻풀이가 보강되었으니 좋은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잘못된 예문들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라는 얘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꺼낸 얘기일 뿐이다.
- 그은/그을은 : 이 또한 이곳에서 다뤘던 말. 482회와 <우리말 사랑방>에서 문법 용어 설명 중 ‘관형형’ 부분에서 상세하게 다룬 바 있다. 이 말은 ‘ㄹ변칙’에 해당되는데, 가장 흔한 예를 들자면 노랫말 중 ‘녹슬은 기찻길아’에 보이는 ‘녹슨(o)/녹슬은(x)’과 같은 경우다. 이처럼 ‘그을다/녹슬다/외딸다/절다/허물다...’ 등과 같이 ‘ㄹ’ 받침이 들어 있는 말들은 그 활용 ‘–은/는/ㄴ’ 꼴에서 받침이 탈락한다.
◈[중요]♣흔히 잘 틀리는 관형형 : 주로 ‘ㄹ’불규칙용언들임.
[예제] 가늘은 철사 좀(x) →가는 철사 좀(o)
거칠은 벌판으로(x) →거친 벌판으로(o)
걸맞는 말이로군그래(x) →걸맞은 말이로군그래(o)
웬 낯설은 사람이(x) →웬 낯선 사람이(o)
콩밭에서 뒹굴은 사람들(x) →콩밭에서 뒹군 사람들(o)
햇볕에 그을은 얼굴(x) →햇볕에 그은 얼굴(o)
외따른 동네에 살다 보니(x) : 외딴 동네에 살다 보니(o)
힘드는 일이라면 내게(x) →힘든 일이라면 내게(o)
녹슬은 기찻길아(x) →녹슨 기찻길아(o)
때에 절은 옷가지들(x) →때에 전 옷가지들(o)
허물은 담장 너머로(x) →허문 담장 너머로(o)
서둘은 발걸음이었는데도(x) →서둔/서두른 발걸음이었는데도(o)
[설명] ①어간에 ‘-는’을 붙여 말이 되는 것은 동사. 안 되는 것은 형용사. 단, ‘-있다’가 붙어 만들어진 형용사는 제외. <예>작는(x) 사람 →고로 ‘작다’는 형용사. 죽는(o) 사람 →고로 ‘죽다’는 동사. ‘걸맞는(x)/걸맞은(o)’의 경우는 ‘걸맞다’를 동사로 착각하여 일어난 현상이며, 이와 같이 헷갈리는 형용사에는 ‘힘들다/알맞다/기막히다’ 등이 있음. 즉, ‘힘드는(x)/알맞는(x)/기막히는(x)’이며 ‘힘든(o)/알맞은(o)/기막힌(o)’. ②‘힘들다/녹슬다/허물다/서둘다/그을다’ 등과 같이 어간 끝받침에 ‘ㄹ’이 있는 말들에 ‘-ㄴ/-은’의 활용형이 결합하면 ‘ㄹ’이 탈락하여 각각 ‘힘든/알맞은/허문/서둔/그은’이 됨. (이와 같이 어간의 끝소리인 ‘ㄹ’이 ‘-ㄴ/-ㄹ/-ㅂ/-오/-시’ 앞에서 탈락하는 것을 ‘ㄹ’불규칙용언이라 함). 특히, ‘그을은’은 ‘그은’의 잘못. ‘서두른’의 경우는 원형이 ‘서둘다’가 아닌 ‘서두르다’의 활용.
◈낯설은 타향 땅에 : 낯선의 잘못. ←낯설다[원]
낯설은 사람들 앞에서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야, 나는 : 낯선의 잘못.
[유사] 녹슬은(x)/녹슨(o) 기찻길; 점심을 걸르니(x)/거르니(o); 재미있게 놀으니(x)/노니(o); 얼굴이 둥글으니(x)/둥그니(o); 그거 모잘르면(x)/모자라면(o); 이름을 불르면(x)/부르면(o); 아버지께 일르면(x)/이르면(o); 시간이 너무 일르면(x)/이르면(o); 소리를 질르니(x)/지르니(o). ☞♣흔히 잘 틀리는 관형형 항목 참조.
ㆍ용언의 관형형 : 용언에 관형사형 어미 ‘-ㄴ/-는/-던/-ㄹ’ 따위가 붙은 것. ‘녹슬은(x/녹슨(o) 기찻길’의 ‘녹슨’, ‘가늘은(x)/가는(o) 철사’의 ‘가는’ 따위. 다음과 같은 것들은 어미 ‘-ㄴ/-는’이 붙은 활용형 중 아주 흔하게 잘못된 표기 사례로 꼽힘. <예> 거칠은(x)/거친(o) 들판; 걸맞는(x)/걸맞은(o); 낯설은(x)/낯선(o); 그을은(x)/그은(o) 얼굴; 외따른(x)/외딴(o) 동네; 때에 절은(x)/전(o) 옷가지; 허물은(x)/허문(o) 담장 너머로; 서둘은(x)/서둔.서두른(o) 발걸음.
- 가열하게/가열차게 : 운동권에서 이 말을 일관되게 ‘가열차게’로 사용하는 바람에 널리 오염된 말이다. 형용사 원형은 ‘가열차다’가 아닌 ‘가열하다’이다. 이 말 역시 484회와 540회에서 다룬 바 있다.
북한어에서 이 ‘-차다’를 넣어 쓰는 말이 많은 편인데, 우리말에도 적지 않은 편이다. 다만, 아래 설명에서 보듯, 사용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급 문제에 속하니, 여러 번 읽어 잘 익혀들 두시기 바란다.
◈♣‘-차다’가 들어간 주요 복합어 : 한 낱말이므로 붙여 적음.
[예] 활기 찬 하루, 기운 찬 하루를 보내시길 : 활기찬, 기운찬의 잘못.
참으로 아람찬 하루였다 : 아름찬의 잘못. ⇐‘아람차다’는 없는 말.
어디서 그런 여잘 하나 꿰여차고서는 : 꿰차고의 잘못. ←꿰차다[원]
가열차게 투쟁합시다 : 가열하게의 잘못. ⇐‘가열차다’는 ‘가열하다’의 잘못.
책으로 가득찬 서재 : 가득 찬의 잘못. ←‘가득차다’는 없는 말.
[비교] 책으로 가득한 서재 : 맞음. ←가득하다[원]
[설명] ‘-차다’가 명사(형)이나 용언 활용형(-어)에 붙어 만들어진 복합어 중 주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으며, 흔히 쓰는 말 중에는 북한어들도 적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함 : 줄기차다/활기-/우렁-/희망-/기운-/기똥-/매몰-/보람-/우람-/위엄-/헌걸-/자랑-/가멸-/기성-/능글-/다기(多氣)-≒다기지다/더넘-/거세-/아귀-/야멸-/의기-/이음-/아름-/기장-/어기-/옹골-/매몰-/차디-; 가로차다≒가로채다/걷어-/들어-/둘러-/들고-/내박-/들이-. ☞[주의해야 할 북한어] 위세차다/기세-/서슬-/드세-/기승-/꿰여-/걸어-/서리-/영글-/자리-.
가열차다[苛烈-]? ‘가열하다(싸움/경기 따위가 가혹하고 격렬하다)’의 잘못.
헌걸차다? ①매우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한 듯하다. ②기운이 매우 장하다. ③키가 매우 크다.
자랑차다? 남에게 드러내어 몹시 뽐낼 만한 데가 있다.
가로차다≒가로채다? ① 옆에서 갑자기 쳐서 빼앗다. ② 남의 것을 옳지 않은 방법으로 빼앗다. ③ 남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못하게 하다.
가멸차다? 재산/자원 따위가 매우 많고 풍족하다.
기성차다? 기력이 매우 왕성하다.
능글차다? 매우 음흉하고 능청스럽다.
다기차다(多氣-)? ≒다기지다(마음이 굳고 야무지다).
더넘차다? 다루기에 거북할 정도로 벅차다.
아람차다? ‘아름차다(①힘에 겹다. ②≒보람차다)’의 잘못.
아귀차다? ①휘어잡기 어려울 만큼 벅차다. ②≒아귀세다(마음이 굳세어 남에게 잘 꺾이지 아니하다).
야멸차다<야멸치다? ①자기만 생각하고 남의 사정을 돌볼 마음이 거의 없다. ②태도가 차고 야무지다.
의기차다? 의기가 매우 드높고 힘차다.
이음차다? 줄줄이 이어지다.
가열차다? ‘가열하다 (싸움/경기 따위가 가혹하고 격렬하다)’의 잘못.
기장차다? 물건이 곧고 길이가 길다.
어기차다? 한번 마음먹은 뜻을 굽히지 아니하고, 성질이 매우 굳세다. [유]굳세다
옹골차다? 매우 옹골지다. [유]옹골지다/옹글다/올차다
거세차다? 몹시 세차다.
들어차다? 많이 들어서 가득 차다. [유]충만하다/포만하다/차다
둘러차다? 몸에 둘러 매달려 있게 하다.
들고차다? 발로 마구 차다.
내박차다? ①힘껏 내차다. ②힘차게 헤쳐 나가 끝내 물리치다. ③강하게 거절하다.
들이차다? 마구 차다.
- 여순남은/예수남은/예순남짓 : 무척 까다로운 문제. 자랑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상세한 풀이를 다룬 맞춤법 책자조차도 우리나라에 드물다. 이 또한 556회 및 608회 문제 풀이에서 다룬 바 있다. '예순남짓'이 잘못인 것은 '남짓'이 의존명사이기 때문이다. '남짓'은 한 달 남짓, 스무 살 남짓, 예순 남짓'처럼 앞말과 띄어 적어야 한다.
◈여나믄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 여남은의 잘못.
남은 사람들이 스무남은 명쯤이나 되었을까 : 맞음.
[설명] ‘여남은/예수남은/스무남은’은 각각 ‘열/예순/스물이 조금 넘은 수. 또는 그런 수’를 뜻하는 수사·관형사임. 현재 《표준》에는 이 세 낱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으나, 다른 숫자의 경우에도 ‘-남은’을 붙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다만 발음 편의를 위한 받침 탈락 등은 추가 고려 사항. <예>쉰남은. ☞예수나문 항목 참조.
여남은째 ?? 순서가 열 번째가 조금 넘는 차례. 또는 그런 차례의.
스무남은 ?? 스물이 조금 넘은 수. 또는 그런 수의.
◈동네에 집이라곤 예수나문 채나 될까 : 예수남은의 잘못. 없는 말.
[참고] 그의 나이는 마흐나문 정도로 보였다 : 마흔 조금 넘어의 잘못. 없는 말.
[설명] ①‘서르나문/마흐나문/예수나문’은 각각 ‘서른/마흔/예순이 조금 넘는 수나 또는 그런 수의’를 뜻하는 북한어. ②올바른 표기는 ‘-남은’으로 적어야 하며, 현재 사전에 올라있는 것으로는 ‘여남은/스무남은/예수남은’ 등이 있음. ☜여나믄 항목 참조
예수남은?? 예순이 조금 넘는 수. 또는 그런 수의.
[잔소리]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맞춤법 책자를 참고할 때 조심하여야 할 게 있다. 우선 출간 년도를 살펴서 최소한 2015년 이후 출간분을 사야 한다. 그만치 개정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개정판 표기가 되어 있는 것도 표지만 그리되어 있을 뿐, 내용은 초판 그대로인 것도 있다.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용이 엉망인 것도 드물지 않다. 그걸 알아보는 방법은 자신 있는 낱말 몇 개를 거기서 찾아 확인해 보면 된다. 어느 시인이 오래 전 출간한 얄팍한 맞춤법 책자가 있는데 엉망일 정도로 오류가 많았다. 최근 그 책자에 개정판 표지가 있기에 오류 수정으로 반성(?)을 했나 싶어서 들춰 봤더니 예전 내용 그대로여서 경악한 적이 있다.
- 우리편/우리 편 : ‘우리’가 들어간 복합어는 이미 여러 번 언급했기에 내 책자의 해당 부분 설명만 전재한다. 다만, 아래쪽에서 다룬 ‘-편’과 관련된 띄어쓰기 문제는 고급 문제다.
◈이건 처음부터 우리 나라 사람이 우리 글로 쓴 한글소설이야 : 우리나라, 우리글, 한글 소설의 잘못.
이건 외국인이 쓴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 쓴 우리글이야 : 우리 글의 잘못.
[비교] 지금껏 여기서 우리가 나눈 우리말들이 죄 거짓말이라고? : 우리 말 (혹은 우리 얘기)의 잘못.
[설명] ①우리글≒한글. ↔우리 글 : 우리나라 사람이(혹은 우리가) 쓴 글.
②우리말≒한국말. ↔ 우리 말 : 우리가 (지금) 하는 말.
[참고] 대명사 ‘우리’가 들어간 합성어는 현재로는 ‘우리글/우리말/우리나라/우리사주조합’ 등 네 개뿐임.
◈우리편 이겨라! : 우리 편의 잘못.
[설명] ‘-편’이 들어간 말 중에는 띄어 써야 할 것과, 붙여 써야 할 복합어들이 있음.
-띄어 쓰는 것 : 어느 편(어느 쪽), 우리 편, 이쪽 편, 한 편(다른 한 편).
-복합어 : 이편/그편/저편(=이쪽/그쪽/저쪽), 한편(같은 편?, 한쪽??), 자기편/상대편, 건너편/맞은편, 아래편, 뒤편(≒후편(後便)/뒤편짝), 이편저편≒이쪽저쪽.
- 작달막한/짝딸막한/짝달만한/작달마한 : 의미소 및 불필요한 경음화 관련 문제다.
‘작달막’에서 의미를 갖는 ‘작-’의 센말은 없다. 그러므로 ‘짝달막’은 불필요한 경음화. 만약 경음화가 인정된다 해도 그 표기는 ‘짝달막’이 돼야 한다. 무성 자음 받침 ‘ㄱ/ㄷ/ㅂ/ㅅ’ 등의 뒤에서는 경음 표기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욱씬거리다(x)/욱신거리다(o)’, ‘납짝하다(x)/납작하다(o)’ 등에서처럼.
- 비밀 요원/비밀요원 : 다소 까다로운 편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복합어 구분 요령에 해당되는 말이다. 즉,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 해석되는 데에 문제가 없는 말이므로 복합어가 아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헷갈리기 쉬운 것으로는 ‘비밀 병기[무기]’ 따위도 있다. 아직은 한 낱말의 복합어가 아니다. 아래 설명 참조.
◈그는 우리 팀의 비밀병기[무기]야 : 비밀 병기[무기]의 잘못. ←복합어가 아님.
[설명] ①‘비밀 병기[무기]’는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만 해석해도 되므로 현재로는 복합어가 아님. 훗날 사용 빈도/분포에 따라 한 낱말로 굳어질 수도 있음. ② 현재로는 다음 말들이 복합어인데, 이 말들은 ‘비밀’의 의미가 단순히 ‘비밀리에’라는 뜻 외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음. 대체로 ‘공개되어서는 안 될,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 단단히 숨겨 놓은, 일정한 조건하에 공개되는,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불법적인...’ 등의 의미들이 붙어 있는 것들이며, 언중의 관행(사용 빈도와 분포, 역사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 : 비밀출판/비밀동맹/비밀원장(祕密元帳)/비밀재판/비밀조약/비밀선거/비밀외교/비밀위성(祕密衛星)/비밀증서/비밀첩보/비밀통신/비밀투표/비밀특허/비밀경찰/비밀문서/비밀주의/비밀과외/비밀회의/비밀공작/비밀번호/비밀결사/비밀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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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이다. 맛있는 추석들이 되시길 빈다. 맛있는 것들을 많이 드시고 힘을 내어 공부들을 하시라는 뜻이다. 하하하.
오늘도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더불어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6 개정판
-70여 쪽이 증면된 개정판이 나왔다.
500여 문례를 추가 보충했고, 2009년 이후 2015년 말까지 바뀐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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