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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큰 문화 차이 : 코 풀기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6. 12. 2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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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큰 문화 차이 : 코 풀기

 

내 작업실 겸 서재 격인 도서관이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음악이 나온다.

그 음악에 맞춰(?) 일어날 차비를 한다.

 

모두들 자리를 일어서고 맞은편 사내와 나만 남았을 때다.

그가 내게 말했다.

저기... 코는 밖에 나가서 풀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황당했지만, 즉시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내겐 먼지 알러지가 있다.

재채기가 나오면 환풍기 가동이 시작됐음을 알 정도로.

먼지가 계속 나오면 재채기, 기침, 콧물 순서로 이행된다.

그래서 내겐 손수건이나 휴지가 상비품이다.

 

나는 7~8년에 걸치는 해외 체류 이후로

직장생활에서도 내내 영미인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일부 문화는 내게도 자연스럽게 들러붙은 것들이 있다.

길가에서 만나는 초면에게도 인사 잘하기(?),

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소리 버릇하기... 등과 더불어

코 풀기도 그중 하나다.

 

그들은 어디서고 자연스럽게 코를 푼다.

고급 정장 차림으로 고급 식당에 앉아서도

만원 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회의장에서도.

도리어 코를 훌쩍거리거나 들이마시는 것을 질색한다.

 

도서관의 맞은편 사내가 코를 밖에 나가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내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벌개졌을 듯하다.

작지만 아주 큰 문화의 차이 앞에서 황당해하면서도

그의 말이 옳다는 그 이중적인 상황 앞에서. -溫草

[Dec. 2016]

 

[*‘풀으셔야’ : ‘푸셔야가 옳은 말. ‘풀다풀어/푸니/푸오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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