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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실’과 ‘실 구슬’

[1事1思] 단상(短想)

by 지구촌사람 2017. 1. 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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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구슬 실실 구슬

 

내가 좋아하는 인터넷 카페 중에 <어르신 사랑 연구 모임>이 있다.

노인의 삶 전반에 대한 것에 관심하고

실제로 무엇이 진정한 노인 복지인가를 살펴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 관심/연구 분야에는 노인이 되기 위한 준비(나이 들어가기)에서부터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들어 있다.

 

그곳 주인장의 별명이 구슬을 꿰는 실이다.

줄이자면 구슬 실이다.

30여 년 전부터 노인 사회의 문제 전반에 착안하여 매달려 와서

그 분야에서는 이론과 실무 모두를 겸비한

몇 안 되는 분 중의 하나다.

죽음 학교의 명강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구슬을 꿰는 실은 그분의 노인 문제 접근 태도를 압축하는 말이다.

멋지게 늙어가기에 관한 인터뷰들을 묶은 책자를 간행하면서

그때 머리말에 적은 말이기도 한데

자신은 그저 구슬과 같은 어르신들의 삶이나 말씀을

실에 꿰어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분과 내가 알게 된 것도 바로 책 속의 그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그런 멋진 분을 언젠가는 꼭 실물로(?) 봬야겠다는 생각을

수첩에 적어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바로 인근의 문화센터에서

그분의 강의가 있음을 알고 한달음에 달려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때 내가 택한 별명이 실 구슬이다.

제대로 적자면 실에 꿰이는 구슬인데 길어서 줄인 것.

 

내 깐에 거기에 담은 의미란

내 삶이 그런 분의 뜻에 최소한으로는 어울리고,

욕심을 내자면 최대한으로 부합하는

그런 것이 되자는 일종의 다짐과 같은 것이었다.

오색영롱한 구슬이 못 되더라도, 그저 베어링 정도의 쇠구슬이라도...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분을 알게 된 지난 세월 동안, 내 나름대로는

실 구슬이 되려는 삶을 살아온 듯도 하다.

 

카페의 월정 모임이 있는 다음날이면 공교롭게도

나의 또 다른 주 종목(?) 관련 모임에 호출되는 터라

연속 땡땡이(?)가 맘에 걸려 몇 해째 제대로 참례하지 못하고 있지만

뜸뜸이라도 그 카페에 들러 내가 긁적인 잡문의 1/10 정도나마

걸어두고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내 딴엔 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짓.

 

쇠구슬, 옥구슬을 가리지 않고 그 나름의 쓰임대로

정성껏 이쁘게 꿰는 실은 멋진 실.

그런 멋진 실이 있으면 구슬도 거기에 꿰이고 싶어한다.

조금이라도 더 근사한 구슬이 되려고 애를 쓰게 되는 건,

그런 멋진 실이 건네는 말없는 격려사 덕택이다.

가장 멋진 소리 없는 응원가이기도 하고.

 

그분 주위에 모여드는 이들 모두가

노인 복지와 사회 복지의 현장이나 주변에서

더욱 정성을 다하는 멋진 이들로, 아름다운 구슬들로

곳곳에서 말없이 빛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섣부른 예단이 오진이 아닌 듯하여 기쁘다.

실은 나도 거기에 얹혀 은근히 행복하지만... 하하하.

 

착한 마음은 주변을 정화시키고, 널리 번진다.

천만다행히도, 나쁜 짓들이 세상을 오염시키는 속도와 크기보다

훨씬 더 빠르고 넓고, 깊고 확실하게

그리하여 인생을 통째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 세상이 그래도,

기어이 살아낼 만한 곳인 이유이기도 하다-溫草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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