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想] 박근혜도 안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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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안 부러워요!~~”
오늘 아침 9시, 내가 매일 출근하듯 나오는 집 앞 도서관에서다. 퇴근하는 두 여자분에게 날 춥고 길 미끄러우니 조심해서들 가시라고 인사하자, 환한 빛으로 가득 채워진 얼굴에서 싱그럽게 돌아온 답이다. 노래하듯 즉석 멜로디에 얹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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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 근방의 두 분은 도서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신다. 새벽 5시쯤에 두 분이 나와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또 다른 한 분이 나와 뒷정리와 보충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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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박근혜도 안 부러워요!”로 답해 온 건지 묻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오늘이 그분들의 월급날. 얼굴이 동그란 분은 거동이 불편한 남편에게 맛있는 걸 사드리기 위해 일하신다. 평생을 얻어먹기만 했으니, 이제는 자신이 갚을 때가 되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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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엉덩이가 아주 너그럽게 둥그신 분은 손주들에게 용돈 주는 재미로 산다. 자식들에게 받은 돈이 아니라 자신이 번 돈으로 주는 돈이라는 걸 손주들이 알고 받아가면서부터, ‘고맙습니다’ 소리와 고개 숙여 절하기가 여러 번 되풀이되고, 그 소리도 ‘고맙습니다아~~~. 할머니~~~’로 길게 변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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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퇴근 입성은 대갓집 마님들 못지않다. 비싸서가 아니라 곱고 깔끔함에서. 두 분들의 뒷모습에 매단 내 눈길에까지, 뿌듯해서 더욱 싱그러울 듯한 삶의 향내가 번졌다. 그래, 박근혜 따위가 이런 진짜배기 인간 향내를 맡아 본 적이 있을 턱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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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급진’ 향내는 문득 감동을 안기고 떠난 인간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냄새다.
-溫草 [De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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