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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를 따면서(2) : 못생긴 녀석들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2. 7. 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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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思]       네잎클로버를 따면서(2) : 못생긴 녀석들

 

  전에는 네잎클로버를 따면서, 상태를 살폈다. 네 잎의 균형이 심하게 어긋나 있거나, 하나가 찢어진 것, 벌레 먹은 것 등은 버렸다. 네 잎이 고르고 예쁜 것들만 챙겼다. 1960년대에 이 나라 도처의 길가에 세워져 있던 간판이나 비석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4H 클럽 표지와 같이 예쁘고 반듯한 것들만 골라서 압착 건조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예전에 버렸던 것들에 더 관심한다. 아니, 일부러 버리지 않고 챙긴다.

 

  위탁가정이란 게 있다. 국내든 해외든 입양 대상자로 확정된 아이들을 입양가정으로 보내기 전까지, 입양 주선기관으로부터 한시적으로 아이를 받아서 기르는 가정. 드물게 실비를 받고 하는 가정도 있지만 대체로는 무료 봉사로 그런 일들을 한다.

  그런 위탁 가정 일을 오래 해 오신 어느 분은 요새 정상아 대신 장애 어린이들만 맡아서 하신다.

 

  그 분께서 하시는 말씀.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을 보니 그 중에는 장애아들만 입양해서, 그것도 다섯 아이씩이나 맡아서 기르는 어느 해외 가정이 있더란다. 그걸 보고서 자신의 좁은 소견과 시야가 너무너무 부끄러웠고, 그 뒤로는 자신도 장애아들만 맡게 되었단다.

  그 말끝에 그녀가 혼잣말처럼 덧붙인 건, 위탁가정 봉사네 뭐네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자신의 생각 안쪽 깊숙이에는 자신도 모르게 장애자들에게 쳐놨던 칸막이 하나가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도 의식의 가림막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걸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네잎클로버 중에서도 질이 떨어지는 그런 결격 사유가 있는 녀석들을 버리지 않고, 압착할 때도 좀 더 신경을 써서 예쁘게 펴거나,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신경을 쓰는 일. 그것은 건사하기에 두세 배의 정성과 수고가 들기 마련인 장애아들만을 골라서 맡아 기르는 그 분의 크고 큰 마음씨에는 백분의 일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분의 수고를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 마음을 그렇게 해서라도 오래 붙들어두고 싶다.

 

  이 세상에서 잘나고 똑똑한 사람은 조금 덜 관심하거나 도와주지 않아도 그런 대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외양에서 표 나게 밀리거나, 지원조건으로서의 성장 환경이 많이 뒤지는 그런 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조금만 도와줘도 큰 힘이 된다. 비록 그것이 정상인과 장애자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드리워진 가림막을 제거하는 정도의 껴안기일 뿐이라도.

 

  장애아들만을 받아 정을 주는 위탁가정의 그 40대 여인. 그런 여인의 말 몇 마디를 접하게 되는 일. 그건 어찌 보면 내 삶에서 맞이하는 작지 않은 행운이다. 내 삶속으로 들어와 자리 잡은, 늘 푸르게 살아있는 네잎클로버다. [Jun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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