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事一思] 설날, 그리고 ‘이리 오너라!’와 ‘아무도 없어요?’
“누구 없어요(Anybody home)?”
“아무도 없나요(Nobody home)?”
외국 영화에서,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장면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하기야 이 말은 남의 집 문 앞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서고 쓸 수 있다.
사무실, 창고, 가게 등에서건, 화장실 앞에서건.
어느 영화에서, 방문객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물어대자
안에 있던 어린 꼬마가 순진하게도
‘아무도 없는데요 (Noboy home).’ 하는 바람에 잡혀가는 장면도 있다.
한편, 우리네 어른들은 예전에 남의 집 앞에서
‘이리 오너라아~~~’라고 했다.
사람 사는 집인데, 사람이 없을 턱이 없다고
아예 단단히 믿고 하는 말 같지 않은가.
저 위의 영어 home은 ‘집에/집으로’라는 부사다.
‘집에서’라는 구체적 장소를 한정하여 뜻하는 at home과는 다르다.
나아가, 이 말에는 집처럼 가야할 곳으로 정확히 제 자리로 간다는 뜻도
담고 있어서, The bullet struck home on the head of the enemy. 라고
쓰면 ‘총알은 적군의 머리로 정확히 날아가 때렸다.’가 되는 식이다.
그 만큼 home은 사람이 돌아가야 할 제자리이고 제대로 머물러야 할 곳이다.
암튼, 그 표현만으로 보자면, 영어에서는 그런 의미 있는 집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고,
우리네 어른들은 집이란 곳에 사람이 없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철석같았다.
낼 모레가 설이다.
명절날 문득 집에 사람이 없음을 찬바람 이상으로 느낄 이들이 있지 싶다.
집이 집 같지 않음을 뼈저리게 가슴으로 쓸어 담으면서.
그럴 때, ‘이리 오너라~’를 외쳐보면 어떨까.
지금은 어떤 연유로든 혼자서 맞는 설이지만
언젠가는 그 대답에 응할 식구들을 그렇게라도 예비하는 것도,
그런 연습이라도 해보려 마음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0여 년 전, 설 다음날에 북한산에 오른 적이 있다.
가족이나 친지, 동무들과의 동행 등산이 많았지만
혼자 오른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산 길에 쉼터를 겸한 음식점에 들러서
집사람과 훈훈한 음식을 앞에 두고서
그날의 시원한 새해맞이 등산을 자축하고 있을 때
어느 여인 하나가 들어섰다.
그때 그 주인 여인이 그녀를 반겨 맞으며
무심코 실수했던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어머. 어제도 혼자더니 오늘도 혼자 이 산엘 왔어요?’
[8 Feb.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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