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말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작가들에게 드리는 우리말 꾸러미 선물(5)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이 말이 전국적으로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번지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결국은 해냈다. 여러 작가들이 이 말을 작품에 등장시켰고, 의식 있는 일반 국민들도 유통에 적극 참여한 덕분이다. 이와 같이 주목해서 쓰면 쓸수록 우리말이 지닌 오묘하면서도 곡진한 맛을 더해주는 멋진 말들이 적지 않다. 아니, 아주 많다. 몇 가지 예만 들어도 다음과 같이 차고 넘칠 정도다. 곰비임비(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 똥또도롬(똥그스름하게 솟아난 모양), 먀얄먀얄(성질/태도가 쌀쌀하고 뻣뻣한 모양), 발맘발맘(①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거리를 가늠하며 걷는 모양 ②자국을 살펴 가며 천천히 따라가는 모양), 서털구털(말/행동이 침착/단정하지 못하며 어설프고 서투른 모양), 암니옴니≒옴니암니(자질구레한 일에 대하여까지 좀스럽게 셈하거나 따지는 모양), 애면글면(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양), 어리마리(잠이 든 둥 만 둥 하여 정신이 흐릿한 모양), 어빡자빡(여럿이 서로 고르지 아니하게 포개져 있거나 자빠져 있는 모양), 어살버살(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은 모양), 지지지지(수다스럽게 자꾸 지껄이는 모양)’...... 그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말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것들이다 : ‘사부랑삽작<서부렁섭적/사부작사부작<시부적시부적, 술덤벙물덤벙, 알알샅샅이, 어우렁더우렁, 타시락타시락, 함부로덤부로, 흥이야항이야, 휘뚜루마뚜루’. 늘 말하듯, 언어가 그 사람이다. 멋진 말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훌륭한 작가는 좋은 작품을 써내는 이들이고, 그 밑바탕에는 아름다운 말, 의미 깊은 말, 그 작가의 품격을 담고 있는 말들이 있다. 작가들에게 그런 아름다운 우리말 꾸러미를 선물로 드린다. 전재분에서는 품사 표기 약호가 표기되지 않는데, 대부분은 부사들이다. 아주 드물게 다른 품사들이 끼어든 것은 관련어 구분을 위해서다. 분량이 제법 되기에 몇 회로 나누어 싣는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편으로 4음절어 중 일부. 위에서 예시된 것들과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 부사의 보고다. 전체분은 졸저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부록으로 편제되어 있다. 이 사전을 우리나라에서 최초이자 현재 유일한 작가용 사전이라고, 내가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溫草] ~~~~~~~~~~~~~~~~~~~~~~~ (3) 4음절어 가량없이[假量-]? ①사람이 자기 능력/처지 따위에 대한 어림짐작이 없이. ②어림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정도가 심하게 간데없이? ①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사라지거나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게. ②≒영락없게(조금도 틀리지 아니하고 꼭 들어맞게). 개코쥐코? 쓸데없는 이야기로 이러쿵저러쿵하는 모양. 검불덤불? 한데 뒤섞이고 엉클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어수선한 모양. 고상고상? ①잠이 오지 않아 누운 채로 뒤척거리며 애를 쓰는 모양. ②생각이 번갈아 나거나 풀리지 않아 애를 쓰는 모양. 반송반송? 잠은 오지 아니하면서 정신만 말똥말똥한 모양. 곰비임비?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 내광쓰광? 서로 사이가 좋지 아니하여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하게 대하는 모양. ¶~하다? 너그러이? 마음이 넓고 아량이 있게. 넌덕스레? 너털웃음을 치며 재치 있는 말을 늘어놓는 재주로. 는실난실? 성적(性的) 충동으로 인하여 야릇하고 잡스럽게 구는 모양. 다뿍다뿍? 여럿이 분량이 다소 넘치게 많은 모양. ¶다뿍하다? 댕글댕글<뎅글뎅글? 책을 막힘없이 줄줄 잘 읽는 소리. 그 모양. 더덜없이? 더하거나 덜함이 없이. 데면데면≒데면데면히? ①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로운 모양. ②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은 모양. 데설데설? 성질이 털털하여 꼼꼼하지 못한 모양. 도나캐나? 하찮은 아무나. 무엇이나. 동그마니? 외따로 오뚝한 모양. 뒤슬뒤슬? 되지못하게 건방진 태도로 행동하는 모양. 들떼놓고? 꼭 집어 바로 말하지 않고. 들어번쩍?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금세 없어지는 모양의 속칭. 들음들음? 돈/물건 따위가 조금씩 자꾸 드는 모양. 딴통같이? 전혀 엉뚱하게. 땀직땀직? 말/행동이 한결같이 매우 속이 깊고 무게가 있는 모양. ¶땀직하다? 또박또박2? 발자국 소리를 또렷이 내며 잇따라 걸어가는 소리. 그 모양. 또깡또깡? 말/행동 따위가 똑똑 자른 듯이 매우 분명한 모양. 똥또도롬? 똥그스름하게 솟아난 모양. 뜨덤뜨덤? ①글을 서투르게 자꾸 읽는 모양. ②말을 느리게 한마디씩 던지거나 더듬거리며 자꾸 말하는 모양. 마기말로≒막상말로? 실제라고 가정하고 하는 말로. 마구대고? 마구 무리하게 자꾸. 허청대고? 확실한 계획이 없이 마구. 무턱대고=공중대고[空中-]? 잘 헤아려 보지도 아니하고 마구. 마수없이? 갑자기 난데없이. 마침몰라? 그때를 당하면 어찌 될지 모르나. 말똥말똥? ①눈빛/정신 따위가 맑고 생기가 있는 모양. ②눈만 동그랗게 뜨고 다른 생각이 없이 말끄러미 쳐다보는 모양. 매지매지? 조금 작은 물건을 여럿으로 나누는 모양. 메지메지? 물건을 여럿으로 따로따로 나누는 모양. 먀얄먀얄? 성질/태도가 쌀쌀하고 뻣뻣한 모양. 모람모람? 이따금씩 한데 몰아서. 몬탁몬탁>몬닥몬닥? 작은 덩이로 자꾸 똑똑 끊어지거나 잘라지는 모양. 물색없이? 말/행동이 형편에 맞거나 조리에 닿지 아니하게. 미타미타[未妥未妥]? 아무래도 미심쩍은 모양. 민둥민둥≒민둥민둥히? 산에 나무가 없어 번번한 모양. 민숭민숭>맨숭맨숭≒민숭민숭히? ①몸에 털이 있어야 할 곳에 털이 없어 번번한 모양. ②산에 나무/풀이 우거지지 않아 번번한 모양. ③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아 정신이 멀쩡한 모양. 본숭만숭? 건성으로 보는 체만 하고 주의 깊게 보지 않는 모양. 맨숭맨숭? ‘맨송맨송’의 잘못. ♣‘민숭맨숭’, ‘민숭맨송’ 등은 없는 말. 바동바동? ①덩치가 작은 것이 매달리거나 자빠지거나 주저앉아서 자꾸 팔 다리를 내저으며 움직이는 모양. ②힘에 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바득바득 쓰는 모양. 아등바등? 무엇을 이루려고 애를 쓰거나 우겨 대는 모양. 바둥바둥<버둥버둥? ①덩치가 크지 않은 것이 매달리거나 자빠지거나 주저앉아서 팔 다리를 자꾸 내저으며 움직이는 모양. ②힘에 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기를 쓰고 바득바득 애쓰는 모양. ☜예전에는 ‘바동바동’의 잘못이었으나, 표준어로 인정됨. [2011.8.31.개정] 박신박신? 사람/동물이 좁은 곳에 많이 모여 활발히 움직이는 모양. ¶박작박작<벅적벅적? 반둥건둥≒건둥반둥?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중도에서 성의 없이 그만두는 모양. 반둥반둥<번둥번둥, 빤둥빤둥?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자꾸 빤빤스럽게 놀기만 하는 모양. 반지르르<빤지르르<뻔지르르? 말/행동 따위가 실속은 없이 겉만 그럴듯하게 발씬발씬<벌씬벌씬? 숫기 좋게 입을 벌려 소리 없이 자꾸 방긋방긋 웃는 모양. 발밤발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밟+암+밟+암】 ¶~하다? 발맘발맘? ①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가늠하며 걷는 모양. ②자국을 살펴 가며 천천히 따라가는 모양. 밤돌이로? 밤마다. 방가위지[方可謂之]≒방가위[方可謂]? 과연 그렇다고 이를 만하게. ¶주인은 손 대접을 제대로 했다. 그래야만 방가위지 양반이고말고. 부픗부픗? 실속은 없이 매우 엉성하게 크게. 불풍나게? 매우 잦고도 바쁘게 드나드는 모양. 빈둥빈둥? 자꾸 게으름을 피우며 아무 일도 하지 아니하고 놀기만 하는 모양. 팬둥팬둥>밴둥밴둥? 게으름을 피우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모양 뻔쩍하면≒쩍하면? 조금이라도 일이 있기만 하면 곧. 걸핏하면≒제꺽하면/쩍하면/뻔쩍하면? 조금이라도 일이 있기만 하면 곧. 툭하면? 조금이라도 일이 있기만 하면 버릇처럼 곧. 뼘들이로? 동안을 별로 띄지 아니하고 잇따라 서로 번갈아들어서. 뼛속들이? 골수 깊이까지 온통. 뾰롱뾰롱? 성미가 부드럽지 못하여 남을 대하는 것이 몹시 까다롭고 걸핏하면 톡톡 쏘기를 잘하는 모양. 뿌덕뿌덕? 부드럽지 못하고 조금 뻑뻑한 느낌. 사날없이? 붙임성이 없이 무뚝뚝하게 사리사리? 연기 따위가 가늘게 올라가는 모양. 서리서리1? 연기 따위가 자욱하게 올라가는 모양. 서리서리2? ①국수/새끼/실 따위를 헝클어지지 아니하도록 둥그렇게 포개어 감아놓은 모양. ②뱀 따위가 몸을 똬리처럼 둥그렇게 감고 있는 모양. ③감정 따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양. 사리살짝? 남이 전혀 눈치 못 채는 사이에 아주 잽싸게. 살짝꿍? ‘살짝궁’의 잘못. 북한어. 살짝궁? ‘살짝’을 강조하는 말. 살짝? ①남의 눈을 피하여 재빠르게. ②힘들이지 아니하고 가볍게. ③심하지 아니하게 아주 약간. 사사건건≒건건사사[件件事事]? 해당되는 모든 일 온갖 사건. ? 해당되는 모든 일마다. 살그머니?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살며시. [유]가만히/남몰래/몰래 살그니≒살그미? ‘살그머니(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살며시)’의 준말. 꾀꾀로? 가끔가끔 틈을 타서 살그머니. 배슬배슬? 어떠한 일에 대하여 바로 대들어 하지 아니하고 살그머니 자꾸 동떨어져 행동하는 모양. 빵시레>방시레? 소리 없이 입을 예쁘게 벌리고 밝고 보드랍게 살그머니 웃는 모양. 살근살근? 힘을 들이지 않고 살그머니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 솔랑솔랑? ‘솔래솔래(조금씩 조금씩 가만히 빠져나가는 모양)’의 잘못. 남실남실? 남의 것을 탐내어 살그머니 자꾸 넘겨다보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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