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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목록’ vs. ‘버킷 리스트’

멋지고 고급한 우리말

by 지구촌사람 2017. 11. 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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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목록’ vs.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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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KBS1 <우리말 겨루기>를 볼 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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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반에 방송되는 우리말 관련 프로그램이죠. 10여 년 넘게 방송돼 오는 사이에, 교육부가 해내진 못한 큰일을 해내기도 했습니다. 온 국민들로 하여금 올바른 말을 사용하도로 이끌었고, 학교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도 손 놓고 지내는 맞춤법/띄어쓰기 부분에 대한 공부를 하도록 관심을 부추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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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오래 전 <양심 냉장고>라는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몇십 년이나 되도록 고쳐지지 않던 교통 규칙 지키기를 온 국민에게 체화되도록 한 것과 비교될 정도죠. 서점 한 귀퉁이에서 먼지에 덮여 있던 우리말 관련 서적들과 맞춤법 책자들이 먼지를 떨어내게 된 것이나, 수많은 관련 서적들이 출간된 것도 그 덕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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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젊은 사람 박희선(29) 양은 문구점 직원이라고 소개되었는데요. 그가 사용한 말 중에 소망 목록이란 멋진 말이 있었습니다. 어째서 멋지냐고요? 요즘 보면 그걸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 좀 더 멋져 보이고, 있어 보인다고(유식하다고) 생각하는지, 외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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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목록은 한마디로 외래어를 적절한 우리말로 멋지게 바꾸어 활용한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영어 wish-list의 우리말이기도 한데요. 항간에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말로 더 많이 번져 있죠. 2007년 개봉한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 덕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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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은 암 선고를 받은 6개월짜리 시한부 인생이죠. 영화를 보면 그들이 죽기 전에 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적힌 종이는 조그만 깡통(can)에 담깁니다. 어디를 봐도 우리가 기대하는 버킷(양동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목록이 바께쓰('양동이'의 일본어 투)/버킷에 담기기 때문에 '버킷 리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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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cket죽다라는 뜻의 속어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차게 했는데, 이로부터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유래하였죠. 그러므로, ‘버켓 리스트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라는 뜻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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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버킷 리스트'에는 죽음이라는 다소 절망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런 어두운 의미 대신에 차라리 '소망 리스트'로 표현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는 좋은 일도 될 듯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온초[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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