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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생활’이 어째서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되지 못했을까?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7. 8.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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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생활이 어째서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되지 못했을까?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부부 생활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복합어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생활로 붙여 적으면 잘못입니다. ‘부부 생활로 띄어 적어야 합니다. ‘부부 생활이 어째서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되지 못했을까요.

 

꼭 붙어 지내라고 부부로 인정해 줬고, 그렇게 한 몸처럼 지내는 특별한 생활이니, 당연히 한 낱말의 복합어로 삼아야 하는 말 같은데요. 더구나 일상생활/사회생활/학교생활/문화생활/공동생활/경제생활/교단생활. 교편생활/언어생활/정신생활도 한 낱말이고, ‘가정생활도 한 낱말이거든요.

 

이 부부 생활이란 말이 다른 낱말들의 뜻풀이에 쓰이고 있는 의미를 잠깐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 불임증[不妊症] : 임신을 못 하는 병적 증상. 결혼하여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나 삼 년이 지나도록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를 이른다.

- 법정 재산제[法定財産制] : 법률로써 부부간의 재산 관계를 규정하는 제도. 부부의 재산의 귀속, 그 관리 방법, 부부 생활에서의 비용 부담 따위에 관하여 규정한다.

 

불임증에 쓰인 부부 생활이란 부부간의 성애, 곧 성생활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정재산제에 쓰인 그것은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상태를 뜻하고요.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뜻을 묶어서 특정화하면 부부생활이란 복합어가 탄생될 듯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목이 잡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활이란 말의 뜻풀이 중에는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감. 또는 그런 상태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부부가 결합되면 부부로서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감. 또는 그런 상태가 되죠. 정작 문제는 부부로서의 어떤 행위입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거죠. 가정생활의 뜻풀이를 ‘1.가정을 이루어 사는 생활. 2.가정 안에서의 생활로 손쉽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입니다.

 

                                                                             *

부부 생활이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될 수 없는 까닭. 그것은 그 의미를 한마디로 특정화할 수 없기 때문인 듯합니다. 부부는 남편과 아내일 뿐이지만, 낱개의 존재로서는 모래알 같이 수많은 사람들로 나눠지고, 그런 부부들이 엮어내는 생활 양태 역시 한마디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탓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딱히 뭐라 콕 집어 규정할 수 없다는 거죠.

 

하기야, 부부간의 촌수는 0입니다. 무촌입니다. 촌수 표기에서 홀수인 1, 3, 5촌은 상하 관계*이고 짝수인 2, 4, 6촌은 수평관계*인데, 부부간의 촌수만큼은 홀수와 짝수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무촌인 만큼 무관계인가 하면, 그만큼 상하/수평 관계를 따질 수조차 없는 관계라는 뜻도 됩니다. [*: 3촌은 1촌의 형제자매, 5촌은 3촌의 형제자매. 한편 2촌은 형제자매, 4촌은 3촌의 자식들, 6촌은 5촌의 자식들임. , 이것은 편의상 구분법이며, 재종조(증조부 형제의 아들)3종조(고조부 형제의 손자), 종손(형제자매의 손자) 등과 같은 경우는 4, 6, 8촌이라 하더라도 상하관계임. 상세한 것은 아래의 계촌표 참조.]

 

이런 것들과 아울러, ‘부부 생활이란 말이 두 개의 낱말로 쪼개져 있는 걸 대하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부부로서 엮어내는 생활이란 언제든 조각날 수 있는 것, 언제든 분리될 수 있고, 그 순간 부부 생활이란 것 자체가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그런 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부와 생활 사이의 틈새를 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늘 부부 생활에 작은따옴표를 자주 찍어서 묶어놔야 할 듯합니다. 그럴 때마다 최소한 한 번씩은 그 말이 지닌 의미에 대해 돌아볼 수 있을 듯도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말을 뒤집어볼 필요도 있습니다. ‘활생(活生) 부부!’. ‘부부를 살려내자!’ 혹은 부부로 씩씩하게 살아내자!’라는 뜻이 되는군요. ‘활생(活生)’은 아직 우리말에 없는 말이지만, 이참에 우리끼리 활성(活性)+환생(還生) 활생(活生)’쯤의 합성어 하나를 만들죠 뭐. 좋은 일이니까요. [溫草]

    

[참고] 계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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