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사진이 배꼽으로 나오면 원본은 이곳에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21071619121
절대로, 절대로 백종원과 ‘고로 상’을 따라 하지 마세요 : 과식과 덜 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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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OECD 국가 중 발병률 1위이자, 우리나라 암 중 위암과 폐암 위로 올라선 발병률 1위의 병이죠. 3기쯤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50% 이하로 낮아지는 무서운 녀석이기도 하고요. 남자들에게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폐경기를 지난 여성들에게서 발병률 2위를 보이는 게 이 대장암이랍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고기 섭취량은 OECD 국가 중 중위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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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장암을 유발하는 일등 공신(?)으로 꼭 뽑혀온 것이 붉은색 고기 및 패스트푸드의 과다 섭취, 채식 부족,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결과를 깬 놀라운 예방책이 나왔죠. 그것도 보건복지부(건보공단)와 의사협회에서 공동으로 꼽은 원인 1위는 ‘과식’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꼽자면, 과식과 덜 씹기(빨리 먹기)가 합해진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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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은 위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무리가 갑니다. 장수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소식(小食)은 그 때문이기도 하죠. 과식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이들에겐 이중의 무리수가 됩니다. 또 과식을 하는 이들에게 흔한 것이 덜 씹기입니다. 충분히 씹지 않고 얼른 넘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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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충분히 씹는 일(최소한 30회 이상 씹기)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크답니다. 입안에서 분비되는 소화 효소 아밀라아제는 위에서 분비되는 효소보다도 효능이 빼어나서, 위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소화 촉진에 엄청 도움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충분히 씹으면 귀밑샘에서 파로틴이 분비되는데, 이 녀석은 노화 방지, 비만 예방에도 크게 한몫합니다. 덜 씹고 빨리 먹는 이들이 대체로 뚱뚱한 것, 이해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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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티브이 도처에서 이른바 ‘먹방’ 방송을 합니다. 본래 ‘먹방(-房)’은 먹물을 뿌린 듯이 캄캄한 방이라는 뜻으로, 불을 켜지 않아 몹시 어두운 방을 뜻하는 말인데, 요즘은 그런 말이 있다는 것조차 아는 이들이 드물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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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티브이가 유통시킨 ‘먹방’은 ‘먹방(-放)’과 ‘먹방(-幇)’을 동시에 이르는 듯한데요. ‘먹는 방송’이라는 뜻과, 아주 잘 먹어대는 그런 사람들[먹방(-幇)]이라는 뜻인 듯한데, 둘 다 아직 표준어에는 들지 못합니다. 요즘 이 ‘먹방(-放)’ 추세는 ‘백종원의 3대 천왕, 맛있는 녀석들, 수요 미식회, 집밥 백종원, 냉장고를 부탁해, 테이스티로드... ’ 등의 숱한 한국 방송에서부터 일본의 ‘고독한 미식가’까지도 수입 방송될 정도입니다. 그중 백종원*의 그것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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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맛있는 음식집을 찾아가 먹는 장면, 많이들 보셨죠? 조금만 유심히 보시면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하나는 엄청 많이 먹는다는 것과 열 번 정도를 씹고는 꿀떡 넘긴다는 거죠. 예를 들면 1인분을 안 주기 때문에 2인분이 기본인 삼겹살을 시키면 혼자서 그걸 다 먹고, 그러고나서 찌개에 밥 한 그릇을 말아서는 나머지 반찬들까지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건 예사입니다. 전골집에 가서도 2인분 전골을 다 드시고는(?) 거기에 밥까지 말아서 또 뚝딱 입니다. 주 메뉴 한 가지만 먹고 일어서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엄청난 양입니다. 최소 1.5인분이고 어느 때는 3인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 : 가뿐히 먹고서 또 시킨 추가분의 양(삼겹살)
사진 : 이 건더기들을 다 먹고 거기에 밥까지 말아서, 모두를 뚝딱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모든 먹방 프로의 공통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4사람 체중이 거의 400킬로쯤은 돼 보일 ‘맛있는 녀석들’의 출연자들은 거의 3인분 이상을 드시는(?) 듯합니다. 어느 치킨집 방송에서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넷이서 11마리를 해치웠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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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진짜 문제는 덜 씹기입니다. 어느 프로그램이고 간에 그처럼 과식을 하는 출연자들이 씹는 횟수를 헤아려보면 20회를 넘길 때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오래 씹는다고 해야 15회 안팎이고 특별한 경우에도 20회 안쪽에서 끝납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의사들 말로는 최소 30회 이상은 씹어야 하거든요. 어떻게 그리 오래 씹을 수 있느냐고요? 숫자를 헤아리며 한번 씹어 보셔요. 30회가 엄청 긴 듯해도 금방입니다. (사실 저는 보통이 60회 정도이고, 고기 종류는 70-80회 정도 씹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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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라는 일제 수입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본래 우리의 <식객>처럼 만화로 유명해진 건데, 방송으로 제작되고 있죠.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이노가시라 고로(井之頭五郞*)가 여러 대중식당을 찾아가 식사를 하는 건데요. 크고 유명한 집이 아니라 골목길의 그저 그런 식당들을 찾아가 먹는다는 점에서 백종원의 그것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이노가시라(井之頭)는 꼭대기 우물이라는 뜻. 독신으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사무실조차 갖기를 싫어하는 주인공과 먹거리 밝힘증을 ‘물’과 연결시키는 고도의 상징어. 그런 고로 상은 음식점에 들어갈 때도 항상 넥타리를 맨 정장 차림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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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고로 상 역을 하는 사람이 아래 사진에 보이는 마츠시게 유타카라는 배우인데요. 그 또한 먹는 양과 씹는 것에서는 백종원과 난형난제입니다. 다만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유타카는 키가 크고 비쩍 말랐습니다. 외형만으로는 전혀 그와 같은 대식가로 보이지 않죠. 그런데도 그 역시 대체로 2인분 가까이 또는 그 이상을 먹습니다. 어지간해서는 단품 메뉴 하나만 시키는 일이 없고, 꼭 추가 메뉴를 시킵니다. 그의 주특기는 모든 국물과 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쓸이하는 것. 때로는 밥 한 공기를 더 시키기도 합니다.
사진 : 유타카가 맛있다면서 고기를 더 시켜놓고 있습니다. 밥 한 그릇을 비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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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카의 빨리 먹기와 덜 씹기는 유명합니다. 아예 밥그릇이나 음식 그릇을 입가에 대고 연속해서 젓가락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요. 그럴 때의 그의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흡입’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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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인기 덕에 시즌 11인가까지 찍고 있다는데 (하기야, 요즘도 이어지는 원작 만화가 유럽에서만 10만 부 넘게 나갔다네요), 프로그램이 종영되고 나면 출연자의 위장 상태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괜한 기우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그렇게 10여 회 안팎으로 씹고, 흡입식 식사를 계속하다가는 필경 그리될 것만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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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공단과 의사회에서 강조한 내용, 저도 강조합니다. 대장암 발병의 으뜸 사유는 과다한 육식 섭취 때문이 아니라, 과식과 덜 씹기라는 걸요. 오래 씹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20회 정도를 헤아리면서 씹다가, 몇 번 그리해 보면 이내 익숙해지고 그 다음 쉽게 30회를 넘길 수 있답니다. 꼭 한 번 해보셔요. 저야 아마추어일 뿐이지만, 보건공단과 의사분들의 얘기야 정말 전문가들의 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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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고로 상처럼 삶의 해방구로 먹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삶의 편식도 되거든요. 몸수고가 따르는 다양한 취미를 곁들이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예전에 정치적 무관심을 키워 반정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실시한 우민정책으로 ‘3S정책(Screen/Sports/Sex)’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기에 ‘먹방’을 얹은 듯도 하거든요. 어쩌면 머지않아 전국 남자들의 요리사화(-化)도 이뤄질지 모르겠어요. 어떤 취미고 간에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기우는 건 바람직한 일이 못 되죠. 민초들이 고통스러울 때면, 종교가 유력한 수단으로 채택되곤 해 온 건 전 세계 역사의 공통점이기도 한데요. 그런 걸 슬쩍 뒤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요즘은 요리가 마치 종교 수준으로 떠받들리기도 하는 듯해서요.
[*백종원의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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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어 가지만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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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프’라는 요즘 유행어 사용을 거부합니다. ‘세프’가 무슨 뜻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불어 ‘chef’는 영어의 chief를 뜻합니다. 그냥 으뜸이라는 뜻으로, 주방 요리사 중에서 제일 높은 주방장을 뜻합니다. 직위를 뜻하는 일반 명칭이지, 명장 조리사라든지 하는 식의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불과 칼을 다루는 위험한 직업인 조리사들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편인데, 그걸 지키기 위해 주방장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절대 복종 수준이죠. 그런 주방장을 이르는 말이 ‘세프’입니다. 그 아래의 부주방장은 ‘수 세프(sous chef)’라 합니다. 세프는 직위 표기 명칭일 뿐, 조리사 직업 명칭과는 전혀 무관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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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중에 명장급을 이르는 우리말은 뭘까요? 짧게 말하면 ‘숙수(熟手)’라 합니다. <식객>에도 나오는 말로, 제대로 된 큰 잔치 음식을 총괄할 정도의 사람이죠. 그런 이들 중 궁중에 가서 요리할 정도의 사람은 ‘대령숙수(待令熟手)’라 이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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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에 이른바 세프라는 이름으로 조리사들이 나오면 하나같이 길고 높은 하얀 모자들을 쓰고 나오죠. 그 모자의 이름부터 소개하면 영어로는 ‘토크(toque)’라 합니다. 본래는 흰색의 챙 없는 모자를 뜻했는데 요즘은 주로 여성용 털모자를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지바고도 쓰고 나오고, 여러 사람이 쓰고 나오는 털모자가 바로 토크입니다. 불어로는 ‘샤포 블랑(chapeau blanc)’이라 하는데, 흰색의 챙 없는 모자라는 뜻입니다. 추기경들이 쓰는 빵떡모자도 샤포라 하는데, 본래 샤포는 영어의 토크처럼 챙 없는 모자를 이르는 명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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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크(샤포 블랑)는 왕의 요리를 하는데 머리카락 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참수형에 처해졌던 영국인 요리사 사건으로부터 유래했습니다. 요리사의 머리카락이 음식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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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줄이자면, 백종원은 이 토크를 쓰기도 하지만 이른바 세프들처럼 엄청 높고 긴 그런 건 안 씁니다. (높은 모자일수록 권위를 상징하고, 주름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요리 숫자가 많은 걸 뜻합니다.) 자신은 주방장이 아닌 조리사라는 것에 충실하고자 함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전통 요리사들은 그 따위 권위 과시용 모자는 쓰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저 수건으로 질끈 머리를 동여맸을 뿐이니까요. 땀과 머리카락이 음식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ㅎㅎㅎ -溫草
[Au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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