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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짓살-할 말/짓은 하고 살자] 나는 한우를 잘 안 사먹는다

[내 글]고정관념 분해 조립

by 지구촌사람 2017. 9. 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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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짓살-할 말/짓은 하고 살자] 나는 한우를 잘 안 사먹는다

 

'한우'가 좀 비싸야 말이죠

 

저는 쇠고기에 관한 한 비애국자입니다. ‘한우앞에서는 엄청 죄인입니다. 맞아죽을 소리일지 모르지만, 쇠고기를 고를 때 선물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한우를 잘 안 사먹습니다.

 

으뜸 이유는 비싸서이지요. 수입산에 비해 2~3배 차이가 나는 건 기본이고, 어떨 땐 특정 부위의 고깃값이 5배 가까이나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면, 요즘 갈비살이 그럴 겁니다. 이른바 명품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브랜드 한우의 가격 기준으로요. 한우 소비를 늘이기 위해 값을 좀 내렸다는 데도 그렇습니다.

 

자가 소비용으로는 대체로 수입산을(그것도 제가 잘 아는 공급자 이름이 보이면 그것으로) 삽니다. 개인적인 취향인데요, 저는 쇠고기의 모든 부위가 부드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합니다. 그저 육즙만 제대로 있으면 크게 만족하고, 그다지 질기지만 않으면 오케이입니다.

 

안심/등심 등과 같은 스테이크용 쇠고기를 살 때는 예외 없이 저는 수입산을 삽니다. 비용 부담도 그렇지만, 마블링 때문입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는 마블링이 많은 게 좋다는 괴상한 속설(?)이 번져 있는데, 저는 그 기름기투성이인 마블링이 많은 걸 보면 저절로 외면하게 됩니다. 삼겹살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먹어야 할 때면 지방이 조금이라도 적은 목삼겹 쪽을 택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취향 탓입니다. 이 마블링 얘기는 뒤에 다루겠습니다.

 

정육점에 가보면 우리나라 것인데도 한우라는 표기 외에 육우라고 적힌 것도 있습니다. 음식점의 원산지 표지판을 보면 하나같이 수입산이 아니면 전부 한우라고만 되어 있고요. 또 우리나라에는 젖소도 제법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음식점이고 정육점이고 간에 이 젖소 고기를 판다는 표지는 한 군데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우유 생산 기능을 다한 늙은 젖소들도 도축되는데 그 뒤에 다 어디로 갔을까요?

 

축사형과 방목형(corn-fed vs. grass-fed)

 

제가 우연히 88올림픽을 앞두고, 요즘은 서울 소재 특1급 호텔 17개 중에서 늘 1~2위를 다투는 곳의 개관 준비팀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 전공(?)과는 전혀 다르게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그곳에 붙잡혀 8년쯤 밥벌이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쇠고기 공부를 좀 하게 되었고, 그 공부 이후로 수입처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력을 아주 세게(?) 행사한 적이 있습니다. 확신을 갖고 뉴질랜드산 반()방목우 고기로요. 물론 구입 전 육질 시식은 거르지 않았고, 결정 후에도 매 분기별로 빼놓지 않고 시행했지요. 그때의 들은귀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크게 쇠고기는 주 사료에 따라서 곡물을 먹인 것(corn-fed)과 방목한 것(grass-fed)으로 나눕니다. 물론 곡물 사료를 먹이는 것에도 틈틈이 건초를 주고, 방목하는 것에도 곡물 사료를 보충해 줍니다만. 실제로 여기서 나타나는 더 큰 차이는 축사 환경입니다. 곡물 사료 환경에서는 소들이 내내 좁은 축사에 갇혀 지내고, 방목형은 일정시간 목장에 방목된 뒤 축사로 돌아옵니다.

 

고기 생산용으로 키우는 소들을 일반 용어로 비육우라 하는데요. 이 녀석들은 얼른 빨리 뚱뚱하게 키우는 게 돈벌이에 도움이 되고, 좁은 공간에 많은 머릿수를 키워야 운영비 절감이 되기 때문에,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좁을수록 주인에겐 더 좋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몸이 뚱뚱해집니다. 먹는 것으로라도 풀어야 하니까요.

 

프랑스의 거위 간 생산업자들은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좁은 철망 우리 안에 거위 한 마리를 가둔 뒤, 아예 그 목을 철사에 매달아 놓고 입 안에 사료 주입용 깔때기를 꽂아놓은 채 먹을 것만 주고 거위를 학대하는데요. 그런 지속적인 스트레스 주기로 간이 빨리 크게 붓도록 하려는 거라는 건 이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동물학대 사례에 속합니다.

 

소 역시 속성 비육우를 만들려면 스트레스가 잘 해소돼서는 안 됩니다. 아주 좁은 칸에 내내 세워놓고 키우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화제/말썽이 되었을 때 그곳의 축사 내부를 촬영한 화면들이 꽤 돌아다녔는데, 보셨는지요? 분뇨 처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바닥이 질컥거리는 곳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남들 얘기만은 아닌 것이 비육우를 키우는 곳의 공통점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축사 내부도 그에 못지않은 곳, 제법 됩니다. 반대로 왕겨나 짚 따위를 바지런히 갈아 넣어주는 애축인도 있고요.

 

사료로 곡물을 먹이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축사형이든 방목형이든 당연히 곡물 사료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야 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워집니다. 풀만 먹여서는 육질이 질겨질 뿐만 아니라 영양 불균형도 생기죠.

 

눈치들 채셨겠지만, 이 두 가지 사육 방식의 결정적인 차이는 소들의 운동량입니다. 스트레스 해소 여부와도 직결되고, 육질의 건실함과도 이어지지요. 한쪽에는 넓은 목장에서 돌아다니며 풀도 뜯어 먹고, 푸른 하늘도 바라보고, 동무들과 어깨씨름도 하다가, 두 다리를 꺾고 앉아 쉬기도 한 소들이 있고요. 다른 편에는 그런 녀석들과는 반대로 좁은 곳에 갇혀 몇날 며칠이고 한자리에서 서서만 지내서 육질이 덜 단단해진 소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새삼스런 질문 : 한우가 뭐죠? 젖소 고기도 한우인가요?

 

음식점에서 흔히 대하는 한우라는 표기. 그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우는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소를 총칭하는 말인데요. 한우(국내산 쇠고기)가 되려면 우리나라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자라야 합니다. 수입 생소(송아지)의 경우에도요. 젖소 역시 이 조건에 맞으면 국내산 쇠고기 -광의의 한우-로 출하됩니다.

 

우리가 고깃소라는 뜻으로 흔히 쓰는 비육우(肥肉牛)라는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질 좋은 고기를 많이 내기 위하여 특별한 방법으로 살이 찌도록 기르는 소라고 친절하게 풀이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방법을 강조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 말은 전문용어는 아닙니다. ‘한우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시장에서 대하는 쇠고기도, 전문적으로는 세 가지로 나뉘거든요. ‘한우 고기육우 고기’, 그리고 젖소 고기로요.

 

조금 복잡하지만, 그래도 훑고 가는 게 한우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우 고기육우 고기를 합친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한우) 비육우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음식점 표기에 보이는 한우한우 고기육우 고기’, 혹은 젖소 고기중 어느 하나를 뜻하고요.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전문적인 용어 설명을 보입니다. 아래의 세 가지 모두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넓은 의미의 한우 -국내산 쇠고기-에 속합니다.

 

-한우 고기 : (교잡종이 아닌) 순수한 한우에서 생산된 고기. [적색 도장].

-육우 고기 : 육용종, 교잡종, 젖소 수소 및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젖소 암소에서 생산된 고기. [녹색 도장]

-젖소 고기 :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있는 젖소 암소에서 생산된 고기. [청색 도장]

 

이제 좀 감들이 잡히시죠? 어째서 음식점에 표기된 한우라는 표기가 위의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일 수 있다고 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미리 염려하실 건 없습니다. 설명 뒤에 도장 색깔 표지를 덧붙인 건 도축장에서 축산물 위생검사관이 검사합격 표시로 찍는 도장 색깔인데요. 구입자들은 그걸 보고 진짜 한우인지, 육우인지, 아니면 늙은 젖소 고기인지를 구분하니까요.

 

그래도 궁금한 건 여전히 남게 됩니다. 전문기관[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에 도축된 소들이 한우/젖소/육우가 각각 96/46/6만 두쯤 되는데, 그중 젖소 6만 두만 해도 국내에서 유통/소비된 게 분명합니다. 국내산 젖소 고기를 수출한 기록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이 한우라는 대분류 명칭으로만 이뤄졌을 공산이 크죠?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젖소 고기[단, 송아지를 낳지 않은 젖소 암소와 젖소 수소는 제외하고]를 드신 일이 절대로 없으셨으니 그건 안심하셔도 됩니다. 젖소들은 위에서 네 번째 등급인 2급 이상의 것이 겨우 2.7%밖에 안 되고, 3급이 33%, 등외가 나머지 대부분이거든요. 상위 1~3등급인 1++, 1+, 1급 들만을 구입/판매하는 대형 소매점(마트 포함) 등에서는 아예 구입 자체를 하지 않으니까요. 대신 가공품을 만드는 곳들에서 저가 원료로서 대환영을 받았겠죠? 참고로 위에서 한우 고기라 표기한 토종 한우의 경우에도 위에서 네 번째 아래의 등급들인 ‘2/3/등외등급품이 각각 27.1%/11.2%/0.4%로 나타납니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13년 통계가 그러합니다.

 

 

마블링? 그건 살코기 사이에 박힌 우지(牛脂. 쇠고기 기름) 아닌가요?

 

이 글 초입에서 저는 마블링이 많은 걸 안 좋아한다고 적었습니다. 제 취향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사실 이 마블링은 소가 고지혈증에다 초비만일수록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건강하지 않은 소일수록 마블링이 많은 거죠.

 

한국인들의 일상 보약이 된 오메가3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마블링이 많으면 많을수록 몸에 나쁜 오메가6와 몸에 좋은 오메가3의 비율이 100:1에 가깝습니다. 이런 점에서 쇠고기 마블링에 관한 상식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글들이 아주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여러 군데에 있지만 한 곳만 예시하면요 : http://blog.naver.com/jonychoi/220664998591.

 

아래에 덧붙이는 글은 졸저 <열공 우리말>(2017)에서 쇠고기 부위 명칭들을 다루면서 덤으로 매단 부분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덤으로 드립니다. 이 재미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데 대한 보은으로요. 하하하. '마블링'을 우리말로 '결지방'이라 한다는 것 한 가지만 챙기셔도 됩니다. 그리고 수입산에도 1++, 1+ 등이 표기되어 있으면 그건 거의 사기 수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1++, 1+' 등의 표기는 우리나라에서만 국내산에 표기하는 등급 표시이고 수입산에는 어느 나라의 것에도 그런 표기는 없습니다.

 

[] 마블링과 소고기 등급 이야기

 

(1) ‘마블링과 그 순화어 결지방

 

쇠고기 육질을 판단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곤 하는 말이 마블링(선홍색 살코기 사이에 하얀색 지방[우지(牛脂)]이 그물처럼 퍼져서 박혀 있는 것)’입니다. 마블링이 분포되어 있는 정도에 따라 맛(풍미)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죠.

 

이 마블링 분포 정도를 전문용어로는 근내지방도(筋內脂肪度. marbling degree)’ 또는 상강도(霜降度, [しもふりど])’라 하는데, 살코기 단면의 지방 침착 상태를 나타냅니다. ‘상강도(霜降度)’란 말은 고기 조직 사이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흰색의 지방이 희끗희끗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전문적인 의미를 지닌 마블링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말의 순화어를 결지방(-脂肪)으로 정했는데, 순화 정도는 반드시 순화어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를 쓸 것수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13-9(2013.3.8.)]

 

(2) 쇠고기 등급

 

이와 같이 마블링은 쇠고기의 육질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각 국가별로 등급 판별 기준이나 표기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대분할육(大分割肉. primal cuts)은 물론이고 대분할에 포함되는 소분할 부위(sub-primal cuts)도 조금씩 다른데다(: 북미에서는 등심이나 양지머리를 위아래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채끝과 안심의 구분 부위도 우리와는 다름), 육질 판별의 주요 기준이나 그 판정에 사용되는 기준표도 다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근내지방도/육색(肉色)/지방색/조직감/성숙도를 육질 판별의 기준으로 삼고 있고, 근내지방도/육색/지방색의 판별에서 표준 색상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쇠고기 등급은 우리나라에서 1++1+1235단계로 표기하는데, 최상급을 1++1+의 두 가지로 세분하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다릅니다. 한편, 미국과 캐나다는 두 나라 모두 최상///하의 4단계로만 나누는 건 비슷하지만, 그 표기는 각각 ‘Prime/Choice/Select/Standard’‘Prime/AAA/AA/A’로서 서로 다릅니다. 호주 역시 4단계로 구분하고 있지만, 기준은 사료로 곡류를 사용한 기간이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런데, 최근 수입 고기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1++, 1+ 등으로 표기하고 있는데요. 그건 이러한 등급 표기 방식에 대해서 숫제 무지한 소산이라고 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미국에 가서 1++ 등급의 쇠고기를 찾는 사람을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일이죠.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쇠고기에 대해서만 5단계로 구분하고, 돼지//오리 고기에 대해서는 1+12 등급의 3단계를 적용하고 있답니다. 다만, 계란에 대해서는 1+1 23등급의 4단계가 적용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溫草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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