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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명절을 반납하거나 잊어야 하는 이들, 몇이나 될까요? : 최소 160여만 명, 최대 500만 명

[내 글]고정관념 분해 조립

by 지구촌사람 2017. 10. 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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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명절을 반납하거나 잊어야 하는 이들, 몇이나 될까요? : 최소 160여만 명, 최대 500만 명

 

 

 

(사진) 2015년 추석. 남청주 요금소에서 추가 서비스까지 하는 근무자들.

 

위 사진 속의 여인들은 고속도로 요금소 근무자들입니다. 한복까지 곱게 차려 입고 나와서 요금소를 통과하는 손님들에게 작은 기념품을 주거나 인사를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그 근방에 사는 주부 사원들인데요. 추석날 아침에도 자신의 집 주방을 지키지 못하고 일터로 나왔습니다. 그리곤 좁은 곳에 앉아 문을 열어놓고 근무합니다. 살을 에는 추운 겨울이나 찌는 날씨의 한여름에도요.

 

오래 전 명절 다음날 북한산에 올랐더니만, 그 전날인 명절 당일에도 홀로 산에 올랐던 이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 모습들을 잊지 않기 위해 잡문에 옮겨 담은 뒤로 (<명절날 홀로 산에 오르는 이들의 사연을 모아 쌓으면 산보다도 높다> 그런 일들에 더욱 관심하게 되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20117431302

 

이처럼 명절날에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두 부류입니다. 일터에 머물러야만 해서 그리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도 있죠. 군인/수감자/독거노인/노숙자/입원 환자... 등에서부터 찾아갈 고향/집이 없는 일부 싱글족들이 그런 이들이지요.

 

이런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제가 정색하고 궁금해하게 된 게 몇 해 전부터인데요. 그러다 작년에 좀 시간을 들여 그런 이들을 챙겨서 셈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그런 이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결과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그런 이들이 최소 160만 명에서 500만 명가량 됩니다. 우리 이웃들 중 최소한 100명 중 3~ 10명이 명절에도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거죠. 놀랍게 많지 않나요.

 

***

어제가 민족의 명절 중 가장 기쁜 명절, 모두들 풍성함을 나누고 기원하는 추석이었습니다. 그런 날인데도 밖에 나가 보면 버스/택시도 달리고 전철/기차도 쉬지 않습니다. 연안 여객선에는 평소보다도 더 많이 사람들이 타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증편 운항합니다.

 

이런 운송 부분에 1,084,531명이 종사합니다. 임시직/계약직/아르바이트 등은 빼고도 그렇습니다. 아래의 모든 통계에서 그러합니다만... 그중 1/5만 잡아도 20만 명 이상이 추석날 쉬질 못합니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지만요. 전국의 버스 기사가 여성분 천여 명을 포함해서 8만 명을 조금 넘기는데요. 추석 연휴 3일을 죄다 쉬는 분은 한 분도 없다고 합니다.

 

명절이라고 해서 수출입 화물이 쉴 수는 없습니다. 항구와 부두에서는 여전히 일손들이 바쁩니다. 도선사(245)를 포함해 부두 근로자 노조원만도 7천 명 이상인데요. 일용직이나 임시직들을 제외하고서죠. 그분들 또한 연휴 기간 모두를 쉴 수 없기는 버스 기사들과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24시간 연기를 피워 올려야 하는 제철소 고로에도 휴일은 없습니다. 명절날에도 여전히 시뻘건 쇳물을 쏟아냅니다. 그처럼 제조업 분야에서 추석에도 쉬지 못하고 일터를 지키는 분들이 9만 명이 넘습니다. 대기업(3,053) 중 업체당 10명씩만 잡고, 320만 중소기업 중 1%3만 업체에서 2명씩만 회사를 지키고 있다고 쳐도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도 훨씬 더 많지만요. 고장이나 수리/점검이 아닌 한은 연중무휴 생산 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곳들이 그렇고(일시 정지 후 재가동시 막대한 비용/시간 등이 들어가는 곳),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그리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명절을 전후하여 우리나라를 찾은 손님들이나 명절을 이용한 여행객들을 위해서 24시간 가동되는 각종 호텔/콘도(966, 121,180)의 근무자들도 쉬지 못하고 출근합니다. 18만 명의 정식 등록 종사자 중 3교대 편성 인원인 1/3만 잡아도 6만 명쯤 됩니다. 전국에 산재한 2.5만 실 정도의 모텔에서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필수 최소 직원 2500여 명을 제외하고서도 그렇습니다.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시설) 근무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입원 환자들을 위해 간호사부터 병원 지원 시설 근무자들까지도 여전히 출근하고, 응급 환자들을 위해 당직 의사들도 일을 합니다. 전국의 의료 기관 60,529개소 중 연중무휴 상시 근무를 하는 주요 의료기관은 약 15천 개소인데요. 그곳에서는 약 6만 명의 의료 및 지원 요원들이 명절날에도 근무합니다. 우리나라의 총 병상수가 약 44만 개 정도인데, 명절을 전후해서는 병상 가동률이 좀 떨어집니다. 환자들이 집에서 명절을 맞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필수 최소 인원으로 의료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조기 퇴원, 또는 일시 퇴원을 시키기도 해서죠. 그럼에도 그 최저한의 수치인 50%만 잡아도 약 22만 명의 환자들이 그런 곳에서 명절을 맞고 있습니다.

 

교도소를 위시한 온갖 수용시설에는 수용자들 외에도 그들을 살펴야 하는 교정 직원과 사회복지 시설 직원들이 있습니다. 교정시설의 경우 수감자 4.5만 명에 교정 직원이 약 1.6만 명인데, 직원 중 1/3만 잡아도 5천여 명이 명절날에 출근해야 해서 수감자를 포함한 5만 명 이상이 타의로 명절의 기쁨을 반납하게 됩니다. 사회복지시설은 아동복지시설(수용자 약 1.4만 명)을 필두로 14종이 있는데, 담당 직원들을 포함하여 대략 5만 명 정도가 추석날에도 그곳에 머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는 독거노인들도 수만 명이 되고, 비공식적으로 100만을 넘긴다는 싱글족 중에서 약 1할인 10만 명 정도는 명절날에도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고향/부모형제/친척... 중 그 어딘가에 자신은 간절히 소속되고 싶어도 허공에 손짓하기로 끝나서 더욱 허망해지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이들이 자신을 천애(天涯)의 고아라면서, 자탄하곤 했습니다.


휴일에 전기나 가스에 문제가 생기면 더욱 큰일입니다. 전력/가스/상하수도 관련 직원들은 소중한 가족들의 명절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더 곤두세우고 근무합니다. 그러기는 경찰/소방직 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절날 사건 사고가 생기면 더욱 빨리 대처해야 하고, 사건 사고는 명절날이라고 피해가지도 않습니다. 일반 공무원들 중에서도 연휴 3일을 내리 다 쉬는 이들의 숫자는 꽤 줄어듭니다.

 

에너지/상하수도와 같은 기간 분야에 명절에도 근무해야 하는 최소 인원이 1.3만 명 정도 됩니다. 상하수도 분야에만 전체의 1/4~1/3에 해당하는 천 명 이상의 인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경찰(11)/해경(1) 및 소방(3.8) 분야에 총 16여만 명이 있는데, 그중 최소한으로 1/3만 잡아도 명절에 5만 명 이상이 집에서 쉬지 못합니다. 실제로는 교대 형식에 따라 (맞교대 또는 2~3교대제) 그 숫자는 더 늘어납니다만. 공무원들 또한 법원/국회/선관위 등을 포함한 중앙 및 지방 공무원 90여 만 명 중 1%만 잡아도 최소한 만 명 정도는 상황/당직/특별근무로 징발(?)됩니다.

 

이처럼 명절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이들 중에는 그 숫자는 적지만 꼭 기억해 주어야만 할 이들이 있습니다.

 

위에 사진으로 보인 요금소 여직원들(천여 명)과 같이 좁은 곳이나 조그만 곳, 혼자서 큰 집(?)을 지켜내는 이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해야 하는 이들... 등이 그런 이들인데요. 이를테면 예전에 등대지기라 부르던 항로표지관리원들(163. 지금은 등대원도 통용 명칭), 이곳저곳 외진 곳에 설치된 49개의 측후소/기상대 근무자들(200명 이상), 전국에 산재한 14,000개의 각급 학교 경비직도 그런 이들입니다. 휴일이면 극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매표소 직원들은 그들을 맞아야 하고, 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을 위해 관리원들도 근무조를(총원 1200여 명 중 300여 명) 짜서 출근합니다. 이런 이들도 모두 합치면 최소한 2만 명이 넘습니다. 학교를 지키는 이들이 대다수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서울 H동 소재 작은 음식점의 사장님처럼, 명절날이면 식당들이 닫히기 때문에 한 끼 식사를 따뜻한 밥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이들을 위해서 명절날에도 꼭 가게를 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 여기서 퀴즈 하나 내볼까요? 우리나라 직종 중 외간남자 손을 가장 많이 만지는 여인들은 누구일까요? 위 글을 대하신 분들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근무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면 다시 심층 퀴즈 하나 더. 전국에 산재한 요금소 중에서 가장 많이 외간남자 손을 만지는 곳은 어디일까요? 저도 처음에는 요금소를 지나칠 때마다 몇 해 동안 그분들에게 하루에 몇 사람 정도의 손을 만지게 되느냐고 묻고 다녔는데요. 그 답은 요금소 이용객 숫자에 있더군요. 그 순위를 보이면 다음과 같은데, 모두 수도권입니다. 명칭 뒤에 ‘-요금소를 붙이면 근무처 이름이 되지요 : 구리 186,411김포 172,741청계 168,012시흥 144,008인천 143,837성남 143,368.

 

멀리 떨어진 곳 중에는 추석과 무관한 나라나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대표 격인 외항선원 외에도 나라 밖의 외국 기업에 개별적으로 취업한 이들도 있습니다. 해외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근로자들(35천 명)은 명절날이면 떡과 과일/고기 등으로 특식이 나오고, 휴일로 삼아 하루를 즐기게 해주므로, 그나마 조금 형편은 낫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그것으로 죄 상쇄되지는 않지만요. 여하간 외항선에 취업한 한국인 선원만도 2012년 기준으로 9,303명이고, 개별적으로 해외 기업에 취업한 숫자 또한 그 정도에 이릅니다. 중국/호주/캐나다/일본의 순으로 많이 나가 있지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명절 연휴에도 편안하고 넉넉하게 소중한 이들과 정을 나누게 해주는 배경에는 경찰/소방관들 외에 군인들이 있습니다. 휴전선에서부터 독도와 마라도, 연평도까지를 지켜내는 병사들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총 병력 규모는 약 63만 명인데, 그중 영외 거주자들을 제외하면 50만 명에서 조금 모자라는 병사들이 추석 연휴에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한 채 영내에 머뭅니다. 영외 거주자라 하더라도 당직사관과 필수 교대 근무자들은 일터로 나와야 하고요.

 

***

이런저런 사유로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번 추석에도 소중한 사람들이나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한 채 지냅니다. 짧게는 하루 또는 연휴 기간 내내요. 그런 이들이 최소한 160만 명 정도이고, 많게는 500만 명가량이나 됩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주변의 이웃 100명 중 최소 3명에서 10명 정도가 그런 이들입니다.

 

어째서 그 숫자가 고무줄이냐고 물으실 분도 계시겠네요. 가장 큰 이유는 교대제 방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임시직/계약직/아르바이트직 때문입니다.

 

교대 방식이 1일 맞교대(하루 근무 후 다음날 교대)12~3교대제(12시간 또는 8시간 근무 후 교대) 중 어느 것이냐에 따라 쉬지 못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달라지는 게 가장 큽니다. 예를 들면 간호사들의 경우에는 아침/오후/저녁 근무처럼 3교대가 되기 때문에 명절날 하루에만 세 사람이 쉬지 못하게 되는데요. 소방관 또한 그런 3교대제로 운영됩니다. 그럴 때 실제로는 셈한 것보다 3배수의 인원이 일터로 나와야 하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원들 역시 최소한으로 쳐도 정규직의 1할 정도는 되고요. 그 때문에 위와 같은 고무줄(?) 숫자까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이처럼 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실은 명절날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저 역시 짐작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들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되니, 가슴이 무척 무거워지더군요. 추석날 내가 껴안은 안온함과 풍성함은 어쩌면 그들 덕분에 맞이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요.

 

게다가, 그런 이들이 바로 자신의 일부이기도 하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들겠지요? 내 자식이 군에 가 있거나, 아내가 일터로 나가 있거나, 아는 이가 어딘가에 머물고 있어서 함께하지 못할 때요... 실은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긴 합니다. 제 자식 역시 추석과는 무관한 먼먼 나라에서, 추석날에도 평소와 똑같이 열심히 일했거든요.

-溫草 [Oc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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