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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은 하고 살자] 대한민국, 부끄러울 줄 좀 알자!

[내 글]고정관념 분해 조립

by 지구촌사람 2017. 11. 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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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한민국] 부끄러운 줄좀 알아라 : IT 트럼프 앞에서 더욱 불쌍해진 대한민국

 

미군기지와 미군 주둔, 정확하자면 점령 아닌가

 

럭비공 트럼프가 119일 한국에 온답니다. 20몇 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고 호들갑을 떱니다. 가관인 것은 첫날 일정으로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즈를 방문한다고 공개하면서, 그 앞에 해외 주둔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라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는 겁니다. 그것도 국정원 차장이라는 작자가. 아이고, 돌대가리들! 그나마 아직은 나라를 통째로 미국에게 안 넘겨줬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려나요.

 

평택의 미군기지는 여의도 면적의 5.5배로 약 444만 평쯤 됩니다. 요새는 종합대학교 하나 세우는 데에 20만 평 정도면 넉넉하니까, 20개 이상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 기지 땅 만드느라 옥토 중의 옥토인 평택 평야들이 콘크리트에 희생되었고, 돈이 5조 원 넘게 들었는데 그중 90% 이상을 우리나라가 부담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떡 버티고 있던 용산 미군기지를 서울 밖으로 모시기 위해서, 읍소하듯 한 거지요. 땅 바치고, 기지 부지까지 만들어주면서요.

 

용산 미군기지. 우리에겐 하도 오래 눈에 익어서 예사로운 일이었지요? 수도 서울에 외국군이 버티고 있는 일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림을 바꿔서 걸어 볼까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우리 한국군이 주둔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능할 턱이나 있을까요? 세계 역사상, 한 나라의 수도에 타국군이 떡 하니 수십 년이나 진주한 것은 패전국으로서 끽소리도 하지 못했던 독일의 베를린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동독 산하에 있어서 서독이 건드릴 수도 없었던 땅이었고요.

 

타국군의 진주. 그건 거기에 무슨 이름을 붙여도 점령당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그것도 약소국이라서 당해야 하는...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외국군이 배치된 나라들을 보세요. 하나같이 모두 찍소리를 못하는 약소국들뿐입니다.

 

점령이란 말이 지나치다고요? 미군기지는 우리나라 안의 독립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행정/사법/입법권이 미치지 못하니까요. SOFA로 약칭되는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에 의해 그리되어 있습니다[*온초 주 : 행정협정은 법률 대우를 받는 조약보다는 하위급. 조약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행정협정은 거기서 제외됨. SOFA가 헌법을 초월할 정도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최초의 행정협정이 국회의 비준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임

그래서 ​예전에는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미군 영내로 들어가면 끝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일본인들이 소리소리 치면서 항의하는 바람에 규정 일부가 개정되었고, 그 덕에 우리도 모기 소리를 질러서 겨우 몇몇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 인도 청구권이 생겼죠.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영내로 들어가 범죄자를 압송할 수는 없고 내어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 합니다. 그사이 미국으로 들어가 버리면 거의 방법이 없고요. 송환해 오는 데에는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살인범죄자라 할지라도요.

 

이런 미군기지가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건 현대의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는 지적을 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한국인? 천만에요.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 제프리 존스였습니다. &장 법률사무소의 국제변호사로 살아오면서 한미상공회의소[AMCHAM] 소장을 오래 역임한 절반의 한국인, 호랑이 같은 한국 여인을 모시며 사는 엄처시하의 남편이라면서, 한글 저서를 출간할 정도의 우리말 실력자이기도 한 그가 맨 처음 그 말을 했습니다. 그가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이후에 (<나는 한국이 두렵다> 2000) 그 불길이 살살 번지게 되어 2004년에 최종 타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미군은 우리나라 땅 7319만 평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용산기지 이전협정(UA/IA)'에 따라 그중 5000만 평을 한국군에 반환했는데, 아직도 2319만 평(7666m²)을 그들이 차지하고 있죠. 그 땅에 쌀농사를 지으면, 요즘 10a(1000m²) 최소 500kg 이상 나오니까, 38천 톤 정도를 거둘 수 있습니다. 대략 48만 가마니쯤 되나요?

 

그런데도 평택 기지 444만 평이 해외 주둔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라고 자랑할 만한 일일까요? 제 나라 땅을 타국군에게 그처럼 크게 떼어주고 있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저 위에 돌대가리라 적은 것은 어쩌면 최소한의 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IT 앞에서 더욱 불쌍해진 대한민국

 

트럼프는 일본에서 23일 일정을 보내고 한국에 옵니다. 한국에서는 하룻밤만 자고 떠납니다.

 

일본에서는 오자마자 아베와 골프도 치고, 저녁 식사도 도쿄의 식당에 가서 오붓하게 합니다. 공식 일정도 우리의 두 배 정도 많습니다. 하기야 이틀 밤을 보내니까요. 우리나라로 오는 날도 아침 식사는 일본에서 하고 옵니다. 6끼를 일본에서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두 끼니.

 

우리나라의 국회에 가서 연설을 한다는데, 그걸 두고도 자화자찬 일색입니다. 국빈 대우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주석을 꼭 붙입니다. 아이고야... 우리나라의 국회에서 타국 원수가 연설하는 건 그를 위한 예우이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국회를 외국인에게 내어주는 일일 뿐입니다. 영국 의회는 그토록 의회 연설을 하고 싶어하던 트럼프를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받아 들였지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의회 연설은 어쨌거나 중요해서 사전에 원고가 미리 도착해야 통역에 지장이 없습니다. 또 방문국에 거슬리는 내용도 곤란하므로 사전 조율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트럼프의 그것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럭비공입니다. 연설 원고에서 벗어나 혼자 떠들어댈 때도 잦습니다. 연설 사고가 나지 않기를 빌어야 하는 실무자들은 아마 지금 전전긍긍일 겝니다.

 

앞서 제목에 쓴 IT. 그것은 트럼프의 딸 이방카(Ivanka)와 트럼프(Trump)의 약자를 모은 것입니다. 이방카는 사위와 더불어 백악관의 실세 중 실세죠.

 

그런 걸 놓칠 리 없는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전에 일본을 방문한 이방카를 극진히 환대했습니다. 아버지를 대우하는 것 못지않게 아베가 직접 일본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접대할 정도로요. 그것뿐만이 아니었죠. 이방카가 관여하는 공익재단에 5천만 달러(57억 엔)를 선뜻 기부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난리를 치면서 받아냈던 위안부 관련 기금으로는 겨우 그 5분의 1도 안 되는 10억 엔만 내놓은 일본이 말입니다. 이방카 일개인에 대한 대우가 대한민국 위안부 전체에 대한 대우보다 5배 더 중하고 높다는 얘기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고는 이방카는 일본을 떠납니다. 당초 예정돼 있던 한중 방문은 건너뛴 채로요. 현재 특별검사가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사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까짓 한국이나 중국 따위야 이방카의 안중엔 잘 들어오지도 않는 나라들이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요.

 

11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WAW) 2017’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연설하고 있다. 회의장 뒷쪽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 캡처

 

미국 앞에서 제발 더 이상 쪼그라들지 말자. 부끄러운 줄좀 알자

 

같은 대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데도 미군 대장은 사령관이고 한국 대장은 부사령관인 한미연합사 편제와 운영. 영관급들이 나가기 마련인 자리에 굳이 투스타 장군을 무관으로 보내는 식으로, 미리 알아서 기는 나라. 말만 전시작전권이지 평시에 포 사격 훈련 하나를 하려 해도 사전 사후에 미군에게 통보/보고하는 나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국방장관이란 작자가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강변하던 사드가 느닷없이 실물로 들이닥쳐도 찍소리도 못한 채 '안보상의 문제라서...' 어쩌고 하면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 나라. 2000만 평 이상을 우리 의사에 무관하게 임의로 점령당하고도 군비 부담 얘기만 나오면 쩔쩔 매는 나라.

 

막대한 금액의 우리 돈을 내고 들여오는 전투기 사업에서 계약서에 기술이전 조항이 들어 있는데도, 일개 민간 기업인 납품업체에서 공개를 꺼려하기 때문에 첨단 기술은 제공할 수 없노라고 뒤늦게 핵심 부문을 제외해도 찍소리 못하는 나라. 값싸고 질 좋은 타국 무기를 들여오려 해도 기존 무기 체계들과의 호환성 문제에 발이 묶여 어쩔 수 없이 또 써야 하는 짓에 발 묶여 있는 나라. 그 나라 대통령에서부터 대변인/장관/고위 관료 및 매스컴의 100%가 'South Korea(남한/남조선)'라 부르는 바람에 국민들의 90%가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가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는 나라에게 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종미(從美)를 넘어 알아서 기는 복미(伏美) 수준으로 굳어진 나라, 법률보다도 하위급인 일개 행정협정을 헌법보다도 높은 곳에 올려 놓고도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나라...

 

늘어놓자면 끝이 없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우리 꼴이 한없이 초라해지는군요. 정신들 좀 차립시다. 전작권('전시작전권'의 준말) 회수 얘기를 꺼내자, 우리나라의 장군이라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소리를 비명처럼 질러댔습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일갈한 말이 있죠.

 

-주권국이 군사 주권을 찾아오는 일인데... 부끄러운 줄들 알아야지!

 

저도 같은 말을 하고 싶네요... 제발 부끄러운 줄 좀 알라고요.

-溫草 [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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