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고 살자] 반미 시위, 효과는 있었다!
트럼프의 징검다리 거쳐 가기(일본과 중국은 2박3일, 한국은 1박2일) 방한 중, 세종로에서만도 친미/반미 시위가 뒤엉켰다. 그중 ‘사드 철수!’ 피켓을 든 반미 시위대는 친미에 비하여 규모도 컸고 좀 극렬했던 모양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만찬을 마치고 하얏트 호텔로 향하던 트럼프의 리무진이 역주행 차로(세종문화회관의 반대편 차로)를 이용해서 돌아갔으랴.
청와대로 향하는 트럼프의 리무진과 반미 시위대. 돌아올 때는 이 위대가 반대편으로 이동해 있어서
이 길을 다시 이용해서 역주행으로 호텔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런 사태를 직접 겪은 트럼프에겐 여러 가지로 좋은 교훈이 되었던 듯하다. 무엇보다도 미리 써 온 국회 연설문을 국회에 도착해서까지도 손을 봤다. 아침에 호텔 방에서도 직접 그 자신이 손을 봤고, 그 사실이 미국의 백악관에도 전달되어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언급되었을 정도로 신경을 썼던 연설문이었는데 말이다. 당초 예정대로 정각 11시에 연설이 시작되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여하간, 무엇을 손봤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다만, 반미 시위의 몸통이 민노총이라는 것, 그들이 외친 구호가 ‘양키 고우 홈(미국인은 물러가라!)’이 아니라 ‘사드 철수’라는 건 미 정보기관을 통해서 알았을 터. 그의 국회 연설에서 FTA니 뭐니 하는 경제 부분이 통째로 빠진 것은 그 덕분이 아니었을까. 달래기용으로... 그가 미국을 떠나면서 북한 핵과 무역 적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오겠다고 호언한 터에, 미국민에 대한 보고용으로라도 국회 연설에서(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경제 부분이 언급되어야 하는데, 한마디도 없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청와대 만찬 전 회동에서 무역 관련 얘기를 꺼내자 한국은 얼른 30억 불어치 미국 무기를 사겠노라고 납작 엎드렸다. 거기서 더 이상 쥐어짜면 도리어 역효과가 있으리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치고 빠지라는 경영 전술을 책으로까지 낸 사업가 출신 아닌가. 대통령의 한마디 말로 30억 불의 매출 예약을 했으니, 그만하면 충분히 체면치레도 된 일이고...
또 한 가지. 뒤늦게나마 좀 이쁜 짓도 있었다. 국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코리아’라는 표현을 26번,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와 ‘사우스 코리아’를 각각 4번씩 언급했다. 미국에 있을 때는 99.9% ‘사우스 코리아’라고만 했던 트럼프였다. 하기야, 대통령뿐만 아니라 고위 관료의 브리핑에서나 신문 방송 어디에서고 그들은 내내 우리를 ‘South Korea(남한/남조선)’로만 불러왔다.
이러한 호칭 변경은 청와대 만찬 때 트럼프가 호칭 문제를 문 대통령에게 묻고 그 답을 듣고서 한 일이라곤 하지만, 청와대 도착 전 반미 시위대의 풍경을 대하고, 그 때문에 올 때도 갈 때처럼 우회했던 그 경험이 트럼프의 대(對)한국민 이미지 재조립(再組立)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디서고 무조건 박수만 치면 그 상대방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영혼 없는 ‘물개 박수’는 더욱 그렇다. 박수 대신 소리를 지르는 일이 때로는 필요할 때가 있다. 잘못 굳어진 고질적인 현상 타파를 위해서는. 우리도 이젠 미국에 대해 할 소리는 하고 살아야 한다. -溫草 [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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