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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걸 다 기르는 녀석 : 씀바귀와 고들빼기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11. 4. 1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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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걸 다 기르는 녀석 : 씀바귀와 고들빼기

 

 

어느 분 집에서 고들빼기 김치륻 대했다.

하지만, 뿌리를 보니, 내 예상대로, 

씀바귀로 담근 것이었다.

 

"내 예상대로"라는 말을 위에 적은 것처럼

흔히들 말하는 고들빼기김치는 거의가 씀바귀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척 다르다.

 

우선 문제의 뿌리부터 보자.

 

씀바귀 뿌리다.

저 정도 되었을 때, 김치 담그기 딱 좋다.

봄과 여름 사이의 것이 아주 좋은데

꽃이 피기 전의 가을 것까지도 괜찮다.

 

 

왕고들빼기 뿌리다.

가을에 캔 것.  뿌리가 억세서, 김치로 담글 수는 없고, 약재로 쓴다.

 

울집에서 기르고(?) 있는 씀바귀. 올 6월의 모습.

꽃이 피어 있다.

 

씀바귀. 각각 8월초순과 9월초의 모습이다.

 

사진을 보면 이상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두어 달 사이에 되레 어려졌으니 말이다.

그 까닭은 씀바귀가 다년초라서다.

뿌리는 뿌리대로 남아있으면서, 새 씨가 뿌려지면 그것들에서 또다시 새 잎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자란 새 잎들이 겨울을 난다.

 

그 뿌리를 이른 봄에 캐면 잔 뿌리가 적고 통통하다.

이것은 바로 이틀 전, 울집 씀바귀의 모습.

서리가 내리면, 녀석들은 광합성을 줄이기 위해, 잎들을 퇴색시킨다.

 

녀석들 옆에 있는 노란 국화는 화분에서 부러진 줄기 하나를 아무렇게나

땅에 그냥 '꽂아'두다시피 했는데도, 자라난 녀석.

울집 국화 중에 제일 늦게 꽃을 피운 녀석. 꽃 크기는 중간. 

 

 

 

  

반면 고들빼기는 씀바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키가 크다.

잎도 큼지막해서 시원시원한 톱니 모양이다.

 

울집 뒤꼍 창고 앞에서 기르는(?) 왕고들빼기.

여름철의 모습이다. 연록으로 보이는 잎들은 따먹기 꼭 좋은 상태.

 

왕고들빼기. 올 6월의 모습.

이처럼 녀석들이 늦게 기지개를 켠 것은 우선 반양지인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고들빼기는 다년생인 씀바귀와 달리 1-2년생이어서다.

 

즉, 왕고들빼기 뿌리를 그냥 심어둬도 다음 해에 싹이 돋지 않는다.

고들빼기는 씨앗으로만 나고 자란다.

이 녀석 역시 이틀 전, 11월4일에 촬영되었다.

죄다 뽑아서 정리했는데, 이 녀석만 철 없이 홀로 왕성하기에 그냥 놔뒀다.

 

저렇게 새 순이 나올 정도이면

위에서 잎차례 두세 번까지는 쌈 싸먹어도 된다. 

 

 

왕고들빼기는 씀바귀와 다른 점이 많지만

제일 알아보기 쉬운 것은 그 키와 잎 모양이다.

 

새 잎 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큼지막한 톱니 모양이어서

얌전한 타원형 모양인 씀바귀와 다르다.

그리고, 만져보면 보들보들한 씀바귀 잎에 비해서 고들빼기 잎은 좀 뻗대는 편이다.

어린 잎은 부드럽지만, 다 큰 녀석들은 아주 뻣뻣하다.

먹지 못할 정도로.

 

고들빼기는 1미터를 훌쩍 넘겨 자란다.

하지만 씀바귀는 꽃이 필 정도가 되어도, 기껏 60센티 미만이고,

꽃대만 솟지 않으면 바닥을 긴다.

 

고들빼기의 용도. 쌈 싸먹는 데에 아주 그만이다.

 

부드러운 잎을 따서, 먹으면

양넘덜 수입종인 가시상추보다도 헐 낫다.

(가시상추는 모양만 그럴 듯할 뿐, 맛은 맹탕...)

 

우리는 여름철 각종 쌈을 먹을 때, 녀석을 빠뜨리지 않는다.

상추, 고들빼기, 들깨잎, 치커리, 청경채 잎 몇 개, 그리고 가시오갈피 잎까지 따다 먹는데

죄다 울집 소산인 것은 두 말할 나위없다.

 

울집 가난한 밥상이 녀석들 덕분에 빛난다.

저 제육볶음 하나를 놓고 먹는데도...

 

                                        *

하여간...

고들빼기김치 역시 그 올바른 이름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울집 기준으로 봐도, 그리고 수많은 집들에서 고들빼기김치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들을 보면 죄다 씀바귀김치이니까.

 

하기야, 사람들이 헷갈리기 좋게 되어 있긴 하다.

울 나라 씀바귀들의 대부분에는 산고들빼기라거나 선고들빼기 등과 같은

異名이 있고, 동네마다 그런 이름들로 더 많이 통용되어 왔으므로.

 

그래도, 그렇다는 걸 알고 그리 부르는 것과

씀바귀를 고들빼기로 잘못 알고 부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뿌리와 잎만 잘 살펴봐도

그것이 고들빼기인지, 아니면 씀바귀인지 이내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도회지에서 살기 때문에

나넌 그깟 풀이름 따위와는 무관해도 좋은 도회지뇨자라고

무의식적으로라도 으시대고 싶어하는 허영꾼들에게는

꼭 警戒를 삼아야 할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요즘 서울땅에서 겨우 몇십 년 곁방살이로 지내왔다고

서울사람인 척하는 이들의 61%가 시골에 그 고향의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향은 시골일 수밖에 없는데

다리 한 쪽 서울에 뻗고 있다고 해서, 서울 사람인 척해서야 쓰겠나. 

 

그리고... 진짜배기 서울 사람. 그 도시에 어울리는 진정한 문화인들은

시골 출신보다도 더 먼저 씀바귀와 고들빼기쯤을 구별해낸다.

그런 이들이 진짜배기 京華世族에 든다. 지성의 차원에서도...  [Nov.2008]

 

                                                                              - 시골마을

 

* 어떻게 해도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그지 못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담가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속칭 '고들빼기김치'의 쓴 맛은 안 난다.

  그 특유한 쓴 맛이 입맛 돋우기에 최고로 꼽히는 데 말이다. 

 

  그리고 고들빼기로 담그면 맛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진짜 고들빼기의 봄철 뿌리는 김치 담글 정도로 자라 있질 않다.

  잘 해야 1.5년생짜리들이라서다.

  즉, 한해살이에 가까운지라, 늦봄이 되어서야 새로 난 잎이 제대로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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