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도전용으로 출제된 문제들만을 뽑아서
맞춤법/띄어쓰기 풀이를 요약하여 게재합니다.
) -->
지금까지 <우리말 겨루기> (이하 '우겨'로 약칭)의 1회분 문제 전체를
2회에 나누어서 문제 풀이를 게재해 왔는데,
그 분량이 20여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많아서 전체를 정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 -->
특히 달인 도전 문제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출제 경향들을
집중적으로 관심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있다는 말이 있어서요.
) -->
달인 도전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시길 빕니다.
) -->
1. 게재 대상은 3연승제 이후에 시행된 1인 도전용 출제분입니다.
3회분은 한 번에 읽기에 분량이 벅차다고들 하셔서.
2회분으로 줄였습니다.
) -->
2. 문제 풀이에 사용된 자료들은 이 '우겨' 참가자들을 위해 간행한
내 두 책자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1차 개정판(2015. 1532쪽)과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2차 개정판(2017. 762쪽)입니다.
지면 절약을 위해, 책자 내용 중 필요 부분만을 발췌/압축했습니다.
) -->
3. 여전히 복사를 허용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자라 할지라도 출판사와의 저작권 협약에 따라 출판사의 동의 없이는
외부로 출판물 내용의 복사를 허용할 수 없어서요. [溫草]
~~~~~~~~~~~~~~~~~~~~~~~~~~~~~~~~~~~~~~~~~~~
<우리말 겨루기> 달인 도전 문제 핵심 요약 풀이 [37]
- 678회(2017.8.7.)~679회
) -->
83. 678회(2017.8.7.) 이은애 님 우승
) -->
-지문에서 공부해 두어야 할 말: ‘(세간치장)하는 데에’와 ‘언젠가부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부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출제 가능성도 높은 것이기 때문. 막상 문제로 출제되면 갸우뚱거릴 수도 있는 것들이다.
‘(세간치장)하는 데에’에 쓰인 ‘데’는 의존명사다. 그러므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이 ‘데’가 장소를 뜻할 때면 비교적 쉽고 명확하게 의존명사로 인식되는데, 그렇지 않고 ‘일/것/경우’ 등을 뜻할 때는 의존명사로 의식하지 못할 때가 흔하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붙여 적곤 한다. 예를 들면 위의 표기를 ‘세간치장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던’으로 살짝만 바꾸면, ‘데’를 의존명사로 챙겨서 제대로 띄어쓰기를 하는 이들이 매우 드물게 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그 사람은 오직 졸업장을 따는데 목적이 있었다’, ‘남자를 꼬드기는데는 거의 천재적이었다’, ‘그리 고마울데가 있나’, ‘머리 아픈데 먹는 약’의 예문에서 ‘데’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어느 것일까?
답은 모두 다다. 모두 ‘일/것/경우’를 뜻하는 의존명사로 쓰인 것들. 특히 ‘졸업장을 따는데 목적이...’와 같은 문맥에서는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붙여 적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게 있다. 그 ‘데’ 뒤에 ‘-에’를 덧붙여 보는 것이다. 즉, ‘졸업장을 따는 데(에), 머리 아픈 데(에)’처럼. 그래서 말이 되면 의존명사다. 각각 ‘졸업장을 따는 일(것)에, 머리 아픈 경우에’를 뜻하니까. 예문 자체가 ‘데는/데가’로 되어 있는 것들은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고... 이 귀띔은 글쓰기에서도 무척 요긴하다. 실은 내가 그리하고 있다.
‘언젠가부터’를 보자. 일견 붙여 적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이나 ‘그렇게까지는’이 되면 어떨까. 띄어 적으면 좀 이상하니까 붙여 적기는 하는데,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 익혀 둬야 할 것이 보조사의 용법인데, 그중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여 적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부터(는)/까지(는)’ 따위다. 끝에 덧붙인 ‘는’ 또한 강조를 나타내는 보조사로서, 보조사는 다른 보조사 뒤에도 붙일 수 있다.
이에 관련해서는 이 문제 풀이에서 보조사의 용법과 관련하여 여러 번 설명한 바가 있다. 내 책자에는 보조사 항목에도 들어 있지만, 특히 ☜♣조사가 여러 개 올 때의 띄어쓰기 항목을 따로 편성하여 두었으니, 이참에 한번 살펴두시기들 바란다. (지금 이 문장에 쓴 ‘살펴두시기들’에 보이는 ‘들’도 보조사다.)
여기서 고급 문제 하나를 다뤄보기로 한다. ‘그리고는’이라는 표현은 가능할까? 상세한 설명은 아래 전재로 대신한다. 요약하자면, ‘그리고’라는 접속부사 뒤에는 보조사를 붙일 수가 없다. ‘그러고는’이 되어야 한다. 고급 문제!
◈[고급] ‘그러고 나서’와 ‘그리고 나서’ : ‘그러고 나서’가 맞는 표현.
‘그리고는’ : ‘그러고는’의 잘못. ⇐접속부사 뒤에는 보조사가 붙지 못함.
[유사] ‘그러나지만’(x); ‘그런데여서’(x); ‘그러므로니까’(x).
[설명] ①‘그러고 나서’는 동사 ‘그러다’에 ‘-고 나서’가 연결된 말로, ‘-고’는 연결어미이고 ‘나서’는 동사 ‘나다’에 ‘-서’가 붙은 활용형. 이때의 동사 ‘나다’는 본동사 다음에 쓰여 뜻을 더해 주는 보조동사. 이처럼 ‘-고 나서’는 ‘먹고 나서/ 자고 나서/씻고 나서’와 같이 동사에 연결되어 동작의 완료를 나타냄. 보통 ‘이/ 그/저’는 계열을 이루고 있는데 ‘그러고 나서’ 또한 ‘이러고 나서’, ‘저러고 나서’와 한 계열. ②‘그리고 나서’는 문법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문장. ‘그리고’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주는 접속부사인데 우리말에서는 ‘그리고 나서’처럼 접속부사 다음에 보조동사가 결합하는 일이 없음. 그렇다고 ‘그리-+-고 나서’로 분석할 수도 없음. ‘-고 나서’의 앞에는 동사가 와야 하는데 ‘그리-’는 ‘그림을 그리다/연인을 그리다’와 같은 경우밖에 없어서 의미가 맞지 않음. 게다가 이때는 계열 변화인 ‘이리고 나서/저리고 나서’와 같은 표현도 불가능함. ③따라서, ‘그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 이와 비슷한 경우로 ‘그리고는’이라는 말을 쓰는 일도 있으나 이 말 또한 ‘그러고는’의 잘못. 나아가, ‘그리고’ 다음에는 ‘-는’이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와 비슷한 다른 꼴들을 보면 알 수 있음. 즉, ‘그러나/그런데/그러므로’ 뒤에는 이 ‘는’이 연결되지 못함.
- 달인 도전 문제와 답 : 결혼 후 세간치레/세간치장(o)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았던 아내가 언젠가부터 지독한 짠순이로 불리였다/불리웠다/불리었다(o). 내 집 마련(o)/내집마련이라는 꿈을 위해 헛돈을 조그마치도/조그만치도/조그만큼도(o)/조그마큼도 쓰기 않으면서 살뜰이/살뜰히(o) 저축했고, 한 달 전(o)/한달 전 마침내 돈깨나(o)/돈꽤나 모인 통장을 나에게 내보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전자도 실패했던, 가장 까다로웠던 것부터 살펴본 뒤, 나머지 것들을 순서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 조그마치도/조그만치도/조그만큼도(o)/조그마큼도
엄청 까다로운 고급 문제였다. 관건은 ‘만치/만큼/마큼’의 정확한 품사 구분과 용례 파악. 그런데 그게 말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난도의 고급 문제. 더구나 ‘만치’는 ‘만큼’과 동의어다. 아래 예문에서 보듯, 의존명사로서나 격조사로서나 모두 바꾸어 쓸 수 있다.
) -->
-의존명사 : (수량/정도) 일하는 시간이 많은 만치[만큼] 보수가 많아야지.
(원인/근거) 사장도 칭찬한 만치[만큼], 승진은 따 놓은 당상.
-격조사 : (정도/한도) 그도 너만치[너만큼] 배불리 먹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보면, ‘조그만치’나 ‘조그만큼’ 모두가 성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답부터 말하자면 ‘조그만치’는 잘못이고(비표준어) ‘조그만큼’만 맞다. 이 말만 표준어로 삼았기 때문이다. ‘만치’와 ‘만큼’은 둘 다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복수표준어로 삼은 근거와 부합되지 않긴 하지만...
‘조그만큼’만을 표준어로 삼은 데는 속사정이 좀 있다. 줄여서 적자면, 평북 지방에서 ‘자그마치(=조금 작게)’의 뜻으로 ‘자그마큼’을 쓰고 있고, 일부 지방에서는 ‘조고마큼’도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정리하고자 ‘조그만큼’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조그마큼’이 잘못인 것은 위에서 보았듯이 사투리(비표준어)를 제외하고는 ‘마큼’이라는 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의미 있는 실질 형태소가 아니다. 머리 좋은 이라면 이곳에서 설명한 ‘얼마만큼’의 준말인 ‘얼마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때의 ‘마큼’은 의미소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앞말인 ‘얼마’에 속하는 어소일 뿐이다 : ‘얼마만큼 →얼마(만)큼 →얼마큼’. 즉, 준말 생성 과정에서 주요 의미소인 ‘얼마’를 유지한 채, 하위의 의미소인 ‘만큼’만을 ‘큼’으로 줄였기 때문에, 보이는 표기다.
정리하면 ‘만치’나 ‘만큼’은 품사/용례 모두 동의어이기는 하나, ‘조그만치’와 ‘조그만큼’에서만은 동의어가 아니고, ‘조그만큼’만 표준어다. 그리고 이런 예외는 암기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만치’와 ‘만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아래에 전재한다.
◈그 만큼(그 만치) 안겨 줬으면 이젠 알아서 해야지 : 그만큼(그만치)[부]의 잘못.
[주의] 조그만치만 줘도 돼 : 조그만큼만의 잘못. ⇐‘만치≒만큼’이지만, 이 말만은 ‘조그만큼’만 표준어임.
[설명] ‘그만큼/그만치’는 모두 한 낱말. 나아가, ‘조그만큼’과 ‘그맘때(그만큼 된 때)’도 한 낱말. ☞‘그-’가 들어간 복합어들의 예 참조.
[주의] ‘그런 만큼, 이런 만큼’의 경우, ‘그런/이런’은 관형사이므로 띄어 적음.
- 불리였다/불리웠다/불리었다(o)
대표적으로 작가들이 망친 우리말 중 하나로 ‘불리우다/불리웠다’가 있다. 특히 무책임한 시인들이 오발/남발한 표현. ‘부르다’의 피동형은 ‘불리다’다. 불필요한 ‘우’를 삽입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잘못된 이중피동이 흔하다.
◈‘불리다’와 ‘불리우다’중 맞는 것은? : ‘불리우다’는 ‘불리다’의 잘못.
이름이 불리워졌을때 깜짝 놀랐다 : 불렸을의 잘못. ⇐3중 피동.
[설명] ①‘불리다’는 ‘부르다’의 피동사로 여기에 다시 접미사 ‘-우-’를 넣을 필요가 없음. ¶시상식에서 내 이름이 불리웠을(x)/불렸을(o) 때 깜짝 놀랐다. ③‘불리워지다’는 이중 피동을 넘어, 삼중 피동이라 할 정도의 지나친 피동 남용임. 즉, ‘부르(어간)+리(1차 피동)+우(2차 피동)+어 지다(3차 피동)’ →불리워지다. ☞♣이중 피동의 잘못된 쓰임들 항목 참조.
[유사] 자르다 - 잘리다 : 잘리워(x)/잘려(o); 잘리웠다(x)/잘렸다(o)
갈다 - 갈리다 : 갈리워(x)/갈려(o); 갈리웠다(x)/갈렸다(o)
[활용] ¶선생님께 불리워(x)/불려(o) 교무실로 갔다 : ‘불리워지다/불리우다’(x) →불리다(o)]
◈서로 바꿔진 걸 모르고 그냥 가져왔네 : 바뀐의 잘못. ←바뀌다[원]. 이중피동.
[설명] ‘바뀌어지다’는 ‘바꾸다’의 피동 ‘바뀌다’에 피동 접사 ‘-지다’가 덧붙여진 이중 피동.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올바름. ‘불리워지다’도 마찬가지로 ‘불리다’의 이중피동.
- 한 달 전/한 달전; 내집 마련/내집마련/내 집 마련 : 둘 다 복합어 선정 원칙을 조금만 꼼꼼히 생각해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는 말들.
‘한 달 전’에서 ‘한’은 수관형사. ‘달’과 ‘전’은 일반 독립명사. 따라서 모두 띄어 적어야 한다(원칙). 그런데, 연속되는 단음절의 어절은 가독성 향상을 위해, 의미 혼란이 없는 경우 붙여 적기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올 둥 말 둥/본 둥 만 둥’을 ‘올둥말둥/본둥만둥’으로도 적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한달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어진 말에 그런 표기가 없으므로 원칙대로 ‘한 달 전’으로 적어야 한다. (또한 수관형사인 ‘한’과 일반명사의 결합은 의미 혼동을 불러 올 수도 있어서, 그럴 경우에는 띄어쓰기를 지키는 게 좋다. 붙여쓰기를 허용하는 것은 의미상의 혼동이 없을 때 가독성을 위한 것이므로, 혼란을 주게 되면 되레 가독성이 떨어진다.)
‘내 집 마련’의 경우, 무더기말로 흔히 쓰이므로 한 낱말의 복합어일 수도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의 뜻만으로 충분하므로 굳이 까다로운 복합어로 삼지 않았다. 다만, 이 말이 다음과 같은 법규 용어로 채택될 경우에는 전문용어로서 한 낱말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없다 : ‘생애 최초 내집마련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 살뜰이/살뜰히 : 기본적인 문제. ‘-하다’가 붙은 형용사 중 부사(어) 표기에서 ‘-이’로 표기해야 하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일반 원칙대로 ‘살뜰히’. 예외적으로 ‘-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는 이곳에서 열 번도 넘게 다뤘으므로 생략한다.
- 돈깨나/돈꽤나 : 이 또한 기본적인 문제. 여러 번 다뤘던 접사 관련 문제로 얼마 전에도 다룬 바 있다.
◈거드럼께나 피우더군 : 거드름깨나의 잘못. ⇐‘-께나’는 ‘-깨나’(보조사)의 잘못.
돈푼꽤나 있다고 꽤나 뻐기더군 : 돈푼깨나의 잘못.
[설명] ‘깨나’는 보조사. ‘꽤나’는 부사 ‘꽤’ 뒤에 보조사 ‘나’(수량/정도를 나타내는, 받침 없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수량이 크거나 많음, 또는 정도가 높음을 강조함)가 붙은 부사어임. ¶그렇게나 많이; 다섯 배씩이나.
◈이제 고기국 깨나 먹게 되었다고 거드름을 피우나 : 고깃국깨나의 잘못.
[설명]①‘-국’ 앞에 받침이 없는 말이 올 때는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받침 : 냉이국(x)/냉잇국(o); 시래기국(x)/시래깃국(o); 근대국(x)/근댓국(o); 무국(x)/뭇국(o); 동태국(x)/o)동탯국(o); 북어국(x)/북엇국(o); 선지국(x)/선짓국(o); 우거지국(x)/우거짓국(o); 김치국(x)/김칫국(o). ②‘깨나’는 조사.
- 세간치레/세간치장
간단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지만 깊게 생각하면 문제적인 출제라고도 할 수 있었다. 간단히 생각하면 ‘세간치장’은 한 낱말의 복합어로 사전에 있는 말이고, ‘세간치레’는 없는 말이다. 하지만, ‘-치레’란 ‘말치레/인사치레’처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겉으로만 꾸미는 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따라서 적용 범위를 넓히면 ‘세간치레’와 같이, 남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려는 목적으로 세간 꾸미기를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싸구려 가구를 들여다 유명 상표 표지만 붙이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므로.
하지만, ‘치레’는 기본적으로 실속 이상으로 꾸미어 드러낸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치장(治粧)’은 의외로 ‘잘 매만져 곱게 꾸밈’을 뜻하는 긍정적인 말. 따라서 위의 예문에서와 같은 짠순이 부인의 애틋한 노력과 연결시켜 보면, ‘치레’보다는 ‘치장’이 어울린다.
참고로, 며칠 전 희귀본 고서들을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고 김춘동 교수(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의 자손에 의해서 세상에 그 완전본이 공개된 '송간이록(松澗貳錄)'에는 조선 후기의 고유어 표기들이 꽤 담겨 있는데, 가재도구 편의 제목이 ‘가장(家粧)’이다. 집안을 알뜰히 곱게 꾸미려는 여인들의 마음이 제목에서도 느껴진다.
) -->
84. 679회(2017.8.14.) 이광섭 님 우승
) -->
-지문에서 공부해 두어야 할 말 : ‘입안’과 ‘해 주겠다며’, 그리고 ‘(정성을) 다했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부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출제 가능성도 높은 것이기 때문. 막상 문제로 출제되면 갸우뚱거릴 수도 있는 것들이다.
) -->
‘입안’은 대체로 글자 그대로의 뜻뿐이다. ‘입에서 목구멍까지’라는 한정은 있지만... 그럼에도 한 낱말의 복합어인데, 그 이유는 예전에 한자어 ‘구강(口腔)’으로 표기하던 의학 용어를 우리말로 적게 되어서다. 즉, 전문용어가 되면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된다. ‘코안’도 그와 같다. 의학용어인 한자어 ‘비강(鼻腔)의 우리말 표기.
) -->
[전문용어는 한 낱말의 복합어지만, 다(多)음절의 긴 낱말은 가독성을 위해 분절 표기도 허용된다. 예를 들면 ‘방전화학반응(放電化學反應)’은 ‘방전 화학 반응’으로 분절 표기해도 된다. 특히, 한자가 병기되지 않고 한글만으로 표기할 때, 이해의 편의를 위해(오해를 없애기 위해) 분절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말들은 사전의 표제어 표기에도 ‘방전⌒화학⌒반응’처럼 분절 표지가 붙어 있다.]
) -->
‘해 주겠다며’를 기본형으로 적으면 ‘해 주다’인데, 이때의 ‘주다’는 보조동사다. 그러나 이 ‘주다’가 보조동사로 쓰일 때는 ‘~어 주다’의 구성으로 쓰일 때뿐이다. ‘대신해 주다, 먹어 주다, 나를 위해 울어 주다’ 등에서처럼... 따라서 구성으로 묶인 형태라서 보조용언 붙여 적기 허용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예문에서처럼 언제나 띄어 적어야 한다.
) -->
‘(정성을) 다했고’에 보이는 ‘다하다’는 알다시피 ‘최선을 다하다’에서처럼 ‘어떤 일을 위하여 힘, 마음 따위를 모두 들이다.’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즉,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므로 한 낱말의 복합어.
) -->
- 문제와 정답 : 아내는 얼마전부터/얼마 전부터(o) 입안이 까끄러워/깔끄러워(o) 잘 먹지 못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해 숯불고기를(o)/숯불 고기를 /숯 불고기를 해 주겠다며 마당에 나가 숯에 불을 당겼다/댕겼다(o). 주변이 연기로 시뿌얘지고/시뿌예지고(o) 열기로 땀이 나 몸이 꿉꿉했지만(o)/끕끕했지만 남편은 홀몸이/홑몸이(o) 아닌 아내 생각에 정성을 다했고, 아내도 맛있게 먹었다.
) -->
- 얼마전부터/얼마 전부터; 숯불고기를/숯불 고기를 /숯 불고기를
이 두 문제는 복합어 편성의 기본 원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는 글자 그대로의 뜻밖에 없기 때문에 두 낱말이지만, ‘숯불고기’는 ‘숯불에 구은 고기’라는 특별한 뜻이 들어가 있는 말이기 때문에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되었다. 쇠고기나 양고기처럼 고기 재료가 ‘숯’이나 ‘숯불’로 된 것이 아니라, 숯불로 구웠다는 특별한 뜻(의미 특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 낱말의 ‘숯불고기’가 되었다.
) -->
‘불고기’를 생각해 해보시라. 단순히 불로 만들었거나(재료) 구워서 만든 고기가 아니라, ‘쇠고기 따위의 살코기를 저며 양념하여 재었다가 불에 구운 음식. 또는 그 고기.’라는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즉, 글자 그대로의 말이 아니기 때문에 복합어로 삼은 것이다.
) -->
‘얼마 전’에 보이는 ‘전(前)’과 관련해서는 좀 까다로운 복합어도 있다. ‘오래전’과 ‘그전’이 그것. 특히 ‘그전’은 막연한 경우에 쓰이고, 때가 특정되면(구체화되면) ‘그 전’으로 띄어 적어야 하는 까다로운 말이다. 아래 전재하는 설명을 찬찬히들 살펴두시길. ‘오래전’이 한 낱말인 이유는 ‘오래’가 ‘시간상으로 상당히 긴’이라는 특별한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 -->
◈그전에 해치웠어야 했는데 : 그 전의 잘못.
그 전에 그가 한번 들른다 했던 것 같은데 언제였더라 : 그전[명]의 잘못. ⇐‘지나간 지 꽤 되는 과거의 어느 시점을 막연하게 이르는 말’
그 사람은 조금전에 왔다 갔습니다. : 조금 전의 잘못.
얼마전의 일인데 : 얼마 전의 잘못.
그 일은 오래 전의 일인데, 이제 와서 : 오래전[명]의 잘못. 한 낱말.
전 해에 비해 올해는 수확이 줄었다 : 전해[명]의 잘못. 한 낱말.
전국가원수였던 전(全) 대통령 : 전 국가원수의 잘못.
[설명] ‘전(前)’은 다음과 같이 명사/관형사로 쓰이며, 복합어로 굳어진 경우가 아니면 띄어 써야 함.
①명사. ¶사흘 전; 10년 전의 모습; 아침을 먹기 전; 얼마 전; 며칠 전; 일을 10월 전까지는 끝내야; 부모님 전 상서(上書).
②관형사. ¶전 경찰청 형사과장; 김 전 학장이 총장 후보로 나섰다; 전 국가대표 선수; 얼마 전 퇴임하신 전 교장 선생님의 공적; 전 학기; 전 시대.
전해[前-][명]] ①≒지난해(이해의 바로 앞의 해). ②어떤 해의 바로 앞의 해.
오래전[-前][명]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과거.
그전[-前][명] 지나간 지 꽤 되는 과거의 어느 시점을 막연하게 이르는 말. [유]기왕
요전[-前][명] 지나간 지 얼마 안 되는 과거의 어느 시점을 막연하게 이르는 말. [유]일전, 일작
기원전[紀元前]≒서기전[명] 기원 원년 이전. 주로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하는 서력기원을 기준으로 하여 이른다. [유]서력기원전,
부주전[父主前][명]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에서, ‘아버지께’의 뜻으로 쓰는 말.
◈그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야 : 오래전의 잘못. ⇐한 낱말.
[설명] 이와 같이 긴 시간을 뜻하는 ‘오래-’의 복합어에는 ‘오래간만≒오랜만; 오래다[형]/오래되다[형]/오래가다[동]; 오래도록/오래오래; 오래달리기’ 등이 있음. ⇐‘오래달리기’는 운동 종목이므로 한 낱말.
) -->
◈사업이 아주 오래 가는걸 보니 기쁘군 : 오래가는의 잘못. ←오래가다[원]
그를 못 본 지도 아주 오래 됐어: 본 지도, 오래됐어의 잘못. ←오래되다[원]
[설명] ‘오래가다/오래되다/오래전/오래오래/오래간만≒오랜만/오래달리기’ 등은 ‘오래-’가 붙어 이뤄진 복합어들로서 모두 한 낱말.
) -->
◈오랜동안 못 봤군 : 오랫동안[명]의 잘못.
오랫만이야: ‘오랜만’의 잘못. ⇐오랜만[명]은 ‘오래간만’의 준말.
[설명] ①오랫동안 : ‘오랫-’은 접두어. ②오랜 세월 동안 : ‘오랜’은 관형사. ③‘오래간만’의 준말은 ‘오랜만’.오랜[관] 이미 지난 동안이 긴. ¶오랜 세월/원수; 오랜 가뭄 끝에; 장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눈대중만으로도; 오랜 질서에 젖어 버릇으로 굳은 것.
오래전[-前][명]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과거. 독립어임.
오래[부]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이 길게. ¶시간이 오래 걸리다; 시골에 오래 머물다;
오래다[형] 때의 지나간 동안이 길다.
오래되다[형]시간이 지나간 동안이 길다.
오래가다[동] 상태/현상이 길게 계속되거나 유지되다.
- 시뿌얘지고/시뿌예지고 :이곳에서 다뤘던 ‘뿌얘지다/뿌예지다’의 사촌 격. 기본적인 모음조화 표기 문제. 음성모음 ‘ㅜ’에는 같은 음성모음 ‘ㅖ’가 어울린다.
◈날이 밝는지 창문이 희부윰해졌다 : ‘희붐’의 잘못. ←희붐하다[원]. ‘희부윰-’은 없는 말.
눈앞이 갑자기 희부연해졌다: 희부예졌다의 잘못. ←희부예지다[원]
산 모습이 희뿌연한 게 안개가 짙은가 보다 : 희뿌연의 잘못. ←희뿌옇다[원]
[참고] 차창이 갑자기 뿌얘졌다: 뿌예졌다의 잘못. ←뿌예지다[원].
[참고] 길이 안개로 싯뿌예졌다/시뿌얘졌다: 시뿌예졌다의 잘못.
[설명] ①‘희부옇다(희끄무레하게 부옇다)’에 ‘-아/-어 지다’ 꼴이 붙으면 ‘희부예지다’가 되며 ‘희부연해지다’는 잘못. ‘희부연해지다’가 성립하려면 ‘희부연하다’가 있어야 하나, 없는 말. 한편, ‘희붐해지다’는 ‘희붐하다’가 있으므로 가능함. ②‘희부연하다’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희뿌연하다’도 없는 말로, ‘희뿌옇다’의 잘못. ‘희뿌옇다’는 ‘희뿌예/희뿌여니/희뿌옇소’ 등으로 활용.
[참고] ①표기에서의 모음조화 : ‘말개지다/멀게지다, 뽀얘지다/뿌예지다, 파래지다/퍼레지다’ 등에서처럼 이러한 말들의 표기에서는 모음조화가 반영됨. ②‘싯뿌-’는 이중 경음화로 ‘시뿌-’의 잘못. 소리 나는 대로 적음.
희붐하다≒붐하다[형] 날이 새려고 빛이 희미하게 돌아 약간 밝은 듯하다.
희부예지다[동] 희부옇게 되다.
- 꿉꿉했지만/끕끕했지만 : 일상에서 흔히 잘못 쓰는 말 중 하나. 특히, ‘꿉꿉하다’는 그동안 ‘후텁지근하다’의 잘못이었으나 2014년 표준어에 편입된 말. 아래 전재분 참조. 현재 이 말이 잘못된 것으로 표기된 책자들을 갖고 계신 분들은 수정하시기 바란다. (이런 말들이 적지 않다!)
◈날씨가 꿉꿉해서 온몸이 끈적인다 : 맞음. 혹은 ‘후텁지근해서’도 가능.
날이 엄청 끕끕하군: 꿉꿉하군의 잘못.
[개정]‘꿉꿉하다>꼽꼽하다’의 뜻풀이에 ‘날씨/기온이 기분 나쁠 정도로 습하고 덥다’가 추가되었으므로, 위의 표현은 사용해도 무방하게 되었음. [국립국어원. 2014년]
꿉꿉하다>꼽꼽하다[형] ①조금 축축>촉촉하다. ②날씨/기온이 기분 나쁠 정도로 습하고 덥다. ¶땀이 배어 꿉꿉한>꼽꼽한 손바닥.
후텁지근하다[형] 조금 불쾌할 정도로 끈끈하고 무더운 기운이 있다.
후덥지근하다[형] 열기가 차서 조금 답답할 정도로 더운 느낌이 있다.
- 당겼다/댕겼다 : 이곳에서 두어 번 다뤘던 문제. 이번 출제와 달리 ‘당기다/땅기다’의 구분 문제로도 출제될 수 있고, ‘당기다’의 잘못된 경음화 발음 ‘땅기다’로 출제될 수도 있다. 아래 설명을 차분하게 훑어들 두시도록.
◈아무 것도 안 바르니 얼굴이 당긴다/땡긴다: 아무것, 땅긴다의 잘못. ←땅기다[원]
구미가 땡기는 음식 : 당기는의 잘못. ←당기다[원]
불을 잘 땡기려면 마른 종이를 써야 해 : 댕기려면의 잘못. ←댕기다[원]
땅기다[동]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
땡기다[동] ‘당기다’의 잘못. 없는 말.
당기다[동]①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 ②입맛이 돋우어지다. ③물건 따위를 힘을 주어 자기 쪽이나 일정한 방향으로 가까이 오게 하다.
댕기다[동]불이 옮아 붙다. 또는 그렇게 하다.
- 까끄러워/깔끄러워 : 이 또한 일상생활에서 흔히 잘못 사용하기 쉬운 것. 평소의 언어생활을 그래서 잘 돌아볼 필요도 있다. 써 보기를 통해 알게 된다.
◈그와는 까끄러운/꺼끄러운 사이라서 부탁하기가 좀 : 깔끄러운/껄끄러운의 잘못.
까끄럽다/꺼끄럽다[형] ‘깔끄럽다/껄끄럽다’의 잘못.
- 홀몸이/홑몸이 :달인에 도전하는 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문제. 이곳에서도 여러 번 다룬 바 있으므로, 해당 부분 전재로 설명을 대신한다.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홑몸’이라고 한다는 걸 단단히 기억해 두면 좋다. 즉, “여자가 홀몸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을?” 등과 같은 표현을 흔히 하는데, 그건 잘못이라는 걸 이런 기회에 기억들 해두시길.
◈남편을 잃고 혼잣몸이 되었다 : 홀몸의 잘못. 없는 말.
남편을 잃고 혼잣손으로 세 아이를 키웠다 : 맞음.
결혼 후 3년이 지났지만, 아내는 아직 애가 없이 홀몸이다 : 홑몸의 잘못.
일가친척 하나 없는 홑몸이니 홀가분할 거라고? : 홀몸의 잘못.
[주의] ①‘혼잣몸’은 ‘홀몸’의 잘못이지만, ‘혼잣손’은 맞는 말이며 동의어는 ‘단손’. ②‘혼잣-’이 들어간 겹말 : 혼잣손/혼잣말/혼잣소리/혼잣속.
홑몸[명] ①딸린 사람이 없는혼자의 몸. ②아이를 배지 아니한몸.
홀몸≒척신[隻身][명]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사람. [유]혈혈단신, 단신.
단신[單身][명] ①≒홀몸(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 ②혼자의 몸.
혼잣손≒단손[單-][명] 혼자서만 일을 하거나 살림을 꾸려 나가는 처지.
홀앗이[명] 살림살이를 혼자서 맡아 꾸려 나가는 처지/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