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배꼽으로 나오면 원본은 이곳에 : http://blog.naver.com/jonychoi/221167896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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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벼랑의 나무/안상학(1962~ )
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 많은 가을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할 것이다
2. 벼랑의 나무
어쩌다가 이 한생 너의 가슴 깊숙이
위태로운 숨결을 오금처럼 박고 살며
시시로 부서지는 맘 무심인 듯 쏟아낸다.
수수억겁 얽힌 인연 맨몸으로 보듬는 너
깎아 내는 연필처럼 닳아지는 살들에도
옹골찬 결기 벼리어 새벽빛에 깨어있다.
3. 벼랑의 나무들/도종환(1955~ )
어둠이 온다 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잠들지 않습니다
깨어 기다려라 그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눈발이 살갗을 찢어도 우리는 무서워 떨지 않습니다
바람에 가지를 잃어도 뿌리까지 빼앗기진 않습니다
빗줄기 속에서도 우리는 새 몇 마리를 쉬게 합니다
새벽이 온다 해도 우리는 들떠 소리치지 않습니다
아침 햇살이 온몸을 축복하며 내려도 교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에 오늘도
이렇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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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의 나무를 제재로 삼은 작품 3편을 함께 올려 봅니다.
안 시인의 작품을 대하면 곧 끝장을 볼 듯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뛰어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 벼랑의 깊이도, 가는 곳도 이미 숱하게 반복한 앎의 경계 안에 들어 있기에...
앎이 되풀이되면 저절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게 되지 않나요.
어쩌면 안 시인은 삶이야말로 죽음보다도 더 질긴 것이라는 걸
마지막 연에 등장시킨 신발(삶에 붙들어두는 끈과 같은 것)을 통해
우리에게 더욱 확호하게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앞서 전개된 3연이 나무와 또 다른 객체로서의 세상을 대비시키는 눈길이었다면
마지막 연에 이르러서는 세상이 아닌 나무의 뿌리(신발)로 그 시선을 끌어 박고 있거든요.
달마선원의 블로그 담당 관리자라는 분이 올린
또 하나의 벼랑 위 나무.
옹골짐의 연속입니다.
'옹골찬 결기 벼리어 새벽빛에 깨어있다'
참으로 압권입니다.
그러한 의연함은 도 시인의 시로 이어집니다.
벼랑 위의 나무들은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들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위태로워 보이는 삶, 빼앗기고 시달리는 아픈 삶이 이어지더라도
우리는 빗줄기를 피해 날아온 새들에게 쉴 곳을 내줄 줄도 압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하고 지켜야 할 자리에서 여전히
잘 버텨내고 견뎌갈 수 있는 것이죠.
*
연예인처럼 이름 석 자에 민감한 이들이
이따금 제 손으로 벼랑 위에서 신발 끈을 풀고 뛰어내리곤 합니다.
며칠 전에는 나이 30도 넘기지 못한, 종현이라는 새파란 젊은이 하나가 또
그 길로 들어섰습니다.
벼랑 위에 올라가 하루만이라도 서서
바람, 하늘, 새, 나무, 눈 앞의 풍광, 벼랑 아래... 등에
마음의 눈길을 주었더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으리란 생각도 해봅니다.
높은 곳에 오르면 저절로 큰 생각, 넓은 시야를 지니게 됩니다.
방 안에서만 바라보는 닫힌 세상은 넓고 큰 생각이 들어설 자리가 없죠.
벼랑 위의 나무가 진정 큰 스승인 것은
그 앞에 가로막힌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서서
넓고 넓은 세상 공부를 혼자서 해낸 존재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
20여 년도 훨씬 더 된, 제법 오래 전에 받았던 그림 카드인데요.
플로리다에서 20여 개국에서 온 사람들과 두어 주일 동안
새로 도입될 마음 서비스 관련 신경영 기법 연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수료를 앞두고 두 팀으로 나누어 교육 평가전을 벌일 때인데,
우리 팀원들이 저를 팀장으로 뽑더군요.
교육 중에 제가 자주 나서거나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그 반대. 저는 내내 가만히 있다가 결론이 안 나거나
민감한 사안일 때 중재안이나 결론을 제시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중론은 제가 말한 쪽으로 쏠렸구요.
교육이 끝나자 팀원들이 제게 휴화산 같은 존재라면서 선물한 것이 바로 저것.
제 모습을 어쩌면 그리 정확하게 읽어냈는지, 제가 놀랐습니다.
홀로 벼랑 위에 올라가 머물러 보면,
자신도 놀랄 만큼 배우고 깨닫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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