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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택배 서비스] 흔적으로만 남은 'ㅎ' : '암고양이(o)/암코양이(x)'

맞춤법 택배 서비스

by 지구촌사람 2018. 1. 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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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만 연재해 오던 <맞춤법 택배 서비스>를

이곳 다음 게시판에도 추가하였습니다.

이것은 이미 다음 회가 60회가 될 정도로 오래 진행된 것인데요.

아래는 59회분입니다.                   -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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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김남미 교수가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맞춤법의 재발견> 시리즈를 전재합니다.

맞춤법 공부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김 교수는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맞춤법>이라는 명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맞춤법 의식을 확대시키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운 분. 

개인적으로는 작년까지 내 벗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분이기도 해서

제 책자 <열공 우리말>에 촌철살인의 추천사도 보태주셨습니다.


오늘 다뤄진 내용은 '흔적으로만 남은 ㅎ'에 관한 것인데요.

예를 들면 '암병아리(x)/암평아리(o)'와 같은 것이 그 일례입니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흔적으로만 남은 'ㅎ'의 표기에 관해서

지금은 다음의 6계통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 다음에 격음으로 표기되는 것(초성이 //). 암컷/수컷은 당연히 포함됨 :

수캐(수캉아지); 수탉(수평아리); 수탕나귀; 수퇘지; 수키와; 수톨쩌귀.


이와 관련, 이번 주에 방송된 KBS의 <우리말 겨루기>의 달인 도전 문제에서

'암고양이(o)/암코양이(x)'가 출제되기도 했습니다. 

아래 글에, 우리말의 수컷 표기에서 '숫양, 숫염소, 숫쥐' 세 가지만

'숫'으로 표기하고 나머지는 모두 '수'로 통일한다는 규정이 나옵니다.

이 세 가지만 인정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ㅎ' 흔적 인정 +사이시옷 적용)

공부하시는 분들은 기억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숫양'에서 '수양'을 허용하면? : '수양(收養)  아들' 등의 표기와 헷갈릴 수도 있다.

'숫염소'에서 '수염소'를 허용하면 ? : '수염 소(수염이 달린 소)'와 헷갈릴 수도 있다.

'숫쥐'에서 '수쥐'를 허용하면? : '수(水)쥐'와 헷갈릴 수도 있다.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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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의 재발견]<37>사라진 ‘ㅎ’의 흔적


[동아일보] 2018-01-03     

언어는 변한다. 재미있는 것은 변화의 흔적이 남아 옛 질서를 보인다는 것이다. 500년 전 발음을 현재 우리말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흔적은 원래의 것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이와 관련된 맞춤법은 아주 예외적이고 복잡한 것들이 된다는 의미다. 예를 보자.

수컷, 암컷, 수키와, 암키와, 수퇘지, 암퇘지, 수탉, 암탉

모두 올바른 표기다. 이들 표기에 든 ‘ㅎ’을 알 수 있는가?

수ㅎ + 강아지 => ㅎ+ㄱ → ㅋ => 수캉아지 
암ㅎ + 병아리 => ㅎ+ㅂ → ㅍ => 암평아리 
수ㅎ + 돌쩌귀 => ㅎ+ㄷ → ㅌ => 수톨쩌귀 

‘수+강아지’ 가 ‘수캉아지’ 로 소리 나니 ‘ㅎ’이 들어간 것이다. 이것이 옛 언어의 흔적이다. 세종대왕 당시 언어에는 ‘수ㅎ’ 처럼 ‘ㅎ’ 을 가진 단어가 80여 개나 되었다. 오늘날 이 단어들은 더 이상 ‘ㅎ’ 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언어의 변화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단어 속에 ‘ㅎ’의 흔적이 남아 발음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안+밖 => ㅎ+ㅂ → ㅍ => 안팎 
머리+가락 => ㅎ+ㄱ → ㅋ => 머리카락 
살+고기 => ㅎ+ㄱ → ㅋ => 살코기 
암+개 => ㅎ+ㄱ → ㅋ => 암캐 

이 모든 것을 주재하는 것은 우리의 발음이다. ‘암+개’를 발음해 보자. 누구도 이 단어를 ‘암개(×)’로 발음하지 않는다. 실제 발음대로 적으면 된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는 ‘ㅎ’에 대한 규칙은 알지 못한다. 어원을 잃었다는 말이다. 맞춤법 원칙은 어원을 잃은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예들을 적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발음으로 알 수 없는 예들이다. ‘수’가 포함된 단어들을 더 보자.

수개미, 수소, 수사슴, 수거미, 수거위, 수제비, 수송아지, 수늑대, 수벌, 수범, 수할미새 

우리 발음으로 ‘ㅎ’이 있는지 없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지금은 ‘ㅎ’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아래의 규정을 만든 것이다.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며, 접두사 ‘수-’ 다음에서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이때의 ‘수-’는 접두사이므로 뒷말과 붙여 쓴다. ―표준어 규정 2장 1절 7항, 한글 맞춤법 1장 2항 

발음상 흔적이 분명한 예들은 표기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수’만을 적는다는 규정이다. 그러면 아래 예는 뭔가? 

숫양, 숫염소, 숫쥐

우리말의 규칙은 하나가 아니다. 이 예들은 다른 규칙인 사이시옷 규칙이 적용된 것을 인정한 표기다. 수 뒤에 ‘ㅅ’ 삽입을 인정한 것은 위 3개가 유일한 예다. 왜 이렇게 복잡할까? 흔적에 대한 규칙은 복잡하고 예외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언어의 질서가 사라지면서 남은 아주 예외적인 것들이니까. 이 복잡성들이 언어의 변화 결과로 생기는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런 예외는 현재 언어에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외만큼의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 


김남미/홍익대 국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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