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방송인 중에 ‘너무’를 너무 사랑하는 이는 없다
요즘 방송 인터뷰 마이크 앞에 선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자주 듣는 표현이 있습니다.
“~다 보니까, 너무 ~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가족과 함께 썰매장에 나온 이라면
(A) “오랜만에 밖에 나와 놀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음식점에서는
(B) “친구들과 같이 먹어 보니까
너무 맛있는 것 같아요.“입니다.
이런 표현들이 하나같습니다.
마치 표현법의 표준화가 이뤄진 듯만 합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A)의 경우, “가족들과 오랜만에 함께 나왔는데요.
그래선지 더욱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B)는 “엄청 맛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여서였는지~” 등으로
자신만의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아 입에들 달고 사는 말 있잖습니까 :“나는 나야!”
그러려면 언어에서부터 남들 따라 하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쓰는 일이 그 첫걸음입니다.
**
‘~것 같아요’의 어법이 이 나라를 휩쓴 지도 꽤 되었습니다.
식을 줄 모르고 더욱 번집니다.
학교도, 부모도, 사회도 그걸 교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도리어 학부모조차도 앞장서서 그런 괴상한 어법을 퍼뜨리기도 하죠.
언젠가, “확실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걸 대하고
그 말의 주인공 얼굴을 확실하게 확인해 본 적도 있습니다.
확실하면 ‘확실합니다’이지, ‘확실한 것 같아요’가 뭔가요.
평소의 자신감 결여가 언어에 배어나온 겁니다.
언어가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품질입니다.
어법(표현) 속에 그 사람의 기본 태도/심리/실력은 물론 품격까지 담깁니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이 읽힙니다.
위의 예문에서처럼 문장을 끊지 못하고 길게 이어나가는 걸 ‘만연체’라 합니다.
그런 어법은 실은 자신감 결여, 자기 과시, 일방적 제시, 독단 남용, 비조직적 사고,
속 빈 강정 위장을 드러내는 일이고, 더 발전되면 거짓말로도 이어집니다.
그렇다는 걸 은연중에 드러내는 일이라는 걸, 말하는 이 자신만 모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법이 이 잘못된 만연체 버릇의 표본입니다.
박근혜는 특히 ‘~다 보니까’를 애용했습니다.)
제가 모 그룹의 면접 채점 기준표 작성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
그중 ‘유행어 남용/오용’에는 감점, 창의적 어법에는 가점을 주도록 한 것도 있습니다.
이곳 게시판에 <왜 ‘너무’를 애용하면 면접에서 낙방까지 되는 걸까>의 제목은
거기에 뿌리를 둔 것이기도 합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0402074933
**
요즘 의미 있게 잘나가는 방송인들이 있습니다.
‘의미 있다’는 말은 꾸준히 무게 있는 자리를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호들갑, 과장, 억지웃음 유도, 초등생 수준의 퀴즈 앞에서 쩔쩔매기... 등으로
40대의 사내들이 화면을 채우는 그런 것들과는 다름을 뜻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잘나가는 이들의 공통점 하나가 있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관찰해 보면 이 ‘너무’를 남발하거나 오용하지 않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쓰는 바람에 이제는 긍정 부정 가릴 것 없이
써도 된다고 할 수 없이 국립국어원이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 데에나 ‘너무’를 남용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빈약한 밑천이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죠.
전현무/신동엽/한석준/김병만/김생민...
이들은 우연히도 한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인데요.
어쩌면 그 회사에서는 어법 교육도 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기본 실력으로 그런 걸 갖춘 사람들을 선별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이들은 모두 ‘너무’를 남발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웬만큼은 나잇값을 해내는 이들이기도 하고요.
언어는 그 사람의 품질입니다. 품격이 담기는 그릇입니다.
-溫草 [Feb. 2018]
[맞춤법 택배 서비스] 구설/구설수, 요행/요행수, 마에 씌였다(x)/씌었다(o) (0) | 2018.06.18 |
---|---|
[맞춤법 택배 서비스] 1000명 중 999명이 잘못 쓰는 말 : ‘파토/올레리꼴레리/잘코뱅이’ (0) | 2018.05.28 |
[맞춤법 택배 서비스]한 곳[자리]만 거쳤을 때는 ‘순방(巡訪)/역임(歷任)’은 부적절한 말이다 (0) | 2018.05.24 |
[맞춤법 택배 서비스] ‘남편’을 가리킬 때 ‘신랑’ 소리 좀 제발 그만합시다! (0) | 2018.03.14 |
[맞춤법 택배 서비스] 흔적으로만 남은 'ㅎ' : '암고양이(o)/암코양이(x)' (0) | 2018.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