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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네이버, 괘씸한 이웃, 한심한 나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18. 8. 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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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네이버, 괘씸한 이웃, 한심한 나


지난 일요일 아침, 아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네이버로부터 한 달간 글쓰기 제한 처분을 통고받았습니다.

청소년 유해물... 운운하는 경고장과 함께요.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황당했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참고 자료 검색에 빼어난 후배로부터 받은 자료 중 일부를

제 게시판 중 유머난에 <이웃 공개>로 '선물'이란 제목으로 게시를 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뚱녀와 관련된 자료였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키165의 여성조차도 45~55킬로여야만 한다는

일종의 웃기는+괴상한  강박관념이 휩쓸고 있죠.

통통한 몸집만 돼도 스스로 뚱뚱하다 여기면서 자학하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터라

우리가 보기에는 뚱녀라고 손가락질하고도 남을 여성들이

아주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포즈들이기에,

제 게시판에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유머난에 올린다고 적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엉덩이가 크게 발달한 흑인녀들처럼 엉덩이가 발달된 여인들 중

표정이 밝고 즐거우며 자신의 몸매를 되레 자랑하는 듯한 여인들 사진...


그래서, 그런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이처럼 즐겁게 살아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째서 그렇지 않은지, 체중 강박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취지로

그런 이들의 밝은 생활(표정)을, 나의 이웃들만이라도 선물처럼 받아들이자는 말을 덧붙여

몇 장의 사진을 올렸더랬습니다.


누드 사진이나 심지어 팬티가 보이는 그런 사진은 하나도 없고

거개가 긴 바지 차림...

다만, 사진들의 상당수가 뒤태를 강조하는 것이긴 했습니다.

마지막 사진 한 장은 긴 드레스 뒤태를 엉덩이 근처까지 개방한 지퍼 식이었지만요.


그런데 게재 후 몇 분도 안 되어 네이버로부터 1달간 글쓰기 제한 조치 통보가 날아왔습니다.

취지는 청소년 유해물이고, 건전한 블로그 문화를 위해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사진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영구 해지 조치를 받게 되어

앞으로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활동도 할 수 없다면서요...


엄청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참으로 황당한 조치였습니다.


우선, 그 내용은 블로그 관리 취지에서 내세운 청소년 유해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첫째, 그걸 일반 공개로 올린 게 아니라, '이웃 공개'로만 한정해서 올렸습니다.

제 이웃 중에는 청소년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제가 이웃 관리를 하면서, 어린애거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적이 없기 때문이죠.

청소년들의 블로그 활동은 아직 시기상조. 시간낭비이기 쉬우니까요.


둘째, 네이버 이미지에서 '엉덩이'로 사진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곳에 올려진 이미지 사진들은 청소년/성인 구분 없이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제가 올린 것들은 그곳의 이른바 '작렬 포스'들에 비하면 얌전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그것들을 대하면서 새삼 놀랄 정도로 과감한(?) 사진들이 즐비했습니다.

네이버의 일반 공개 이미지 사진 중 '엉덩이' 관련 사진들이 그랬습니다.


그러므로, 네이버의 조치는 객관적/논리적 검토가 생략된 채

뭔가를 거르고 마냥 성급하게 내려진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조치가 내려지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독자(구독자)의 신고에 의해섭니다.

네이버 관리팀에서 게재 후 2~3분도 안 되어 그처럼 신속하게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검출어(예 : 섹스, 젖가슴, 엉덩이, 불륜... 따위)로 채집된 것이거나

신고가 들어온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제 경우는 뚱녀라 표기했기 때문에, 검출어에서는 제외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가능성은 신고입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떠오른 사람이 둘 있었습니다.

몹시 까다롭고 괴상한 믿음에 경도된 '삐딱이' 여성 하나와,

저와는 잘못된 표준어 사용 문제로 (말도 안 되는, 무조건 맞춤법 무시파) 댓글을 주고 받았던

엉터리 습작 중년 여성. 아하...


그 뒤로 한 시간 이상을 걸려, 저는 제 '이웃/서로이웃' 정리를 했습니다.

저는 누구든 서로이웃 신청을 웬만하면 받아줘 왔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의 이웃 숫자 앞에서 자족하려는 이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사이버 세상에서의 외로움 또한 안쓰러운 일이거든요.


'이웃/서로이웃' 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숫자 늘리기만 한 뒤에 저와 통교가 없거나,

제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서로이웃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신고자로 의심되는 두 사람은 즉시 이웃 리스트에서 삭제했죠.

그들이 제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걸 알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그대로 두었던 저의 한심스러운 관용에, 저의 유약함을 뒤늦게 탓하면서요.


이번 사태를 두고 네이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전후 사실과 더불어

객관적인 자료 제시 등으로 조치 해제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기회를 잘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요.


한 달간의 두문불출 동안에도 검색을 통해 드나드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게재물들 탓에 죄 훑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추가 시간을 드릴 수도 있는 일.

또한 이곳 <다음> 블로그를 푸대접했던 것도 반성도 하고요. ㅎㅎㅎㅎ


(실은 네이버에 올린 것을 이곳에 옮겨 오는 일일 뿐인데도

 매번 두 군데 작업을 하는 건 시간 소모가 사실 은근한 일이기도 합니다.

 시간에 쫓길 때는 긴 제목을 자르기도 하고, 태그를 생략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리된 것일 뿐, 의도적인 푸대접이랄 수는....

 게다가 요즘은 검색 한 번으로 네이버/다음 자료들을 죄 찾아볼 수 있기도 해서요.)


여하간, 이번 일 참으로 황당하지만 제게는 훌륭한 반면교사입니다.

이웃 공개로만 해 놔도, 일반 청소년 유해물 범주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

내 이웃 중에는 선의의 이웃이 아니라 갈고리를 치켜들고 숨어 있는 적군 이웃도 있다는 것.

내가 이웃들과 기쁘게 웃자고 유머난에 올린 것조차도, 내 뜻과는 무관하게

엉뚱하게 해석될 수도 있는데, 그것까지 생각지 않는 나는 한심한 녀석이라는 것...


악의적인 이웃을 과감히 일찍 정리하지 못한 우유부단함을

내 선의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껴안고 지내는 참으로 한심한 녀석이라는 것...등을

아주 아프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두 이 한심한 녀석이 떠안아야 하는 것들이고요.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는 거죠. ㅎㅎㅎㅎ

                                                                             -온초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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