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기] 나이 들어가면서 좋은 것도 있다(6) : 할 소리, 안 할 소리
7. 할 소리, 안 할 소리 앞에서 겁이 없어지면서 망설이지 않게도 된다
‘이 시대에 존경할 만한 원로가 없다’는 말은 ‘믿을 놈 하나 없다. 다 그놈이 그놈이다’의 우회 버전이기도 하다. 그럴 땐 이런 말 한마디도 해주고 싶어진다. ‘지의불면(持義不眄) 임정불고(臨正不顧)’하라고.
이것은 ‘의로운 일을 지켜냄에서 주변 눈치를 보지 말고, 옳은 일이라면 돌아보지 말고 그 길을 가라’는 뜻인데, 내가 오래 전에 작명했던 것으로, <나의 한마디>에도 옮겨 담았던 말. https://blog.naver.com/jonychoi/220102572030
할 소리, 안 할 소리를 자꾸만 구분하느라 망설이다 보면 또다시 한 발 물러서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게 어느새 버릇이 된다. 그걸 미덕이라고까지 권장한다. 하기야, 큰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잔소리를 달고 사는 일도 노추(老醜)에 든다. 특히 똥고집이 몸에 밴 경우에는...
하지만, 언제나 한 발 빼고 점잖게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퇴사(退仕) 후 향리에 머물던 이도 잘못된 것 앞에서는 과감히 나섰던 게 선비 정신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지의불면(持義不眄)’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걸거나 바쳤다.
아무 때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것, 그것은 다음 기회를 벼르기만 하는 습관적인 참새가슴으로 굳어지면서, 비겁으로 수렴되는 일이 더 많다. 지의불면 임정불고(持義不眄 臨正不顧)! 때로는 시간 없음이 확호한 결심과 단호한 결행을 낳기도 한다. 지혜롭게 나이 드는 일은 주어진 시간이 짧아지고 있음을 현명하게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남에게 해코지가 되지 않는 한은,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내가 늦깎이가 되어서야 용감하게 달고 사는 말 중의 하나다. 당당하게 뻔뻔해지는 일은 늙은이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다. 잘 제대로만 써 먹으면.
-溫草 [Jan. 2019]
<박원숙의 함께 삽시다>(서천 시리즈)와 서천 출신의 연예인들: 뽀빠이 이상룡, 김응수, 설경구, 류승룡... + 시인 나태주 (2) | 2023.10.21 |
---|---|
파주의 자랑 ‘9도장원공’ 율곡 이이(李珥)와 과거 시험의 실제 효용, 그리고 기네스북감인 母子 초상의 지폐 도안 동시 등장과 그 앞뒤 얘기 (0) | 2020.04.12 |
대한국민, 그리고 축구와 야구 (0) | 2016.05.21 |
성감대와 감동의 진실 혹은 진폭의 문제 (0) | 2012.08.15 |
웃기고 울리는 한자 녀석 (0) | 2012.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