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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답고 성대한 장례식] 단돈 백만 원에 치르다

[내 글]고정관념 분해 조립

by 지구촌사람 2019. 10. 2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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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답고 성대한 장례식] 단돈  백만 원에 치르다

단돈 백만 원짜리의 성대한 장례식

제목을 대하고서 대뜸 '장난하냐?'는 말부터 꺼내드는 분들이 많으실 듯하다. 그럴 만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우선 남의 장례식도 아니고 제 장례식에 대해 떠드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니까. 죽은 녀석이 어찌 제 장례식 얘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능한 얘기다.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기획해 놓고 죽으면 된다. 죽은 사람의 말은 웬만하면 다 들어주니까, 대부분 소망한 대로 행해진다.

둘째로는 단돈 백만 원에 어떻게 장례가 가능하냐, 그것도 아름답고 성대하다는 수식어까지 붙은 장례식을 천만 원도 아니고 단돈 백만 원에 치른다는 게 말이 되냐. 요즘 장례식 평균 비용이 혼례 비용 1200만 원보다도 더 비싼 1400만 원 꼴이라는데... 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가능한 얘기다. 미리 기획+준비만 조금 해두고 죽으면...

잘 죽으려면 기획부터 잘해 두어야 한다

이 모든 기획의 뿌리는 사실 유언장 작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언장을 있는 사람들의 재산 분배 계획서쯤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만, 가볍게 유서 정도로 생각해도 된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아래에 보이는, 요즘 유행(?)하는 낱장짜리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면 된다. 정해진 양식은 없지만 노인복지센터/요양원 등에 비치돼 있는 걸 써도 되고, 정식으로 남기고 싶으면 아래의 <한국장례문화원>에 접속하여 양식을 얻어 작성 후 그곳에 보관시켜 두었다가 필요 시 사용할 수도 있다. [*참고 : <한국장례문화원>의 전화번호 1577-4129는 기억해 두거나 어디에 적어둘 만하다. 이 나라의 모든 화장장 예약 관리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영안실이나 장례 관련 회사에서 그걸 대행했지만 (그래서 상조회사들이 번성했지만) 지금은 모든 관계자들이 직접 해야 한다. 즉, 상조 회사들의 무더기 예약이 불가능해졌다]

이 <사전장례의향서> 내용들은 대동소이하다. 장례 형식/염습/수의/관/음식 대접/시신 처리(화장/매장 등)/장지(수목장/봉안당/묘지 등) 등에 대하여 고인이 미리 그것들을 지정하고, 그대로 따라 달라는 말이 적혀 있다. 법정 양식이 아니라, 그냥 망자가 미리 문서로 남기는 장례 방식 지정서다.   

 

인터넷 주소 : http://www.ehaneul.go.kr/portal/index.do

전화 : e하늘관련 상담 1577-4129, 대표전화 02-6930-9300

웰다잉을 위한 준비, 사전장례의향서 들어보셨나요?

내 경우에는 아주 오래 전 유언장 작성이 유행하던 20여 년 전에 처음 유언장을 작성한 뒤 두어 차례 고치다가 10여 년 전 대폭(?) 정비한 바 있다. 최근의 시신 기증 내용 변경에 따라 그 상당 부분의 내용이 무관하게 되긴 했지만... 당시의 유언장 개정본은 이곳에 있다 :   https://blog.naver.com/jonychoi/20051449725.

유언장을 무에 그리 서둘러 작성하느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막상 그걸 작성하고 나면 얻는 게 알게 모르게 참 많다. 내 경우는 무소유의 삶을 확실하게 실천하게 되었다. 아등바등 살아내려는 그 탐욕(소유욕+명예욕) 따위에서 일찍이 완전히 졸업했다. 남은 삶이 엄청 홀가분해지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된다. 단지 유언장 하나를 작성해 두었을 뿐인데... 여러분들에게 적극 권장하는 이유다. 1주일짜리 템플 스테이나 한 달짜리 수련원 따위를 다녀오는 것보다도 훨씬 더 효과가 빼어나다.


​백만 원짜리 장례식 어떻게 가능한가

장례 비용 중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장지(매장) 마련 비용이다. 매장의 경우, 공원 묘원 등과 같은 곳을 매입하거나 분양/임대 식으로 비용을 들여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이 염습/수의/입관 등과 같은 영안실 비용이고 그 다음이 음식 접대비와 운구비, 기타 비용 등이다. 이 중 땅에 묻는 (화장이든 시신 매장이든) 분묘형 장례가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다음이 유골을 봉안당에 모시는 방법이다. 가장 저렴한 것은 요즘 각광을 받는 자연장(수목장/잔디장/꽃밭장)이다.  [참고 : 자연장에 관해서는 다음 블로그 참조. https://blog.naver.com/jonychoi/221628508089

나는 대학병원에 시신 기증을 했다.


<나의 시신 기증 카드>

내가 죽으면 내 가족들은 나의 사망진단서를 발부받아 그걸 대학병원에 건네는 것으로 나의 사망 사실을 알리면 몇 개월~몇 해 뒤 대학병원으로부터 유골을 받게 되고, 그걸 나의 가족 자연장지에 처리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나는 죽어도 내 시신이 가족에겐 없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영안실을 빌려 음식 접대를 하거나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거나 피로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의 시신 기증 관련 글 : https://blog.naver.com/jonychoi/221662558890



장례 예배 한 번으로 그냥 끝내는 것으로 해두었다. 내가 결혼식을 올렸던 그 서울 변두리의 시골스러운 교회에서, 나보다는 좀 더 살리라 소망하는 인생 후배 목사의 집도로 치러지는 예배 한 번이면 족하다.

 

장례 비용으로 책정한 백만 원? 그것은 우리가 아는 교인들에게 돌릴 떡값과 마지막 자리를 마련해 준 교회에 바치는 고마움의 작은 표지 헌금을 그냥 대충 적어본 금액이다.  

더 이상 길게 적을 필요가 있을까. 돌아갈 때까지도 세상의 눈치 보기나 주변과의 비교 따위에서 나는 홀가분해지고 싶다. 아니, 남아 있는 가족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싶다. 내 사라지는 일 따위가 남은 이들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그저 최소한의 폐 끼치기로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다. 그뿐이다.


끝으로 이 글의 제목에 들어 있는 '아름답고 성대하다'는 식의 자화자찬이 지나치다실 분들도 계시리라 믿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내 소망이 곁들여져 있다. 나의 장례식 전체가 장례 예배 하나로 간단히 끝날 그 작은 사건(?)은 그 교회 역사 50여 년 동안의 최초의 일일 것이고, 나를 아는 이들도 짧은 시간에 홀가분하게 나와 이별할 수 있는 깔끔한 방식인 까닭에, 나는 그걸 그처럼 조금은 부풀리고 싶다. 내 뒤를 좇을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작은 희망을 그런 표현에 담아 본 것이기도 하다. 


                                                                                                -온초 생각[28 Oc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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