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진품 명품(1편): 파주산 캐비어 이야기

파주의 진품 명품(1편): 파주산 캐비어 이야기

 

​모든 별은 받들린다. 도달하고 싶은 희망이나 대망[꿈]의 상징으로. 때로는 손에 넣을 수 없기에 더욱 안타까워지는 아름다운 존재로 떠받들리기도 한다. 별들은 하늘을 가득 채울 듯이 수많은 존재인데도 거의 예외 없이 소중하게 받들리는 까닭, 그것은 멀리 있어서다. 어떻게 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라서. 

 

가까이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비교적 자주 대할 수 있는 것들은 그 반대다. 제값을 쳐주지도 않지만, 가치가 잘 묻히거나 쉬 잊힌다. 그 수가 아주 적거나 유일한 것일 때도.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가족에 대해서도 때로는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낼 때가 있는 것은 너무나 가까이 머물고 어렵지 않게 대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

 

진귀함은 낱개로 떼어 놓고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비로소 명징하게 빛난다. 그것이 물건일 때는 진품(珍品)이라 하고 사람일 때는 흔히 진인(眞人)/귀인(貴人)이라고들 한다.​

 

파주에는 그런 진품들이 적지 않다. 그 이름이 자주 호명되는 사이에 외피에 명찰만 달아주었을 뿐,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안까지 감정하는 일을 가끔 잊는 그런 것들이기도 하다. 진품들은 예외 없이, 그리고 기본적으로 희귀한 존재들이기에 그런 세심한 대우들을 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

 

그런 진품들 몇 가지를 2회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늘 그렇듯,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는 일은 적잖게 정신의 눈과 귀를 새롭게 청소하게 되는 부수입이 돌아온다. 제아무리 명품 진품이라 하더라도 무관심과 방치는 폐품으로 이끌고, 관심과 사랑 그리고 수고가 덧대지면 명물이 된다. 모든 것들이. 사람까지도...​

 

파주산 캐비어​

 

세계의 3대 진미*로는 푸아그라(foie gras. 거위간), 트러플(truffle. 송로버섯)에 캐비어(caviar. 철갑상어 알)를 꼽는다. 이 중에서도 푸아그라를 뺀 나머지 두 가지는 일반인들이 쉬 접할 수 없다. 값이 비싸서다. [*3대 진미: 이 중 독립 메뉴인 단품요리(a la carte)로 맛볼 수 있는 건 푸아그라뿐이다. 나머지는 보조 식재료(꾸미개, 소스나 양념용)로 쓰인다. 캐비어는 거의 대부분 카나페로 해서 먹는다. 빵을 찢어서 그 위에 반찬 삼아 놓아 먹어도 좋다. 내가 자주 써먹는 방식. 푸아그라는 고기처럼 딱딱하게 굳은 거위간을 요리한 것으로 거의 스테이크 맛에 가깝다. 내가 먹어본 내용은 이곳의 내 블로그 참조 : https://blog.naver.com/jonychoi/20087746450. 에스카르고로 떠받들리는 달팽이 요리는 이런 진미 축에는 끼지 못한다. 제비집요리 또한 마찬가지인데, 이 두 가지의 시식 경험담들도 이곳의 내 블로그 검색에서 찾아보실 수 있다.]

 

[중국]혼자서 먹는 저녁식사 2

 

서구 사회에서 부잣집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면서 자랐을 때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캐비어를 먹고 자랐다(He was born with silver spoon in his mouth and raised with caviar)라 표현한다[우리나라에서 얼마 전부터 유행한 ‘흙수저/금수저’ 얘기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셰익스피어의 햄릿 2막을 보면 caviar to the general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평민들에게 웬 캐비어?'란 뜻으로, 돼지 앞의 진주와 비슷한 말이다. 그만치 캐비어는 일반인들이 쉬 넘볼 수 없는 고가 식품이었다.​

 

캐비어는 민물고기인 철갑상어의 알을 염장 숙성시켜 만든다. 철갑상어는 수명이 100년쯤 되는데 현재는 멸종 위기종이다. 매년 몸무게의 20% 가량에 해당되는 알을 낳는다. 캐비어는 이 알을 염장하여 8 ~10°C로 숙성시켜 만드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생산자마다의 비법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구두약 통 정도의 1온스(약 28g) 제품 가격이 몇만 원에서 2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주: 요즘은 중국의 대량 양식으로 전 세계에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 때문에 소규모 생산자들은 울상이고, 소비자들은 웃는 희비 쌍곡선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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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좌: 국산 벨루가 캐비어. 구두 약통 높이의 절반 정도로 양이 적다. 캐비어는 그 알을 낳는 철갑상어의 종류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일반적인 최고가는 벨루가 종이다. 현재 국산 캐비어는 여러 곳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예전에는 주로 수출만 하다가 내수용으로도 나온다.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 덕분이기도 하다. 우: 수입산. 알마스사의 벨루가 캐비어. 1온스짜리가 30만 원에 판매된다. 국산 가격의 열 배. 일반적인 국제 시세에 비하여 지나치게 고가인데 최고급품임을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다.

 

<사진> 내가 맛봤던 캐비어 중의 하나. 한가운데에 2단으로 받쳐진 것으로, 주변에 놓인 작은 파이들에 얹어 먹는다. 조직에서는 연말 부서장 회식 때마다 딱 두 통씩 나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비스킷 하나에다 그득 얹어서 먹곤 했다. 좀 짜지만, 한 해 한 번 먹는 것이니까 좀 짜도 된다 싶어서, 미련하게 욕심을 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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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비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파주에도 있다. 임진강폭포어장[파평면 청송로 550. (031) 959 2222]에서 철갑상어를 양식하여 회와 캐비어(2~4g)를 함께 제공한다. 캐비어는 주로 카나페로 잘 어울리는데, 저작감은 연어와 날치 알의 중간쯤이고, 맨입으로 먹기엔 약간 짜다. 나는 주로 술 한잔할 때 가벼운 안주용으로 먹곤 했다. 솔직히 맛이 그리 특별하진 않다. 그런데도 그처럼 받들리는 건 회춘제라든가 정력제라든가 하는 식의 소곤거림이 늘 따라붙어와서가 아닐까.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는진 알 수 없다. 내 경우는 그저 무덤덤... 하기야, 내 평생에 비아그라 따위의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아직은 없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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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좌: 폭포어장의 철갑상어 우: 폭포어장에서 제공되는 캐비어

 

실은 임진강폭포어장 자체가 파주의 진품이다. 파주가 시로 승격되기 훨씬 전부터 파주를 알리는 데 1등공신이었다. 총 면적 3만 평에 개장 당시 수(水)면적 7천 평으로 동양 최대 규모였던 양어장을 비롯하여, 미니 골프장, 수영장, 캠핑장, 미니 식물원과 회의시설까지 갖췄던 종합 위락 시설 1호였다. 현재의 50대~70대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파주라 하면 대뜸 떠오르는 그런 명소였는데,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쇠퇴해져 가고 있다. 임진강리조트로 이름까지 바꾸며 애쓰는데,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까지 맞아 요즘은 휘청거리는 듯하여 무척 안타깝다. 특히, 파주를 빛내오던 명품의 쇠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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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나 또한 파주의 첫 본격적인 방문이 이 임진강폭포어장이었다. 1990년이던가. 성공적인 서울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남은 돈 100억여 원으로 서울평화상을 제정했는데, 그 기념으로 따로 벌어진 뒤풀이 비슷한 것이 바로 여기서 열렸다. 그때 처음으로 대하고 참으로 멋진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송어회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당시엔 철갑상어는 없고 송어와 향어만 있었던 듯하다). 그 때문에도 오늘날의 패색에 가까운 무기력은 애석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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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진강폭포어장 시설 안내판. 단순한 양식장이 아니라 종합 위락 시설이다. 요즘은 오토캠핑장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허브 샵에는 수십 년이나 되어 엄청 크게 자란, 매우 보기 드문, 로즈마리 몇 그루도 있다.

 

<사진> 울 집 공주가 위험한 아장걸음을 졸업하고 안전하게 홀로 걷게 된 2002년 여름(당시는 서울 거주) 첫 공식 가족 원행을 한 곳도 바로 이 임진강폭포어장이었다.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가족들에게 미안해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른바 이런 희귀식의 독점 경험이다. 이유야 어쨌건(업무로든 뭐로든), 나는 진귀한 음식들을 거의 다 맛봤다. 그래서 어느 해에 떠올린 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로나마 그 죄책감을 덜어내면 어떨까 하는 것. 여러 해 전 여름휴가 때 저 임진강 폭포어장으로 울 집의 두 여자분들을 모셨다. 철갑상어회와 캐비어를 맛보실 수 있게. [그 상세편은 이곳에 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0135749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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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좌: 철갑상어회와 그 위의 캐비어(3그램이었던 듯하다). 우: 캐비어 양이 모잘라서 추가 주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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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갑상어와 비단잉어에 모이를 주고 있는 모녀. 최초 방문 후 9년 만의 3회 차 방문이었다.

​참고로, 농어민들의 수익 제고를 위해 이 철갑상어 치어를 전국에 제공하고 있는 연구기관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 031-8008-6510)가 바로 그곳인데 2012년 인공 종묘에 성공한 뒤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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