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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율곡문화제, 4년 만에 풍성하게 열리다

[파주 이야기]

by 지구촌사람 2022. 10. 1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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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율곡문화제, 4년 만에 풍성하게 열리다

 

4년 만에 율곡문화제 열리다

 

파주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인 제32회 율곡문화제가 2022. 10. 8.~10. 9.에 파주이이유적지, 화석정(율곡정담), 율곡습지공원(파주윈드오케스트라 음악회), 파주시민회관(바둑대회) 등에서 열렸다. 대학자 이이의 유덕을 기리고 문향(文鄕)으로서의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이어가는 잔치로서 198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4년 만에 재개되었다. 그동안 이 행사에서 소외돼 온 율곡의 생거지인 율곡리가 올해에는 처음으로 행사지에 포함되었다. 

사진: 율곡과 신사임당 동상. 모자(母子)가 화폐 도안으로 채택된 것은 전 세계 최초다. 앞으로 영국(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3세)에서도 나오게 되지만 그건 두 번째가 된다.

 

최대의 대표 행사답게 참가한 단체와 학교/기관 그리고 지역민 모임들이 30여 개를 넘었다. 그러한 적극적인 참여로 프로그램이 풍성했고 다채로웠다. 이틀에 걸쳐 시민길놀이, 율곡 추향제와 신사임당 추모제, 한복 패션쇼와 전통예술 공연, 백일장과 바둑대회, 음악회... 등과 서각 전시회 등을 비롯한 각종 소규모 전시 행사도 다양하게 열렸다.

사진: 율곡 문화제 포스터

 

오전 10시 이이유적지 잔디밭에서 열린 기념식 행사에는 김경일 파주시장, 지역구 출신인 윤후덕과 박정 국회의원, 시도의원들, 그리고 각종 단체 회원과 지역민 대표 등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 김경일 파주시장(중앙에서 박수하는 이) 옆으로 윤후덕/박정 국회의원

 

기념식 행사 내내 주악대(奏樂隊)로 참여한 삼광중고오케스트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적성면 석현리의 중고생 합산 269명의 작은 학교임에도 5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단원으로 참여하여 행사용 음악은 물론 감상용 음악까지 선물했다. 행사 후 김 시장과 박정 의원이 그 수고를 치하한 것은 당연했다. (박정 의원은 파주 출신이지만 고교 시절 집이 어려워 동인천고의 탁구 특기생으로 입학한 뒤 탁구를 그만두고 서울농대에 합격했던 괴짜(?)인데, 그 뒤 토플 전문의 박정어학원을 세워 돈을 번 뒤에 정계로 진출하여 3차례 도전 끝에 현재 2선 의원. 한때 사설 오케스트라의 단장을 맡은 적도 있다.)

사진: 삼광중고오케스트라. 50여 명을 넘기는 대규모로 전교생의 1/5이 참여 중이다.

 

눈에 띄는 행사 관련 스케치 몇 가지

 

프로그램이 풍성하여 모두 다루기가 어렵다. 그중 눈에 띄는 행사 관련 사항 몇 가지만 짧게 훑기로 한다.

 

율곡고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유가행렬 재연과 더불어 시민들이 참여한 길놀이를 마친 이들이 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아래 사진). 

사진: 유가행렬 재연 및 시민 길놀이 패. 유가행렬의 규모와 내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사진: 유가행렬을 이끌었던 율곡취타대. 대원들은 모두 율곡고 재학생

 

행사장 내에서도 사물놀이가 펼쳐졌다. 시민 길놀이 패 외에도 2개 팀이 더 참가했는데, 그중 마정리의 농악패는 모두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이뤄져 경이로웠다. 연세들이 지긋했는데도 신명과 솜씨가 나이를 훌쩍 건너뛰게 했다. 

사진: 마정리 농악패 어르신들. 중앙의 사복 차림이 이장님. 북재비 어르신이 김덕수를 빼닮아 깜짝 놀랐다.

 

잔디밭 광장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회와 부스 전시도 이곳저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중 서각전시회와 파주 환갑맞이 사진전, 그리고 고서 전시 코너가 이채로웠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율곡예술제가 파주를 대표하는 최대 행사가 되어 온 이유이기도 했다.

사진: 서각전시회. 출품작들의 내용과 형태가 매우 다양했다

사진: 아이디어가 빛나는 파주 환갑맞이 사진전. 60여 년 전으로 돌아간 앨범들이 주축.

 

사진: 고서 전시회 출품작의 일부. 휴암/방촌 선생 관련 자료와 격몽요결 초간본 등. 우측 자료는 보기 드문 파주의 '호구단자' 원본. 호구단자(戶口單子)는 조선 시대에, 호주가 가족 사항을 적어 지방 수령에게 신고하던 서류. 3년마다 호구 조사를 할 때에 적어 냈다.

 

해마다 열리는 백일장(운문/산문부 및 한시 부문)과 미술제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특히 한시백일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시 부문 백일장에 속한다.

사진: 미술제 및 백일장 접수대의 봉사자들

 

이이유적지 정문, 자운서원 사당(문성사), 묘지 정문(여견문) 등은 모두 3칸문이다. 이들의 문을 출입할 때 일반인은 가운데 문(中門)으로 드나들지 못하고 좌우에 있는 작은 문(夾門)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사당의 중문은 신문(神門)이라 하여 혼령만 드나들 수 있다. 그 외의 경우는 주인과 고위직(정2품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좌): 이이유적지의 3칸 정문. 가운데 세워둔 안내판은 그곳으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기 위함도 있다. 사진(우): 여견문 역시 3칸 정문으로 평소 중앙문은 열쇠를 채워두고 있다.

 

자운서원과 이이의 가족 묘지 이야기

 

자운서원도 사액서원(賜額書院. 임금이 이름을 지어서 새긴 편액을 내린 서원) 중의 하나다. 1973.7.10. 경기도기념물 제45호로 지정되었다가 2013.2.21. 사적 제525호 파주 이이 유적으로 포함·승격되면서 경기도기념물은 지정 해제되었다(그러나 아직도 서원 앞에는 경기도 기념물 표지판만 세워져 있다.)

사진: 자운서원 내의 문성사. 이이를 모신 사당. 아래 배치도 중 1번 건물

사진: 서원 배치도. 배치도에는 빠져 있지만 문성사 계단 좌측에 송시열이 글을 지은 묘정비가 있다.

 

 

사진: 자운서원 묘정비. 서원의 내력을 적은 비로 비문을 송시열이 썼다.

 

이 문화제 기간 동안에 열리는 율곡추향제(秋享祭. 가을에 올리는 제사라는 뜻)는 이 서원의 맨 꼭대기 건물인 문성사(文成祠. ‘문성공(文成公)’은 이이의 시호)에서 이뤄진다. 올해의 초헌관(初獻官. 제향 때에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사람)으로는 고광춘 파주부시장이 뽑혔다.

 

서원 좌측으로(잔디밭 쪽에서는 우측) 이이의 가족과 친족들의 묘소가 있다. 여견문(如見門. 如見은 나를 보는 듯이 여기소서의 뜻)이 그 출입구다. 이 묘지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자식인 이이가 부모보다도 높은 곳, 곧 맨 위에 가 있고, 이이의 묘에도 부인 곡산노씨의 묘가 이이보다 높게 뒤쪽에 배치돼 있다. 

사진. 이이 부부의 묘. 봉분이 하나인 합장묘가 아닌 별묘. 뒤의 묘가 부인 곡산노씨의 묘로 이이보다 더 높게 올라가 있다

 

사진: 율곡 가족의 묘. 맨 아래가 부모의 합장묘. 그 위가 형, 맨 위가 이이 부부의 묘

사진: 율곡의 가족/친족 묘소 배치도. 중앙부가 위 사진. 좌우는 친족. 친족 중 '매창'은 시조를 남겨 유명한 기생이 아니라 율곡의 누님인 이매창을 뜻한다

이처럼 일반 상식과 다르게 배치된 데는 까닭이 있다. 이이는 최고위직으로 판돈령부사(종1품)에까지 올랐지만, 부친인 이원수는 사헌부 감찰(정6품)이 최고위직이었기에 자식이 고위직으로 오른 경우에는 부모보다 높은 자리에 모실 수 있는 당대 습속을 따른 것이었다. 또 부인이 남편보다 높은 자리로 간 것은 임란 때 부인 곡산노씨는 왜군에 저항하다 살해되었기에 나라에서 정려문을 내린 바 있어서였다. 즉 국가 표창자는 단순 고위직 역임자보다 상위 대우를 받았다. 

사진: 율곡 부모(이원수와 신사임당)합장 묘갈에 적힌 내용 중 '증' 이하는 사후 내린 벼슬이고 실직은 '행' 이하에 '사헌부 감찰'로 나와 있다. 이 자리는 정6품으로 아들인 율곡이 과거의 대과 전시에서 장원을 하여 받았던 첫 벼슬의 품계와 같다. 부친 이원수는 계속 과거에 낙방하다가 40을 넘겨서 간신히 소과에 합격했다. 그것도 부인의 잔소리에 못 견뎌서... 양반은 3대에 이르도록 과거(소과, 대과 불문)에 합격하지 못하면 양반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래서 실제 임용이 되지 않는 산관직이라도 받으려고 양반들은 죽어라 과거에 매달렸다.

 

율곡문화제 때가 아니더라도 자운서원 방문은 가치 있는 일이다. 서원과 기념관, 가족 묘소 등을 찾아 여유 있게 살펴보고 넓은 잔디밭을 거닐며 과거 역사를 반추하고 감회를 정리해 보는 것도 하루의 일정으로는 매우 뜻깊은 날이 될 수 있다. 대중교통(버스 11, 12, 19-1 등)으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자운서원/파주이이유적지: 법원읍 동문리. ☎031-958-1749]

                                      -온초 최종희(13 Oc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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