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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국내 첫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는 성공작일까

갓 쓰고 서울 오다

by 지구촌사람 2022. 9. 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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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국내 첫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는 성공작일까

1년 전인 작년 8월 AI가 쓴 국내 첫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나왔다. 소설가들이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래서일까. 문단의 작품 평은 후하지 못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놓고 비판적인 시선들이 많았다.

세계 최초로 AI가 쓴 소설집이 나온 것은 2008년 러시아에서의 일이다. 그 뒤 일본에서도 열심히 시도했고, 요즘 미국의 소설들은 장단편을 막론하고 AI의 도움을 받은 합작품들이 상당수가 된다. 우리나라의 신설 문학상 중에서는 AI 소설만을 대상으로 삼아보자는 시도도 있었다(시도로만 그쳤다).

작년에 나온 우리의 <지금부터의 세계>는 사실상 세계 최초로 AI가 쓴 본격 장편소설이라고 해도 된다. 아직까지는 주로 단편소설 쪽이었고, 쓰는 작업 일부만을 AI가 대신해 왔다. <지금부터의 세계>처럼 쓰는 작업 전체를, 그것도 장편을, AI가 해낸 것은 세계 최초다.

AI 소설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자연어 처리(NLP)* 업체와 AI 업체의 협업 덕분이었다. 따라서 아직은 일반인이 그러한 기술적 도움이 없이 그냥 시도해서는 해낼 수 없는 영역이다.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쉽게 말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인간의 자연어를 번역/이해/생성/활용하는 기술로, 대량의 말뭉치(corpus)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 학습을 거쳐 최근에는 심층 기계 학습(deep learning)으로 발전하고 있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멋진 문장을 구사할 정도로 발전돼 있다. 우리말 말뭉치 작업은 국립국어원이 맡아서 해냈고, 사용 업체들에게 제공 중이다.]

여하간... 오늘 판매지수를 보니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낫다. 즉 비평가나 소설가들이 '기존 영역 입주자'들을 위해 혹평에 가까운 평을 했던 것에 비해서는 판매 행진이 최악의 수준은 아니다. 평년작은 된다. 참으로 다행이다. '폭망' 수준이 돼서는 이러한 신선한 새싹 시도 자체가 멸절되게 된다.

작품 수준을 떠나서 그러한 용감한 시도를 한 출판사와 소위 '소설감독'이라는 새 업역을 개척한 소설가 김태연 감독의 용기가 가상하다. 아울러 그러한 신선한 도전이 새로운 문화의 풍향계가 되어 문화계의 두께와 외연을 확장하는 개간용 삽질의 트랙터로 굳건히 자리매김 되기를 축원하고 싶다.

참. 내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하루빨리 우리말 STT(Speech to Text. 음성 언어를 문자 언어로 변환하기) 프로그램의 완성되었으면 하는 것. 현재 적지 않은 STT 프로그램이 출시돼 있지만, 사용되고 있는 알고리즘들이 히든마코프 모델(HMM), 딥러닝 또는 순환신경망인 RNN 계열, 콘포머(conformer) 계열들로 나뉘어 있다. 아직도 오류율 OOV(out of vocabulary)이 8% 이상이라서 뒷손질을 엄청 많이 해야 한다.

키보드 입력보다는 빠르지만, 교정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다 보면 사용자들의 짜증을 유발한다. 하루빨리 통합 알고리즘 방식이 출시되길 기대한다. 우리처럼 온종일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해대는 사람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이상이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나오면 속기사들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기술 진보에 따라 사라지는 직종들은 이미 3천 개 이상으로 예상된 지 오래다. 최근엔 붓질 한 번도 안 한 그림이 미국의 미술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적도 있다. AI가 창작한 그림인데, 작가의 착점(아이디어)에 들어 있는 예술성을 인정한 결과다.

아래는 출간을 앞두고 작년에 나온, 관련 기사. AI 소설 관련 얘기를 처음 대하시는 분들을 위해 붙인다.

                                                               -온초 최종희(6 Sep.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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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국내 첫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

[연합뉴스] 2021-08-20

이문열 "무수한 물음표를 던지는 우리 시대의 문제작"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마침내 누군가는 기대하고 누군가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쓴 장편소설 단행본이 독자들을 찾는다. 한국 문학사 최초로 사람이 아닌 기계가 소설가로 데뷔한 것이다.

파람북 출판사는 AI 스타트업 '다품다'가 자연어 처리(NLP) 스타트업 '나매쓰'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AI 소설가 '비람풍'이 김태연 소설감독의 기획과 연출 아래 쓴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를 출간한다고 20일 밝혔다. 공식 출간일은 오는 25일이다.

이로써 지난 2008년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AI가 쓴 단행본 소설이 나온 지 13년 만에 국내에도 AI 기반 소설이 등장하게 됐다. 2016년 일본에선 AI가 쓴 단편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2018년에는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AI 소설 '1 the Road'가 출간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단편 AI 기반 소설이 경쟁하는 문학상이 시도되기도 했다.

AI 소설가의 이름 비람풍(毘嵐風)은 우주 성립의 최초와 최후에 분다는 거대한 폭풍이란 뜻으로, 문학사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불러일으킨다는 취지로 작명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비람풍이 드라이한 문장은 물론 은유도 완벽히 이해한다는 점이다. 문장은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수준이고 기교도 부린다. 고유의 문체도 일정 수준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파람북 출판사는 서사 구조와 표현력 등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세계 최초의 본격 AI 소설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판사 측은 "이제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알려진 인공지능 소설은 하나같이 초단편에 불과했다"면서 "서사다운 서사를 갖춘 '진짜 소설'로서 세계 최초 AI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확인 여부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소설은 AI가 사람처럼 소설 창작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이룬 것은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직은 '대필 작가'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태연 감독이 주제와 소재,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들었으며, 도입부와 서문, 후기 등도 직접 썼다. 마치 영화감독과 같은 역할이다. 하지만 딥러닝을 통해 직접 문장을 써나간 것은 AI였다. 설계도에 따라 설정을 입력하면 비람풍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후문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독이 명령어를 다시 조정한다.

수학과 컴퓨터공학 전문가이면서 소설가인 김 감독은 지난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AI 소설의 '감'을 잡고 이듬해 AI 소설 스타트업 '다품다'를 출범했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진보한 형태의 AI 소설들이 잇달아 등장하리라 예측했다. 특히 '소설가'란 직업은 사라지는 대신 '소설감독'이란 직업으로 형태가 바뀔 것이라고 예언한다.

소설은 지체장애인 수학자부터 수학과 교수인 벤처 사업가, 정신과 의사, 천체물리학자와 스님까지 다섯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시각에서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소설 말미에는 AI 소설 창작의 모든 과정과 메커니즘을 설명한 '감독 후기'가 실렸다.

소설가 이문열은 추천사에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본 사람만이 창작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이러한 거대 담론과 정면 승부를 벌이기는 쉽지 않다. 큰 그림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것도 미덕이다. 무수한 물음표를 던지는 우리 시대의 문제작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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