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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와 색녀] 아담의 전처(前妻) 릴리트와 화가 존 콜리어, 그리고 클림트 이야기

[1事1思] 단상(短想)

by 지구촌사람 2022. 10. 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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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와 색녀] 아담의 전처(前妻) 릴리트와 화가 존 콜리어, 그리고 클림트 이야기

 

아담의 전처(前妻) 릴리트

 

아담에게는 전처(前妻) 릴리트(Lilith)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브(Eva)는 사실 후처다.

 

성경 창세기(1:27)를 보면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가 나온다. 천지창조 여섯째 날의 일이다. 그때의 남녀는 흙으로 만들었다 (창세기 2:7: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아담의 갈빗대를 뽑아 이브를 만든 건 아담이 에덴 동산으로 갔을 때다. 즉 맨 처음에 함께 만든 여자 릴리트가 아담에게서 쫓겨난 다음이다.

 

릴리트가 쫓겨난 이야기가 흥미롭다. 유대 신화에 따르면 여성 상위 체위의 창시자라서였다. 성교할 때 남자 아래로 눕기를 명하는 아담에게 거역하고 릴리트는 여성 상위를 고집했다. 그러자 화가 난 아담이 내쫓았고 그 뒤로 릴리트는 자기 생각이 있는 고집녀답게 여러 후일담을 남긴다. 이 축처 이야기에서 당시 유대인들이 지니고 있던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릴리트 이야기는 유대 신화에 선명하게 살아 있고, 성경 편성에서 제외된 경외성경(經外聖經. the Apocrypha)*에도 비치고 있어서 근대에 이르기까지도 릴리트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존재였다. [*경외성경: 70인 역(譯) 그리스어로 된 <구약성서>에는 들어있으나 헤브라이어 성서에서는 빠져 있는 30여 편의 서(書)들. 당시 유태교의 역사·문화·종교를 알아보는 귀중한 자료들이며 그리스도교 성립 당시의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뺄 수 없는 것들. M. 루터는 <제2경전>이라 부르기도 했다. 참고로 유대교에서는 히브리어본 구약성서만을 ‘타나크’로 부르면서 성경으로 대우한다.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서 대통령이 취임 선서할 때 사용하는 것도 신약성경이 들어 있지 않은 이 타나크다.]

사진: 미 대통령 선서 때 쓰이는 성경(중앙)은 기독교(개신교) 성경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구약을 별도 방식으로 편성한 '타나크'다. 유대인들은 미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까지도 좌우한다. 맨 오른쪽 사진은 오바마의 선서 모습.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을 소환하여 이용했다. 오바마의 정신적 사부는 링컨. 노무현도 똑같다.

화가 존 콜리어(1850~1934)

 

영국의 화가인데, 유명 초콜릿 고디바의 상자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익숙한 <레이디 고디바>를 그렸다. 콜리어는 당시 저명 지식인이었던 T.H. 헉슬리의 겹사위로도 유명하다. 첫 부인 마리안 헉슬리가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그녀의 동생인 에델 헉슬리와 결혼했다. 불륜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헉슬리 집안 사람들과 가까이 지낸 콜리어의 인간적 배려였다고 한다. 

사진: 고디바 백작 부인. 백작이 가혹한 세금을 거두려 하자 그것을 만류하기 위해 행했던 과감한 나체 행진. 그날 백작 부인이 나체로 시내를 돌자, 그 뜻을 안 시민들 모두가 창문을 내리고 보지 않는 것으로 백작 부인을 응원했다.

 

아래 그림은 콜리어가 여러 예술 장르에서 팜므파탈(악녀)의 대표 아이콘이 된 릴리트를 그린 작품이다. 수많은 화가들이 릴리트를 그렸지만, 그중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사진: 존 콜리어가 1887년에 공개한 릴리트. 요녀의 관능미가 완벽하게 표현된 걸작으로 꼽힌다

 

릴리트는 본래 중동 전역에 퍼져 있던 다산의 여신이었는데 이 지역의 고대 설화와 그리스/로마 신화가 뒤섞이면서, 릴리트는 서서히 뱀과 교합하는 밤의 마녀, 요부로 몰렸다. 이처럼 뱀과 여자를 동일시하는 상징성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괴 라미아의 이야기와도 같다. 라미아는 제우스의 연인이었으나 헤라의 저주를 받아 아이들과 남자를 잡아먹는 괴수가 되었는데, 하반신은 뱀이고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뱀 같은 여인’을 유럽인들은 라미아, 유대인들은 릴리트라고 불렀다.

사진: 이소벨 그로아그가 그려낸 라미아 <마법의 키스>. 1890년 작. 인어공주의 발상과도 연관된다. 인어공주라 해서 안데르센의 그것처럼 모두 착하진 않았다. 맘에 드는 어부를 납치하기도 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존 콜리어는 아담처럼 꽉 막힌 가부장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유명 초상화가로 활동할 당시 유럽에는 유부녀의 간통은 이혼 사유가 되었지만 남편의 그것은 관용되는 풍조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아래의 그림 <추락한 인형(Fallenidol)>을 그렸을 때 누가 아이돌이냐의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는 이혼을 통보당한 젊은 여인이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불쌍한 여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 당시 그런 여인을 감싸는 것은 시대에의 반항이었음에도.

사진: 존 콜리어의 <추락한 인형>. 이혼 통보를 받은 젊은 여인이 간청하고 있다. 1913년 작

 

사진: 존 콜리어의 <고백>. 1902년 작. 둘 다 심각한 그림 속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화가는 답하지 않았다. 현재는 당시의 풍조를 떠올려 짐작들 하는 편.

클림트의 <아담과 이브>

 

아래 작품은 1917~1918년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클림트의 마지막 유작 <아담과 이브>다. 엄격히 말하자면 미완성 작품. 

사진: 클림트의 <아담과 이브>

이 그림 속에서 이브는 한껏 요염하고 관능적이다. 졸려서 눈을 감고 있는 아담의 아래 옷을 벗기고는 온몸으로 비벼대고 있다. 클림트는 어쩌면 릴리트의 속성과, 현존하는 육체적 연인 마찌를 이 그림 속에 결합시키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하기야, 클림트는 대놓고 ‘모든 예술은 에로틱하다’를 외쳐대고, 자신의 생활도 그 연장선이었다.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면서도 10여 명의 사생아를 두었고, 정신적 연인, 육체적 연인, 수시 연인... 등으로 여자관계가 엄청 복잡했다.

 

사진: (좌) 클림트의 정신적 평생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화. 그녀의 초상화는 이것이 유일하다. 에밀리는 클림트 제수의 언니였는데 12년 연하. 클림트가 27살 때 동생의 결혼식장에서 처음 대했는데, 그 뒤로 거의 평생 그녀에게 의지했다. 쉴 때는 그녀가 만들어준 간편복을 입을 정도로. 하지만, 연애는 다른 여자들과 더 많이 했고, 에밀리도 눈 감아 줬다.

 

사진: 바람둥이 클림트가 그나마 오래도록 만년에까지 찾았던 건 이 마찌. 육체적 연인이었다. 위의 작품 <아담과 이브> 속의 여인 얼굴도 이 마찌와 흡사하다.

 

작품 <아담과 이브> 속의 여인은 육체적 연인이었던 마찌로 보인다. 56살로 세상을 마감한 클림트는 특히 연하의 여인들을 좋아했다. 그중에는 색정광임을 자인하는 여인들도 있었는데, 마찌도 그중 하나였다.

 

존 콜리어가 바라보는 요녀 릴리트와 클림트의 여인들. 그 시선의 색조는 다르지만, 한 가지는 관통하는 듯하다. 여인의 가장 든든한 무기, 처음과 끝을 결정하는 것은 에로티시즘이라는... 악녀든 색녀든 공통적인 요소로 거기에 착점하는 화가들의 시선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어디로 번지려나. 어떻게 변조될까.

 

하여간 나는 ‘씰데없는’ 일에 괜히 관심하는 웃기는 녀석이다. ㅎㅎㅎ

                                            -溫草 최종희(5 Oc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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