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에 가서 똑같은 것을 보고 왔는데도, 시간이 흐르면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르다. 심지어 어느 사람은 확실히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은 기억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도 한다.
보고도 모르는 건 안 보기 때문이다. 잘 안 봤기 때문이다. 성의 있는 의식(意識)* 작용이 보태질 때만 단순한 있음(presence)이 의미 있는 존재(existence)로 개별화된다.
의식의 주체인 그 자신도 그렇다. 세상살이 전반에서 그 자신이 타자화(他者化)*될 때,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있음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의미 있는 눈길을 던지지 않는 사람을 타인들이 의미 있게 바라보는 일은 거의 없다.
알려고 들면 눈에 들어오고, 아는 만큼 보인다. 사물도, 글도, 인간사(人間事)도, 세상도.
[주]‘의식(意識)’: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
‘타자화(他者化)’: 다른 사람의 인격이 대상화(對象化)되거나 물화(物化)되는 것.
-온초 생각(19 Oc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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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 '미카'와 '파시'
초등생 아들을 데리고 의왕의 철도박물관을 찾은 어느 엄마의 글을 읽다가 내가 놀란 적이 있다. 그 아들이 미카 기관차를 보고는 ‘엄마. 나 저거 알아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여객 열차를 끌었던 증기기관차가 미카여요.’라고 해서다. 세상에... 어떻게 초등생이 그걸. 게다가 ‘미카’라는 이름까지도 알다니.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증기기관차 이름이 초등생 책에도 잠깐 나오고, 안도현의 성인용 동화 <증기기관차 미카>라는 책도 나와 있긴 했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무엇이든 그냥 흘려보내는 아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증기기관차는 우리나라에서 60년대까지 활약했다. 60년대에 기차를 타 본 이들은 열차가 터널로 들어가면 꽉 닫히지 않는 열차 창문으로 스며든 야릇한 냄새를 맡아본 기억들이 있으리라. 당시는 석탄 사정도 좋지 못해서 질 낮은 갈탄이나 역청탄도 썼기 때문에 그런 냄새들이 연기 속에 섞여 객차 안으로 스며들곤 했다.
그 시절에 역두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으면 증기기관차의 씩씩하고 우람한 머리가 나타나곤 했고, 그 기관차의 얼굴에는 글씨도 선명하게 ‘미카’나 ‘파시’라 적혀 있었다. 내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할 정도로 글씨가 또렷했다. 아래 사진 속의 그것들은 그 당시 모습대로라고 해도 좋다.
사진: 미카3 56호. 화랑대역
사진: (좌) 증기기관차 미카3-161(철도박물관). 파시 5-23(철도박물관). 철도박물관에는 흥미로운 사료 사진들도 많고, 실내외에 볼거리도 적지 않다. 고속철 3D 시운전도 해볼 수 있다.
이 미카와 파시는 60년대까지 우리의 철로를 누볐던 증기기관차들의 모델명이다. 둘 다 미제인데, 이런 이상한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당시 우리가 외국어 표기를 줄여서 우리 식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미카’는 본래 미국인들이 일제 수출용으로 만든 것에다 잘 보이려고 황제라는 뜻의 ‘미카도(みかど[御門·帝·皇])’를 붙였는데 그걸 ‘미카’로 줄여서 적었다. ‘파시’는 영어 표기 모델명인 Pacific을 ‘퍼시픽’ 대신에 당시의 일제식 발음인 ‘파시픽’이라 한 것을 줄인 것.
이것들은 모두 일제시대에 부품이나 반제품 상태로 수입되어 우리나라의 인천정비창에서 조립되었다고 하는데 그 시기에 따라 각각 1형에서부터 5형까지 있다. 현재 미카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데 9대가 있고, 파시5형도 일부 있다.
해방 후 국내 자체 조립 생산으로 남아 있는 미카3형이 대표적인데, 129호(국가등록문화재 제415호. 국립대전현충원 내 철도기념관), 161호(의왕 철도박물관), 244호(연천역 급수대), 304호(국가등록문화재 제414호. 제주도 연동의 삼무공원*)가 그것이다. 특히 제주도의 것은 철도가 없어 열차를 보기 힘든 제주도의 어린이들을 위해 박정희가 기증한 차량이다. [*삼무(三無)공원: 제주도는 바람/돌/여자로 대표되는 3다도(三多島)이기도 하지만, 도둑/거지/대문이 없는 삼무도(三無島)이기도 하다. 거기에 철도가 빠져 있으니, 4무도라 해야 한다. ㅎㅎㅎ]
사진: 박정희가 제주에 기증한 미카3-304호(삼무공원)
파시5형도 5대가 남아 있는데, 수도권에서는 철도박물관(23호)에 가면 볼 수 있다. 나머지는 전부 지방에 분산돼 있다(31호: 나주시 영산포역, 34호: 광주대, 37호: 현대로템 공장 내, 48호: 대구 어린이회관). 이 파시5형은 국내에서 전부 조립된 첫 기관차인 데다, 영업 속도가 한국의 증기 기관차 중 최고 속도(시속 110km/h)를 돌파해서 주목을 받았다. 그때부터 급행열차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한국의 증기 기관차 중 유일하게 자동 급탄장치를 장착하여 기관사들이 삽질(?)을 하지 않아도 되어 철도인들에게 제일 사랑받는 기관차이기도 하였다. (이 파시 기관차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대할 수 있다: https://namu.wiki/w/%ED%8C%8C%EC%8B%9C%ED%98%95%20%EC%A6%9D%EA%B8%B0%EA%B8%B0%EA%B4%80%EC%B0%A8
이런 기관차 얘기.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나간 것들에는 모두 의미가 있다. 개인사에서부터 사회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사들이 그렇다. 지나간 것들이라 해서 그냥 남의 일만은 아니다. 그 의미를 그냥 흘려보내는 이와 멈춰 서서 들여다보는 이들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안도현의 성인용 동화책이 단적인 예다. 하기야, 연탄 관련 연작시로 유명한 안도현은 흘러간 것들 중에서도 하잘것없이 내쳐지다시피한 연탄을 통해서 우리의 게으른 정신에 소리 없는 경책(警策)을 감명 깊게 휘두른 이다. [그의 연탄 관련 시 작품들은 이곳에 모아두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2877439353
흘러간 전투기 이야기에서도 배울 건 있다
몇 달 전 철원의 고석정을 찾았을 때다. 입구의 야외 전시장에 서 있는 퇴역 전투기 한 대가, 반갑게 내 눈에 들어왔다. F-86F 세이버였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쌕쌕이’란 애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진: 고석정 관광단지 입구에 전시돼 있는 세이버(F-86F). 쌕쌕이
내가 그걸 반긴 것은 6.25 때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제공권과 관련하여 1등공신이 바로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그 무시무시한 탱크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 UN군과 우리가 후퇴를 멈추게 한 것은 그 제공권 덕분이었고, 그 주역이 ‘쌕쌕이’였다. 당시 전쟁 중 UN군 공군은 쌕쌕이를 이용하여 MiG-15 전투기 792대를 격추했다.
그 뒤로도 1965년 F-5A 전투기를 도입할 때까지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 운용한 전투기라는 비공인 기네스 기록의 주인공도 되었다. 그만치 의미가 깊은 전투기다. 그걸 쌕쌕이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대표적인 6.25의 비극을 담고 있는 영동군의 노근리 평화공원에도 쌕쌕이 한 대가 그래서 서 있고, 용산의 전쟁기념관에도 빠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투기 역사를 돌아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공군사의 요약판이자, 국력 성장의 서글픈 약사(略史)이기도 해서다.
최초로 도입된 비행기 T-6에는 ‘건국기’라는 특별한 명칭이 있다. 빈약한 공군력 보강을 위해 1949년 9월 “우리 비행기는 우리 손으로 구입하자”는 모금 운동을 펼쳤고, 그 결과 약 3억 5천만 원의(현재 가치로는 300억 원 이상) 성금이 모여, 캐나다에서 중고기 T-6 10대를 도입했다. 당초 목적은 정찰/훈련용이었는데 6.25가 터지고는 초기에 폭격 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그런 국민 성금 헌납기라는 점에서 국가등록문화재 제667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사진: 공군사관학교에 전시돼 있는 건국기 T-6
그다음 활약한 전투기는 우리에게 무스탕(‘머스탱’이 바른 명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F-51이다. 6.25는 미국조차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터라 미국도 당시 국내에 있던 2차대전 참전 전투기들을 소집하여 급히 한국으로 보냈는데, 그게 바로 머스탱. 당시 한국 공군은 전체 규모가 1800명 정도였는데, 한국 공군에는 1950년 7월 2일에 인도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프로펠러기인 데다 기체 중량이 무겁고 조종간도 엄청 무거워서 조종사들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륙할 수 있었던 덕분에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제트기의 등장으로 단기간 활약했지만(한국 공군 운용 기종 중 최단명), 우리에겐 당시 교관이던 미국의 헤스 대령의 애용어이던 <신념의 조인(鳥人)>이라는 동체 글씨로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머스탱은 현재 대한민국에 총 5대만 남아있는데, 고성 통일전망대, 용산 전쟁박물관, 공군사관학교 등에 가면 노구들을 대할 수 있다.
사진: (좌) 용산 전쟁박물관에 있는 머스탱. 교관이던 헤스 대령이 몰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유명 조종사 김달현 대령이 몰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우) 머스탱 실제 운용 장면(6.25 기록 사진). 이처럼 밭 사이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했다.
건국기와 머스탱, 그리고 쌕쌕이에 이어 등장한 게 우리에게 팬텀(phantom. 도깨비)으로 더 잘 알려진 F-4E다. 1969년에 들어왔는데, 한동안 한국 공군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그 뒤를 이은 게 F-16이다. 미사일 2발을 장착할 수 있었고 제조비가 비교적 싼 만능 전투기였다. 그다음이 F-15K인데, 당시 한국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로 채용한 미국 전폭기 F-15E의 개량형으로 2005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다. 그 뒤가 현재 운용되고 있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이자 차세대 전투기인 F-35A다. 2018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A형(공군용) 60대, B형(해군용) 2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팬텀기(F-4E). 전쟁박물관. 전쟁박물관 역시 대충 쓰윽 둘러보거나 힐끗만 하는 것으로 끝낼 곳은 아니다. 그 앞에 서 있는 설명판 정도는 다 읽고 돌아서면 생기는 게 반드시 있다. 남녀 불문이다. 지식이야말로 남녀 평등이다. 비행기 기수를 보고 자동차 꽁무니 디자인 착상을 떠올려 적용한 여성도 있다. 비행기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색상에 주목하여 확장적으로 발전시킨 이도 여성이다. 최첨단인 스텔스기도 암회색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 중 수조 원대의 개가를 올리고 있는 곳이 폴란드인데(K-9 자주포·K2 전차·현무 미사일 등) 폴란드가 구입한 것 중에는 FA-50 경공격기도 있다. 이것은 2003년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 T-50* 고등훈련기가 그 모체다. 우리 손으로 최초의 비행기 T-6 훈련기(‘건국기’)를 사 온 지 50여 년 만의 쾌거였다. 우리가 처음 들여온 것도 훈련기요, 최초로 자력 개발*한 것도 훈련기였다.
[*주1: 비행기 모델 앞에 붙는 명칭은 용도별 구분 표지다. T(trainer)는 훈련기, F(fighter)는 전투기, B(bomber)는 폭격기, C(carrier)는 수송기를 뜻한다. FA-50은 T-50의 엔진과 동체 등을 사용하지만 경공격기로의 추가 무장과 기동/운용 시스템을 갖춰 진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경공격기인 FA 명칭을 달았다.]
[*주2: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발한 공식 비행기로는 1953년에 공군에서 제작한 ‘부활호’도 있다. 엔진과 프로펠러를 제외한 모든 것은 자체 제작을 했고, 연락기/정찰기/훈련기로 잠시 썼다. 그 원본(?)을 오랫동안 찾지 못하다가 2011년에야 발굴하여 수작업으로 복원했고 시험 비행에도 성공했다. 부활호 관련 상세판 이야기는 이곳에 있다: https://namu.wiki/w/%EB%B6%80%ED%99%9C%ED%98%B8]
사진: 최초로 우리가 만든 비행기. 1953년 공군 주도로 이원복 소령 지휘하에 27명이 참여하여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2011년에 당시 제작 수법대로(인원도 27명 참여) 복원하여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사진은 복원 후 시험 비행 모습. 현재는 복제품이 4대 더 있다.
역사는 유전(流轉)하고 자가발전도 한다
왜 지나간 증기기관차나 낡은 고물 쌕쌕이, 건국기 등에 눈길을 줘야 할까. 역사는 유전(流轉)하고 자가발전한다. 해방 후 우리가 어렵게 성금을 모아서 퇴역 후 민간으로 넘어간 중고 비행기 건국기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던 아픈 기억이 6.25 후 부활호 제작 시도로 이어졌고, 그 꿈이 50여 년 만에 국산 초음속 비행기 생산이라는 꽃으로 피어났다.
증기기관차 중 시속 110km라는 기록적인(?) 속도를 처음으로 냈던 파시5형. 그중 한 대가 기차를 만들어내는 현대로템 공장 내에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38개국에 전동차, 고속 전철 등을 공급하고 있고, 방산 수출 효자 종목인 K-2 전차(전차계의 왕자로 군림해 왔던 독일 전차보다 성능이 빼어난데, 값도 싸다)도 만드는 회사다.
요즘 전동차들은 기관차가 없고 운전석 뿐이다. 모든 기관 설비가 객차 하부에 분산 설치돼 있다. 그래서 알고 보면 차량 가격들이 어마어마하다. 지하철 기준으로 기억하기 쉽게 말하자면, 서울의 3호선 차량들은 당시에 객차 한 대당 3억이었고 9호선이 시운전될 때는 9억 원쯤 했다. 웬만한 명품 슈퍼카들도 2~3억 원이면 산다. 그래서 전철을 이용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차량을 타고 다니는 셈이 된다.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회사에 증기기관차 파시5형이 전시돼 있는 이유를 아는 이들은 안다.
용산 전쟁박물관에 가면 나이키와 호크 미사일 실물들이 야외에 전시돼 있다. 낡은 지대공 미사일의 표본이지만, 우리의 천궁이나 현무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죽어라 의존해야 했던 유일한 미사일 체계였다. 지금은 이른바 재래식 무기로 몰리고 있지만, 그것들 덕분에 우리도 자체 생산한 미사일들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은 미국이 족쇄를 채운 사거리 제한 때문에 단거리 미사일 생산만 가능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그 족쇄를 풀어내서 이제는 ICBM만 빼고는 중거리 미사일 제작도 가능해졌다. 이번 폴란드로의 현무 미사일 수출은 그러한 중거리 미사일 생산의 개가이기도 하다. 자동차에는 대략 10만 개의 부품이, 비행기에는 20만 개가, 고공 발사체에는 30만 개가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용 발사가 성공한 밑바탕에는 이 미사일 개발 노력으로 축적된 자산이 숨어 있다.
사진: 전쟁박물관에 전시 중인 나이키(좌)와 호크 미사일(우). 이곳에서는 위에 언급된 머스탱, 세이버, 팬텀기 외에도 B-52 폭격기도 볼 수 있다. 이 녀석은 하도 커서 미.영 외에 야외 전시 중인 곳은 한국뿐이다.
2010년 한국 정부가 재수출하려고 했던 M1 소총 857,470정이 미국까지 갔다가 미 국무부의 개입으로 수입 허가가 취소돼 되돌아온 적이 있다. M1 소총은 2차대전 중 혁혁한 전과를 세운 노병인데 나이가 들어 고물이 되자 골동품으로 거래되게 된 총으로, 1985년부터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이 된 K-2의 개발 생산 뿌리이기도 하다. 물론 그 중간 과정으로는 베트남전 참전과 더불어 우리 군이 만지게 된 M16이 1974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을 하게 되어 터득한 노하우도 있다. 그 뒤 우리가 자체 개발한 K-2 자동소총은 현재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명품 무기의 반열에 올라 있고, 1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여 년 전부터 무기수출입 규모에서 세계 6~7위권이었는데, 요즘은 수출만으로 5위권에 들고 있다.)
모든 것에는 뿌리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역사는 유전(流轉)하고 자가발전을 통해 성장 확대 증폭된다. 그런 역사들은 알려고 들면 눈에 들어오고, 아는 만큼 보인다. 사물도, 글도, 인간사(人間事)도, 세상도.
그런 세상은 남녀 불문이다. 꽃 앞에서 카메라부터 꺼내들고 사진을 찍어대는 건 단연 여성들이지만 식물도감을 만들어 낸 이들은 99%가 남성이다. 하지만 전투기 기수 모양을 자동차 후미 라인 디자인에 반영시킨 건 여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쓰기 좋은 버섯 사전을 만들어낸 이 또한 여성 교수다. 그처럼 세상 보기와 의미 있게 읽어내기에 남녀 구분이 있는 건 아니다. 그릇된 고정관념 중의 하나일 뿐... 원소 연구 중 가장 위험한 분야가 방사능 원소들인데, 퀴리 부인은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했고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 받았다. 방사능 차단복이나 시설도 매우 불안정한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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