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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의 추락에도 이유(?)는 있다(1) - 피아노 편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3. 2. 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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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마도 몇 번으로 나누어 게재해야 될 듯...

제목부터가 사연(?)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ㅎㅎㅎ.

 

1. 식구들 얼굴만 우선 간단히 소개합니다.

 

울 집에는 일반 가정집 수준(?)에 비해서는

악기에 속하는 것들이 제법 있슴다.

 

대충 무순으로 꼽아 보자면

마나님의 피와 땀이 서리고 맺힌, 사연 많은, 할망구 급의 낡은 피아노 한 대와

공주님과의 겸용 목적으로 얼마 전 구입한 전자 피아노 하나.

 

올해로 35살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꽃띠라고 우겨대는 야마하 기타. 

 

전에는 하모니카 합주단을 꾸릴 정도로 15개쯤의 부자였는데

지금은 빼앗기고(?), 기분 쓰고, 바닷가에서 잃어버리고 하는 바람에

6개인가로 줄어든 하모니카.

 

그리고, 올해로 성인식을 치르는 20년짜리 장구와 쇠.

당진행을 기념하면서, 마나님이 위안용으로 사주신 봉고 하나.

 

그 밖에 이러저런 흔들이 악기들 : 마라카스, 카바스

때리고 쥐어뜯고 뭐 어쩌고 하다가 지금은 다 부숴 먹은 낡은 철금과 벤조.

마나님 애장품인 오카리나 두 개.

 

아 참, 또 있다.

이건 내가 점수를 회복하려고 큰 맘 먹고 선사했던

울 집 최고가품, 야마하 은제 플루트.

 

 

 야마하 기타와 플루트, 도자 오카리나 하나와 플래스틱 오카리나.

흔들어대는 카바사도 보인다.

그리고 독일 호너 사의 '오날지리' 하모니카들.

 

 

 공주님과의 뚱땅거리기 가족 음악회를 위해 구입한 전자 피아노(좌)와

마나님의 눈물이(?) 서린 할망구 급의 국산 피아노.(우) 

 

 

 (좌) 마라카스와 탬버린

(우) 책꽂이 위 좌측으로 밀려나 있는 고물 철금과 벤죠.

 

 

 (좌) 우드해머 또는 우드블록이라 불리는 녀석. 우리네 형님들이 지겟다리 두들기던 것이나 진배없다.

(우) 카바사.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였던 악기.

 

마나님께오서 6년 전 내 위안용으로 드럼 대신 사 주신 봉고.

 

 

 

올해로 성인식을 맞이하는 장구(남자용)와 쇠.

(참, 성인식이 지금은 19세든가. 내 기준으로는 여전히 20세. ㅎㅎ)

 

2. 제1 번 관심 품목 : 피아노

 

할망구 급이라 소개한 피아노는 올해 연세를 내가 정확히 모른다.

30년은 넘겼다.

 

요약하자면, 마나님은 쌀집 딸이었다.

서울 변두리 신정동에 자리한,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외동딸.

하지만 위로 오빠와 아래로 남동생이 있었던 탓에

그 시절 쌀장사/연탄장사로 세 자식을 모두 한꺼번에 대학 문안에 머물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여자인 죄로, 만학도가 되었다.

 

피아노는 이를 악물고 거의 독학 수준으로 매달렸던 것이라

첫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받은 봉급을 쪼개고 쪼개서 (2/3는 부모님께 헌납하고

남은 1/3 중 적금부터 먼저 들고 남은 걸로 용돈을 하는 억척을 떤 끝에)

2년짜리인가, 3년짜리인가 하는 적금을 부어서 마련한 것.

 

그 피아노가 들어오던 날, 피아노 아래에다 담요를 깔고서

피아노 다리를 껴안고 잤다는 전설이...

(아, 내 다리가 피아노 다리보다 못 생긴 건 사실이다.

내 다리 사랑 안 해주는 이유를 나도 예전에 알았당. )

 

 

저 피아노를 자세히 보면 도처에 상처 자국이다.

이사를 하면서 긁힌 자국들.

깊이 파여서 땜질하기도 만만잖다.

 

그래도 소리는 여전히 묵직하다.

그때 제작된 피아노 강선들은 수입품을 썼다든가 어쨌다든가.

 

 

(좌) 아내는 30대 초반까지 10년 넘게 교회의 대예배 반주를 했다.

그 기간에 딱 하루만 빼먹었는데, 그게 내 꼬임 탓이었다.

'교회 가지 말고 나랑 놀아조~~~' 했던 것.

난 그때부터 (아주 일찍) 하늘나라 제대로 갈 생각을 포기했다.

사람은 제 꼬라지를 알고 일찍 포기하믄, 떵속 편해지는 법이다.

(이 궤변을 믿을 사람은 없응게로, 다행이지만)

 

(우) 그런 눈물 어린 피아노를 두고 마나님이 어디 포기하실 분인가.

남들은 은퇴를 생각해야 할 사십대 초반에, 용감하게 연주회에 도전.

저 사진은 마나님 방에만 살짝 걸려 있는데

방문객들에게는 보여주려 하지 않지만, 홀로 있는 시간에는 아마도 자주

올려다보지 않을까....

 

그런 마나님과 나의 차이.

마나님 음악은 정통 클래식이고 (그만치 고상하시공)

나의 음악은 한마디로 니나노 음악.

 

하여, 그 접점은 가족 음악회 스타일로 만들어지는데

그 용도로 적합한 게 전자 피아노.

박자 선택만 해도 꿍따라작작이 저절로 나오니, 나 같은 녀석도 감히 범접이 가능하고

울 공주님의 찬송가 반주 연습용으로도 최적.

 

하여, 현재 피아노의 위치는 마나님 방에 마나님의 눈물 피아노.

거실에 전자 피아노.

 

 

암튼 클래식과 니나노의 만남은 그야말로 무형식, 무정형.

기분 내키면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따라가면 되는 것.

중요한 것은 집안에서 음악 소리가 나온다는 거... ㅎㅎㅎ.

 

(사진 좌) 유치원에도 입학하지 못했던 꼬맹이 조카가 지금은 어엿한 대학 2년생.

녀석도 피아노에서 한가락한다. 키가 자그마치 172센티로 훌쩍 자라났고.

(사진 우) 어느 날 내가 조용필의 악보를 갖고서 어설피 뚱땅거렸더니만

그건 이렇게 쳐야 흥이 나는 거야요... 하면서 한 수 갈쳐 주시는 마나님을 따라

꼬맹이 조카들이 벌떼같이 달려들던 날의 풍경.

 

<이어질 이야기 : 35년 전 봉급 털어 기타 사고서 작살났던, 철없던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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