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차로 중에는 가운데의 교통섬을 끼고 왼쪽으로 돌다가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가는 방식의 회전교차로가 있다. 이 회전교차로에는 회전로(회전 차선)가 1차로, 2차로인 공식적인 회전교차로와 그 이상의 차로(차선)가 있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을 뭉뚱그려서 흔히 '로터리'라고도 하는데 정식으로 표기해야 할 때는 잘못이다 [사진 참조]
사진: 차로(차선)가 1~2개만 있는 것이 정식 회전교차로에 속한다. 이것들은 로터리라 하지 않고 '라운드어바웃'이 바른 표현이다.
사진: 교차로 내 차로가 4개나 된다. 이것이 로터리인데 정식 회전교차로 규격에서는 제외된다. 이 사진은 울산의 랜드마크 격인 울산로터리.
회전 차로(차선)가 1차로~2차로로 돼 있는 것을 '회전교차로'(라운드어바웃. roundabout)라 하고, 그 이상으로 차로가 많은 것을 '원형교차로'(로터리. rotary)라 한다. 법적인 설치 기준으로는 회전로를 3차로 이상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그럴 경우 1~2차로에 있던 차들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사고가 많이 난다), 그중 원형교차로(로터리)는 법적으로는 회전교차로 기준 미달이 된다.
따라서 회전교차로 전체를 차로(차선) 숫자의 구분 없이 그냥 뭉뚱그려서 로터리라고도 하는데, 엄격히 보면 이는 잘못이다. 회전로가 3차로 이상으로 아주 크고 넓은 것들만 로터리라 해야 맞다.
미국에는 '로터리'가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예 rotary란 말을 쓰지 않고 1~2차로의 회전교차로를 mini roundabout이라 하고 우리의 로터리는 roundabout이라 하여 쉽게 구분하고 있다.
정리한다.
로터리는 회전교차로 내의 차로(차선)가 3개 이상인 것을 이르는데 정식(법적) 회전교차로 범주에는 들지 못한다. 진출 시의 사고 가능성이 높아서 법적으로는 권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선이 2개 이내인 정식 회전교차로는 로터리가 아니라 라운드어바웃으로 표기하는데, 쉽지 않은 외래어이므로 그때는 그냥 회전교차로라고 하면 된다. 로터리는 잘못이다.
[참고] '차로(車路)'와 '차선(車線)'. 찻길 부분을 뜻할 때는 이제는 복수표준어
'차로(車路)'는 본래 '차가 한 줄로 정하여진 부분을 통행하도록 차선으로 구분한 찻길의 부분'을 뜻하고, '차선(車線)'은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금)'을 말한다. 즉 '차선'은 글자 그대로 금(선)이지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 부분이 아니다.
그럼에도 언중들은 '1차선 주행, 2차선 진입' 등으로 '1차 차로'와 '2차 차로'라 해야 할 것들을 모두 '차선'으로 사용해 왔다. 그래서 몇 해 전 국립국어원도 이러한 언중들의 관행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차선'의 의미에다 ' ‘차로’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을 첨가했다. 즉 지금은 '차선'이 '차로'의 의미로 쓰일 때는 복수표준어다.
-고맙습니다. 온초 최종희(3 Ma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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